안마당의 문간과 전각 중간에 놓는 것을 서림이가 상궁의 한다 못한다 대답을 기다리는 중에 곁눈으로 보고 일꾼을 불러 말을 일러서 마루방과 문간 어름에 옮겨놓게 하여 상궁방 맞은편 곳간 앞은 불이 멀어서 어스무레 하고 문간에서 바로 보이는 전각 안은 불이 미치지 못하여 어둠침침하였다. 무수리가 사내 하인들에게 말하는 상궁의 분부를 서림이는 듣고 고개를 끄덕하며 씽긋 웃고 먼저 곳간 앞으로 가면서 세 사람을 손짓하여 불렀다. 네 사람이 머리돌을 맞대다시피 하고 쭈그리고 앉은 뒤에 서림이가 옆에 사람 겨우 들을 만한 입속말로 ”황두령, 인제 청석골 나가서 교군을 가지구 오시우.“ 하고 말하니 ”승교바탕을 천만이가 보낼 텐데.“ 황천왕동이가 말을 반동강 하고 서림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천만이게 부탁한 승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