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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7권 (34)

“대장 형님 내외간에 쌈이 나면 내가 어디 말릴 수 있소.” “그야 누군 가면 말 릴 수 있나.” “이두령 형님!” 황천왕동이가 불러서 이봉학이가 고개를 앞으로 돌리었다. “내가 아까 들으니까 산상골 아주머니가 편치 않으시답디다. 집안에 우환이 있는데 박두령 형님이 가실 수 있소. 그리구 형님이 가셨으면 누구버덤 두 낫겠소.” 이봉학이가 황천왕동이의 말은 대답 않고 다시 박유복이를 돌아 보며 “아주머니가 병환이 났어?”하고 물었다. “배가 좀 아프답디다.” “대단 친 않아?” “대단친 않아요.” “그럼 긴말 할 것 없이 너하구 나하구 둘이 가 기루 작정하구 가보자.” 황천왕동이가 먼저 “그러면 더욱 좋겠소.” 말한 뒤에 다른 두령들도 다 좋다고 말하였다. 이봉학이가 서림이를 뒤에 남기며 졸개 하 나에게 ..

임꺽정 7권 (33)

“그것 보시오. 세상에는 영웅이 더 염려라구 내 말하지 않습디까?” 서림이가 먼저 한마디 하고 “대장 형님이 기집에 곯아죽었더면 서종사는 퍽 신통할 뻔했소.” 곽오주가 뒤받아 한마디 하고 “우리 대장이 기집질에두 대장일세.” 늙은 오가 도 한마디 하고 “사생동고하자구 맹세하구 갈 놈은 누구며 가랄 놈은 누구야? ” 배돌석이도 한마디 하고 “시골 안해 한 분에 서울 안해 셋이면 대장 형님두 배두령 형님과 같이 사취 장가까지 드신 셈이군.” 길막봉이도 한마디 하여 이 사람 저 사람이 다들 한마디씩 지껄이는데 이봉학이와 박유복이는 입들을 다물 고 말참례를 하지 아니하였다. 황천왕동이가 이봉학과 박유복이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형님네는 아이적 동 접으루 자형 일을 고주리미주리까지 다 잘 아시지만 기집동사에 생각이..

임꺽정 7권 (32)

한온이가 노래 한마디를 법제로 부르고 나서 “어떠냐, 잘하지?” “시굴뜨기 가 소리를 들을 줄이나 아나.” 찧고 까불듯 말하고 또 허허허 웃는데 황천왕동 이는 수심에 싸인 것같이 양미간에 주름을 잡고 펴지 못하였다. “젓국 먹은 괴 양이 상호를 하구 앉았지 말구 좀 웃구 지껄여라.” “나는 자겠으니 고만 가게. ” “내가 바루 가 잘 것이지만 네가 혹시 기다리구 있을까 봐서 일부러 왔다. 황송한 줄을 모르구 가라다니 너두 사람 될라면 아직 멀었다.” “진정 말이지 내가 웃구 지껄일 경이 없네.” 황천왕동이가 말하는 것까지 힘담이 없는 것을 한온이는 딱하게 보았던지 홀저에 정중한 말소리로 “여보게 근심 말게. 선생님 일간 가신다네.”하고 말하였다. “기생방에서 그런 말을 다 할 틈이 있던가?” “기생방은 ..

임꺽정 7권 (31)

황천왕동이가 혼자 짬짬하니 앉았다가 막 자리에 누웠을 때 중문이 열리는 소 리가 곧 마당으로 들어오는 신발 소리가 났다. 건너방의 아이놈들은 벌써 잠이 들었는지 아무 소리가 없어서 황천왕동이가 내다보려고 다시 일어 앉는 중에 방 문 밖에서 어떤 사람이 “선다님, 예서 주무십니까?” 하고 말을 묻는데 말소리 가 황천왕동이 귀에 익히 들이었다. 황천왕동이가 방 앞문을 열고 내다보며 “ 그게 누구냐?” 하고 물으니 어둔 속에 섰는 사람이 “언제 오셨읍니까?” 인사 하고 앞으로 나서는데 보니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요 곧 애꾸눈이 노밤이 었다. “아까는 눈에 보이지 않더니 어디 갔다오나?” “어딜 갔다와요? 선다님 을 찾아왔지.” “자네 여기 와 있구 어디 다른 데 가 있나?” “선다님댁 가서 있지요.” “..

입꺽정 7권 (30)

얼마 동안 안 지나서 떡 벌어진 주안상 한 상이 들어왔다. 한온이가 황천왕동이 맞은편에 가서 앉은 뒤에 계집들을 보고 “넷이 한테 포갬포갬 앉았지 말구 둘쯤은 이리 나와 앉아서 손님께 술을 많이 권해 주게.” 하고 말하여 계집 둘이 황천왕동이 옆에 와서 앉았다. “내가 자네하구 하위하려구 내는 술이니까 첫잔을 자네가 들게.” “뒤에 오면 석 잔이라니 자네가 더 먹어야 하네.” 한온이가 첫잔부터 연해 권하는데 “우리가 많이 먹었다. 어서 먹어라.” 꺽정이가 역시 권하여 황천왕동이가 서너 잔 폭배한 뒤에 잔이 순으로 돌기 시작하였다. 황천왕동이는 술 먹을 흥이 없을 뿐 아니라 술 먹을 마음조차 적건마는 본래 잘 먹는 술을 갑자기 못 먹는다고 어쌔고비쌔고 하기가 싫어서 잔이 앞에 오는 대로 덥석덥석 받아먹었다..

임꺽정 7권 (29)

여러 두령이 꺽정이의 일을 가지고 두세 사람 끼리끼리 뒷공론들 한 일은 없지 아니하나 도중에서 펼치어놓고 의론한 일은 없었는데 백손 어머니 가 서울 간다고 법석을 꾸미던 때부터 도중의 공론거리로 의론이 되기 시작하였 다. 꺽정이의 동정을 알아오자는 사람도 있고 꺽정이의 진의를 물어보자는 사람 도 있었지만 꺽정이 같은 큰 인물이 큰일을 낭패하도록 여색에 침혹할 리가 만 무하니 가만히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나온 뒤에는 동정을 알아보지, 진의를 물어 보자 하던 사람들까지 모두 그 의견으로 쏠리었는데 유독 서림이가 고개를 외치 고 자디 소견이 다른 것을 말하였다. "여러분 말씀은 대장께서 영웅이신 까닭에 여색에 침혹하실 리가 만무하다구 하시지만 나는 여러분과 뒤쪽으루, 영웅이신 까닭에 도리어 여색에 침혹하시기 가..

임꺽정 7권 (28)

이날 낮에 담 너머집에서는 김씨가 그 시아버지를 보고 고향으로 이사가자고 의논을 내었는데 그 시아버지는 본래 서울을 시골만 못하게 여기는 늙은이라 며 느리의 의논을 선뜻 좋다고 찬동하였다. 그러나 김씨가 그 시아버지더러 아들 아이와 비부쟁이를 데리고 세간짐을 영거하여 가지고 먼저 내려가서 집도 수리 하고 세간도 정리하면 자기는 서울집을 팔아가지고 추후하여 내려간다고 주장하 는 것은 무능하기 짝이 없는 늙은이로도 좋다고 찬동하기가 어려웠다. “단 며 칠 동안이라도 너 혼자 어떻게 있을 테냐?” “혼자 있으면 호랭이가 물어갈까 요?” 늙은이는 아들 죽은 후로 호랑이 물어간단 소리를 남유달리 듣기 싫어하 는 사람이라 “그게다 무슨 소린가!” 하고 상을 오만상 찡그렸다. “나 혼자 있 을 건 염려 마십시오.” ..

임꺽정 7권 (27)

”네년은 그저 죽일 년이 못 된다. 고개 쳐들구 말 들어라. “ ”그저 죽이지 않으면 어떻게 할 테냐? “ 여편네가 이불자락으로 앞을 가리고 뒷벽에 가서 기대어 앉 았다. ”우선 네 죄가 죽어 싼 줄을 아느냐? “ ”모르기에 대답이 없지. 내가 죄목을 일러줄 테니 들어봐라. 늙은 시아비를 구박하는 것이 하나, 어린 자식을 들볶는 것이 둘, 종년을 도망질하두룩 학대한 것이 셋, 이웃 사람에게 함부루 욕 설하는 것이 넷, 이웃집 와서 야료하는 것이 다섯, 이만해두 죄가 다섯 가지다. 그러구 방정맞게 내 수염을 끄둘러서 채 좋은 것이 대여섯 개나 뽑혔다. 내가 수염 아까운 생각을 하면 네년의 살점을 대여섯 점 포를 떠두 시원치가 않다. “ ”밥먹구 똥누는 건 죄가 안 되느냐? “ 여편네 얼굴에 냉소하는 빛이 ..

임꺽정 7권 (26)

“꼴 보니 사내를 좋아하게 생겼구나. 이리 와 나하구 말하자. ” 꺽정이의 정말 상 없는 구습이 골을 돋아서 여편네는 율기를 하고 원씨를 향하여 “보아하니 양반의 딸 같은데 어째 순 불상놈을 데리고 사우? ” 하고 말하였다. 꺽정이가 마루로 뛰 어나왔다. “무어 어째, 이년아! 불상놈, 그래 나는 불상놈이다. ” 꺽정이가 여 편네게로 가까이 대들 때 얼빠진 사람같이 멍하니 기둥에 기대어 섰던 원씨가 앞으로 고꾸라지는 듯 꺽정이의 소매를 잡아 매달리었다. “저리 비켜! ” “제 발 손찌검 마세요. ” 원씨는 말소리가 여짓 울려는 사람 같았다. 꺽정이가 한편 손의 식지 가락을 내뻗치고 흔들면서 “이년아, 아까 한 말 다시 해봐라. ” 하 고 얼러대는데 여편네는 딴전하고 본 체도 아니하였다. 꺽정이가 한 걸음..

임꺽정 7권 (25)

꺽정이가 한온의 큰첩의 집 문앞에 다 와서 한온이더러 “내일 만나세. ” 하고 인사하니 한온이가 “다시 오시지 않구 바루 가시렵니까? ” 하고 묻고 “저의 큰집에서 저녁 잡숫고 가시지요. ” 하고 말하였다. “무슨 별찬이 있나? ” “ 오늘이 형수의 생일이니까 여느 때버덤 찬이 낫겠지요? ” “그럼 다녀옴세. ” 꺽정이가 박씨에게 가서 해를 지우고 한첨지 집에 다시 와서 저녁밥을 먹고 석 후에 한온이의 발론으로 오래간만에 소홍이게게 놀러갔다가 눌러 자게 되어서 이튿날 아침때에야 동소문 안으로 돌아왔다. 원씨가 꺽정이를 보고 “아침을 잡 숫고 오셨세요? 안 잡수셨으면 잡수셔야지요. ” 하고 물으며 부지런히 행주치 마를 앞에 두르는데 꺽정이가 조반을 먹어서 아침밥이 급하지 않다고 말하고 “ 어제 담 너머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