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헤밍웨이 1.2.3 (1,4,3,3)

카지모도 2019. 11. 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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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

 

***동우***  

2013.08.18 04:25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 '노인과 바다'

세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이 명작에 무얼 더 부언하리오마는 내 못난 소리는 마지막 편에서 지껄이기로 합니다.

 

***teapot***  

2013.08.19 01:41

디시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우***  

2013.08.19 05:27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teapot***  

2013.08.19 13:43

긴장하며 잘 읽고 있습니다.ㅎㅎ

 

***동우***  

2013.08.20 05:11

쿠바의 아바나. (헤밍훼이가 20년이나 살았던 곳이고 그의 거소였던 곳을 포함한 주위는 관광명소가 되었다지요)

그곳은 '노인과 바다'를 탄생시킨 헤밍웨이 감수성의 원천이었을 것입니다.

 

소년과 그리고 야구와 맥주와 커피 따위소소하지만 그로서는 커다란 즐거움의 근원에는 대양(카리브해)에 뜬 조각배에 몸을 싣고 고기를 잡는 먹고사니즘이 있을 뿐

고독하고 가난한 늙은 어부(漁夫산티아고.

84일 동안이나 공을 치다가 어느날 거대한 다랑어를 낚시로 포획합니다.

23일에 걸친 고기와의 고독한 사투그러나 그 값진 노획물은 뼈만 남았고 노인은 극도로 지친채 항구로 돌아옵니다.

판자집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진 산티아고.

노인은 사자 꿈을 꿉니다.

 

노인의 그 '바다의 삶'(또는 삶의 바다)에서 우리는 무엇을 건져 올릴까요?

실존이거나 허무주의용기와 인내의 강인함와 무모한 도전과 저항 그리고 패배함과 승리함 또는 순복함.

개별적 인간정신에 깃든 무한한 존엄성프로메테우스적 모습까지도 그려내지 못할바 없을겝니다.

 

'노인과 바다'

으흠그러나 삶이 그러하듯 문학이 무슨 확연한 답을 제시할수 있겠어요? (문학은 철학이 아닌걸..)

 

[물고기야 너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그러나 나는 너를 죽이고야 말테다.]

 

뉘라 자기 앞의 생을 해석하리까마는..그러나 삶은 적인가요 친구인가요.

 

'노인과 바다'.

존재의 비극성은 분명하더라도 ''라는 존재를 하찮게 취급하여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느낌은 분명한듯한데다른 분은 어떠하실지.

 

헤밍웨이는 1961년 자신이 애용하던 엽총으로 자살하였습니다.

나는 헤밍웨이의 자살 속으로 들어가 그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그 장막이 무엇이었을까 정말 보고 싶습니다.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헤밍웨이의 자살 원인.

작품에 대한 부담감재정문제가정불화(헤밍웨이는 4번이나 결혼을 하였지요)...

쿠바의 카스트로와의 친교등으로 죄파로 취급한 '에드가 후버' FBI의 감시로 인한 중압감 때문이라는. <그러나 헤밍웨이는 좌파적 성향이 짙었을지라도 결코 집단주의특히 소비엣적 인간으로 될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을겝니다스페인의 파시즘 내전에 프랑코에 대항한 좌파로서 참전했지만 그의 투쟁은 개별적 혁명가로서의 그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공산주의자들이 병사일 때 존경한다그러나 사제(司祭)일 때는 증오한다이와 같이 헤밍웨이는 권력을 위한 혁명을 혐오하였습니다.>

심지어 성기왜소 콤플렉스 때문에 자살했다는 설까지 있답니다.

 

흐음헤밍웨이가 저런 소소한 이유로 죽음을 택한 것으로 나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일개 세속적 사안에 대한 <중압감따위로저 강인한 사나이가 죽음으로 도망갔을 리가 없을거라는.

극도의 우울과 절망감스스로의 머리에다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감정의 기복상태...

그 기저에 흐르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헤밍웨이는 삶에 대한 총체적 허무주의로 자살하였다고 나는 믿고 싶습니다.

그 순간의 허무주의적 감정은거인다운 이성에 의하여 도달한 어떤 종류의 특별한 마음밭이었을거라는.

 

그렇지만 헤밍웨이가 허무주의로 자살했을지언정그것이 그의 삶과 작품을 규정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어쨌거나 나는야산티아고의 바다로 들어 가렵니다

쪽배의 이물에 누워 사자 꿈이나 꾸렵니다.

 

***teapot***  

2013.08.20 14:20

다 아는 이야기인데도 가슴 졸이며 읽었어요~

수염 허옇게 달고 마음 좋은 인자한 할아버지 모습의 헤밍웨이의 사진을 본 기억이 나네요.

바닷가 그 살던 곳이 아바나였군요그의 손녀가 배우라는 사실은 알고 있는데~

소년과 노인의 우정도 아름답군요그 이야기도 헤밍웨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 중 하나가 아닐까요?

사자꿈이라면 '어흥'하는 사자요아님 이세상에 없는 사람 '사자'를 말하는건가요???

 

존재는 비극은 아니고 중요한 일을 해 낼듯 했는데나라는 존재는 하찮았다가 안하찮았다 한답니다!

'문학이 철학이 아니라하신 말씀이 명언이시고 맘에 듭니다ㅎㅎㅎㅎ

 

***동우***  

2013.08.21 05:24

수염 허옇게 달고 마음 좋은 인자한 할아버지의 인상이지만 헤밍웨이의 성격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요

 

헤밍웨이는 쿠바를 사랑하였지요.

카스트로의 쿠바혁명 성공 뒤에 쿠바는 철저한 반미로 돌아섰고미국은 턱 바로 아래 골칫거리를 두게 되었잖아요?

그 때문에 헤밍웨이는 상당히 어려워졌지요.

FBI의 장기 집권자 '에드가 후버'가 헤밍웨이를 사찰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라지요.

 

헤밍웨이의 손녀가 출연하였던 영화본 적 있는데 모습이나 내용은 당최 생각나지 않네요.

 

문학은 철학이 아니라는 명제.

한편으로는 티팟님 들으시라고 썼습니다.

문학 속에서 무슨 뚜렷한 주제나 메시지를 찾으려 하지 맙시사라는.

 

***teapot***  

2013.08.23 00:26

알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는 모두들 하도 멋있게 독후감토론들을 하시기에.....호호호호

동우님~

Yale1004 라는 블친께서 헤밍웨이집을 방문한 사진을 올렸길래 동우님의 댓글과저랑 나눈 이야기를 카피해서 답글로 올렸습니다

동우님의 글을 그대로 카피해서 올렸는데~~ 괜찮지요

 

감사합니다.

 

***동우***  

2013.09.19 05:47

괜찮구 말구요티팟님.

 

쿠바 헤밍웨이 집의 사진들.

나도 보고싶은제, Yale1004  URL주소가 어찌 되는지.

 

건 그렇고한가위명절 아침입니다.

캘리포니아에도 둥근 달이 뜨겠지요.

티팟님의 일상 늘 그러하시지만오늘 더욱 행복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teapot***  

2013.09.19 08:47

http://blog.daum.net/luxnut/201입니다

쿠바는 아니고 미국 플로리다에도 집이 있었나 보지요?

감사합니다

 

***eunbee***  

2013.08.24 11:12

산티아고의 바다로 들어 가쪽배의 이물에 누워 사자 꿈이나 꾸겠다하시니

나는 고래꿈을 꾸고 있다고 이야기할게요.

제 사랑에게 전하는 노래를 천 여 킬로미터 밖에서도 알아듣는다는 혹등고래의 꿈.

송창식의 예쁜 고래 한 마리의 꿈영화 프리윌리에서의 그 사랑소년의 순수한 사랑의 꿈

 

'노인과 바다'의 영화는 두편 봤어요스펜서 트레이시(? 이름도 가물.. 이라는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묵직한 분)

앤서니 퀸의 '노인과 바다'를 동시에 봤는데,그 두 영화중에 내맘에 더 깊이 잠겨드는 것이 스펜서 할아버지것인지 앤서니 할아버지 것인지

모르겠어요오늘 포스팅 쥐스킨트의 글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네요레테의 강을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헤엄치고 있는 중이지요.ㅠㅠ

 

헤밍웨이가 죽었다는 2-3년 후 쯤의 우리들의 이야기.

대학으로 갔거나 교단에 섰거나 우리는 방학때만 되면 고향에서 만났지요친구랑 내가 말이죠.

특수한 학교를 졸업했으니 모두 대학갈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던 우리들여자졸업생 50명중에 대학진학자는 무용과로 한명영문과로 한명단 두명뿐이었으니.... 그렇게 방학 때 만난 친구와 나는 헤밍웨이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긴긴 뚝방길을 걸으며 하던 기억이 헤밍웨이 자살사건^^을 이야기 할 때면 늘 떠올라요기억이란 이렇게 망각의 강으로 아예

발을 담그지 않는 것도 있고....ㅎㅎ

 

이야기가 어디로 흐른건가요뇌주름가슴 주름....나는 가슴주름이 많은가봐요호호홍~

갈짓자 댓글이어요에구구~~ 기억의 강을 이리저리 헤엄치는 매미 우는 아침이라서 그런가 봐요.

 

***동우***  

2013.08.25 08:35

사자의 꿈과 고래의 꿈.

은비님의 고래는 예쁘고 순수하지만 나의 사자는 음험하게 오만하여..

 

스펜서 트레이시.

훌륭한 배우이지요.

'노인과 바다', ''도 그렇지만 그의 아내 캐서린 헵번과 출연한 (시드니 포이티어도) '초대받지 않은 손님'도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앤서니 퀸'보다는 '스펜서 트레이시' '산티아고'스럽지 않을까.

 

베테랑 여행가이신 은비님이신데여독은 벌써 풀리시고 어느새 코리아 매미소리 익숙해지신 은비님의 귀...

곧 매미소리 잦아들고 귀뚜라미 소리은비님 가슴주름에 어떤 감성 자아낼까.. 

 

-헤밍웨이 계속-

 

 

 **************

 

 

-독서 리뷰

 

[[헤밍웨이]]

<병사의 집>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고 행복한 생애>

 

 

<병사의 집>

-헤밍웨이 -

 

***동우***  

2015.02.27 08:43

'병사의 집'.

거대한 허무에 잠겨있는 한 인간.

그가 고통에 찬 신음으로 읊조리는 진술입니다.

 

빙산이론하드보일드 터치..

헤밍웨이는 중언부언하지 않습니다.

가공할 절제력으로 함축된 의미를 전달합니다.

 

여태껏 자신의 생애에서는 결코 겪어보지 못하였던무언가 거대한 충격의 현장을 경험한 자.

일종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무감각한 행동과 비윤리적인 의식과 짙은 허무주의...

 

'서부전선 이상없다', 경험하지 아니한 자들의 피상성과 상투성에 대한 '파울 보이머'의 절망.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해일에 휩쓸려 나가고 방사능 공포로 전전긍긍하였던 2011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동경의 흔들리는 빌딩에 있었던 아들녀석.

며칠후 일본회사에서는 한국인인 아들녀석을 남쪽 오사카로 대피시켰는데그 사건은 녀석의 생사관에 다소 영향을 끼친듯 합니다.

경험한 자의 그 경험을 경험하지 않은자가 함부로 폄할 수는 없을겝니다.

 

어떤 평자는 카뮈의 '이방인'에 비견되는 작품으로 헤밍웨이의 이 소설 병사의 집을 꼽는답니다.

 

***설레임***  

2015.03.04 06:15

전쟁이 주는 허무는 표현하지 못할 아픔

신마저도 저절로 부정 그리고 가장 원초적 본능마저도 앗아 가버리는 비극입니다

이 비극이 가족에게 전해지고 서로 아파해야하는 현실

허무 무상 그래서 사람들은 자살도 생각하겠지요

실내 야구 경기에 조그만 빛을 봅니다

그레브스 같이 아파해줄 가족이 있어 위로 받습니다

 

***동우***  

2015.03.05 04:43

설레임님.

빙산수면에 떠오른 부분과 물 속에 잠긴 부분.

수면하의 거대한 빙산을 은유하는 간결한 문장이 이를테면 빙산의 일각이른바 헤밍웨이의 빙산이론이라고 한다지요.

 

죽음공포살인강간방화.....

극한을 겪은 자는 그 리얼리티를 겪지 않은 자에게 설명해 낼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꾸며서 할수 밖에는 없습니다.

 

전장을 벗어나 고향에 돌아온 병사

고향의 아가씨들은 너무나 복잡합니다.

그녀들에게는 여자가 아닌 다른 무언가 있는듯 합니다.

전장의 여자들은 간단하였는데...

그녀들을 범하는데에는 조금도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었었는데...

 

그냥 행위만이 있는 삶에 너무나 익숙하여 있기 때문에행위의 결과가 싫습니다.

결과를 사유하는 것 자체가 싫습니다.

<그는 행위의 결과라는 것이 도대체 싫었다두 번 다시 어떤 결과를 맛보기 싫었다결과가 없는 인생을 살고자 했다게다가 그는 여자를 정말 필요로 하지 않았다군대가 그를 그렇게 가르쳤던 것이다.>

 

어머니에게도 이렇게 말할수 밖에는 없습니다.

<"저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요." 크레브스는 말했다.

아무 소용없는 말이었다

어머니에겐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하고 그는 말했다.

"전 다만 무엇인가에 화를 내고 있었던 겁니다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

어머니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크레브스는 어머니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제 말을 믿을 수 없어요어머니?">

 

그러나 설레임님의 말씀처럼 그레브스도 차츰 치유가 되겠지요.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들에 차츰 젖어들어가면서...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

 

***진맘***

2015.03.05 17:12

동우님의 댓글과 답글.

언제나 리딩북의 읽기를 깊이 합니다.

 

***동우***  

2015.03.06 06:17

진맘님.

상찬으로 알아듣고 기분좋게 웃습니다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고 행복한 생애>

-헤밍웨이 -

 

***동우***  

2015.12.14 04:25

심약한 도시 부르주아 매코머와 아름다운 그의 아내그리고 야성적인 사냥꾼 윌슨.

표피적 삶의 던적스러움원초적 공포와 야생적 용기생명과 죽음과 아이러니...

헤밍웨이의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고 행복한 생애'

'킬리만자로의 눈'과 함께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헤밍웨이의 대표적 단편소설입니다.

 

上中下, 3 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함께 읽어요.

 

***동우***  

2015.12.15 07:00

오늘 새벽영화 한편 보았습니다. (모니터로)

프랑스 영화미라클 벨리에.

음악이 있는따뜻하고 소박하고 잔잔한 감동이 있는 가족 드라마.

농장을 경영하는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은 모두 농아.

유일하게 듣고 말할수잇는 소녀 폴라게다가 폴라는 천재적인 노래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의 유일한 소통농아가족의 사랑 속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부모와 파리로 가서 자신의 재능을 발현하고자 하는 열망...

이윽고 가족은 폴라를 떠나보냅니다.

오디션 무대에서 노래를 하면서 객석 농아의 가족에게 수화를 하는 폴라..

그 장면에서 눈물이 비어져 나왔습니다.

면년전 보았던 프랑스 음악영화 '코러스'도 생각났고새삼프랑스어는 참 아름다운 언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옛날 로렌스 올리비에가 읊조리는 세익스피어 대사를 들은적 있는데그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어의 인토네이션이 참 음악적으로 들렸었는데..

미라클 벨리에에서 폴라가 부르는 노래의 프랑스어는 어휘 하나하나가 음악적으로 들렸습니다.

프랑스어는 문장보다 어휘의 발음이 참 영롱하더이다..

이 영화겨울철 따스함으로 강추합니다.

 

***동우***  

2015.12.16 00:28

프란시스 매코머의 짧고 행복한 생애 (The Short Happy Life of Francis Macomber).

프란시스 매코머.

스포츠로 단련된 좋은 체격과 준수한 외모게다가 엄청난 부자.

그러나 그는 평생 아지 못할 두려움에 사로잡힌채 살아가는 소심한 남자입니다.

아름다운 아내 마고트가 자신에게 싫증을 느끼고 바람이라도 피우지 않을까 노심초사합니다.

부자인 자신에게서 아내가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그리고 설령 아내가 외도를 한다해도 내치지도 못할 우유부단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야생의 땅아프리카의 사파리 사냥여행.

사자 사냥중 매코머는 자신의 비겁한 모습을 아내에게 노정시키고 맙니다.

<사자는 이 절대절명의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바로 이 장소에 숨었던 것이다커다란 배는 총알에 맞아 격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허파 역시 총알이 꿰뚫어 기운도 거의 빠진 상태였다허파를 꿰뚫은 총알 때문에 숨을 내쉴 때마다 입에서 거품이 섞인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피에 젖은 양 옆구리는 뜨겁고또 아팠다총알 구멍이 뚫린 황갈색 가죽에는 벌써 파리 떼가 달라붙고 있었다노랗고 커다란 두 눈이 증오에 불타고 있었다사자는 그렇게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노려보고 있었다그 눈은 숨쉴 때마다 깜박거렸다고통 때문이었다사자의 날카로운 발톱은 햇빛에 달아오른 부드러운 흙을 힘껏 긁어대고 있었다사자의 모든 힘상처와 고통과 증오그리고 사자의 몸에 남아 있는 모든 힘이 한 곳에 모이고 있었다뛰어나가 돌격하는그 하나의 목표에 모여드는 것이다... 그리고 매코머는 총을 겨누고 윌슨 곁에 붙어 있었다이렇게 그들이 수풀 속으로 막 들어서는 찰라매코머는 목구멍이 피에 꽉 찬 것 같은사자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그리고사자는 벼락처럼 수풀 속을 돌진해오고 있었다하는 순간그는 벌써 미친 것처럼 도망치고 있었다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공포였다그는 넓은 풀밭그리고 냇물이 있는 쪽을 향하여 미치광이처럼 마구 달렸던 것이다그는 윌슨의 커다란 총이 꽝하고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그리고 이어서 또 다시 꽈광하는 두 번째 총알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뒤를 돌아보니 사자의 무서운 모습이 보였다머리통이 거의 절반은 날라간 듯한 처참한 모습이었다사자는 그러면서도 무성한 수풀 사이를 기어 우뚝 서 있는 윌슨을 향해 오고 있었다또 다시 꽝하는 소리와 함께 총구에서 불이 뿜었다기어오던 사자의 누런 몸뚱이가 뻣뻣해지며 축 늘어졌다총알에 부숴진 커다란 머리통이 앞으로 푹 숙여졌다매코머는 사자가 죽는 것을 보았다그는 도망쳐 나온 빈 터에 혼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손에는 총알이 든 총을 아직 들고 있었다그를 뒤돌아보는 두 명의 흑인과 한 명의 백인... 그들의 눈에는 업신여기는경멸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날 밤용감하고 노련한 사냥꾼 윌슨에게 매력을 느낀 아내는 그와 바람을 피웁니다.

그를 눈치 챈 매코머는 분노와 질투에 휩쌓여 신음할 뿐입니다.

다음날물소사냥에 나선 세사람.

거기서 매코머는 사냥의 맛을 터득하여 진정한 용기와 자유를 획득하고 기쁨에 전율합니다.

윌슨도 비로소 이 아메리카 도회지의 샌님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좀 길지만 본문을 인용합니다.

 

<윌슨이 말했다. "훌륭한 솜씨입니다결국 세 마리 다 잡고 말았군요." 매코머는 마치 취한 것 같았다너무 기뻤다... "첫번째는 당신이 잡았고그게 제일 큰 놈이오나머지 두 마리도 당신이 잡는 것을 저는 도왔을 뿐입니다놈들이 수풀 속으로 들어가 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아무튼 당신이 잡은 겁니다나는 그저 손을 좀 빌려드린 셈이구요아주 정확한대단한 솜씨였소." "차로 돌아갑시다." 매코머는 말했다. "한 잔 마시고 싶군." 매코머가 말했다살아오면서 이렇게 기분 좋았던 적은 없었다차 안에는 매코머의 아내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앉아 있었다. "잘했어요여보." 그녀는 매코머에게 말했다. "매코머 씨한 잔 더 하시겠습니까?" "고맙소한 잔 더 하리다." 지난번 그 사자에게 느꼈던 그런 느낌이 되살아오지나 않을까... 그러나 그렇지는 않았다생전 처음으로 그는 공포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그런 기분이었다공포 대신 분명 무언가 가득 차오르는그런 사기충천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지금 당장 뒤쫓아가면 안될까요?" 매코머는 열심히 물었다윌슨은 살피는 듯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이것이야말로 정말 신기한 일 아닌가...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제는 그렇게 겁을 집어먹고 있더니오늘은 또 이렇게 용기 충천하다니... 매코머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걷잡을 수 없는 행복감이 복받쳐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이거야말로 진짜 사냥인 것 같소." 그는 말했다. "여태까지 이런 기분은 정말 처음이오마고트신나지 않소?" "난 이제 두 번 다시어떤 상대고 두렵지 않을 것 같소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매코머는 윌슨에게 말했다. "처음 물소를 보고 쫓아간 그 순간부터 뭔가 내게 변화가 일어났소마치 둑이 무너져 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아순수한 흥분이라고나 할까... 그런 기분이오." "그게 당신의 그 겁쟁이 담보를 깨끗이 씻어버린 모양입니다." 윌슨이 말했다. "인간에겐 여러 가지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법이지요." 매코머의 얼굴은 빛나고 있었다. "무슨 변화가 일어난 것 같아." 그는 말했다. "나는 이제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된 것 같소." 그의 아내는 아무 말없이 이상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래 계속-

 

***동우***  

2015.12.16 00:34

-위에서 받음-

 

그녀는 뒷자리 깊숙이 파묻혀 있고매코머는 앞으로 몸을 내밀고 몸을 비스듬히 뒤로 돌려 바라보는 윌슨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나는 한 번 더 그놈의 사자와 부딪혔으면 좋겠어." 매코머는 말했다. "이제 사자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아놈들이 뭘 어떻게 하겠어." "바로 그겁니다." 윌슨이 말했다. "기껏해야 죽이기 밖에 더하겠어요그 다음엔 뭘 하겠습니까세익스피어가 뭐라고 한 말이 있는데... 참 그럴싸한 말이 있지요뭐라고 그랬더라그래 정말 멋있는 말이었는데한때는 곧잘 인용도 하고 그랬는데가만 있자...'결코 걱정하지 않으리라사람이 죽은 것은 오직 한 번뿐죽음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될 대로 되라고 내버려 두자올해 죽는 놈이 내년에 또다시 죽을 리는 없으니까...' 정말 멋있는 말 아닙니까?" 그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삼고 있던 이 말을 하고 나서 속으로 몹시 당황스러웠다그러나 그는 전에도 사람이 갑자기 자기 나이 값을 하는 것을 보고는 했다그럴 때마다 그는 늘 깊은 감동을 받곤 했다어른이 된다는 것은스물 한 번째 생일 잔치를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인 것이다매코머에게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냥 때문이었다미처 이것저것 생각해볼 여유도 없이 갑자기 행동에 들어가야 하는 이 기묘한 행위... 사냥 때문에 이런 우연한 일이 생긴 것이다그러나 그 변화가 왜 일어났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것은 그런 변화가 틀림없이 일어났다는 점이다저 거지 같은 자식의 꼬락서니 좀 보라구... 윌슨은 생각했다저런 녀석들 중에는 오랫동안 계속 어린애처럼 행동하는 놈들도 있다잘못하면 죽을 때까지도 어린애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저 위대한 미국인어른의 가면을 쓴 어린애들 말이야... 정말 묘한 녀석들이지... 그러나 어쨌든 난 지금 이 매코머라는 작자가 마음에 드는 것 같단 말이야... 정말 이상한 친구야아마 이제 저 마누라도 더 이상 서방질을 하지는 못할 거야맞아그럴 거야그건 정말 좋은 일이지정말 좋은 일이야이 거지 같은 녀석은 평생 겁만 내면서 살아왔을 거라구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이제 그것도 끝난 것 같아물소 따위를 상대로 겁을 먹을 시간 여유가 없었던 거야... 또 화를 낼 시간도 없었고... 자동차 덕분일지도 몰라차가 있었기에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지금은 아주 기세 당당하군나는 전쟁터에서도 똑 같은 모습을 본 적이 있었지... 처녀성을 잃는 것보다 더 큰 변화인 셈이야마치 수술해서 제거한 것처럼 공포란 것이 사라져버리는 거지그리고 그 자리에 뭔가 다른 것이 자라나는 것이다하나의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어떤 것 말이다사람을 어른으로 만드는 것여자들도 이런 것을 알고 있다겁먹을 건더기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맨 구석 자리에서 마가레트 매코머는 두 사나이를 바라보고 있었다윌슨에게는 아무 변화도 없다그 전날그녀가 그의 위대한 재주가 어떤 것인지 처음 알아차렸을 때와 전혀 다름이 없다그러나 프랜시스 매코머에게는 지금 뭔가 변화가 엿보였다."지금부터 벌어질 일그 일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소?" 매코머는 새로 얻은 풍성함을 여전히 흐뭇하게 느끼고탐구하면서 윌슨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렇게 이야기할 줄은 몰랐습니다." 윌슨은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오히려 두려움으로 떨린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 아닐까요지금부터 소스라치게 놀랄 일이 얼마든지 생길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틀림없이 이 다음에 생길 일이 행복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우리들이 하는 얘기를 이해할 수 없으면 잠자코 있는 게 낫지 않겠소?" 매코머는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 무척 용감해졌군요그것도 느닷없이 말이에요." 그의 아내는 경멸하듯이 말했다그러나 그 경멸의 느낌은 뭔가 석연치 않았다뭔가 무척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매코머는 껄걸 웃었다그것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무척 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확실히 그런 느낌이야." 그는 말했다. "정말 그런 느낌이 들어." "너무 늦은 것 아닌가요?" 그녀는 입맛이 쓴 듯이 말했다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그녀는 과거 두 사람이 지낸 오랜 세월 동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왔던 것이다지금 그들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은 결코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너무 늦은 게 아니야." 매코머는 말했다.>

 

옆길로 한마디.

헤밍웨이는 사냥광이라지만나는 사냥이라는 도락이 영 못마땅합니다.

(사냥 대상)에 비하여 엄청나게 우월한 비대칭 전력으로 일방적으로 짐승을 공격하여 도살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만헤밍웨이의 저 문장을 읽어보면 내가 원초적 인간성에 미치는 사냥의 오의를 터득하지 못한 소이가 아닐런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그려.

 

그런데 종장의 저 아이러니는 무어란 말입니까?

윌슨은 과실을 가장한 남편살해라고 단정을 하지만남편을 구하기 위한 아내의 총탄에 맞아 죽고마는 프란시스 매코머...

 

<"차를 호수까지 보내 무전을 치도록 해야 합니다우리 셋을 나이로비에 실어가도록 비행기를 보내달라고 해야죠왜 독약을 쓰시지 그랬소영국에서는 그런 방법을 많이 쓴다고 하던데..." "그만그만그만 하라니까!" 여자는 울부짖었다윌슨은 파란 눈으로 그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나도 이제 속이 후련합니다." 윌슨이 말했다. "물론 화야 조금 났지만당신 남편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는데..." "제발 좀 그만둬요." 그녀는 말했다. "제발제발 그만둬요." "그러는 게 좋겠군." 윌슨은 말했다. "제발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훨씬 낫군그럼 나도 그만두기로 하죠.">

 

원시적 욕동에 의하여 진정한 자아를 회복한 매코머.

한시간 남짓이나 되었을까너무나 짧았습니다.

그의 행복한 생애는.

 

삶은 무겁지 않습니다.

무의미한 소모이며 앗득한 허허로움입니다.

 

 

 

 -독서 리뷰-

 

[[헤밍웨이]]

<인디언 부락> <하루의 기다림>

 

 

<인디언 부락>

-헤밍웨이 -

 

***동우***  

2016.01.04 04:33

헤밍웨이의 '인디언 부락' (Indian Camp)

그의 단편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 '닉 애덤스'의 소년시절 일화입니다.

 

자신의 몸으로부터 한 생명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 보내고자하는 산모의 악전고투.

재크 나이프로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고 낚싯줄로 봉합하여 성공적으로 제왕절개수술을 마친 의사의 자랑스러움.

그러나 침대 윗칸에는 부상으로 꼼짝 못하고 누운채 그 경과를 지켜보던중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목을 그어 자살하는 산모의 남편이 있었습니다.

 

<"왜 자살했을까요그 인디언 말이에요." "모르겠구나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지 (I don't know, Nick. He couldn't stand things, I guess.)">

 

인디언 남편은 무엇을 참을수 없었던 걸까요?

아내의 고통을혹은 저토록 고통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생명임에도 삶의 허무한 실존적 자각을 견디지 못함인지.

 

<"아버지죽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아니꽤 쉬운 일인 것 같구나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탄생이 가벼운 것인가요죽음이 가벼운 것인가요?

혹 그 반대로 태어남이나 돌아감이 모두 그토록이나 무거운 것인가요?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교차하는 그 과정을 지켜 본 소년.

소년에게는 둘 다 엄청나게 무거운 것쉽지 않은 것이었을겁니다.

소년은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짐합니다.

 

하드보일드.. 간결하고 명확하게 절제된 문체로 들려주는 짤막한 에피소드.

사건의 일부 외적 상황만을 묘사하여 내부에 감추인 묵직한 무언가를 안겨주는헤밍웨이의 이른바 '빙산이론',

거장(巨匠)이 이 소설로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삶의 비의.. 구상(具象)이 아니더라도 만져지는 바 없지 않습니다.

 

연휴 끝나 새해 첫 월요일입니다.

약동하는 일상좋은 출발을.

 

 

<하루의 기다림>

-헤밍웨이 -

 

***동우***  

2016.01.15 04:50

헤밍웨이의 '하루의 기다림' (A Day's Wait)

곧 죽을거라는 생각에 오롯이 사로잡힌채아홉살 짜리 소년은 다른 아무 것도 할수가 없습니다.

잠도 오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죽음을 기다릴 뿐입니다.

 

배후의 느낌은 무거운데 드러난 에피소드는 이리 간략합니다. (으흠헤밍웨이의 빙산이론..)

유행성 감기에 걸린 아들의사가 체온이 102도라고 하고 약을 처방해 주고 돌아갑니다.(화씨 102도가 섭씨로 하면 38도 쯤 되나요?)

아들은 곧 일어날 겁니다.

산책을 나가 사냥을 하는 아빠는 총으로 2마리 메추리를 잡고 5마리 새를 놓쳤습니다.

그러나 내일도 발견할 수 있는 메추리 떼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흡족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옵니다.

 

"네 체온은 괜찮다걱정 말아."하고 나는 말하였다.

"난 걱정 안해요." 아이가 말하였다.

"그렇지만 어쩐지 염려는 돼요."

"염려할 것 없어." 하고 나는 말하였다.

"마음을 편안히 먹으면 돼."

"난 마음을 편안히 먹고 있어."

아이는 이렇게 말하면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무슨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었다.

"이 약 물로 먹어라."

"아빠그걸 먹으면 낫나?"

"암 낫구 말구."

 

나는 앉아서<해적>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이는 역시 듣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읽기를 중단 하였다.

"아빠나 몇 시쯤에 죽을 것 같아?" 하고 아이가 물었다.

"뭐야?"

"앞으로 얼마나 더 살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냐?"

"아냐난 죽어의사가 그러는데 102도라잖아."

"102도에 누가 죽어바보같은 소리 마."

"난 다 알아프랑스인 학교에서 애들이 44도엔 죽는댔어난 지금 102도야."

 

화씨온도와 섭씨온도의 차이를 이해한 아들은 죽음의 압박감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다음날감기를 벗어난 아들은 소소한 일에도 쉽게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제 죽음의 중압감에서 벗어난 아이는 아홉살짜리 철부지로 돌아온 것입니다.

 

'메멘토 모리'가 배제된존재의 어리광이 느껴집니다.

존재의 의젓함은 죽음을 의식함에서 비롯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

 

그나저나 어린 아이들(열살 아래쯤의 아이들)은 언제 죽음을 인식할까요?

동화나 마법이나 신비함이 아닌 실재하는 죽음을 말입니다.

나의 기억속 임상을 더듬어보니(ㅎㅎ생각보다 의외로 이른 나이에 죽음의 실재를 인식하고 있는듯 느껴집니다.

가까운 사람이나 애완동물의 주검교육이나 경험이 없더라도..인간성에 집단무의식으로 깃들어 있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글쎄요.

 

그래도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서는 존재의 적멸이라는 공포보다 관계의 단절이 더 두려울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무엇보다 관계로 부터 버림받는다는..

 

몇번 말했지만나는 어린 아이들에게서 완벽하게 죽음을 단절시킨다는건 바람직하지 못한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장례식장에 한사코 어린아이들은 참례치 못하게 합니다..

죽음의 세계를 동화의 나라로 치환하여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려합니다.

하늘나라에 가셨어네가 착한 아이가 되면 돌아오실꺼야.. 운운하면서 죽음을 추상화시켜 버리는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땅에 묻히고 재가 되는 과정을 경험한 아이는 삶과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좀 다를것 같은데 말입니다.

 

옆길로생각나는 대목 하나.

미우라 아야코의 '빛은 여기에'에 나온다고 기억하는데열살도 안된 계집아이가 폐결핵으로 죽습니다.

죽기 전 날 밤 부모 형제에게 무릎 꿇고 공손히 절을 합니다. (자신이 임종할 시간을 예견하는 사람 흔치는 않습니다만)

"그동안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하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나는 저 계집아이의 다테마에()가 좀 징그럽습니다만.

이 얘기는 아베일족 독후감에서 그 느낌을 좀 자세히 다시 쓰렵니다. (숙제.. 남양군도 독후감 그리고 아베일족 독후감 마무리.)

 

자신의 임종시간의 예지.

고승(高僧)이 아니더라도그런 아름다운 죽음을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제 다시 들었습니다만 한 친구의 심상에 아름답게 담겨있는 어머니의 임종모습.

어느날 어머니가 말씀하시더랍니다.

"얘들아유월 초하루가 언제냐?"

"엄마떠날 날 받아놓았어요?"

"그래."

그리고 이틀 후유월 초하루 새벽.

"얘들아내가 죽었으니 아이고아이고곡을 하거라."

자식들은 어머니가 우스개 소리 하시는줄 알고, "아이고아이고-"하며 우는 시늉을 했답니다.

"얘야~(언니를 부르시며저기 저기 동산에 꽃들이 활짝 피었구나차암 경치가 좋다너도 함께 가자꾸나."

"엄마 혼자 가난 싫어~" 언니가 웃으며 말했답니다.

농담처럼 그러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나서 어머니는 살포시 잠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의자 팔걸이 위의 어머니 손이 아래로 툭 떨어지더랍니다.

 

그림같은 정경입니다.

으흠가는 이에게 한이 없어야 남겨진 이들에게 남겨질 아름다운 죽음이 될터인데.

살아 생전 적덕(積德)이 있어야.. 타고 난 지복(至福)이 있어야...

 

 

-헤밍웨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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