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현진건]]
<빈처> 사감과 러브레터> <술 권하는 사회>
<빈처(貧妻)>
-현진건 作-
***동우***
2013.09.26 05:12
현진건(1900~1943)이 1921년 발표한 자전적 단편 '貧妻'
솔직히 말하자. 남편짜리들아.
貧妻(가난에 쪼들리는 아내)는 지지리 못난 빈부(?貧夫)에서 비롯된 것.
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지어미로서 어찌 주위의 풍요한 물질주의가 부럽지 않겠으며 남편의 무능이 답답하지 않을손가.
그러나 짐짓 정신적가치를 지향하는 남편짜리, 그 가부장적 질서에 다소곳이 순종하는 저 <아름다운> 아내.
저런 여성상에 대한 <아름답다>는 내 말에 2013년의 내 마누라는 틀림없이 발끈할 것이다. <내 아내 뿐이랴 ㅎ>
허지만 누가 뭐래도 아름다운건 아름다운 것.
부부간 저 <소외없음>은 예나 지금이나 어여쁜 것이다. <저들의 방은 '타인의 방'이 아니다.. 아, 어제 세상을 떠난 작가 최인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고보니 현대작가 은희경도 '빈처'를 썼는데, 거기서도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은 애틋하였을 것이다.
고금(古今) 다름있으랴.
그 연민이야말로 한쌍의 남녀를 가시버시로서 한세상 살아내게 하는 힘이다.
그래, 여름의 흔적은 연민으로 남는 것들이다.
그것의 결핍, 나는 좀 슬프다...
***저녁산책***
2013.09.26 07:20
동우님! 이 소설 저 첫 구절 (그러니까 다섯번째 연까지)이 주는 함축미, 읽는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발상이 정말 대단하지요?
변변찮은 제 독서력에 오랜만에 읽은 소설을 다시 접하니 반갑습니다.ㅎ
마치 공부못하는 학생 ..ㅋ 간만에 아는 문제 나와 반간이 맞이하는 기분인양.
마지막 사중주. 상당히 디테일도 강한 영화였지요?
동우님의 리뷰 기대 되어요.
올려주신 이 글은 저녁에 다시 천천이 읽어보려합니다.
(오늘은 좀 바쁜일이..ㅜ) 좋은 하루 보내시길요~~
***동우***
2013.09.27 06:27
저녁산책님.
오늘 새벽, 댁의 정원에서 줄리어드 쿼르텟이 연주하는 베토벤을 두번 계속하여 들었습니다.
마지막 사중주.
근래 접한 가장 좋은 영화, 그리고 저녁산책님께 완전 동감합니다. 음악적 디테일에 있어서 내가 본 영화중 가장 치밀하였던 음악영화.
음악 들으면서 피터와 다니엘과 로버트와 줄리엣의 앙상블과 혹은 불협화음, 영화 이야기 지껄이려 하였는데.
아래 고향님 주문하신 은희경 '빈처'찾아 올리느라... 그리고 사회적 제도적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여성의 자아에 대한 생각을 더듬어보느라 다음으로 미룹니다.
그때 다시 저녁산책님 댁의 쿼르텟 14번 훔쳐 들으면서...
***저녁산책***
2013.09.30 10:44
동우님, 현진건의 '빈처'..과연 걸작입니다.
양산, 비단신..
요즘의 명품 백으로 치환해도 되겠지요?
물질에 현혹당하지 않고 조금은 무능하지만 꿈을 가진 남편의 옆을 지켜주는 아내의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하지만,요즘은 이런 여성 드물지요;;;;)
더불어 오늘은 웬지 아름다운 우리말에 끌려 읽었습니다.
'해쓱한 얼굴에 꽃물을 들이며..' 이 귀절에 한껏 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우님^^
***동우***
2013.10.01 06:22
내가 보지 못하는 현진건의 소설적 구성과 문장을 보시는 저녁산책님.
다시 들여다보니 정말 첫부분의 긴장감과 예쁜 우리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음악 듣듯 섬세한 감성으로 한편의 소설을 감상하는 저녁산책님.
저 아내, 참으로 조신하고 아름답지요?
좀 전에 이문열의 '선택'을 포스팅하였는데.
적어도 저녁산책님은 그 작품을 향하여 <반페미니즘>이라고 입에 거품물고 매도하시지는 않으실 분... ㅎ
***고향***
2013.09.26 14:52
은희경씨의 빈처도 읽을 수 있을까요.
동우님께 언제나 감사드리며...
***동우***
2013.09.27 06:39
고향님.
좀 전 은희경의 '빈처' 올렸습니다.
오늘 아침, 이문열의 '선택'도 다시 펼쳐 보았고,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의 텍스트 파일도 아까 업어 왔어요. (정리해서 곧 올리려 합니다.)
어머니들, 아내들, 딸들.
아, 다소 가부장적 분위기 짙은 환경에서 두 딸 키우는 내 딸...
그리고 항차 내 손주 비니미니의 삶...
관계적 입장과 상황 속의 여성적 자아... 여성성의 의식...
리딩북 읽어주시는 남성 제위께서도 함께 생각해 보아요. ㅎ
사감과 러브레터>
-현진건 作-
***동우***
2013.03.29 05:25
현진건(1900~1943)은 소품(小品)으로 이 소설을 쓴 건 아닐게다.
죽은깨투성이 얼굴..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훌렁 벗겨진 이마..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찌거나 틀어 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빗어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 똥만 하게 붙은..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같은..
딱장대같은 독신주의자 폼을 잡는 마흔줄 여인 B사감.
그러나 그녀는 처녀다.
처녀의 마음이란 봄이 노래하는 온갖 울긋불긋한 레토릭..
혀를 차려는가, B사감의 러브레터.ㅎ
'에그 불쌍해!'하고 눈물 씻는 세째처녀 마음이 곱구나.
***teapot***
2013.03.29 07:16
그 시절 마흔하고 지금의 마흔은 천지 차이인가 봐요?
우리 딸레미도 내일 모래 글피면 사십인데요(정확히 34살)
암튼 그래도 사감선생의 짝은 어디엔가 있을텐데~
세째 처녀와 같은 마음입니다!
***동우***
2013.03.30 05:04
티팟님.
낼 모레 글피, 서른넷 따님을 사십이라니.
따님 들으면 어머니께 얼마나 눈 흘기실까.
내 딸이야말로 올 사십이랍니다. ㅎ
사감>과 <러브레터>는 흑백의 컨트라스트.
그 대비감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작가는 마흔짜리 B사감의 모습을 더욱 추하게 그렸겠지요. ㅎ
저 시절이라고 早老가 더 심했겠어요? (아니, 생각해보니 적어도 지금보다는 조로현상이 뚜렷했을듯.. 수명현상을 비교해 보아도..ㅎㅎ)
<술 권하는 사회>
-현진건 作-
***동우***
2014.02.16 04:54
일제하의 조선사회... 지식인... 절망... 무기력... 부패... 자기실현의 좌절... 고뇌... 자조...
이 소설의 코드가 그런데 있다 하는데, 그러나 나는 달은 아니보고 손가락을 보련다.
피상적 괴로움, 도피주의..
저 남편에게서 나는 채만식의 '치숙(痴叔)'을 본다. (내일 채만식의 '치숙' 포스팅할께요)
그리고 저 아내에게서는 조선여인의 아름다운 슬픔을 본다. (패미니스트 혀를 차는 소리.ㅎㅎ)
으흠, 이건 분명히 말할수 있겠다.
내게 술을 권하는 건 사회가 아니다.
보들레르의 암시, 어디선가 들려오는 시계의 초침소리......
내게 술을 권하는 건 나를 짓누르고 있는, 내게 허여(許與)된 나의 시간이다.
++++
<취하라>
-보들레르-
항상 취하라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
시간의 끔찍한 중압이 네 어깨를 짓누르면서
너를 이 지상으로 궤멸시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끊임없이 취하라.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술로, 시로, 사랑으로, 구름으로, 덕으로,
네가 원하는 어떤 것으로든 좋다.
다만 끊임없이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물 위에서나
당신만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줄 것이다.
취하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으라.
술이건, 시이건, 미덕이건 당신 뜻대로
++++
-독서 리뷰-
[[현진건]]
<불> <할머니의 죽음> <고향> <동정> <사립 정신병원장>
<불>
-현진건 作-
***동우***
2014.06.27 03:43
[땅은 흠씬 젖은 물을 끓는 햇발에 바래이고 논두렁에 엉클어진 잡풀들은 사람의 발이 함부로 밟음에 맡기며, 발이 지나가기를 기다려 고개를 쳐들고 부신 햇발에 푸른 웃음을 올리고 있다. 거기는 굳세게, 힘있게 사는 생명의 기쁨이 있고 더욱더욱, 삶을 충실히 하려는 든든한 노력이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건강이 넘치는 천지였다. 불건강한 물건의 존재를 허락치 않는 천지였다.]
자연은 찬란하고 생명은 건강합니다.
그러나 새색시 순이는 몹시 불건강합니다.
그녀는 아직 여자로 여물지 못한 열다섯짜리입니다.
초조(初潮)나마 찾아왔을까요. (성교육은 커녕 性에 대한 풍설도 접하지 못하였을 한세기 전의 열다섯, 요즘 열다섯과는....)
남편과의 섹스, 그것은 공포입니다.
이른바 신방(新房)은 '원수의 방'입니다.
이를테면 그로 인하여 순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순이는 불을 지릅니다.
[풍세를 얻은 불길이 삽시간에 온 지붕에 번지며 훨훨 타오를 제 뒷집 담모서리에서 순이는 근래에 없이 환한 얼굴로 기뻐 못 견디겠다는 듯이 가슴을 두근거리며 모로 뛰고 세로 뛰었다.]
나는 역사 속 삶의 자리를 대체로 긍정하는 사람입니다만, 前시대 자연을 거스리는 저 야만(早婚)의 몽매함은 끔찍합니다.
쯧쯧, 저 어린것을.
***eunbee***
2014.06.28 06:43
이 소설은 아주 오래전에 영화로 보았던 기억이..
소설을 읽고나니 영화가 떠올라요.
내 기억이 맞다면.ㅎ
***동우***
2014.06.29 05:15
은비님의 총기, 은비님의 기억 맞구 말구요,
말씀 듣고보니 나도 이 주제의 영화 보았던가, 어렴풋한 기억...
방금 검색해 보았어요.
현진건 불 영화 조혼...의 검색어로.
1978년 개봉, 홍파 감독, 순이 역에 임예진, 남편 역에 이대근 시어머니 역에 한은진.
포스터 문구.
빙허 현진건의 향토색 그윽한 문예작! 사춘기를 넘어서 임예진 최초의 성숙한 면모! <순이역, 성숙하지 않은 면모라야 맞는 캐릭터가 아닐런지.>
파리로부터의 감응인지 부산의 나도 컨디션 바닥을 헤맨다우.
무쇠같은 건강의 은비님이시지만, 우리 연배는 때로 아프기도 해주어야. ㅎ
<할머니의 죽음>
-현진건 作-
***동우***
2014.11.10 04:54
'현진건'의 단편소설 '할머니의 죽음'
죽음을 맞는 할머니와 초상(初喪)을 치르게 되는 어떤 대가족 집안의 모습.
여러 층위의 가족들, 슬픔의 심리도 있고 요식적이고 상투적인 생각들도 있고 때로 노정되는 갈등도 있고...
예나 지금이나 흔한 풍경들.
참, 사실적입니다.
<고향>
-현진건 作-
***동우***
2014.12.12 04:15
현진건의 '고향'
이 단편소설의 원래 제목은 '조선의 얼굴'이었다고 합니다.
<입은 소태나 먹은 것처럼 왼편으로 삐뚤어지게 찢어 올라가고, 죄던 눈엔 눈물이 괸 듯 삼십 세밖에 안되어 보이는 그 얼굴이 10년 가량은 늙어진 듯하였다.>
저 얼굴이 일제의 식민지 수탈에 의하여 피폐해진 농촌의 얼굴이고 당시 조선의 얼굴이기도 하였겠지요.
<그것은 마치 짐승을 놀리는 요술장이가 구경꾼을 바라볼 때처럼 훌륭한 재주를 갈채해 달라는 웃음이었다.>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지배한다'는 마르크스의 명제.
일제시대 뿐이리까, 역사를 관통하여 유효한 명제입니다.
<그때 나는 그의 얼굴이 웃기보다 찡그리기에 가장 적당한 얼굴임을 발견하였다. 군데군데 찢어진 겅성드뭇한 눈썹이 올올이 일어서며, 아래로 축 처지는 서슬에 양미간에는 여러 가닥 주름이 잡히고, 광대뼈 위로 뺨살이 실룩실룩 보이자 두 볼은 쪽 빨아든다.>
나는 다른 명제를 제시해 봅니다.
'의식은 신체화 된다'는.
해놓고 보니 사뭇 그럴듯한 말이니다그려. ㅎ
***서길수***
2014.12.12 05:24
수탈을 당하던 일제 때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렇게 수탈을 당하게 만든 위정자들 이제는 종북 세력들이 나라를 위하는 일은 안하고 나라를 좀먹고있으니 참으로 큰일이지요
***동우***
2014.12.13 05:32
한반도 서남단의 아름다운 섬 가거도.
서길수님의 사랑하시고 자랑하심 가끔 뵙고 있습니다.
나 역시 이 나라의 서로 단절된 양극화, 늘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만.
소통과 이해...
우리의 후세대, 고루함과 아집에 찌들지 않은 우리 젊은이들 있으니 낙관하기로 합시다그려.,
이렇게 상면하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서길수님.
<동정>
-현진건 作-
***동우***
2015.01.19 04:49
현진건의 ‘동정’
저런 경우, 작금 세상이라면 同情이란 어림없을 것이다.
민법을 좀 공부하였으니 법을 따지랴.
저건 쌍무계약상의 문제이다,
일방의 채무가 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인하여 이행불능이 된 저 경우, 인력거 삯을 지불할 의무는 당근 없을뿐더러 치료비를 빙자하여 손해배상까지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내가 루루 털고 일어나자 차부도 루루 털고 일어났다.
“어디 다친 데나 없어요?”
“어디 다친 데나 없나?”
이런 인사가 서로 끝나자 우리의 눈은 인력거로 모였다. 채가 부서지고 흙받기가 깨졌으며 바퀴도 여러 군데 상한 모양이었다.
“이런, 젠강맞을 일 봐!”
간신히 엎어진 차체를 세운 후, 상한 곳을 어루만지며 차부는 어이없이 중얼거렸다. 그 눈에는 눈물의 그림자가 어른어른하였다.
나도 한동안 우두커니 거기 서 있었다. 아무리 제 과실이라 할지라도 내가 그 원인의 일부임을 생각하매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다.
“얼마 줄까?”
이윽고 나는 물었다.
“처분해 주십시오. 저는 이 섣달 대목에 10여 원의 손해입니다.”
차부는 부서진 차체로부터 눈을·떼지 않으며 대답하였다.
“아까 내리우랄 제 내려 주었으면 좋았지.”
나는 꾸짖는 듯이 불쑥 한마디하고 돈 1원 을 준 채 홱 돌아섰다. 삯 투정을 할까 보아 나는 뒤도 아니 돌아보고, 될 수 있는 대로 걸음을 재게 걸었다. 그러나 몇 걸음을 옮기지 않아 말할 수 없는 읍울(悒鬱)이 나의 덜미를 집었다. 그것은 나 자신의 해부에서 오는 읍울이었다.
돈 줄 때 불쑥 나온 나의 한마디, 그 속에는 차부에게 전 책임을 돌림으로써, 나의 동정에 저버림을 질책함으로써 인력거 삯을 더 못 달라게 하려는 의식이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었다.
자선을 받으면 이익을 잃을까 보아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을 무릅쓴 끝에 막대한 손해를 보았건만, ‘내리우라’한 말 한마디를 끝끝내 방패삼아 도덕적으로 차삯을 더 달랄 수 없게 만든 나의 태도(의식적이든 무의식적 이든)에 침이라도 뱉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매 나의 가슴은 더욱더욱 읍울에 잠기었다.>
++++
읍울(悒鬱),
어휘 하나 배웠다,
찾아보니 <(사람이)걱정스러워 마음이 답답하다.>는 뜻.
여간내기 아니고서는 저자거리 호구되기 십상인 요즘 세상살이.
교활해 빠진 꼬라지의 자의식으로 저처럼 자신에게 읍울(悒鬱)할 사람 있을까.
계약상 권리의무를 따지고, 존속(存續)상 견련관계를 따져서 승차료 1원은 커녕 오히려 멀쩡한 치료비에다 세탁비서껀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그나마...
작금 세상이 정녕 읍울(悒鬱)하도다.
***송명숙***
2015.01.24 05:17
동정
어렵게 시간을 지나온 저로서는 씁씁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없는자의 그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그래도 의무라고 미끄러운 길을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저 모습이 어리석지만 저에 마음과 일치합니다
찬바람 부는 겨울 날 그저 씁쓸함을 그리고 나같으면 그 자리에서 십원을.
ㅎ ㅎ 감정이 풍부한 저는 코끝이 시큰합니다
가슴 저림도 느끼구요
주일 새벽 잠이 일찍 깨어 한자 적어봅니다
부산에 금정산이 참 걷기에 편하고 산책하기 좋더라구요
거기로 산보라도 가면 좋을만큼 날씨가 포근합니다
동우님, 좋은 하루 되세요
***동우***
2015.01.25 04:42
송명숙님.
동정심을 나타내는데 있어서 사람마다 어려움이 있지 싶습니다.
저런 알량한 자기합리화의 자의식이 있는가하면, 상대방의 자존심까지도 헤아려가면서 하는 조심스러운 접근...
그나저나 송명숙님은 가히 산꾼이로세. ㅎ
금정산 까지 섭렵하시고.
한라산만큼은 아니지만 부산의 종산인 금정산의 산오름 코스는 굉장히 다양하지요.
부산 사람들, 정말 금정산을 사랑한답니다.
***eunbee***
2015.01.21 19:59
집에 돌아와 동우님께 메시지 드리고,
샤워를 마친다음 <피나 바우쉬>를 펴서 궁금한 마음으로 주루룩 훑어보고는
우선 배가 고파서, 냉장고에 쟁여둔 '치즈말이'어묵을 덥혔어요.
사케 한잔 곁들여 동우님 올려주신 소설들 이것저것 찾아 읽습니다.
<사립 정신병원장>
-현진건 作-
***동우***
2015.03.04 04:41
현진건의 '사립정신병원장' (1926년 발표)
현진건 소설의 화자(話者)는 흔히 '나'라는 일인칭이지요.
그래서 '리얼리스트'로서의 작가적 면모가 더 드러나는듯 합니다.
정신적 파멸을 초래하는 물질의 빈곤.
비극적 아이러니, '사립정신병원장'이 도리어 정신발작을 일으켜 정신병자를 살해하고 맙니다.
1920년대의 빈곤, 일제의 수탈로 인한 조선백성 대부분의 절대적 궁핍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내게는 저 W군의 의식 속에서 극심한 상대적 궁박이 읽힙니다.
(은행원으로 취직할 정도라면) 인텔리로서의 상당한 자존감도 있었을터인데, 요릿집 파흥후 술상 찌끄레기 안주거리를 챙기는...
그 자기모멸감 속에는 자학적 심리가 내재되어 있었을겁니다.
아무리 낙천가然해도 말입니다.
그런데 (벗의) 궁핍이고 무어고 아랑곳없이 어울려 흥청망정 띵가당거리며 돌아가는 저 기생집(요리집)은 무어란 말입니까?
그 시절의 지식인, 풍조적 허세와 이중성이 엿보입니다그려.
***설레임***
2015.03.07 06:27
현진건의 사회풍자적 소설.
사립 정신 병원장이라...
겉 모습. 속마음의 빈 껍질같은 공허함
양반의 최후 발악일까요, 주인공 나도 정신병에 가까워집니다.
궁핍이 만든 자격지심은 드디어 대 폭발하고 그것이 가장 가까운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까지 미치다니..
내게 흔들림이 이렇게 크게 다가오니 중심 똑바로 보고 휘청 거리지 말고 잘 살아내야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어울려 낄낄대지 말며 ㅎ 이 재미도 잆으면 무슨 낙이 있을리요. 낄낄낄낄 수다도 한 재미 카타르시스가 되기는 합니다만.
***동우***
2015.03.07 08:50
옳습니다.
자격지심에서 우러나오는 자기파멸적 혼돈.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지배한다'는 마르크스의 명제가 있지요.
그런데 저 W군의 플로레타리아적 현실과 브르주아적 의식의 괴리..
그 또한 문제가 아니었던가 생각해 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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