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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6권 (14)

카지모도 2023. 3.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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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에 여러 두령과 서림이가 오가의 집 사랑에 모여서 꺽정이를 술대접하

였는데 술 사이에 운달산 박연중이 소굴 빼앗긴 이야기가 나서 꺽정이가 듣고

옆에 앉은 오가를 돌아보며 “연중이가 잡히지나 않았답디까?”하고 물으니 오

가는 “박연중이가 왜 시라소니요, 잡히게.”하고 대답하였다. 서림이가 오가의

대답을 받아서 “박연중이가 시라소니는 아니라두 두꺼비는 틀림없지요.”하고

웃고 여러 사람이 두꺼비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서림이가 다시 “

두꺼비라 돌에 치었지요.”하고 웃어서 여러 사람이 다같이 웃었다. “여기는 정

작 아무 뒤탈이 없었지?”하고 꺽정이가 물으니 “곱게 먹구 새겼지. 탈이 무슨

탈이오. 금교역말 술집 주인이 매맞은 것이나 탈이라구 할까.”하고 오가가 꺽정

이의 말을 대답한 뒤 곧 이어서 “속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술집 주인이 무슨

나타난 죄야 있소. 강음읍에 잡혀가 갇힌 것을 우리가 친분 있는 강음 이방에게

한두번 부탁했더니 십여 일 만에 우물쭈물해서 내보냅디다. 어물전 젊은 주인이

우리 심부름한 것은 그 아비두 까맣게 모른다우. 대체 다른 사람의 꾀는 구석이

비는 데가 많지만 서장사의 꾀는 물 부어 샐 틈이 없습디다. 서장사는 지금 우

리 보배요.”하고 늘어놓는데 서림이의 칭찬을 곽오주가 못마땅하게 여겨서 “

어서 술들이나 먹읍시다.”하고 술그릇을 부리나케 들었다.

밤이 늦도록 술을 먹고 이튿날 식전 해정한 뒤에 꺽정이가 떠나려고 하는 것

을 여러 사람이 하루만 더 묵어가라고 굳이 붙들어서 마침내 떠나지 못하고 낮

에 여러 사람들과 같이 도회청 마루에서 술을 먹는 중에 작은 두목 하나가 들어

와서 “일전에 왔다 가신 손님이 또 오셨습니다.”하고 고하며 뒤미처 곧 천왕

동이가 바쁜 걸음으로 들어왔다. 천왕동이는 여러 사람이 맞아올릴 사이도 없이

대청 위로 올라오고 꺽정이가 말을 물을 사이도 없이 말하기 시작하였다. “형

님 큰일났소. 형님 이웃의 최가란 놈이 형님 집에 평양 진상 봉물이 있다구 양

주 관가에 고발해서 관속들이 나와서 집뒤짐을 해가구 집안 식구를 깡그리 잡아

갔다우. 지금 우리 누님, 애기 어머니, 백손이, 팔삭동이 넷은 옥에 갇혀 있구 백

손이 할아버지, 애기 둘만 놓여나와 집에 있는데 백손이 할아버지가......”하고

천왕동이가 잠깐 우물거리니 꺽정이가 “무어야?”하고 소리를 질렀다. “병이

더쳐서 다 돌아가게 되었다우.” 꺽정이가 곧 좌중을 향하여 “나는 가우.”하고

일어서니 여러 두령은 어안이 벙벙하여 말들을 못하는데 서림이가 꺽정이를 보

고 “잠깐만 기다리시우.”말하고 곧 천왕동이를 보고 “대체 양주 소식을 봉산

서 어떻게 들으셨소?”하고 물었다. “형님 집에 있는 사람이 형님을 찾아서 내

게를 왔습디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소?” “어제 밤중에 내게 와

서 오늘 새벽에 같이 떠났는데 내가 먼저 왔소.” 서림이가 다시 꺽정이를 보고

“아무리 급하시더라두 그 사람이 오거든 자세한 이야기나 듣구서 떠나시는 것

이 좋겠소.”하고 말하니 꺽정이의 대답이 나오기 전에 천왕동이가 “나는 허허

실수루 여기를 들렀지만 그 사람이야 이리 들어올 리 있소.”하고 말하였다. “

오는 길목에 사람만 내보내 두면 될 테니까 그것은 어려울 것 없지요.” “그

사람이 오면 무슨 별소리 있을 줄 아우?” “별소리야 없겠지요. 그렇지만 그

사람이 오면 좀 자세한 이야기두 들을 수 있구 또 그 동안 사람을 양주 보내서

관가 동정을 탐지한 뒤에 이것저것 다 생각해 보구 가야지 낭패가 없지. 지금

그대루 더뻑 가는 것은 섶 지구 불에 뛰어드는 셈이오. 잘못하면 양주 가지두

못하구 포교나 장교 손에 잡힐는지 누가 아우.”

서림이의 말이 근리하여 천왕동이가 꺽정이를 돌아보며 “형님, 그렇게 하는

게 좋을까 보우.”말하고 곧 여러 두령들이 우 하고 나서서 서림의 말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니 꺽정이는 고개를 외치며 “안 되어. 안 되어.”하고 부적부

적 밖으로 나갔다. 여러 사람들이 다 꺽정이의 뒤를 따라나오는 중에 박유복이

가 천왕동이더러 “자네 양주까지 갈 텐가?”하고 물으니 천왕동이는 “그럼,

가구말구.”하고 대답하였다. “나두 같이 가겠네.” “같이 가는 데 부질없소.

고만두우.” “형님이 어떻게 될는지 모르는데 내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나.

” 꺽정이가 뒤를 돌아보며 “유복이가 나하구 같이 가겠단 말이냐? 당치 않은

소리 하지 마라. 천왕동이두 여기서 도루 봉산으루 가거라.”하고 말하니 천왕동

이가 성을 빨끈 내며 “우리 누님이 옥에 갇혀서 죽을지 살지 모르는데 날더러

봉산으루 도루 가란 말이오? 새벽에 떠날 때 장인 장모 모두 대들어서 가지 말

라구 붙들기에 대판 쌈질을 하구 봉산은 아주 하직한다구까지 하구 왔소. 형님

이 나하구 같이 안 간다면 나 혼자 먼저 가겠소.”하고 휘적휘적 앞으로 나갔다.

“이애 가만 있거라. 같이 가자.” 꺽정이가 천왕동이를 혼자 가지 못하게 붙든

뒤에 박유복이를 보고 “너만은 고만둬라.”하고 이르니 유복이는 고개를 숙이

고 대답이 없었다. 서림이가 앞으로 나와서 먼저 박유복이를 보고 “양주를 가

시더래두 좀 봐가며 가시우.”말하고 그 다음에 꺽정이를 보고 “물건 출처를

대게 될 경우에는 평양서 내가 보냈다구 하시오. 그러면 얼마 동안 날짜를 끌

수 있을 게요.”하고 말한즉 꺽정이는 그저 들을 만할 뿐이었다. 서림이의 말이

끝난 뒤에 꺽정이가 여러 사람의 인사도 변변히 받지 않고 총총히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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