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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6권 (35)

카지모도 2023. 4. 23.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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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중은 나이 어린 사미 때부터 대사의 상좌로 대사를 뫼시고 지낸 사람이

라 대사 생전에 한두 번씩 왔다간 봉학이와 유복이와도 면분이 있거니와, 자주

오고 또 와서 한참씩 오래 묵은 꺽정이와는 특별히 교분이 있었다. 젊은 중이

세 사람과 정답게 수작하는 중에 꺽정이를 보고 “그 동안 양주를 떠나셨지요?

” 하고 물으니 꺽정이가 “그건 어떻게 알았소?” 하고 되물었다. “아무리 절

간 구석에서 세상 소문을 모르구 지내기로니 온세상이 다 아는 소문이야 설마

못 듣겠소.” “내 집 이사한 것이 무에 그리 굉장해서 온세상이 다 알두룩 소

문이 났단 말이오.” “여보 고만두시우. 기일 사람이 다 따루 있지 나를 기일

까닭이 무어 있소. 봉물 뺏구 옥 깨구 큰 야단낸 것을 이야기 안하셔두 다들어

서 아우." "선생님 생전에 내 일에 대해서 혹 무슨 말씀을 하십디까?" "이삼 삭

전에 허담 스님이 속리서 나오실 때 소문을 듣구 오셨는데 허담 스님이 우리 스

님을 뵈입구 밑두끝두없이 아무개가 도적놈이 됐답니다 하구 말씀하니까, 우리

스님은 미리 아시구 기셔서 놀래시지두 않구 저 갈 길루 갔네 하구 말씀하십디

다." "그 뒤엔 다른 말씀이 없으셨소?" "그때 마침 내가 스님의 심부름으루 밖에

나간 까닭에 뒤에 무슨 말씀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나는 모르우." "허담 스님은

지금 어디 있소?" "금강산에 들어가셨소." "선생님이 돌아기시기 전에 금강산을

갔소?" "아니오. 허담 스님이 떠나시려구 하는 것을 우리 스님께서 조금 더 있다

가 내 일을 보아 주구 가라구 붙드셔서 못 떠나시구 기시다가 마침내 스님 다비

가 끝나는 것까지 보구 떠나셨소. 다비가 무어냐구요? 다비란 것은 우리 불가의

말인데 화장이란 말과 같소. 처음 스님께서 허담 스님을 붙드실 때 허담 스님이

나 우리는 무슨 일을 보구 가라시는지 몰랐더니 당신의 신후사를 보구가란 말씀

입디다그려." 유복이가 젊은 중의 말 뒤를 받아서 "우리 선생님은 점이 용하셨으

니까 자기가 언제 돌아갈 것을 미리 아셨겠지요." 하고 말하니 젊은 중이 유복이

의 말을 부족하게 여겨서 "육신보살이 그까짓 점을 쳐가지구 앞일을 아셨겠소.

가만히 앉아서 한번 둘러보시기만 하면 세상만사를 다 아셨지. 세상만사는 오히

려 여차요, 눈 한번 위루 뜨시면 천상일을 환히 아시구 눈 한번 아래루 뜨시면

지하일을 환히 아셨소. 아시면서두 말씀을 잘 안 하시는 까닭에 아시는 걸 남들

이 모를 뿐이었소. 스님 불상을 뫼신 뒤에 보시오만 당장 영검이 다른 부처님과

다르리다."

스승의 도덕을 굉장히 칭송하여 말하였다. 밖에서 아침밥상을 들여보내 주어

서 젊은 중이 일어나서 상 놓을 자리를 치우는데 봉학이가 "우리가 조반을 먹구

왔소." 하고 말하니 "조반 요기를 하셨더래두 아침들은 자셔야지요." 하고 젊은

중은 일변 봉학이 말을 대답하며 일변 가져온 밥상을 받아들였다. 아침밥들을

먹기 시작하여 거의 다 먹어갈 때 숙랭을 가지고 온 조그만 사미중이 세 사람을

보고 "어떤 양반 한 분이 밖에 와서 생불 스님 제자 되는 이가 여기왔느냐구 묻

습디다." 하고 말하니 꺽정이가 봉학이와 유복이를 돌아보며 "우리가 여기 온 줄

알 사람이 누구까? 괴상한 일이다." 말하고 나서 젊은 중더러 "어디서 온 사람인

가 좀 나가서 물어봐 주우." 하고 청하였다.

젊은 중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 옳게 의관한 사람 하나를 데리고 들어오

는데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곧 황천왕동이었다. 세 사람이 천왕동이 온

것을 보고 다들 놀라서 "웬일이냐?" "어째 왔나?" "무슨 연고가 있나?" 하고 줄

달아 물었다. 천황동이가 상글상글 웃으면서 "그저 왔소." 하고 간단한 말로 대

답하니 세 사람 중의 꺽정이가 증을 내며 "그저 오다니 무슨 소리냐?" 하고 꾸

짖었다. "혼자 있으려니 첫째 갑갑해서 어디 견디겠습디까." "갑갑하다구 뛰어나

올래서야 뒤를 맡겨놓구 온 보람이 무어냐?" "아무 일두 없는데 가만히 앉아 있

느니 여기 와서 한몫 보는 게 좋지 않소." "너 없는 동안에 혹시 무슨 일이 나면

누가 기별할 테냐?" "아무 일두 없을 테니 염려 마시우. 그러구 정히 궁금하면

내가 며칠에 한번씩 갔다오리다." "올 때 여기 온다구 말이나 하구 왔느냐?" "그

럼 말 안 하구 왔을까 봐 그러시우? 오두령두 여기 일이 궁금해서 가보라구 말

합디다." 꺽정이는 쓴입맛을 다시는데 봉학이가 천황동이를 보고 "여기 사람이

부족해서 걱정 중인데 잘 왔네." 하고 말한 뒤에 "어제 떠났나, 오늘 새벽 떠났

나?" 하고 물으니 "오늘 새벽에 떠나서 이만때 여기를 대어오는 수가 무어요?

날러두 못 오겠소." 하고 천왕동이는 웃었다. "어제 떠난 겔세그려. 그럼 어젯밤

에 어디서 잤나?" "어제 여기까지 오기는 넉넉한 것을 혹시들 안성읍에 있나 하

구 슬슬 돌아다니다가 캄캄해져서 할 수 없이 잤소." "오늘 오기를 잘했네. 우리

두 오늘 식전에 왔네." "여기 와 물어봐서 아니들 왔다면 며칠이든지 여기서 묵

을 작정하구 왔소." "안성읍에서 불출이를 못 만났나?" "불출이가 안성읍에 있

소? 못 만났소." "어물전엔 안 들어가 보았나?" "양반 행세가 깎일까 봐서 전방

같은 데는 안 들어갔소." "별 기급할 소리를 다 듣겠네. 또 신서방 노릇을 했네

그려." "배고파 말하기 싫소." "잔 데는 아침두 못 얻어먹었나?" "아침을 설치구

왔더니 참말루 시장하우."

천왕동이가 전에 꺽정이와 애기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대사 생전에 누차 왔다

간 까닭에 젊은 중과 구면이라 스스럼없이 "나 밥 좀 줄라우?" 하고 말하니 젊

은 중은 선뜻 "남은 밥이 없으면 새루 지어서라두 드리지요." 하고 대답한 뒤 사

미중에게 말을 일러서 내보내더니 얼마 아니 있다가 밥상이 들어왔다. 천왕동

이 오는 통에 먹을 밥을 다 먹지 못하였던 유복이가 밀어놓은 밥상에서 먹던 밥

그릇을 옮겨다 놓고 천왕동이와 같이 먹었다.

밥상을 치운 뒤에 꺽정이가 젊은 중더러 "선생님 불상이 어느 날쯤 될까? 우

리가 아주 알구 갔으면 좋겠으니 일할 사람을 불러서 물어봅시다." 하고 말하여

젊은 중이 나가서 불상 장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젊은 중이 꺽정이부터 쭉 돌아

가리키며 "지금 말씀한 시주님네요." 하고 인사를 붙여서 불상 파는 사람이 돌려

가며 인사를 다한 뒤 다시 상좌에 앉은 꺽정이를 보고 "불상은 돌루 하시렵니

까? 돌루 하시다면 졸일이 나무일버덤 더딜 뿐 아니라 우선 석재를 구해야 할

테니 사십구일재 전에 될 수 없구요, 나무루 하신다면 넉넉히 될 수 있지요. 내

가 일전에 보니까 이 절 법당 뒤에 펐으면 훌륭할 나무가 한 토막 있습디다." 하고

말하였다. 불상 장인의 말을 꺽정이가 미처 대답하기 전에 젊은 중이 무릎을 치

며 "스님께서 불상 뫼실 것을 미리 아셨구려." 하고 말한 뒤 "법당 뒤 처마 밑에

있는 나무토막이 작년 이른 봄 뒷산 벌목할 때 난 것인데 그때 스님께서 보시구

나무가 좋다구 집어두라구 하신 것이오." 하고 이야기하였다. 꺽정이가 불상 파

는 사람을 보고 "두말할 것 없이 그 나무루 팝시다." 말하고 "나무루 파면 며칠

이나 걸리겠소?" 하고 물으니 "나무일두 하기에 달렸지만 대개 열흘이면 넉넉하

지요."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일이 아주 속히 하면 며칠에 다할 수 있소?" "요

새 해가 기니까 하루 겉목 치구 하루 면상 파구 그 나머지를 하루에 다하면 사

흘에두 손뗄 수 있지요." "그렇게 속히 하면 일이 거칠지 않겠소?" "일이 속하다

구 반드시 거친 것은 아니오. 일에 신이 날 때는 속하게 해서 되려 잘되는 수두

있습디다. 내가 재작년 여름에 양주 회암사 부처님 한 분을 이틀에 팠는데 파놓

구 보니 끌자국이 재법 생동하는 맛이 있어서 나루서두 놀랐소이다." "그럼 이번

에두 이틀에 파보시우." "어찌하다가 그렇게 속하구두 잘되는 수가 있단 말씀이

지. 지금 이틀에 파겠다구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흘에는 장담하겠소?" "놀

지 않구 부지런히 하면 사흘에는 되겠지요." "기한은 사흘루 정하구 수공은 얼마

나 주리까?" "나중에 처분들 해서 주시지요." "우리는 일속을 모르는 사람이니

아주 얼마라구 말하우." "불상 파는 수공은 불상 개수루 셈하구 날짜루 셈하지

않습니다. 외려 날짜가 촉박하면 수공이 더합니다." "글쎄, 얼마든지 맘에 차두룩

말하구려." "쌀루 주시렵니까, 겉곡식으루 주시렵니까?" "무명으루 셈하면 어떻겠

소?" "무명은 더 좋지요." "무명 몇 필 주리까?" "반 동은 주셔야겠는데요." "달

라는 대루 다 줄 테니 기한 어기지 말구 일이나 잘 해노시우. 우리가 와봐서 일

이 잘됐으면 그 위에 상급으루 얼마 더 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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