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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6권 (40)

카지모도 2023. 4. 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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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들을 먹은 뒤에 꺽정이가 여러 두령들을 보구 잠깐 칠장사를 갔다

온다고 말하니 봉학이가 꺽정이더러 ”형님, 이왕 갈 바엔 나하구 같이 갑시다.

“말하고 나섰다. ”나 혼자 잠깐 갔다옴세.“ ”같이 가서 안패될 일은 없지 않소.“

”낭패될 일이야 없지.“ ”그럼 같이 갑시다. 선생님 불상을 이번에 못 뵈이면

언제 다시 와서 뵈입겠소.“ ”같이 가세.“ 봉학이에게 동행을 허락하는 말이 꺽정이

입에서 떨어지자 ”형님, 나두 선생님 불상을 뵈이러 가겠소.“하고 박유복이가

나서니 꺽정이는 두말 않고 ”그래라.“하고 마저 허락하였다. 세 사람이 동행하기로

되었을 때 배돌석이가 ”여럿이 같이 가면 어떻겠소?“ 하고 꺽정이를 보고 묻는데, 서

림이가 꺽정이의 앞으로 나서서 대답할 말을 뚱겨나 주는 듯이 ”여렷이 두 갈

건 없지요.“ 하고 말하였다. 돌석이가 서림이를 돌아보며 ”서넛이 가나 여닐곱

이 가나 마찬가지지, 여닐굽이 간다구 난장판을 벌리겠소.“하고 성을 내서 말하

니 서림이는 약한 말소리로 ”내 생각엔 여럿이 함께 우 물려가는 게 재미가 적

을 것 같단 말이오.“ 하고 말하였다. 돌석이가 다시 꺽정이를 보고 ”이왕이니

우리 여렷이 같이 가서 전날 작정했던 대루 결의형제하구 옵시다.“ 하고 말하

여 꺽정이가 선뜻 ”아무리나 하세.“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러나 저 사

람은 어떻게 하나?“하고 누워 있는 막봉이를 가리켰다. 돌석이가 꺽정이의 말

을 듣고 막봉이 옆에 와서 ”자네 어떻게 할 텐가, 빠질 텐가? 자네가 빠지면

재미없네. 교군이라두 타구 가세.“ 하고 말한즉 막봉이는 일어 앉으려고 몸을

움직이었다. 돌석이가 막봉이를 거들어서 일으켜 앉히는데 다른 두령들은 막봉

이가 일어 앉는 것을 보고 곧 갈 의향이 있는 줄을 짐작하였으나, 서림이만은

막봉이에게 말해 둔 간이 있어서 일어 앉아서 가기 싫다고 말하려니 생각하였

다. 막봉이가 두 팔을 뒤로 짚고 비스듬히 앉으며 무거운 입을 열어서 ” 내가

이번에 여러 형님들 덕에 살아나와 가지구 여러 형님들 결의형제하는 데 빠질

수 있소. 칠장사가 여기서 몇십 리나 되는지 모르지만 가다가 다리루 걸어갈 수

없으면 무릎으루 기어서라두 갈 테요.“ 말하고 여러 두령들의 얼굴을 죽 돌아

보았다. 서림이 하나만 시뚝하고 그외에는 다들 좋아하는 빛이 있는데, 그중에

배돌석이와 곽오주는 싱글벙글 웃기까지 하며 좋아하였다. 여러 두령들이 막봉

이를 태워 가지고 가려고 공론하고 능통이를 시켜서 교군꾼을 얻어오는 동안에

박유복이가 서림이를 보고 ”서장사두 같이 갑시다.“ 하고 이끄니 서림이는 고

개를 가로 흔들며 ”나야 가서 무엇하우?“ 하고 말하면서도 같이 가자는 말이

나오기를 바라는 눈치로 꺽정이의 입을 바라보았다. 그 눈치를 꺽정이가 아는

듯 모르는 듯 ”우리하구 같이 가서 결의하는 절차나 좀 일러주구려.“ 하고 말

하니 서림이는 대번에 ”결의하는 절차는 나두 모르는 걸 어떻게 일러 드리겠

소.“ 하고 대답하였다. 꺽정이가 다시 ”모르는 대루 일러주어두 좋소.“ 하고

말하는데 막봉이가 서림이를 보고 ”서장사는 결의가 재미없다구 빠지기루 했다

지요? 결의에 빠질바엔 같이 가잘 것 없지 않소.“ 하고 말하여 서림이는 갑자

기 앞이마에 손을 대며 ”나는 머리두 아프구 일찌거니 자겠으니 속히들 갔다오

시우.“ 말하고 뒤로 물러 앉았다. 여러 두령이 막봉이를 교군 태워 가지고 칠장

사로 오는데 수곡을 지나고 초당마을을 지나서 북전고개를 올라오는 중에

앞채 멘 교군꾼이 어둔 데 실족하고 미끄러져서 주저앉는 바람에 교군 안의 막

봉이가 앞으로 쏠려나왔다. 여러 두령들이 쫓아와 붙들어서 막봉이는 별로 다치

지 않았으나 앞채 교군꾼이 미끄러질 때 발목을 삐어서 꼼짝 못하겠다고 엄살하

여 돌석이가 오주더러 ”교군꾼들 다 고만두구 나하구 자네하구 교군하세.“ 말

하고 곧 둘이 교군 줄들을 메고 나서니 막봉이는 걸어간다고 교군을 타지 아니

하였다. 꺽정이가 이것을 보고 ”여기서 절이 얼마 안 되니 내가 업구 감세.“

말하고 막봉이가 좋다 싫다 말할 사이도 없이 들쳐업었다. 꺽정이가 여러 두령

들의 앞을 서서 고개 마루턱을 올라올 때 뒤에 붙어오던 봉학이가 ”절 안이 조

용한가 누구 하나 보내봅시다.“ 하고 말하여 꺽정이는 황천왕동이를 먼저 보내

고 고개 위에서 잠깐 동안들 앉아 쉬었다. 꺽정이가 교군꾼들더러 고개에서 기

다리라고 말을 이르니 교군꾼들은 어둔 데 있기가 무섭다고 같이 가기를 원하였

다. 천왕동이가 와서 절 안이 조용하다고 말하여 꺽정이는 다시 막봉이를 업고

다른 두령들과 교군꾼들을 앞뒤로 세우고 칠장사로 내려왔다.

꺽정이의 일행이 닫힌 절문을 열라고 하고 절 안에 들어서며 바로 별당으로

향하는데, 중들은 모두 어리둥절하여 제법 말 한마디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별당이 영당으로 변하고 마루 안침에 불상을 뫼셔놓은 까닭에 여러 사람은 마루

앞에 와서 발을 멈추고 옹긋쭝긋 섰다. 꺽정이가 막봉이 앉힐 자리를 돌아보다

가 방앞 툇마루 위에 내려 앉힐 때, 방안에서 자던 젊은 중이 자다가 인기척에

놀라 깨어서 방문을 여는 데 막봉이가 공교히 문짝에 얻어 맞았다. 모르고 한

일에 골날 것이 없건만, 꺽정이는 젊은 중을 벼르고 온 판이라 골아 나서 대번

에 ”이눔아!“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중은 잠이 덜 깬데다가 겁을

집어먹서서 꺽정이의 목소리를 못 알아듣고 ”방에 들어와 봐서 가져갈 만한 것

이 있거든 다 가져가우.“하고 위로 물러서는 것을 꺽정이가 툇마루에 올라와서

손목을 잡아 내끌었다. 방안에 있는 희미한 등잔불이 꺽정이를 비추어서 중이

비로소 알아보고 ”이게 누구요?“ 하려고 ”이게.“ 할 때 몸은 벌써 마당에

나가떨어졌다. ”아이쿠!“ 여러 사람 중에서 박유복이가 쫓아와서 중을 붙들어

일으켜 주었다. 중이 꺽정이를 치어다보며 ”임서방 이게 무슨 짓이오?“ 하고

말하니 꺽정이는 툇마루에 선 채 내려다보며 ”네눔은 버릇을 좀 가르쳐 놔야겠

다.“ 하고 불호령을 하였다. ”내가 잘못한 일두 없거니와 잘못한 일이 있기루

서니 스님 생각을 하더래두 이렇게 막볼 법이 어디 있소.“ ”잘못한 일이 없

다? 불상 수공을 내가 말해 놨는데 네 맘대루 다른 년에게서 얻어다가 준 것이

잘한 일이냐?“ ”그 일 때문에 화가 나셨소? 그건 스님 불상을 위해서 한 일이

오. 불상이 뒷말썽이 있으면 우리가 다같이 황송하지 않겠소.“ ”그럼 먼저 통

정이라두 해야지.“ ”어디 기신 데를 알면 내가 찾아가서 말씀을 했을 게요.“

”내가 보낸 사람에겐 어째 말 안 했나?“ ”여러 사람 보는데 수상하게 굴지

않으려고 서름서름하게 대접했소.“ 꺽정이가 한참 잠자코 섰다가 마당으로 내

려오며 ”다친 데나 없소?“ 하고 물으니 중은 ”나중 봐야 알겠소.“ 하고 대

답하였다.

꺽정이가 불상 앞에서 결의할 것을 중에게 말하니 중이 내심에는 반갑게 여기

지 아니하나 하릴없이 불전에 등불도 밝혀 주고 향롯불도 담아주었다. 꺽정이가

봉학이와 의논하고 결의 절차를 정하여 꺽정이 이하 여섯 사람은 향탁 아래 엎

드리고 봉학이는 향탁옆에 꿇어앉아서 일곱 사람의 성명과 연령 적은 종이쪽을

손에 들고 축문 읽듯 읽었다. ”임꺽정이 신사생 삼십팔 세.“ ”이봉학이 신사

생 삼십팔 세.“ "박유복이 임오생 삼십칠 세. “ "배돌석이 임오생 삼십칠 세.

“ "황천왕동이 을유생 삼십사 세. “ ”곽오주 임진생 이십칠 세. “ ”길막봉

이 정유생 이십이 세. “ 봉학이가 종이에 적힌 것을 다 읽은 뒤 그대로 마치기

심심하여 ”결의형제 사생동고. “ 두 마디를 구고로 보태었다. 그 다음에 꺽정

이로부터 막봉이까지 한 사람씩 부처님 앞에 분향하고 절하고, 또 그 다음에는

아우 되는 사람이 형 되는 사람에게 절을 하는데 꺽정이가 여섯 사람의 절을 받

은 뒤 차례로 한 번씩 줄어서 오주까지 한 사람의 절을 받고 길막봉이는 꾸벅꾸

벅 여섯 번 절을 할 때 여러 두령이 돌려가며 거들어서 시켜주었다. 꺽정이의

칠형제 결의가 끝난 뒤에 젊은 중이 꺽정이를 보고 조용히 의논할 말이 있다고

방머리에 붙은 누마루 으슥한 구석으로 끌고 갔다. ”전후 두 번 절에 오신 것

이 관가에 입문이 되면 필경 절이 조용치 못할 터인데 우리 중들만 탈을 당하구

말두룩 되지 않구 스님 불상에까지 누가 미치게 되면 어떻게 하우? “ ”이 절

중들은 다 한통이오? “ ”우리 중들은 공론한 일이 있어서 죽을 곡경을 당하기

전엔 말 낼 리 없지만 우선 불상쟁이가 속을 다 알구 있으니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소? “ ”그 사람은 내가 데리구 갈 테니 염려 마우. 그외에는 또 말낼 듯한

사람이 없소? “ ”마당에 섰는 교군꾼들은 어떤 사람이오? “ ”예사 교군꾼이

아니구 우리 액내 사람의 졸개니까 아무 염려 없소. “ ”제일 좋은 수가 한 가

지 있는데 여러분께 어떨는지? “ ”좋은 수가 무어요? “ ”오늘 밤에 절에 왔

다 가신 것을 우리가 의수하게 꾸며서 죽산 관가에 고발해 두면 절에는 대단히

좋겠으나 여러분께는 어떨는지 모르겠소. “ ”절에 좋두룩만 하우. “ ”그럼

뒤탈이 나더래두 우리 중들에게는 다소 질책이 있을는지 모르나 스님 불상은 염

려 없을 게요. “ ”불상쟁이가 어데 있소? 불러 주우. “ ”불러 드리는 건 유

소혐의하나 판두방 옆에 붙은 작은 방에 가서 불러내시우. “ 꺽정이가 젊은 중

과 쑥덕공론을 하고 나와서 다른 두령에게 대강 말을 이른 뒤에 곧 일행을 끌고

나서는데, 막봉이더러 절 문간까지 걸어가자고 말하고 다른 두령들 시켜 양옆에

서 부축해 주게 하였다. 판도방 앞에 와서 꺽정이가 불상 장인을 불러내어 수어

인사말을 마치고 ”내가 다른 절에 가서 불상을 파게 해줄 테니 나하구 같이 갑

시다. “ 하고 말을 붙이었다. ”절 이름을 가르쳐 주시면 나중 가겠습니다. “

”나하구 같이 가야 하우. “ ”지금 같이 가잔 말씀입니까? “ ”그럼 지금 가

잔 말이지. “ ”지금 어떻게 갑니까? “ ”지금 못갈 일이 무어요? “ "절에 셈

두 해줄 것이 있구 지금은 갈 수 없습니다. ” “못 간다면 잡아가지구 갈 테야.

” “제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 “내 말을 거역하는 것이 죄다. 네가 아직 나

를 잘 모르겠지? 나는 어젯밤에 안성서 옥을 깨친 임꺽정이야. 지금 나하구 같

이 갈테냐? 얼른 말해라. ” “가겠습니다. ” “너의 행장을 다 가지고 나오너

라. ” 불상 장인은 수이 떠나려고 불상 수공 받은 것을 여간 행장과 같이 꼭꼭

묶어 짐을 만들어 놓았는데, 짐이 두 개라 한 개는 꺽정이가 오주를 시켜 걸머

지게 하였다. 꺽정이는 막봉이를 업고 다른 두령들은 불상 장인을 데리고 북전

고개까지 와서 막봉이를 다시 교군을 태우려고 하는데, 발목 삐인 교군꾼 까닭

에 오주는 뒤채 메었던 교군꾼을 앞채로 보내고 자기가 뒤채를 메겠다거니 돌석

이는 앞뒤채 교군꾼들을 다 그만두고 자기가 오주와 같이 교군을 하겠다거니 막

봉이는 자기를 붙들어만 주면 걸어가겠다거니 각각 자기의 말을 주장하여 여러

두령이 다 함께 이러쿵저러쿵 지껄이게 되었다. 한참들 서로 지껄이는 중에 누

가 먼저 “불상쟁이가 어디 갔어? ” 하고 깨우쳐서 여럿이 다 같이 살펴보니

불상 장인이 어느 틈에 짐도 벗어버리고 어둠 속에 없어져 버렸다. 불상 장인이

가뭇없이 없어진 것을 보고 꺽정이가 화증난 목소리로 “제눔이 도망하면 얼마

나 도망했겠느냐? 어서들 사방으루 찾아보자. ” 말하여 여러 두령들이 곧 손을

나누어 가지고 전후좌우의 풀밭을 뒤지는데 막봉이만 교군꾼들을 데리고 고갯길

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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