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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5권 (30)

카지모도 2024. 8. 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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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서 옆에 나란히 누워 온갖 소리로 세세허게 달래고 소청을 히여. 그러고는

이불을 떠들고 같이 자자고 들올라고 허네. 김도령이 아까맹이로 이불을 움켜쥐

고 안 놈서 못 들오게 히여. 큰애기를 그렁게 큰애기는 그러지 마시라고 제가

어머이 잘 모시고. 효도도 헐 거잉게 마음을 돌리시라고 빌었제. 그래서 이불을

못 벳겨. 김도령이 안 벗어. 캉컴헌 이불 속으서 똑 숨이 맥혀 죽겄는디 지침도

못허고. 메주 띄우디끼 잔득허게 몸뗑이를 띄움서 참고 있능 거이라.

큰애기가 아무리 애원을 해도 쇠용이 없어. 큰애기는 즈그 아부지를 생각해서

어쩌든지 새어머이 마음을 돌려 볼라고 그렇게 애를 쓰는 거이제. 근디 안되야.

새복녘이 다 되드락 땀이 나게 공을 딜이다가. 해도 해도 안된게 지쳐 갖꼬 큰

애기가 기양 그 옆으서 꼬부라져 잠이 들어 부렀네. 꽃잠이 들었어. 곤허게 그때

서야 이놈이 이불을 걷어차고 달라들어서 보듬고 장개를 들어 부렀단 말이여.

큰애기한테.

왜 진작에 안 그러고 그때끄장 참고 있었냐고?

바로 그 방문 앞에 즈그 아부지가 밤새도록 지키고 있었그덩.

행이나 무신 일이 있을랑가 허고.

딸내미가 같이 있다고는 해도 가이내라 아무 힘도 없을 거 아니여?

만약에 보쌈 부인이 용을 씨고 떠다 밀어 붙이고는 달어나 부리든지. 분허고

독헌 마음에 쎄를 물고 죽어 불먼 큰일 아닝가. 그렁게 배깥에서 꼼짝도 안허고

지킹 거이제. 그러다가 날 샐라고 헝게로 하룻밤 잤잉게 인자 벨일 없겄지 허고

는 자개 방으로 갔등 거이여. 딸내미가 지성으로 달래고 비는 소리에 저만허먼

무쇠라도 녹겄다 싶은 감동도 있고.

그런디 바로 그 순간에 김도령은 장개를 든 거이여.

그렇게 장개를 들어 부리고는 이튿날 아칙에 큰애기가 살째기 일어나서 배깥

으로 나갈라고 헝게는 못 나가게 꽉 붙잡고 나란히 드러누워 있었제. 둘이 한

이불을 덮고 머리빡만 내놓고.

그렁게 그 큰애기는 겁짐에 일을 당해 부렀제.

아 소리 한 번 못 내고.

인자. 주인이 엊저녁 잠을 설치고 일찌거니 기동을 허고 앉어서 딸내미 문안

디리로 들오기를 지달르는디. 안 오그덩? 그 전에는 딸이 일찍 일어나 갖꼬 문

안도 허고. 부지런히 정짓년들 시켜서 막 밥도 허고 그러는디 오늘은 소식이 없

어. 통 안 나온단 말여. 까깝허제.

그래서 지달르다 못해 안방 문앞에 토방으로 가서

"아. 야야. 그만 일어나그라이. 나오니라. 날 샜다. 엊저녁에 그리 오래 놀다가

이렇게 늦잠을 자냐? 어머이 진지 해 디리야지?"

그래 봐야 아무 소식이 없어. 있을 리가 없제. 김도령이 큰애기를 꽉 보듬고

누워서. 대답도 못허게 손으로 입을 솜방맹이 쥐구녁 틀어막디끼 막고 있는디.

무신 소리를 헐 수가 있간디? 없제. 헐 수 없이 주인나리가 집안을 한 바꾸 삐

잉 돌고 와.

그러고 와서 봐도 안 나오제.

"아. 그저 안 나오냐?"

이 냥반이 안되겄다 싶어서 문고리를 잡어땡기고 보닝게. 아차 즈그 머심놈허

고 딸년이 머리빡만 이불 배깥으로 내놓고는 둘이 꽉 보듬고 자빠져 누웠그더

언. 머심이 딸년을 꽉 틀어쥐고 팔을 안 풀어.

"에에잇. 이 천하에 도적놈의 자식 같으니."

비호같이 방안으로 들이닥쳐 발을 구르고 호령을 했지만 인자는 어쩌겄어? 어

크러진 물인디. 허기사 도적놈은 그놈이 옳게 도적놈이제. 도둑질을 헐라먼 사램

이 그렇게 해야 여. 한 번을 허드라도.

"꼴도 뵈기 싫다."

턱을 바르르 떨고는 그 냥반이 얼매나 기가 맥히겄어?

그래도 헐 수 있능가.

"내 집에 머심 살던 놈을 내가 업어다가 딸자식을 엥게주엇으니. 참말도 안되

는 소리다.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구나."

발 등을 도치로 찍고 주먹으로 가심을 쳐도 시언찮허제. 그런다고 인자 와서

머심을 내쫓거나 패 쥑일 수도 없고. 그래도 딸내미를 생각고. 니가 왜 그랬냐고

따질 수도 없고 자개가 헌 짓이 있잉게로.

"한 번 저렇게 짝이 맞어 부렀으니 헐 수 있느냐. 이것도 다 즈그 팔짜 소관이

겄지. 인간이 일을 뀌밀라고 헌대서 이렇게 공교롭게 될 수가 있으까. 인력으로

는 못헐 일이다."

그래서 날을 잡고 채비를 갖촤 갖꼬 예를 올리니 두 사람은 올 데 갈 데 없는

부부요. 내우간이라. 하늘이 알고 사람이 아는. 그런디 이 주인 냥반이 암만 곰

곰이 생각을 해 바도. 분허고 속이 상해서 열이 받쳐. 월렁월렁 생병이 생길라

허고. 그놈 보고 사우라고 허기도 싫고. 왔다갔다 허는 꼴도 뵈기가 싫어서 도저

히 못 살겄어.

세상 사람들한테 이런 저런 일이 챙피허기도 허고.

그런 보쌈이 천지 어디에 있겄능가.

그래 그만 딸허고 사우허고 짬매서 내쫓아 부렀네. 새경도 안 주고 그런디 그

조씨부인은 미리 다 그렇게 될 중 알고. 돼야지도 잡지. 소도 잡지. 만석 거부라

가마니 떡을 허고. 술을 당구고. 왼갖 음석을 가지각색으로 걸게 다 장만해 갖꼬

"이리 들어오라."

고 이 내우간을 부르네.

그러고는 두 사람을 마주허고 앉아서

"내 말 한 번 들어 보시오. 내가 나이 아직 젊었을 때 이 집안으로 시집을 왔

소. 그러나 내가 박복해서 일찍 청상이 되야 갖꼬 일점 혈육도 없고. 누구 가직

헌 일가 친척도 없소. 그래 갖꼬는 살림만 좋지 이 살림을 갖꼬 있은들 어디다

쓸 디가 없어. 이러다가 나 죽으먼 인생이 너무 허망해서. 내가 오래 생각허고

김도령을 가만히 지켜봤는디. 저 사람을 만나서 살먼 끝이 갠찮허겄다 싶었소.

그래 내가 인연을 맺고 자퍼서 처음부터 이리 되라고 일을 뀌민 거이요. 보쌈허

로 왔을 직에 내가 그 집으로 가기 싫으먼. 아무리 다른 방법이 없어서 김도령

을 불러 여장을 시켰겄소? 다 내가 짐작이 있어 헌 일이요. 허나 김도령과 인연

을 맺고 자픈 것은 내 욕심이고. 도령은 도령대로 깨깟헌 정 연분을 만나야 허

겄기에.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르고 그리했소."

조씨부인이 침착허게 허는 말을 김도령은 묵묵히 듣고만 있고. 큰애기는 아니

제. 인자는 새각시제. 세각시는 이게 무신 소린가 놀래서 체다보네. 눈이 똥그람

해 갖꼬.

"당신은 나이 적고 에레도 저 냥반과 귀영머리를 마주 풀었응게로 본처. 큰어

머이가 되고 나는 아무리 재산이 많고 나이가 당신보다 많어도 헌사람이여. 흠

이 있는 사람잉게 내가 작은 사람으로 쳅이 되야서. 우리가 한 남자에 둘이 의

지허고 같이 삼서. 무신 언짢은 일이 있드라도 서로 다 이해를 허고 애껴주고

평생 죽을 때끄장 다정허게 잘 살기로 맹세를 헙시다."

조씨부인이 그렇게 말을 허더니. 단박에 낯색을 고침서 단호허게.

"오늘 저녁에는 서방님을 내가 모셔야겄소."

그런단 말이여. 그러고는 아까 장만헌 소. 돼야지에다 떡이랑 술이랑 온갖 음

석을 온 동네에 다 풀어 크게 잔치를 했드라네이.

좋은 날이라고.

그렁게 인연법은 아무도 몰르는 거이여. 그 떠돌이 김도령이 머심 살든 집 주

인 나리 외동따님을 큰각시로 맞이허고. 만석 거부 조씨부인을 작은 각시로 맞

이해서 양처를 거나리게 될 중이야 누가 알었을 거이며. 금이야 옥이야 불먼 날

아가까. 쥐먼 터지까. 손안에 보배로 크든 큰애기가 넘도 아니고 아부지 탓으로

부리든 머심한테 시집가게 될 중이야. 누가 또 알었겄능가. 그것도 동낭치맹이로

내쫓김서. 또 거그다가 수완좋고 억센 디다 저보다 늙은 시앗꼴끄장 보는 팔짜

라니.

"그래서 그 조씨부인잉가 허는 작은 각시가 서방님을 아조 독차지를 해 부렀

다요? 큰각시한테는 말로만 위해 주고?"

"그 것이야 몰르제."

"흥자(횡재) 만난 것은 김도령이그만. 조씨부인도 머 손해날 것은 없고. 이름

이 쳅이라 그게 좀 그렇지마는. 젤로 불쌍허게 된 것은 큰애기네. 무단히 아부지

땀새 효도 헐라도가 몸만 망치고."

"그게 다 팔짜랑게. 인력으로는 되는 일잉가 어디."

"참."

그때까지 임서방의 이야기를 듣느라고 정신이 팔려 잊고 있다가. 쪼끄만 딸년

앵두가 어미 아비 앞에 턱을 받치고 앉아 눈을 깜박깜박 하며. 어른들 말을 다

듣고 있는 것에 생각이 미친 임서방네는

"너 멋 허고 있냐? 잠 안 자고?"

하며 나무랐다.

"내비두어. 다 그런 이애기도 듣고 크는 거이제. 그래야 시상이 그런 거잉갑다

제절로 배우제."

"아앗따아. 큰선생 났네에. 아그들 들어 졸 거 한나도 없는 이애기그만. 야야.

얼릉 자. 니께잇 거이 멋을 안다고 어른들 이애기에 잠을 안자? 아이. 그런디.

그 보쌈 참 아무나 허능 거 아니네요이? 큰일 낭만 그리여. 만에 하나 내가 몬

야 죽드라도 행여 어디 누구 과부 있다고 보쌈해 올 생각허지 마시오. 잉? 앵두

저것을 시집보내 놓고 나서 보쌈을 허등가. 어쩌등가. 잉?"

그 말에 임서방이 벌끈하며 아낙한테 낯박살을 주었다.

"에펜네 방정허고는 엇다 댈 디가 없어서 그런 이얘기 끝에다 꼭 앵두 이애기

를 붙이야 쓰겄어? 말이 씨 된다 소리도 몰르능가?"

임서방네가 찔끔하는 모양을 보고 앵두가 킥 웃었다.

"요번 섣달 시안에도 오류골댁이 그 방물장시한테 요렁 거 조렁 거 사드란 말

허다가. 이애기 한 자리 잘 허고는 매급시 나한테 퉁을 주네. 왜. 양반 각시에

부자 소실에 양처 거나린 김도령 팔짜가 못되야서 부애가 났소? 부러먼 곱게 부

럽다고 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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