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94. 10

카지모도 2016. 6. 2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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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3 1994. 10. 1 (토)


오후의 비낀 가을 햇빛이 누우런 들판을 더욱 입체적으로 비추는 풍경을 차창으로 바라보며 고속버스에 타고 진주로.

노재희대리 부친상 조문.

60세, 간암, 올 3월에 말기암으로 발견후 여섯달 동안여를 진통제로 버티다가 지난 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술은 마시지 않고.


꿈- 할머니 돌아가셔 초상집은 마치 잔치집처럼 소란하다. 회사사람, 해동병원, 원이, KR검사관, 비디오테이프...


C급 수면, 오늘 할머니 기일.


17404 1994. 10. 2 (일)


한낮의 따가운 가을 햇살.

토요일.


할머니 돌아가신지 17년쯤 되었을까.

이제 다소 어수선한 언어를 구사하시는 어머니와, 단순하고 다소 허영스러워 전형적인 보수꾼의 고집을 드러내는 형과, 다소의 심통은 있으나 나름대로 신앙의 자세가 고운 형수와, 약간 비대한 몸집이지만 착한 심성의 彦이와, 영리하고 잰 몸놀림의 哲이.

그리고 J와 英이, 俊이.

모두 모여 앉는다.


언어란 생각에 비하여 얼마나 구차한 도구인지...


파블로 네루다가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외쳤다.

"어떤 여자가 나에 대해서 꿈을 꾸는 꿈을 방금 꾸었다"

마르게스가 말했다.

"그건 이미 보르헤스가 쓴 이야기야. 아직 안썼더라도 언젠가 쓸 것이 틀림없어"


보르헤스.

상상속 동물의 이야기.

스쿠온크- 언제나 소리내어 울고 눈물을 흘려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가장 불행한 동물.

케로베토스- 지옥을 지키는 머리가 셋, 꼬리는 뱀인 동물.


17405 1994. 10. 3 (월)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V (1920-1992).

생화학, 물리학, 의학, 천문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이야기를 쓰는 글재능, 무한한 상상력, 게다가 풍부한 유모어감각.

SF 장르의 기틀을 다진 위대한 과학 소설 작가.

환상여행 2 '두뇌로의 여행'을 읽는다.

세포 크기로 축소화된 인간이 사람의 뇌 속을 여행한다.

예전 보았던 영화 '마이크로 결사대'와 같은 아이디어인데 아마 그 영화도 아시모프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을 것.


왼 쪽 눈망울에 영 꺼끌하게 느껴지는 이물감.

다시 결석이 생긴 모양.


17406 1994. 10. 4 (화)


휴일의 게으름.

쫓기듯 격는 게으름을 향한 강박이랄까.

이런 것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일단 목욕하고 면도기등을 소제하여 신변잡사를 처리하고 나면, 그 후로 찾아오는 것은 어떤 창조성향 이 있는 정신활동이 아니라 나태의 일락에 침잠하려는 타성 뿐이다.

고작 생각한다는 것이 바로 술을 마실까 마시지 말까하는 갈등구조다.

술을 생각하면 내려다 뵈는 풍광이 돌연 생기를 띄고 눈에 들어온다.

휴일의 술은 내게 있어 도취이며 고양이며 생명인가.

나의 근본 바탕이라는 것은 계몽주의에 빛나는 모더니즘의 이성이 아니며 다분히 디오니서스적 도취의 광기 쪽에 가까울 것이다.


오후들어 시나브로 한잔 두잔 소주잔을 뒤집다보니 오후 6시경에는 어느새 두병을 비우고 있다.


연휴후의 출근날 새벽.

오늘 KS수는 검사과로 전보되고 설계부에서 SS우 가 내려온다.

불 꺼 어둠에 잠겨 기도.

새롭게 하소서, 주님.


17407 1994. 10. 5 (수)


조규룡안과.

십여분 칼과 꼬챙이로 몸씨 아프게 하더니, 노란 직경 2MM 가량의 돌 하나를 왼 쪽 눈자위에서 끄집어 낸다.

칼집을 내어 놓은 또하나의 결석은 오늘 끄짐어 내기로.

아마 이용수안과 같았으면 몇날 며칠을 시루었을 것이다.

외과적인 수술은 이렇게 아쌀하게 시원하다.


아시모프 '두뇌로의 여행' 완독.

과학적인 개념은 정확하게 이해할수 없지만, 하나의 소설속에 용해되어 있는 그것들이 엉터리인가 아니가는 구별해 낼수 있다.

왼쪽 뇌가 아닌 오른쪽 뇌의 직감으로서.

아시모프의 과학은 정확할 것이고 추리소설적인 재미도 빼어나고 유모어도 매우 뛰어나다.


꿈- 전셋집의 다락방, 로코코 분위기의 공간, 바다가 보이는 전망, J, 필갑이 미국청년과 방문, 서울 변두리의 유원지, 복권당첨, 오세건, 김명희등장...


새벽.

주님의 평정을 끼처 주소서.


17408 1994. 10. 6 (목)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무슨 통상의 상무라는 친구에게서 전화.

앵카 체인 케이블에 관한 자료를 팩스로 송부하여 주다.


원이 남편 H서방, 10월 7일 개업, 주식회사 NEXT라는 광고회사.

광고의 전문성과 기능에 대하여 감만 잡을 뿐이지 나로서는 이해불가의 영역이다.

번창을 기원한다.


오전에 조규룡안과에 가서 왼쪽 눈꼬리의 몇 년 묵은 멍울을 째 터뜨려 내용물을 긁어낸다.

순간적으로 아픔의 대단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외과적 조처는 너무나 시원하다.

조규룡원장은 너무 마음에 드는 의사다.


꿈- 학교 교실, 복도, 평양의 방송국 스튜디오, 안개 자욱한 인공연못, 빨치산 유격대의 새벽, 합창, 님을 위한 행진곡...


새벽.

가을 새벽의 싸늘한 대기 내 방 어둠속에 몸을 잠기고, 정신을 잠기고, 영혼 또한 잠기어.

모처럼 경건을 갈구한다.


17409 1994. 10. 7 (금)


금성하우스의 A사장, ST-94006 송도 곡각지 육교 육교제작공사.

그 단가를 높이느라고 건설부와 싱갱이.

H차장 이라는 친구의 어설픈 논리와 느슨한 일솜씨는 답답하다.

건설부의 실행예산 5900만원에서 400만원 올려 6300만원에 계약서를 작성하여 계약 품의 올리다.


J과장, 스스로의 어떤 변화는 정녕 기대할수 없거니와 무언가 무작정 이대로 방치할수도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온다.


퇴근하여 내 방에 앉아서 한병의 소주에 한병의 토닉워터를 섞어서 마신다.

술이 썩 당기는 날도 아니건만.


꿈- 조락한 보생병원의 어머니를 보러 갔더니 웬걸, 환자가 득시글거리고 어머니, 김선생, 간호원들은 바쁘게 돌아간다.

뒷곁은 거대한 장원이고 그곳에는 소극장도 있다. 김종필이 전기기타를 메고 있고....


간밤 꿈 속에는 자기도취적인 무엇이 분명 있었는데 그것이 어느 대목이었던지..


17410 1994. 10. 8 (토)


유홍준, 우리나라 역사 문화에 대한 빼어난 미학적인 안목, 수려하고 매끄러운 글솜씨, 때로는 걸직한 입담을 구사하며 나를 계몽한다.

그리고 이 가을날, 지천명의 연륜에 들어선 내가, 어느 가을에 낯선 산야를 걸으며 외로이 서있는 옛 탑의 곁에서 그 돌이 얘기하는 사연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꿈을 꾸도록 만든다.

그러나 그에게도 흠이 있다.

의도적으로 진보주의자의 폼을 잡는 것.


새벽.

제법 냉기흐르는 내 방에 앉아 요한 2,3서 소리내어 읽는다.


17411 1994. 10. 9 (일)


토요일 오후의 안온함.

그러나 토요일 오후가 되어도 P상무의 바지런함은 잠자지 않는다.

GJ도 와 바둑을 두어 연 세판을 내리 이기고, 통근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모처럼 집에서 개기고 있는 英이.


TV 영화 '써전트'

아주 오래전에 나는 이 영화의 씨나리오를 읽었었다.

로드 스타이거가 연기하는 군대에서 잔뼈가 굵고 나이먹은 상사, 존 필립 로가 맡은 미남 청년 병사.

상사의 동성애적 간절한 애정은 필경 자살로 종장을 이룬다.

그러나 읽었던 씨나리오는 참 감동적이었었는데 영화는 시나리오에 비하여 한참 모자르는 느낌.

시나리오를 읽고 내 머릿속에서 내가 연출하여 만든 영화가 더 훌륭하다.


일요일, J는 새벽같이 S형 어머니와 D광약국 M이 엄마와 함께 S형 어머니가 모는 차를 타고 가을 소풍, 찻길 가는데로 간다고...


17412 1994. 10. 10 (월)


어제 J는 지리산까지 다녀왔다고.

주황색 물든 감과 밤을 따고 지리산 물을 떠, 가을의 산야를 휘돌아 온 것이다.

자동차- 마음내키는데로 어디든지 휘돌아 다녀 올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

골방의 폐쇄된 공간에서의 상상의 마스터베이션을 현실화 시켜 주는 기동력.

유홍준의 흉내를 내기 위하여는 이 자동차라는 마법의 도구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것이 없는 나는 따분하다.


17413 1994. 10. 11 (화)


아시모프의 소설 반납하고 박영한의 '왕룽일가'와 '우묵배미의 사랑'을 빌린다.

산업화의 물결이 슬금슬금 침식해 들어오는 서울 변두리의 농촌마을.

땅에 근거한 사람들의 의식은 변질된다.

그런데 박영한의 걸죽한 문체는 어딘가 작위적이어서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의 입담은 문학습작으로 체득한듯한, 어딘가 리얼리티가 부족한 생경함이 느껴진다.

허지만, 도시의 암상스런 개인주의, 그 관계들에 대한 담벼락, 정신주의를 표방한 새침한 고덕에 비하여 우묵배미의 현대화의 시끄러움은 얼마나 건강한가.


태풍 하나 북상중이어서 SB-413 의 진수는 하루이틀 순연.

새벽.

바람소리는 그다지 심하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


J 일본 여행다녀온 S형 어머니 편에 카메라 구입.

올림퍼스 컴팩트카메라.

35MM-70MM ZOOM, PANORAMA 촬영기능.

장난감같은 카메라다. 나의 옛 니코마트는 설합 속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잠자고 있는데.


17415 1994. 10. 13 (목)


태풍 '세스'는 허풍선이마냥 바람소리 웅웅거리며 공갈만 친채로 물러갔다.

SB-413은 오후 2시, 2선대 위를 미끄러져 바다위에 떴다.

전일의 음주와 더부룩한 속, 진수작업 먼지를 뒤집어 쓴 육신은 안팎으로 불쾌하다.


퇴근하니 천지가 암흑, 태풍은 공연히 전봇대만 상해놓았는지 정전이다.

목욕도 못한채 잠자리에 기어든다.


동쪽바다.

수평선 위로 둥실, 해가 떴다.


17418 1994. 10. 16 (일)


안전빵 제일주의, 돌다리도 두드려 보기.

회사는 120억의 공사를 고냥 포기해 버린다.

진취적인 기상도 패기도 없는 사장, 전무.


PS곤 가게 개업.

이랜드 그룹의 '젤로라모' 대리점.

억대의 돈을 들여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

J와 지하철타고 대현상가의 PS곤가게 가다.

그곳에서 J는 2십만원 가까운 옷가지를 산다.

PS곤의 개업에서 차마 사지 말란 소리도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

웬만한 브라우스나 하나 사면 좋으련만 이것 저것 걸처보고서는 "어때? 어때?" 해 쌓는데 어쩌랴.


KH근이와 KH근이 아내.

함께 회와 소주를 먹고 노래방, 다시 맥주.

살아가며 아이들 키우며 티격태격 사는 그런 얘기들.

늦은 시각, 택시타고 돌아온다.


깨어 일어난 일요일.

아뿔사! 감기란 놈이 기습하였구나.


17419 1994. 10. 17 (월)


일요일 아침.

작취미성의 뱃속에다 다시 몇병의 맥주를 들이 붓고서는 혼곤한 잠 속에 빠져든다.

돈에 대한 시름, 감정의 방탕에 대한 시름도 모두 잊은채 정말 달콤한 낮잠에 파묻힌다.


깨어 일어난 시간은 벌써 오후 4시.

밥을 먹고 아시안 게임 폐막식을 본다.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2위.

한국은 이제 스포츠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문화적 강국이 되려면 아직 요원하다.


감기약 먹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새벽.

몸살 탓인지, 감기약 탓인지 사지에 맥이 없어 나른하기만 하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목욕을 하여 늘어진 것들을 추스리고 헤르만 프라이가 부르는 슈베르트를 듣는다.


17420 1994. 10. 18 (화)


기본공작반 사람들. 가족 동반하여 40여명의 가을놀이 가던중.

타고가던 회사버스가 추풍령 넘어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튕겨 나가 10여 M를 비행하여 포도밭에 처박히다.

마침 앞서가던 회사의 대경회 사람들이 구조작업.

죽은 사람은 없으나 그 상황은 아비규환이었을 것.


보험도 불확실하고, 현장의 가공공정도 문제이지만...

가을 놀이는 이제 금지될 듯,

부차장회의 가을 놀이도 필경 취소해야 할까보다.


TV 인간시대'

박경리의 '토지' 완간 기념잔치.

원주, 유수한 문학인들의 면면.

박경리의 사위인 김지하는 노래를 부르고, 술취한 이문구, 장발의 조정래도 보인다.

개밥의 도토리모양 돈쟁이 정주영도 나왔다.


17421 1994. 10. 19 (수)


부서장회의.

씨잘데없는 그 모임에서 그나마 건져내는 것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따위의 정보이다.

그 정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장과 전무의 심기가 어떤가 하는 수준이다.

그런 따위가 정보가 되는 이 회사.


부차장회 가을 야유회.

10월 30일 금정산행.

1차 산행에서 모이고, 늦는 사람은 2차 토종 음식점에서 만나고, 아주 늦는 사람은 3차 허심청에서 모이기로 3중의 그물을 처서 회람 돌린다.

미상불 총무로서는 최선을 다한 계획이다.


퇴근하여 SS우, KK곤 과 마시다.

SS우- 원자력 발전소와 유기적인 관계 속에 자란 장안 촌놈, 울산공대 출신으로 어눌함과 고집이 느껴지는 포즈.


17423 1994. 10. 21 (금)


감기몸살, 모처럼 방문한 그 손님은 육신의 요소요소를 아른하게 차지하고 있다.

기침따위, 주님의 호흡으로 쫓아버리는 그 자신감은 퇴락했는가.


俊이 시험중.

이제 한달여 남겨 놓은 수능시험.

싱글벙글 허여멀금한 녀석은 아비 어미가 모르는 어떤 비밀스런 자신감을 숨겨 놓고 있는건지.


새벽.

바람의 아우성소리.

빗방울이 유리창을 때린다.


17424 1994. 10. 22 (토)


미장원 가 머리카락 자르고, 옆에 위치한 목욕탕.

한증탕에 들어 앉아서 백넘어까지 숫자를 헤아리며 참고 버텨 보지만 기침이란 놈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신변잡사.

똥누고, 이닦고, 세수하고, 머리감고, 면도하고, 손톱 발톱깎고, 구두닦고, 옷차려입고, 머리카락 자르고, 하고, 하고....

이런 작업에 나만큼 덜미를 잪힌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하고 하고가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것들을 취사선택하여 그때 그때 기분내키는데로 선심쓰듯 해치우는 형태가 아니라...


17425 1994. 10. 23 (일)


SB-410 삼성 TUG BOAT 예비시운전.

콜록콜록 기침을 해대며 교신을 위하여 최상의 상태를 찾아 영도를 일주한다.

KK곤 에게서 '김산의 아리랑' 빌리다.


俊이 토요일 2시경 집에 돌아왔는데 그 표정이 영 밝지를 않다.

고등학교2학년 혈기방강한 젊은 놈인데.


아비는 과연 아들 놈에게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까.

무형적인, 정신적인 영역의 어떤 RJTAF고, 유형적이고 구체적일 무엇...

俊아.

마음들을 열자.


17426 1994. 10. 24 (월)


하단일대는 완전히 변해 버렸다.

옛날 갈대밭은 흔적도 없고, 강변의 풍취도 사라지고 없다.

하단 언덕배기의 하단성당.

KS수 의 결혼식.

성당의 코러스 하나만으로도 저자거리의 결혼식장과는 비교할수 없는 윗길이다.


결혼식 마치고 P상무가 사는 초밥의 점심을 먹고 돌아오다.


미상불 기침손님은 정식으로 방문하여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다.


새벽.

바람소리.


꿈- 어머미, 원이, 칸칸의 방들, 극장...


17427 1994. 10. 25 (화)


아침저녁에 기승을 부리는 기침은 한낮에는 소강상태.

심하게 바람이 불어서 SB-410 공시운전은 순연.

그 덕에 생산부 사람들 중식은 도시락으로 포식.


박영한의 소설 반납하고 급하게 뽑아들어 빌린 책은 스테판 킹 '캐슬록의 비밀'

이 책으로 최소한의 재비를 내게 주어야만 유명짜한 스테판 킹의 이름값을 하는 것이다.


17430 1994. 10. 28 (금)


SB-410 BOLLARD PULL TEST.


일찍 사무실 빠져나와서 선사받은 티켓을 가지고 남포동 엘칸토로.

바지하나 장만한다는 가벼운 기분이었으나 바지 한 벌 값이 자그만치 10만원이 넘는다.

7만원 티켓을 주고 현금 3만4천원을 얹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

꼭 바가지를 쓴 기분이다.


도무지 가리사니를 잡을수 엇는 옷값.

어떤 것은 참 싸기도 한데 값어치에 따라 붙는 가격이 아니고 유통의 구조 속에서 형성되는 가격인듯.


17431 1994. 10. 29 (토)


스테판 킹.

무엇이 그를 일급 엔터테인먼트의 소설가라고 하는지.

너무 장황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소설.


꿈- 영도의 보생의원 부근의 바다, 바닷물이 넘친다.


俊이 방에서 새벽의 기도.

책상위 널려있는 교재들에게서, 간밤 俊이가 공부한 흔적의 빈약함을 본다.

俊이의 공부, 무력한 아비.

이제 20여일 남아있는 수능시험.


도우소서.


17432 1994. 10. 30 (일)


俊이.

4등급에는 어림없는 내신성적.

11시만 넘으면 고냥 쓰러져 자고 아침에는 6시가 훨씬 넘어서야 겨우 일어나는 그 학습 태도.

고3짜리로서의 치열함은 뵈지 않는다.

답답하고 걱정스럽고 화가 나고..


오늘 부차장회의의 금정산 산행.


17433 1994. 10. 31 (월)


부차장들, 초읍 어린이 대공원 앞을 출발하여 능선을 타고 몇구비 고개를 넘어 남문까지, 거기에서 다시 동문으로.

예약한 성안집에는 12시 30분 도착.

먹고 마신다.


음식점에서 제공한 승합차를 타고 온천장 내려와 우 허심청으로 몰려 들어간다.

로마의 세기말적인 목욕문화.

드넓은 목욕장.

가지가지 시설들.

그곳에서 골프치고 들른 벌거벗은 사장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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