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가슴애피 "올다래가 피었는가." 하면서 오류골댁이 면화밭으로 나간다. 그네의 삼베 적삼 잔등이가 후줄근히 들 러붙는 것이, 보는 사람도 덥게 한다. 하늘은 아직도 쨍쨍하여 도무지 비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강실이는 턱밑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훑어 낸다. 그래도 금시 또 땀이 배어난다. 동여 묶은 가슴의 말기는 아예 젖어 있다. 그런 데도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네의 정신이 딴 데 가 있기 때문인가. 소쿠 리에 수북히 담겨 잇는 애호박과 가지를 한 덩이씩 도마 위에 올려 놓고 납작납 작하게 썰던 그네는, 감시 칼손을 놓고 허리를 젖힌다. 젖힌 그네의 허리 쪽으로 뒤안에서 건듯 부는 실바람 한 가닥이 스치듯 지나간다. 채반 위에 널어 놓은 호박이 벌써 땡볕에 익어 허옇게 빛을 뒤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