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도 나름이여.” “양반 양반 허지 마시겨, 대대손손 영화 누린 양반이먼 멋 헌다냐. 인자는 너 나없이 창씨 다 해 부리고, 왜놈들 시상이 된 지가 벌쎄 몇 십 년인디, 무신 다 떨어진 양반이여? 천지가 다 개밍을 허는 판에. 그나저나 그 양반 초상나먼 우 리 배도 좀 부르겄그만잉.” “죄 받는다, 그리 말어라잉? 암만 왜놈들이 득세헌 시상이라 허드라도 조선 사람은 어디끄장이나 조선 사램이여. 그러고 조선 사램이 왜놈이름 부른다고 일 본 사램이 되능거잉가아? 껍데기만 그렇제. 이름이야 그께잇 거 머이라고 불르 든지 조선 사램이 어디 가든 안헝게. 우리는 우리 법 떠라야제. 양반이 그께잇 창씨 조께 했다고. 긴 거이 아닌 거이 되능가? 살어온 근본이 다 있는디.” 돌아앉아서는 재재거리던 거멍굴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