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불러라." 강모는 노비에게 명령하듯 짧게 말했다. 오유끼는 다소곳이 이마를 숙여 절을 하고는 샤미센의 줄을 고른다. 그네의 흰 손가락이 강모의 가슴에 닿는다. 강모 는 머리를 털어낸다. 자완무시와 떡국, 은어 요리들이 어지럽게 상 위에서 뒤섞 이고, 함께 앉은 사람들은 이미 샤미센의 가락 따위에는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 았다. 그들은 거나한 취기를 옆자리의 젊은 여자에게 부리며 허리를 끌어안고 낄낄거린다. 방안에는 자욱한 담배 연기가 전등 불빛을 가리워 모든 것이 몽롱 하게 보인다. 귀밑에서 들리는 희롱의 소리도 아득하고 멀어, 꿈결인가 저승인가 싶었다. 그런 와중에서 오유끼는 홀로 샤미센을 퉁기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가락을 듣고 있지는 않았다. 그네도 누가 들으라도 하는 것은 아닌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