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모는 차라리 고개를 하늘로 젖히고 눈을 맞는다. 눈발은 점점 굵어진다. 어느덧 길바닥에는 발자국이 날 만큼 눈이 쌓였다. 꽃 잎을 밟듯 눈을 밟는 강모의 발밑에는 검은 발자국이 웅덩이처럼 패인다. 그 발 자국의 어둠 위에 다시 흰 눈이 날아내려 어둠을 어루 만지며 녹는다. 강모가 다가정의 골목 어귀까지 왔을 때는 이미 골목이나 지붕이나 동네까지 도 소복한 흰 눈을 머리 위에 덮고 있었다. 천지가 조용하다. 처마 밑의 네모진 창문들에서 주홍의 불빛이 아슴하게 비쳐나와 골목에 내리는 눈발을 물들이고 있다. 강모의 발자국 소리에 놀란, 건너편 관사의 개가 귀를 세우며 짖는 소리가 커겅, 컹, 컹, 컹, 터져나온다. 뒤따라 몇 집에서 개가 짖는다. 강모는 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외투와 머리에 덮인 눈을 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