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584

나의 영화 편력기 -其1- (1주,4식구,3들탁두,3배어강)

(1주원,4식구,3들꽃기탁두성,3배박어리강물) 2003년 5월 반백년을 넘어 살아 낸 여보게들. 생각해 본적이 있나? 우리들에게 한 때 영화란 무엇이었는지. 한시절의 푸르렀던 초록 잎새들은 이제 메마른 낙엽이 되어 우리의 목숨 언저리를 서걱거리고 있을망정 , 우리에게 한 때의 영화란 반짝거리는 보석으로 감성 어딘가에 남아있을것이라 생각되는데. 그렇지 아니한가? 영화를 회억하며 한조각 두근거림이 남아있지 않는다면 자네의 청춘은 사뭇 회색빛이었을걸세. 우리의 소년 시절. 추억컨대 얼마나 황량한 환경에서 우리의 성장은 꿈틀거렸던지. 문화적인 양태의 삶을 생각할 여유가 우리에게 있었던가. 생존이 급급하여 만사가 살벌하고 불안하였던 그 시절의 어른들 틈에서 우리 소년 소녀들은 무슨 꿈을 삼키고 어떤 아름다움을 잉..

내 것/잡설들 2019.09.25

갈매빛 그늘 -9,終- (1,4,3,3)

-잡설- -9,終- 2008년 9월 22일 무릇 목숨이란 자연의 편만한 조화로움 속에서 자연의 한부분으로서 살다 죽는 것. 그러나 인간의 죽음이야 어디 그러한가. 인간은 자연에 종속된 육신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신을 육체로부터 쫓아낼수도 없는 자의식적 존재이다. 육체는 한시적이지만 정신은 영원을 넘나든다. 그리하여 자연의 조화로움으로부터 소외된 채, 군거적(群居的) 안온(安穩)으로부터도 소외된 채 죽어야 하는 존재가 인간으로 태어난 동물의 숙명이다. 인간은 자의식 가득한 단절된 구멍 속에서 스스로의 실존을 살다 지극히 개별적으로 죽을 뿐이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자연과도 타인과도 소통할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사람인데 사랑없이 어찌 살 것인가. (꼬마 모모가 하밀영감에게 묻는다. 사람이 사랑없이 살 수 있..

내 것/잡설들 2019.09.25

갈매빛 그늘 -8- (1,4,3,3)

-잡설- -8- 2008년 8월 15일 외가의 큰집 사촌들. 모두 인물이 좋았지만 특히 큰누나 박규완(朴圭婉)은 정말 미인이었다. 일찍이 나는 큰누나만큼 단정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을 본 적이 없다. 잠시 눈감아 모습들 떠올리려니 큰누나에게서 돌아가신 어머니(누나에게는 큰고모)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하여 공연히 마음이 촉촉해 지는구나. 용모뿐 아니라 은쟁반에 옥굴러 가는 목소리, 누나에게 있어서 이런 표현은 입에 발린 수사가 아니다. 98년 늦은 봄 어머니 돌아 가셨을적 만난 큰누나는 당시 환갑 훌쩍 뛰어넘은 연배일 터인데 그 용모 음성 여전하여 내게 그것은 감동이었다. 나는 여배우 이영애를 접할 적마다 큰누나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제 일흔 노파일 큰누나가 훨씬 더 어여쁜 이미지로 내 감성에 자리잡고 ..

내 것/잡설들 2019.09.25

갈매빛 그늘 -7- (1,4,3,3)

-잡설- -7- 2008년 7월 14일 엊그제 (2008월 7월 9일) 한여름 무더위 속, 가야 숙모 기어이 가셨다. 남은 것은 한 줌의 재와 아들 동은이와 딸 주은이, 며느리와 손자와 호주사람 사위 크리스. 남매의 오열 숨죽이지 않았더라도 올올이 맺힌 그들 세모자녀의 사연, 제대로 들을 귀 없으니 통곡 없다하여 어떠하랴. 아, 어느 죽음엔들 남은 자들 호곡(號哭)속에 질펀한 사설 없을까. 그러나 영결의 슬픔이란 순간의 것은 아니다. 주검 앞의 울음은 보내는 절차와 요식으로서의 슬픔이고, 산자들 스스로를 위한 카타르시스로서의 슬픔일 것이다. 진정한 슬픔이란 제의적(祭儀的)인 것이 아니다. 깊은 곳에 잠겨 삶 속의 한 부분으로 잠겨있다가 시시때때로 사무치는 그 무엇이다. 영락공원 화장장에서 주검을 처리하는..

내 것/잡설들 2019.09.25

갈매빛 그늘 -6- (1,4,3,3)

-잡설- (6) 2008년 5월 24일 2008년 5월 24일 오후. 추적이며 비 내린다. 가신지 10년, 오늘 어머니의 10주기이다. 책상 앞 앉아 맥주잔 기울인다. 유택(幽宅)에는 며칠 후로 미룬채. 신불산자락, 그 등성이 풀섶에도 비는 촉촉하게 적시고 이윽고 스며들어 어머니의 진토를 적실 것이다 육신은 썩어 이미 초록기쁨으로 화하여 이 푸른 오월을 겨워한다고, 그렇다고.. 執事 朴仁淑之墓- 요단강 저너머 하나님 곁에서 영생의 복락에 겨워하고 있다고, 그렇다고.. 또 하나의 어미인, 아내는 모처럼 귀국한 아들놈 생일이 내일이라고 빗소리 들으며 또닥또닥 도마소리를 내고 있고. 그 또한 그렇다고.. 또 다른 어미 내 딸은 제 딸 정빈이 어르면서 고층 아파트의 창밖으로 뽀얀 도시의 우무(雨霧)를 내려다 보..

내 것/잡설들 2019.09.25

갈매빛 그늘 -5- (1,4,3,3)

-잡설- (5) 2008년 3월 25일 아버지 바로 아래 여동생, 마산고모 이인순(李仁順). 1918년 10월 12일 부산 영주동 출생, 2005년 서울에서 돌아가셨다. 통영사람 최씨 성(창씨명 高村浩)의 고모부님. 큰 딸 최광주, 내 사촌 형제중 가장 연배인 광주 누나의 다정한 웃음이 떠오른다. 큰 아들 역시 사촌 남형제중 가장 연배의 풍이 형(최동석). 풍이 형은 1995년 4월 초 어느 봄날, 처자식 두고 아직 청청한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버렸다. 최씨 집안의 장손으로서 좀 더 영악하게 사셨어도 좋으련만 마산 어느 병원의 영안실 영정 속 풍이 형은, 머리 벗어진 모습으로 마냥 착한 웃음을 웃고 있었다. 보생의원 건넌 방. 함께 얘기 나누었던 레마르크의 '개선문‘의 라비크와 조앙 마듀. 그때 마셨던 ..

내 것/잡설들 2019.09.25

갈매빛 그늘 -4- (1,4,3,3)

-잡설- -4- 2008년 1월 27일 이종석(李種奭) 아버지의 아버지, 내 할아버지. 1893년 8월 30일 서울에서 태어나 1973년 3월 1일 서울 서교동 숙부댁에서 돌아가셔서 남양주의 마석 모란공원에 묻히셨다. 마석 모란공원. 할머니도 할아버지 곁에 잠들어 계시고 막내숙부도 화장하여 뼛가루 돌탑에 담아 그 곁에 있을뿐더러, 큰숙부(李鎭雨) 내외분과 작년 돌아가신 작은숙부(李吉雨)도 그곳에 잠들어 있다. 장년(壯年) 이후 주로 부산서 활동한 의사. 부산시 초대(?) 의사회장. 그다지 크지 않은 체구에 눈매가 아름다운 분이였고 상당히 과묵하셨다. 아버지없는 나의 사춘기에 절대적 영향을 행사하신 어른이었지만 조손(祖孫)이 긴 얘기를 나누었던 기억은 내게 없다. 애비없는 손자에게 어떤 종류의 애틋한 마음..

내 것/잡설들 2019.09.25

갈매빛 그늘 -3- (1,4,3,3)

-잡설- -3- 2007년 12월 8일 아버지의 할아버지, 곧 내 증조부. 李圭直(이규직). 生年은 모르겠고 1941년 12월 13일 歿하셨다. 이 어른의 부친(나의 고조부)의 동상이 경상남도 진영읍에 있었다. 양복차림의 청동 입상. 19세기 말이라던가, 수리조합을 만들어 그 고장 농업경영에 기여를 하여 주민들이 그 공이 고마워 세웠다는데. 글쎄 옛 원님네들 임기 마치고 물러가면서 제 공덕비 스스로 만들어 세우듯 그런것이었지 않나 싶다. 지금도 동상을 배경으로 찍은 웃대의 여러 사진들은 집안의 자랑꺼리로 회자되곤 하는데, 일제말기 이른바 대동아전쟁때 쇠붙이 공출 당하여 지금은 비석만이 남아 있다. 본관은 慶州. 白沙派 백사파라고 모두 양반이랴. 나는 우리집 족보라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조말(李朝..

내 것/잡설들 2019.09.25

갈매빛 그늘 -2- (1,4,3,3)

-잡설- -2- 2007년 11월 23일 이제 나는 안다. 인간의 실존이란 일개 이념의 틀 속에 넣기에는 엄청나게 벅찬 무엇임을.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말하였다. 전 존재로서 수렴하여야 할 완벽하고 순정한 가치관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란 살아내는 존재이다. 아버지는 결코 변증의 역사과정의 한 의미로써 스러진 것이 아니다. 아들인 나는 확신컨대, 아버지는 당신의 '갈매빛 그늘', 그 정서 속에서 가셨을 것이다. 삶이 그러하듯 죽음이란 일관된 관념 속에 가두기에는 지독하게 개별적인 것이다. 짐짓 어떤 폼을 취할지언정 본질적으로 모든 죽음은 개별적 타살이다. 자살도 또한. 불가사의한 섭리에 의하여 우리는 개별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집단적 보편적 가치에 헌신하여, 혹은 애타심의 지고한 희생정신으..

내 것/잡설들 2019.09.25

갈매빛 그늘 -1- (1,4,3,3)

(1) 2007년 10월 22일 -임정빈은 보듬고 이동우는 흠향하소서- 눈길 너머 아득하고 서늘하게 누워 있는 산자락은 그냥 갈매빛이다. 우리는 갈매빛 그늘 가에 서성이는 쓸쓸한 영혼들. 딸아이가 딸을 출산하였다. (2007년 9월 7일 오후 6시 48분) 임정빈(林貞彬) 유순한 눈빛으로 올려다 보는 갓난장이. 할비와 마주치는 눈빛 너무나 낯익다. 그 눈빛은 온갖 것들을 다 품고 있다. 내 어머니 깔깔대는 웃음이 있고, 아, 아버지 그 분의 헛헛한 웃음도 있고, 어느 날의 크리스마스도 있고, 어느 강변에 울렁이는 연애의 정경도 있다. 코 끝에 풍기는 작디 작은 갓난장이의 숨결. 그 숨결은 너무나 달콤하여 그저 숨막히는 어여쁨이다. 아, 도대체 이토록 곱디 고운 한 줄기 빛이 어디로 부터 내게 왔더란 말이..

내 것/잡설들 2019.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