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하게 피어나는 꽃잎도, 향훈도, 우거진 잎사귀도, 꽃보다 더 곱다는 단풍도 이미 흔적 없이 사라진 대지의 깡마른 한토에, 나무들은 제 몸을 덮고 있던 이파리를 다 떨구어 육탈하고 오로지 형해로만 남는 겨울. 겨울은 사물이 살을 버리고 뼈로 돌아가는 계절이다. 그래서 제 형상을 갖지 않는 물마저도, 흐르고 흐르던 그 살을 허옇게 뒤집어 뼈다귀 드러내며 얼어붙는다. 그뿐인가, 바람 또한 경의 뼈를 날카롭게 세워 회초리로 허공을 가르며 후려치니, 날새의 자취도 그치고, 사람도 다니지 않으며, 짐승 또한 굴 속으로 들어가 몸을 사리는 혹독한 추위 속에, 사위를 둘러보아 그 무슨 위안이나 온기 한 점 얻을 길 없는 삼동.헐벗은 잿빛으로 앙상한 골격을 뻗치고 있는 낙목한천에, 겨울 달은 얼음처럼 떠오른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