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평토제 흰 옷을 입은 집사자들이, 옻칠을 한 제기에 높이 괴어 올린 제수들을 조심스럽게 받쳐들고, 청암부인의 신주를 모신 영좌 앞의 제상에 공손히 진찬한다. 살감이 살아 생전에 받는 밥상과는 달리 다리가 휘엇하니 길고 상면이 높은 제상은 마치 허공에 소슬하게 걸린 선반 같았다. 그 검은 상에 나무 그릇의 둥근 굽 닿는 소리가 명부의 음향으로 울린다. 솜씨를 다하여 굄새를 뽐낸 음식과 과일들을 얼른 보아 무슨 잔칫날의 큰상이나 다를 바 없는데, 이미 유명을 달리한 혼백을 위한 음식이라 그러한가, 그 위에는 적막한 기운이 감돈다."나 죽은 다음에는 동네 사람들을 후히 먹이라."고 했던 청암부인은"이제 나 죽고 나서 제사가 돌아오거든 모쪼록 음식을 걸게 하여 아끼지 말고, 술도 많이 빚고, 떡도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