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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6권 (30)

여러 두령이 미안하게 여기어서 오주 대신 사과 일체로 말들 하는데 상쟁이가 사람이 싹싹하지 못하여 뺨이 부을뿐 아니라 한편 이가 다 솟았다고 엄살하고, 또 오십 평생에 처음 봉변이라고 중얼거리니 여러 두령은 도리어 배알들이 틀려서 “이가 아주 물러나지 않은게 다행이오.” 하고 빈정거리를 사람도 있고 “뺨 맞을 것은 상 보구 모르우?” 하고 씨까스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 서림이는 유독 상쟁이 의 비위를 맞춰 주느라고 “그 사람 성정이 너무 우악스러워서 우리두 잘 가래 지 못하우.” 하고 곽오주를 쳐서 말하니 박유복이가 “여보 서장사, 오주 있는 데선 그버덤 더한 소리를 해두 좋지만 없는데 그런 소리 하는 건 좋지 않소.” 하고 서림의 말을 탄하였다. 서림이가 박유복이를 돌아보며 눈을 끔적거리고 나 서 ..

임꺽정 6권 (29)

“그럼 함부루 지어낸 게지.” 늙은 오가가 천왕동이를 바라보면서 “다른 젖은 몰라도 쇠불알젖만은 자네가 지어낸 겔세. 나는 금시초문일세.” 하고 웃는데 돌석이가 오가를 돌아보며 “장 인 행세 하실라거든 이 장난꾼들을 꾸중이나 좀 하시우.” 하고 말하니 오가가 선뜻 앞으로 나서서 일부러 틀을 지으며 “내 딸 내 사위 고만 들볶게.” 하고 껄껄껄 웃었다. 오가가 말리지 않고 도리어 부추기고 꺽정이가 다른 두령과 같 이 웃고 서서 구경하니, 막봉이와 천왕동이의 짓궂은 장난이 그칠 줄을 몰랐다. 돌석이는 웃고 당하지만 신부는 다부져도 종시 계집아이라 부끄럼을 못이겨서 나중에 눈에서 눈물까지 흘러나왔다. 천왕동이가 신부의 눈물을 보고 “색시를 훔친 사람은 용서할 여지가 없지만 죄없는 색시가 애처로우니 우리 고만 ..

임꺽정 6권 (28)

“집에서 무어라구 대답해 보냈답니까?” “그런 말 못 들었다구 대답했을 건 묻지 않아두 알 수 있지 않으냐?” “못난이 형님들이 종없이 지껄였는데 누가 아우?” “형님들 말 마라. 형님들은 자기네 신상에 혹시 누가 끼칠까 겁을 내 서 집안 식구까지두 네 이야기를 입밖에 뻥끗 못하게 한단다.” “내가 가면 집 안에 들어서지두 못하게 하겠네.” “그렇기가 쉽지.” 막봉이가 한참 동안 있다 가 “형님 산으루 들어갑시다.” 하고 말하니 삼봉이는 고개를 외치며 “산에 들어가면 여럿에게 붙들여서 지체될 테니까 못 들어가겠다.” 하고 대답하였다. “며칠 놀다 가면 어떻소?” “내일은 천안서 올 줄 알고 기다릴 테니까 곧 가 야겠다.” “그럼 오늘 떠나겠소?” “암 떠나야지.” “내가 수이 한번 발안이 루 안성으루 다..

임꺽정 6권 (27)

억석이의 딸을 부르러 간 졸개가 돌아와서 “기집애년을 불러왔소이다”하고 고하여 여러 두령이 밖을 내다보니 추녀 끝에 달린 등롱 불빛에 덜밉지 않은 얼 굴이 드러났다. “그년 곧잘 생겼구나" "참말 똑똑하게 생겼으니까 고런 맹랑스 런 짓을 했구나”하고 몇 두령이 칭찬들 하는 중에 꺽정이가 뜰 아래에 섰는 억 석이의 딸을 내려다보며 “이년, 네 말 듣거라. 배두령께서 어째 네게 실없이 하 셨든지 실없이 하셨으면 순순히 받을 것이지 생심쿠 칼부림을 한단 말이야. 그 런 발칙한 년이 어디 있단 말이냐”하고 호령하였다. 꺽정이의 호령질이 뜻밖의 일이라 배돌석이도 당황하였으니 억석이의 딸은 초 풍함직하건만 고개를 푹 숙이고서 눈 한번 거들떠보지 아니하였다. “옷고름에 매듭지은 것을 네 손으루 풀어버려라" "못 풀어..

임꺽정 6권 (26)

“손이 아프시지 않으시오" "얄미운 소리 하지 마라" "나도 맹세를 치리까?" " 암, 너두 쳐야지” 돌석이가 옷고름을 앞으로 내어미니 처녀는 고개를 숙이고 “저는 당신의 안해가 되겠습니다. 만일 못 되면 칼로 자결해 죽겠습니다” 먼 저 마디는 어물어물 말하고 나중 마디는 또박또박 말하고 나서 정성스럽게 옷고 름에 매듭을 맺었다. 새벽이 가까워서 닭이 자칠 때 돌석이가 처녀를 보고 “나는 고만 갈 테다” 말하고 일어나려고 하니 처녀가 붙들었다. “왜 붙드느냐?”,“ 아버지가 내려오 거든 아주 보고 아퀴를 짓고 가시오" "너의 아버지를 여기서 보기는 면괴스러우 니 이따 내가 조용히 청해다가 말하마" "이따 언제요?" "아침때나 점심때나 틈 나는 대루 청해다가 말하지" "그럼 그러세요” 돌석이가 자기 처소에..

임꺽정 6권 (25)

사산파수제도가 그 동안 일신하게 작정되어서 사방 산 위에 파수막이 있고 파 수막 하나에 사람이 다섯씩 매어 있는데 다섯 사람 중의 넷은 그저 파수꾼이요 하나는 파수꾼의 패두인데, 파수꾼 넷은 둘씩 짝패를 지어서 한 패가 낮번을 들 면 한 패는 밤번을 들되 낮번과 밤번을 선보름 후보름으로 서로 돌리고, 패두는 번에 빠지는 대신에 낮이고 밤이고 하루 몇 차례씩 올라가서 파수꾼의 잘잘못을 돌보고 그 위에는 사산 파수를 총찰하는 두령이 있어서 파수꾼의 군호를 날마다 정하여 주고 또 파수꾼과 패두의 상벌을 맡아 보았다. 배돌석이가 이태 동안 내 리 사산을 총찰하여 오는 까닭에 파수꾼의 식구들을 거지반 다 알고, 또 파수꾼 의 번차례를 대개 다 짐작하였다. 억석이가 밤번인 것을 짐작 못하고 온 사람이 라도 자꾸 불..

임꺽정 6권 (24)

3 한편 이봉학이를 놓친 죄로 금부도사는 삭탈관직 되고 포도부장은 병신 되고 낙사 되고 나장과 나졸과 포도군사는 모두 결곤을 당하고, 또 한편 이봉학이를 구한 공로로 황천왕동이와 길막봉이는 칭찬울 듣고 정상갑이와 최판돌이는 상급 을 받았다. 이것은 더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 없는 일이고 이봉학이가 청석골로 들어온 뒤 그 소실 계향이가 산후에 실섭한 까닭으로 바로 병들어 눕게 되어서 의약을 짐작하는 서림이가 약을 써보았으나 병이 말을 듣지 아니하여 할 수 없 이 난데 의원을 구하여 들이게 되었는데, 박유복이의 처가 동네 산상골서 멀지 아니한 허풍골 사는 허생원이 의술이 도저하단 말이 있어서 유복이가 장인 최서 방에게 기별하여 허생원을 데려오게 하였다. 허생원이 와서 계향이 병에 약을 쓰기 시작하여 불과 몇 ..

임꺽정 6권 (23)

황천왕동이가 길두령이라고 부른 사람은 길막봉이다. 막봉이가 고개 밑에 내 려와서 봉학이에게 인사하고 나서 한옆에 모아 앉힌 발가벗은 사람들을 가리키 며 “저것들을 왜 죽여버리지 않았소?”하고 황천왕동이더러 물으니 천왕동이는 이봉학이를 한번 흘낏 돌아보고 “죽이면 좋겠는데 죽이지 말라네그려.” 하고 길막봉이의 말을 대답하였다. “저것들을 놔준대두 우리들 가기 전에 놔주지 못 하우.” “그러니 어떻게 처치했으면 좋겠나?” “글쎄.” 하고 길막봉이가 고개 를 비틀고 생각하다가 채수염 난 자를 바라보며 “상갑이, 이리 좀 오게.” 하고 불렀다. 길막봉이가 상갑이란 자를 데리고 잡아 앉힌 사람 처치할 도리를 의논 하는 중에 이봉학이는 황천왕동이를 불러가지고 어찌된 사단인 것을 물었다. “ 내가 정신이 얼떨떨해서 ..

임꺽정 6권 (22)

금부도사는 임진가서 임진 가서 하룻밤 숙소하려고 예정하였던 것인데 의외로 중로에서 이봉학이를 체포하게 되어서 예정을 변경하여 고양읍을 숙소참 대고 회정하였다. 도사가 봉학이를 보고 “고양읍에 가선 집교보를 변통해서 태워 주까?” 하고 묻는 말에 “서울까지 걸어가두 좋소이다.” 이봉학이는 대답하고 갖신 벗고 미투리 신고 나졸 군사들과 같이 걸었다. 이봉학이가 오랏줄 지우고 길을 걷는 것이 생외의 처음이라 마음의 창피한 것과 몸의 거북한 것이 이를 데 없으나 자기의 창피하고 거북한건 오히려도 여차이고, 계향이의 소리없이 우는 꼴이 차마 보기 어려웠다. 계향이가 처음에는 구상전 만난 종의 자식같이 정신 없이 떨기만 하다가 떠는 것이 진정되면서부터 두 눈에 눔물이 샘솟듯 하는 것 을 씻다 못하여 치맛자락으로 멀..

임꺽정 6권 (21)

황천황동이가 이봉학이의 놀라워하는 눈치를 보고 적이 웃으면서 아랫목에 내려와 앉을 때 봉학이는 “밖에서 아무도 본 사람이 없나?” 하 고 물으며 곧 앞미닫이를 활짝 열어놓았다. “마침 밖에 아무도 없기에 그대루 막 들어왔소.” “대체 어째 왔나?” “서울 가는 길이오.” “서울은 어째 가 나?” “소문 좀 들으러 가우.” “이 사람아, 지금이 어떤 판인 줄 알고 나섰 나. 포교들이 길가에 널렸네. 사람들이 대담해두 분수가 있지 않은가. 공연히 서 울 갈 생각 말구 도루 가게.” “포교가 나를 어쩌겠소. 아까 이 나룻가에 와서 두 기찰을 당했지만 시임 황해감사 신희복의 삼종질 신생원에게 저희가 고개나 숙였지 별 수 있소.” “자네가 신생원 행세하나 만일 얼굴 아는 사람을 만나면 탈 아닌가?” “양주읍에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