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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7권 (14)

“선생님께서 가신다면 뫼시구 가다뿐입니까.”“자네가 내개 청하고 싶다는 일이 무 어냐 말일세.”“말씀하기 황송하지만 노인정패에게 분풀이를 한번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분풀이를 어떻게 하면 좋겠나?”“저의가 당한 것처럼 한번 망 신을 시키면 속이 시원하겠습니다.”“이 사람 나를 기생방 매질꾼으로 내세우 고 싶단 말인가.”“천만의 말씀입니다.”“그럼 노인정에 가서 풍파를 내잔 말 이야?”“노인정에 가서는 사정의 기둥뿌리를 솟쳐놔두 분풀이가 못됩니다.”“ 그러나 기생방에 가서 매질하잔 말이 아닌가?”“선생님께서 매질해 줍시사구는 말씀하지 않습니다. 노인정패에 장사 하나가 있는데 그 장사 하나만 꿈찍 못하 게 해주시면 그 나머지는 저희들이 능준히 해낼 수 있습니다.”“장사라니 힘이 얼마나 세든가?”“제 눈으로..

임꺽정 7권 (13)

노밤이가 이야기를 마친 뒤에 다시 한온이를 보고 “복니를 몸에 올려두시지 않구 잡아 없애실 테면 저를 줍시오. 제가 얼마 동안 이 건너방에 들어와서 자 겠습니다.” 하고 말하니 한온이가 노밤이의 말은 대답 않고 상노아이에게 문서 궤, 세간궤, 보료, 이부자리 등속은 다른 데로 치우라고 이르고 나서 “이는 떨 어 버리든지 죽여 없애든지 맘대루 해라.” 하고 일렸다. 한온이가 상노아이에게 이르는 말이 노밤이에게 반 허락하여 주는 폭이라 노밤이는 곧 “복니를 제게 내주시니 황감합니다.” 하고 허리를 두세 번이나 굽실굽실하였다. 이날 밤부터 노밤이가 드러내놓고 건넌방에 들어와서 자게 되었는데 상노아이더러 “인제는 너두 같이 들어가 자자.” 하고 말하니 상노아이가 “나는 복니 싫소.” 하고 도 리머리를 흔들었다...

임꺽정 7권 (12)

한첨지의 주량이 꺽정이를 당하지 못하여 꺽정이가 아직 술 먹은 것도 같지 않을 때 한첨지는 벌써 거나하게 취하였다. “내가 소시적엔 며칠씩 밤을 새워 가며 술을 먹어두 끄떡없던 사람인데 되지 못한 낫살을 먹은 뒤루 술이 조금만 과하면 술에 감겨서 배기질 못하우.” “우리게 오두령은 나이 육십 줄이건만 지금두 가끔 젊은 사람들하구 술타령으루 밤새임을 하우.” “그자가 계양산 괴 수의 심부름으루 우리게 다닐 때 나이 이십 남짓했었을까. 그런데 벌써 오십이 넘었단 말이지.” “장인의 심부름으루 서울을 자주 왔었다구 오두령두 말합디 다.” “그때 우리는 계양산 졸개 개도치루만 알았었소.” “개도치가 오두령의 이름이오?” “같이 기시면서 이때것 이룸두 모르셨소?” “자기가 말 안 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

임꺽정 7권 (11)

3 남성밑골 노름꾼 한치봉이란 자가 저의 첩을 가지고 미인계를 써서 천량 있은 집 왈짜자식을 올가미 씌구고 노름 밑천을 뺏기 시작한 것이 남소문안패란 도적 패의 생기던 시초이었다. 남소문안패가 처음에는 한치봉이의 동류 사오 명에 불 과하였으나, 하나 늘고 둘 늘고 연해 늘어서 한치봉이 당대에 도록에 성명 오른 부하가 사오십 명 좋이 되었었는데 태반은 양반의 집 종들이었고 이외에 매파, 뚜쟁이와 상쟁이, 점쟁이와 무당, 판수와 태수, 돌파리, 보살할미 등속을 부하와 다름없이 부리어서 한치봉이는 남북촌 대가의 밥끓고 죽 끓는 것을 눈으로 보듯 이 알고 지내었었다. 한치봉이의 뇌물이 몇 손을 거치면 지엄한 궐내에까지 들 어가고 또 한치봉이의 청이 몇 다리를 건너면 당로한 재상에까지 미쳐서 연산 당년에는 후궁 ..

임꺽정 7권 (10)

“그눔이 오거든 너는 아뭇소리 말구 가만히 있거라.” 졸개가 내려온 뒤에 보리밥 한 솥 짓기나 착실히 지나서 노밤이가 혼자 털털거리고 내려와서 꺽정이를 보고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황송합니다." 인삿말 한마디 하고 곧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거짓말투성이로 늘어놓았다. "제가 초립동이를 데리구 고개에 올라가서 초립동이 어머니가 도적에게 붙들린 자리를 찾아가 본즉 그 옆이 바루 큰 솔밭인데 솔밭 속에 젊은 놈 한 놈이 여편네를 자빠뜨려 놓았습디다. 그래서 당장 그놈의 모가지를 돌려앉히려다가 젊은 놈이 얼굴 얌전 한 여편네를 보구 불측한 맘을 먹기가 용혹무괴거니 널리 생각하구 온언순사루 타일러서 보내려구 솔밭 밖으루 불러냈솝드니 그놈이 손에 환두를 들구 쫓아나 와서 제잡담하구 대어듭디다. 선손 거는 놈을 ..

임꺽정 7권 (9)

아침밥이 끝난 뒤에 노밤이가 행장을 수습하여 내버리고 가기 아까운 것이 한 가지 두 가지 차차로 많아져서 부담상자 하나가 뚜껑이 잘 덮이지 않도록 쑤시 어 넣고도 옆에 붙이고 위에 얹을 것이 많이 남았다. 구중에 돗자리와 기직자리 는 함께 돌돌 말았으나 길이가 있어 거추장스럽고 입쌀과 서속쌀은 한 자루에 올망졸망 넣었으나 무게가 묵직하여 이 두가지를 노밤이는 졸개에게 떠맡길 생 각으로 “자네 짐은 내 짐버덤 휠씬 가볍지?”하고 졸개에게 말을 붙였다. “왜 그래? 가벼우니 짐을 바꾸어 줄까?” “자네가 그런 선심이 있다면 제법이게. 건너다보니 절터가 환한걸.” “내가 난생 처음 선심을 좀 써볼랬드니 제법 소 리가 듣지 창피해서 고만두겠네.” “짐을 바꾸면 자네는 선심 있는 사람 되구 나는 염의 없는 사람되..

임꺽정 7권 (8)

“저놈이 성한 눈깔 마저 멀구 싶은가?” “이놈아 악담마라. 내가 판수 되면 네가 먹여살릴 테냐?” “이놈아 네가 악담했지 내가 악담했어!” “나는 이날 이때까지 악담이라구 한번두 해본 일이 없다” 졸개가 또 대꾸하려구 입을 벌릴 즈음에 “기탄없이 떠들지 말구 짐이나 지구 나서라” 꺽정이가 꾸짖어서 졸개 가 입을 다물었다. 노밤이는 이것을 보고 저의 볼기짝을 두들기며 “아이구 고 소해라”하고 웃다가 꺽정이가 별안간 “무에 고소하냐!”하고 큰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목을 움칠하고 입을 딱 벌렸다. 졸개가 짐짝을 지는 동안에 노밤이는 내 던진 칼을 찾아가지고 와서 앞서서 저의 집으로 인도하였다. 노밤이의 집이란 것이 후미진 곳에 외따로 묻은 움집이라 집 전체가 곧 방 한 간인데 그 방에 거적을 매단 문이 있고 ..

임꺽정 7권 (7)

"그럼 철원 일은 모르겠구려." "무슨 일을 모른단 말이오?" "무슨 일이든 지." "고향에서 사는 형님네와 왕래가 잦은 까닭에 고향일이 쇠배 어둡진 않소." "임꺽정이란 사람이 철원 땅에 산다는데 철원 어디서 사는지 혹시 아우?" "임꺽 정이라니 도둑놈 아니오?" "그렇다는갑디다." "집두 절두 없는 도둑놈이 붙백여 사는 데가 어디 있게소." "도둑놈이라두 몸담아 있는 곳은 있을 것 아니오." "바 위 밑에 굴을 파구 굴 속에서 산답디다. 가까이 있으면 한번 찾아가서 힘겨룸 좀 해볼 생각이 있소." "힘겨룸할라구 일부러 도둑놈을 찾아간단 말이오? 별 양 반 다보겠네." "철원 가서 물으면 임꺽정이 있는 굴을 알 수 있겠소?" "그놈이 올 봄에 살인하구 관채에게 쫓겨서 타도루 도망했다는데 그때는 황해도루..

임꺽정 7권 (6)

서림이가 마침 이봉학이, 박유복이 두 두령들과 같이 꺽정이 사랑에 앉아 있다 가 여탐꾼의 보하는 말을 듣고 “그것 보십시오. 장효범이가 그만 꾀에두 넘어 가지 않습니까.” 하고 꺽정이와 및 두 두령들을 돌아보니 꺽정이는 “서종사 일 요량하는 게 무던하우.” 서림이를 칭찬하고 이봉학이는 “평산부사가 얼뜬 자식이오.” 장효범이를 비웃고 박유복이는 “김가 부자가 무사하게 되었을까.” 억석이를 염려하였다. 서림이가 꺽정이를 보고 “인제 황두령을 신계 가라구 이 르시지요.” 하고 말하여 꺽정이는 “지금 곧 불러다가 이르겠소.” 하고 사람을 보내서 황천동이를 불러왔다. 황천동이가 와서 평산 관군의 걷혀간 이야기를 들은 뒤에 곧 서림이를 돌아보며 “강음 관군두 걷혀 들어가게 됐소?” 하고 빈 정대는 말투로 물으니 서..

임꺽정 7권 (5)

꺽정이가 화가 나서 쑥덕공론하는 사람의 본보기로 안해를 도회청에 끌어내다 가 혼구녕 내고 싶은 생각까지 났었으나 꿀꺽 참고 “소갈찌 없는 기집년이란 할 수 없다.” 하고 혀를 쩟쩟 차며 사랑으로 나왔었다. 안해에게 난 화가 채 가 라앉기도 전에 박유복이가 곽오주를 데리고 와서 곽오주와 서림이의 싸움질한 것을 이야기하여 꺽정이는 화가 벌컥 도로 나서 박유복이의 이야기도 다 들어주 지 않고 곽오주를 호령질하여 쫓은 뒤에 일변 서림이를 부르러 보내고 일변 좌 기령을 놓았었다. 그러나 꺽정이가 곽오주를 죽일 마음은 없던 까닭에 도회청에 나가기 전에 오가를 불러다가 문의하게 되었는데 오가의 이야기로 황천왕동이와 길막봉이의 간련 있는 것도 미리 알았고 두 사람이 곽오주와 같이 죄를 당하려고 나서거든 어떻게 곽오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