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차차 더워 가면 옷 해놓은 건 어떻게 하나.”“옷 보내기가 급하면 신 서방더러 먼저 갖다 두고 오라지요.”“그렇지만 이왕 가려는 길을 자꾸 늦춰서 쓰겠나.”백손 어머니가 말대답하기 전에 천왕동이가 먼저 “내 길은 늦추라구 형님 길을 늦추지 말라우. 애기 어머니 차치구 포치구 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내가 내일 갈까 보우.”하고 웃으니 애기 어머니도 웃으면서 “귀양살이까지 하 구 지각 좀 났을 줄 알았더니 전이나 마찬가지로군.”하고 대꾸하였다. 이내 정 당한 말은 그치고 실없은 말이 나서 한동안 여럿이 함께 웃고 떠들다가 정밤중 에 돋는 달이 높이 올라온 뒤 비로소 잘 자리들을 보게 되었다. 이튿날 식전에 애기 어머니가 백손 어머니를 데리고 천왕동이의 옷 지을 것을 의논하였다. “바지 저고리 두루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