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콜레라 시대의 사랑 1.2 (1,4,3,3)

카지모도 2019. 9. 2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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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2015130일 포스팅 

 

<콜레라 시대의 사랑> --

-마르케스

 

***동우***

2015.01.31 05:43

 

라틴 아메리카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 아닌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는건 정말 슬픈 일이라고.

1950, 60년대의 척박하였던 시절의 대한민국실연(失戀)으로 양잿물 들이마신 남녀 흔히 접하였는데.

작금순정(純情)한 사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 있을까요.

 

<예레미아 드 쌍아무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었다. "난 절대 늙지 않을 거야.">

으흠늙음과 사랑....

옛날 영화 '위험한 관계'라는 영화.

기억 속 희미하여도 그 영화의 주제곡 Sinno Me Moro 는 귀에 익습니다.

검색하여 가사를 베껴 적습니다. 흥얼거려 보시기를.

Amore, amore, amore,a more mio

in braccio a te, me scordo ogni dolore

voio resta co"te sinno" me moro

voio resta co"te sinno" me moro

voio resta co"te sinno" me moro.

내 사랑내 사랑내 사랑내 사랑이여!

당신의 가슴에 안겨서 난 모든 시름을 잊는다오.

죽을 때까지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함께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 1927~2014)

놀라운 작가 마르케스의 놀라운 작품은 백년 동안의 고독만 있는게 아닙니다.

그의 대표작중 하나, '콜레라 시대의 사랑'.

일곱 번 쯤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한회분 읽거리 분량으로 좀 많은듯 하지만 작가가 마르케스인지라 그닥 지루하게 하지 않을겁니다.

 

***mayblue***

2015. 02.01 13:44 

 

이 소설 한번쯤 꼭 읽어보고 싶었어요.

전 영화로 먼저 이 소설을 마주했거든요.

한참 그 무엇에 목마른 갈증의 시간들을 이 영화를 몇번이고 돌려보면서

그 대사들을 음미하며 보았던 추억

 

동우님 감기는 다 나으시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지요

전 염려해 주신 덕분에 무사히 자리잡아 가고 있답니다.

아직 정리정돈 중에 있고 처리해야 할 일들도 몇가지 밀려있지만

오늘은 조금 숨쉴만한 여유가 있어 컴 앞에 앉아 귀하신 동우님께 안부 여쭙니다.

 

올려주신 글 앞으로 천천히 소중히 아껴가며 감하겠습니다.

이 소설 참 반깁니다참 고맙구요

 

***동우***

2015.02.01 05:16

 

메이블루님.

부산 주거랑자제분들 학교랑 두루 안돈하신듯 하여 마음이 좋습니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압축된 서사의 영화보다 좀 장황한듯 하지만 천천히 읽어 보십시오.

마르케스의 색감 느끼실수 있으리다.

 

'귀하신 동우님'이라는 황감한 호칭으로 안부를 물어주심...

메이블루님께로부터의 귀한 대접낯 뜨겁지만 얼마나 기쁜지요하하

덕분에 감기는 다 낳았답니다.

고맙습니다.

 

***mayblue***

2015.02.01 13:25

 

아이같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계신 동우님...

한마디 인사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감동으로 반겨주시고

올려주시는 글들을 통해 마음의 휴식과 잃어버린 추억까지 찾아주시니 어찌 귀하신 분이 아니실까요?

사이버 공간에서나마 그것도 이 좋은 항구도시의 같은 하늘 아래서 만나니 제마음 참 기쁘고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수고해 주세요~

한가해지면 자주 뵙겠습니다.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 테라스 물청소 하다 날려가는 줄 알았습니다.ㅎㅎ

 

***동우***

2015.02.02 04:52

 

<"페르미나,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는 이런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소영원한 충실함과 끝없는 사랑을 다시 한 번 당신에게 서약하기 위해서 말이오.">

파파 노인이 되어, 51 9개월 만에 하는 사랑의 고백.

 

첫사랑의 열병그 기쁨과 고통의 감정을 혹 기억하는지요.

아득한 옛날 플로렌티노 아리자는 아몬드 모양의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열세 살 소녀에게 빠져버렸습니다.

플로렌티노 아리자의 어머니는 사랑에 빠진 아들이 곧 죽을것 같습니다.

그것은 콜레라와도 같은 열병입니다.

<그러다가는 미쳐 버리고 말겠구나." 새벽에 첫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자기 침실에서 소리쳤다. "어떤 여자도 그 정도의 값어치는 없어.">

그러나 플로렌티노 아리자에게 페르미나 다자는 아몬드나무의 꽃들이 소나기처럼 지는 오후ق시의 아련한 햇살 속에서 왕관을 쓴 영원한 여신이었던겁니다.

그렇지만 여자의 첫사랑의 감정이란 남자처럼 그렇게 절절한 것이 아닌가 봅니다. (대체로..ㅎㅎ)

<"오늘 내가 당신을 만났을 때 우리들 둘 사이에 있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페르미나 다자는 상류계급의 유복한 의사 쥬베날 우르비노에게 시집 가 버리고 맙니다그려.

그로부터 자그만치 51 9개월 4일 후 여자가 과부가 된 그 순간남자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프로포즈하는 것입니다.

 

소설 초입, ‘제레미아 생타무르라는 사람은 늙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의 애인체스등이 인상적이지요)

그 다음날 쥬베날 우르비노 박사는 앵무새를 잡으려다 사다리에서 실족하여 목숨을 잃습니다. (우르비노 박사의 일상과 사교계의 분위기도 인상적...)

그리고 일흔 줄의 노인과 미망인이 된 노파는 바야흐로 사랑을 불태우려 합니다.

늙음과 죽음과 사랑.

라틴 아메리카의 혼란과 변혁사회적 현실과 카리브 해의 바람과 원시의 강과 사랑 그리고 에로스...

그 배후에 콜레라의 은유가 있습니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대하(大河로맨스입니다대하 에로스이기도 하구요.

 

하루 읽을 분량치고는 좀 길지요?

짧게 나누려고 하다가 그만 두기로 합니다. (장편의 호흡이라는 걸 핑계로..ㅎㅎ)

천천히 읽으시기를.

 

***동우***

2015.02.03 04:55

 

페르미나 다자의 첫날밤.

(하하당근 남자의 것은 여자들 것보다 못 생겼지.)

플로렌티노 아리자의 여체 편력기, <여자>라는 제목의 법전미친 여자창녀로 만들어주어 고맙다는 여인집안의 모든 물건을 홀라당 털리도록 벌이는 육체의 향연모정으로 승화하는 섹스...

<사람은 누구나가 미리 운명지어진 섹스의 몫을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사랑에 대하여 섹스는 추호도 죄의식 따위 깃들만한게 아닌가 보다.

으흠사랑은 콜레라이지만 섹스는 콜레라가 아니다누가 섹스에 목숨을 거는가.

 

사랑의 열병에 허덕이면서 쥬베날 우르비노 박사가 죽기만을 기다렸을 플로렌티노 아리자.

그러나 그를 살해할 마음은 노정되지 않는데 그것은 플로렌티노의 분별력이었다기 보다는 사랑을 아는 자로서의 연민이었을듯.

<우르비노 박사는, "아내가 없었더라면 나는 무의미한 존재였을 겁니다." 라고 말했다플로렌티노는 태연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동의하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플로렌티노는 그를 증오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드러날까봐 감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플로렌티노가 우르비노 박사를 이해하기에는 두세 마디 말이면 충분했으나 그 수많은 말을 한 후에도 자기 아내에 대한 찬사의 언어가 그렇게 많다는 것은 그녀를 그렇게 사랑한다는 명백한 증거였으며 그 사실은 플로렌티노에게 충격적이었다하지만 플로렌티노는 그에 대한 응답을 하고 싶어도 그의 방망이질을 하는 심장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그것은 결국 그가 항상 자신의 적으로 여기고 있던 우르비노 박사와 자신은 똑같은 운명의 희생물이고 공통적으로 위험스런 열정을 지녔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었으며 그들은 같은 멍에에 매인 두 마리 동물이었다.>

 

연애편지가 사라진 세상이다.

그 옛날 대필하여 준 군대고참의 연애편지그 남의 열에 들뜬 사랑의 기억.

우리 늙다리에게 그나마 소롯이 고여있나니그건 축복이런가.

작금 세상콜레라가 사라져 그래서 연애편지가 없는 세상이 된겐가.

젊은이여자네들의 연애.

쿨하여 그리 즐거운가 유치함없어 짐짓 행복한가.

 

***동우***

2015.02.03 05:25

 

아래 글은 책부족님의 글

2번으로 나누어 댓글란에다 올립니다.

 

++++

<환상적 리얼리즘과 문학의 위기 (1/2)>

 

세상에는 겹쳐 쓰기 어려운 말들이 있다그 중 하나가 환상과 현실마술과 사실과 같은 말들이 아닐까 싶다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환상적 리얼리즘(Magic Realism)이라거나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말을 통해 어느 한 작가를 이해하려고 애써왔다.

그 작가가 지금부터 말하려고 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이다먼저 말하자면 이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그야 물론 거의 대부분의 훌륭하다고 말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그러나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이 반드시 이해의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왜냐하면 매우 쉽게 쓰인 작품들이기 때문이다.(오해 없으시길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대중적으로 쓰였다는 뜻이니예를 들어 우리가 할머니나 어머니 혹은 다른 이야기꾼을 통해 들어본 적이 있는 <토끼와 거북이우화를 생각해보자현실적으로 토끼의 달리기 속도로 거북이에게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있을 수 없는 일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들으며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벌였다는 사실을 추호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간혹 조금 영악한 아이들이 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아마도 그 아이는 이야기에 설복됐거나 매료당한 주변 친구들에게 금방 바보 취급을 받고 말 것이다왜냐하면 이 우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야기란 틀을 이용해 교훈을 말하고자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서사(敍事)이다다시 말해 이야기란 것이다이야기는 자신이 만든 틀 안에서 자신의 논리를 쌓아 나가고 그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소설이 잘 짜여진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우리는 감동을 받는다그것이 소설이 가진 힘이다영화 광고를 보다보면 간혹 스펙타클(spectacle)이란 말을 발견할 수 있다내가 생각하기에본다는 관점에서 영화에는 두 가지가 있다그것은 스펙타클과 리얼리티인데 스펙타클이 보여지는 것이라면 리얼리티는 보는 것이다.

두 가지 관점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그것은 영화를 보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주체가 될 수 있느냐 아니면 타자화(他者化)되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고 그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에 동참함으로서 내면화하고 새로운 방식의 영화읽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리얼리티의 관점에서 성공한 영화이고관객이 영화를 잠시의 킬링타임용으로 생각하고, (만든 이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그저 스크린에 비추는 1초당 24컷의 활동사진을 감상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스펙타클의 영화이다이 두 가지 관점의 차이는 고급 예술과 그렇지 않은 예술을 나누는 경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의 이야기들은 같은 맥락에서 소설을 포함한 문학 장르로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서구에서 "소설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소설이란 문학 장르가 부르주아 계급 형성기에(서구 시민계급 형성기에 만들어진 혁명적 장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오늘날 우리가 소설이라고 부르는 근대적 문학양식의 기원은 17세기 초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로 알려져 있다물론 그전에도 그와 비슷한 것들은 있었지만 굳이 기점을 잡자면 그렇다는 것이다이 장르는 18세기 제일 먼저 산업 혁명을 이룩한 영국에 융성하여 그후 산업혁명의 순서와 거의 비슷한 순서로 프랑스독일러시아미국으로 본거지를 옮겨가며 융성하게 된다.) 만들어졌지만 서구에서 시민 계급 혹은 부르주아 계급이 맞닥뜨린 한계로 인한 탓도 크다.(위의 이야기들은 책을 보고 베낀 내용이거나 검증된 설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혹시라도 인용하실 때 조심하시길.) 시민혁명 이후 점차 노쇠화되어 가고 있는 서구 시민 계급은 더이상 사회변혁의 에너지(소설이 메시지를 갖지 못하고)를 얻지 못하고형식실험에만 치우쳐 대중에게도 외면 당하는 현실에 기인한 탓이 크다는 것이다. '문학의 위기'란 말은 결국 저물어가고 있는 시민 계급의 마지막 하소연인 셈이다.

그러나 또한 많은 평자들이 이런 문학의 위기란 말을 반박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거론되는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이제부터 살펴볼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그의 애칭은 '가보'이다화투패의 '갑오'와는 다른 것이니 착각마시길)이다.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에 선 가보

1928년 카리브해 연안의 작은 마을 아라카타카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마르케스(원래는 이름인 가브리엘로 부르거나 아니면 성인 가르시아 마르케스로 불러야 옳지만 편의상 그냥 마르케스로 하겠다.) 8살 때까지 부모 곁을 떠나 외조부모 밑에서 성장한다그에게 있어 이 시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였는데 그가 라틴 아메리카의 수많은 전설과 민담을 그의 조부모를 통해 들으며 자랄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의 할머니는 어린 마르케스를 위해 환상적인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고 이것은 마르케스의 문학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 된다.

"나는 멋진 어린 시절을 보냈다외조부모의 커다란 집은 환영으로 가득 차 있었다외조부모는 풍부한 상상력을 지니고 미신을 신봉하던 사람들이었다구석구석마다 죽은 이들과 그 기억으로 가득차 있었고그래서 오후 6시 이후에는 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공포로 충만한 멋진 세계였다."

마르케스가 결정적으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서였다고 한다그 소설을 읽고 마르케스는 이런 일들도 현실 속에서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그보다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라면 자신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고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그는 법학 공부를 때려치우고 본격적인 작가 수업을 시작한다.

당시 그가 좋아했던 작가들은 톨스토이도스토예프스키플로베르스탕달발자크와 같은 리얼리즘 작가들이었다마르케스의 청년시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는 <백년동안의 고독>에서 '카탈란의 현자'로 묘사되기도 했던 학자 라몬 비녜스였다이 문학적 스승이 주재하는 소모임에서 그는 현대적인 작가들을 알게 된다그들은 제임스 조이스버지니아 울프존 스타인 벡테어도어 드라이저윌리엄 포크너와 같은 영미작가들이었다이중에서도 마르케스가 가장 매료된 작가는 윌리엄 포크너였다.

-아래 계속-

 

***동우***

2015.02.04 07:01

 

++++

-위에서 받음

<환상적 리얼리즘과 문학의 위기 (2/2)>

 

파리의 낯선 이방인과 쿠바 혁명

라틴아메리카 거의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그러했지만 마르케스 역시 유럽과의 만남을 통해 하나의 전기를 마련한다.(좋게 말하면 많은 라틴 아메리카인들이 자신의 문화적 원류 중 한 뿌리를 유럽에서 찾는다는 것이고나쁘게 말하면 그들의 동경이 때로 도를 지나치기도 한다.) 1954년 마르케스는 <관객(엘 에스펙타도르)> 신문사의 특파원으로 프랑스 파리에 가는데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도 하나의 통과제의와 같은 것이었다그것은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가 유럽에 가서 계몽사상을 받아들이고 돌아와 라틴 아메리카 해방에 매진한 이래 라틴 아메리카 지식인들에겐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일이기도 하다그러나 마르케스의 파리 생활은 그리 즐거운 경험만은 아니었다오히려 그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배고프고 비참한 시절이었다.

콜롬비아 모국의 독재 정부에 의해 신문사는 폐간되고마르케스 자신도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그는 파리의 지하철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며 구걸을 하기도 했다이무렵 쓰기 시작한 소설이 바로<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였다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는 연금 소식을 기다리는 이 소설 속의 부엔디아 대령의 심정은 그 자신의 것과 같았다그의 조국 콜롬비아에서의 들여오길 고대하고 있던 민주화 소식을 기다리던 자신의 심정을 말이다.(물론 이 시기까지 마르케스가 적극적으로 좌파로서의 활동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1957년 콜롬비아로 돌아온 그는 이듬해 13살 무렵에 청혼했다고 하는 여인메르세데스와 결혼한다.

이 당시에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수크레에서 알게 된 한 여인을 카르타헤나에서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이 여인은 약사의 딸로 수차에 걸쳐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메르세데스 바르차였다후에 이 여인은 그의 아내가 되어 평생을 그와 함께 한다그때 그와 그의 친구들은 이 여인에게 '()스러운 악어'란 별명을 지어 주며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는 "나일강 뱀의 은밀한 미를 소유한 소녀"로 표현된다또한 그는 자기 어머니와 함께 아라카타카에 있는 외할아버지의 집을 팔기 위해 아라카타카로 여행을 한다.

이 여행에서 그는 유년 시절에 보았던 멋지고 황홀한 세계였던 아라카타카와는 달리 이제는 황폐하고 가난에 찌들린 세계임을 발견하게 된다이는 후에 마르케스가 에덴 동산과 같은 마콘도가 폐허화되는 과정을 그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동기가 된다그리고 1958년엔 쿠바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다쿠바혁명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이때부터 그는 좌파 이념에 동조하는 작가로서 좌파 이념을 자신의 확고한 세계관으로 받아들인다그후 70년대부터 비롯된 혁명의 퇴조기에 많은 라틴 작가와 시인들이 우익으로 전향했음에도 그는 현재까지 자신의 이런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백년 동안의 고독이 안겨준 영광과 고독

그는년 쿠바 혁명정부가 세운 관영통신사의 뉴욕 주재원 자격으로 미국에 머물며 자신이 좋아했던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무대가 되었던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일대를 방문한다그는 이 곳에서 "멕시코인은 숙박할 수 없음"이라고 쓰여진 공고문이 버젓이 붙어있는 호텔들을 본다그에게 있어 미국은 결코 라틴 아메리카와 함께 아메리카라고 부를 수 없는 곳이었다. 1962년부터 1966년 사이의 기간은 그에게 있어 오랜 침묵의 시간이었다그와 가족은 1965년 아카풀코로 바캉스를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그때 그는 마치 섬광에 눈이라도 먼 것처럼 강렬한 영감을 받았고그 즉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마피아의 집'이라고도 불리웠던 자신의 집에 틀어박혀 하루에 6갑의 담배를 피며 집필에 몰두했다그렇게 해서 나온 소설이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백년 동안의 고독>이었다그는 당시의 장면을 이렇게 말한다. "너무 완전히 생각이 나서 거기에서 타자수에게 첫 장의 단어 하나 하나를 구술했었으면 했습니다". 그의 아내인 메르세데스에 의하면그는 이러한 욕망을 억제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글을 쓰기 위해 틀어 박혔다고 말하고 있다그는ن개월 정도면 이 소설을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소설을 끝내고 보니 18개월이란 세월이 흘러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이 기간동안 메르세데스는 생계를 책임졌다그가 아끼던 자동차까지 팔았지만 그래도 돈이 모자라 마르케스에게 말하지 않은 채 빚을 지고 있던 상태였다이 소설은 발표 즉시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마르케스를 일약 전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1967 6월에 발표된 이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은 이미 출판되기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여러 문학잡지들이 이미 이 소설의 일부를 게재했고카를로스 푸엔테스는 마르케스가 읽어보라고 넘겨준 이 소설의 제1장 부문만을 읽고도 아무런 주저없이 극찬한다. <백년동안의 고독>은 비평적인 면은 물론 상업적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이탈리아프랑스미국에서 그의 소설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했고 상을 주었다그는 1972년 중남미 지역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베네수엘라의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는데이때 받은 상금을 '사회주의 운동MAS'이라는 좌익 단체에 기증한다.

그러나 이런 문학적 성공은 그에게 많은 부담을 주게 되고 그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이주해 깊은 침묵 속에 <순박한 에렌디라와 포악한 할머니의 믿을 수 없이 슬픈 이야기>와 베네수엘라에서 쓴 기사를 모아 <행복한 무명 시절>이란 책을 출판한다.(<순박한 에렌디라와 포악한 할머니의 믿을 수 없이 슬픈 이야기>는 국내에서는 까치출판사에서 <에렌디라>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마르케스의 많은 작품들 중 가장 먼저 읽은 책이자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책 중 하나이다쿠바 출신 삽화가의 그림 역시 아주 멋있다.) 그는 이곳에서 오래 전부터 쓰고자 했던 <족장의 가을>을 집필한다이 소설은 구19세기부터 존재해 왔던 중남미의 여러 독재자들의 이미지를 종합하여 독재자의 원형을 그린 작품이었다. <족장의 가을>은 여러 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오늘날 이 작품은 독재자의 신화뿐만 아니라언어 형식적 측면에서도 1970년대 최고의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아래 계속-

 

***동우***

2015.02.04 07:03

 

++++

-위에서 받음-

 

절필 선언과 라틴 아메리카를 위한 투쟁

<족장의 가을>을 출판한 이듬해인 1976년 마르케스는 멕시코로 이주한다그리고 그곳에서 칠레에 독재자 피노체트가 정권을 잡고 있는 이상 더이상 소설을 출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칠레의 사회주의 정부아옌데 정권을 미국의 지원을 받아 군사쿠데타로 전복하고 쿠데타 기간 동안 3만여 명의 시민을 학살했다.(스페인 내전 당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스페인에서 독재자 프랑코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동안에는 연주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일화와 비슷하다.)

그는 이미 1973년에 피노체트 쿠데타 당시에 "칠레 민중은 미제국주의의 하수인인 당신들과 같은 범죄자 집단이 통치하게 허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쓴 전문을 칠레 군부에게 보낸바 있었다이러한 사실은 그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신념에 기인한 것이었다그후 수년간 그는 정치적 활동에만 전념한다자유와 사회주의를 위해 투쟁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사람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아베아스Habeas재단의 창설 (1979)뿐만 아니라콜롬비아에서 정치적 이유로 구속된 수감자와 고문에 대해 고발하고 아르헨티나에서 실종된 사람들들을 위해 수많은 활동을 벌인다물론 그가 출판 거부를 한 이후에도 저널리스트로서의 활동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1980년대에 접어들어 미국에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고 전세계적으로 정치적 반동이 극에 달하는 시점이 된다엘 살바도르에서는 로메로 주교가 엘 살바도르 군부의 암살부대에 의해 살해당하고(이 부분을 좀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올리버 스톤 감독의 <살바도르> <로메로>를 보시도록우리나라에서는 5.18이 벌어진다피노체트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한 소설을 출판하지 않겠다고 한 마르케스 1981 4월에 스스로 이 약속을 깨고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를 출판한다그는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칠레인들은 내가 이러한 결정을 했을 때는 정치적으로 매우 유용했으며 그 결과도 그러했지만 이를 계속하여 유지한다는 것은 이제 정치적으로 볼 때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말하고 있습니다이와 같은 의견이 나보다 그들의 상황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의 말이고 나는 칠레인들보다 더 칠레적이 될 수는 없읍니다여하튼 나는 피노체트는 오랜 기간동안 권좌에 있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으며내 책이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지속될 것입니다중략 비평가들은 내가 중남미 마술적 사실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작가라고 말합니다반면에 나는 내가 현실감각을 갖고 있는 유일한 시인이라고 믿습니다그래서 내 사실주의는 피노체트가 몰락하지 않았고 그리고 지금 몰락하지도 않으며 언제 몰락할지는 모른다고 말하기 때문에 내 책을 출판합니다그 당시 이와 같은 약속을 했던 것은 정치적으로 유용했습니다하지만 지금은 출판이 더 정치적으로 유용합니다중남미 좌익은 사실주의의 미덕이 결여되어 있읍니다피노체트는 변하지 않았지만 나는 변합니다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나는 아직 살아있는 존재이지만 그는 아닙니다."

 

마르케스의 환상적 리얼리즘과 현실

마르케스는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가 보고타에서 출판되기 전날 보고타 주재 멕시코 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한다이것은 당시 콜롬비아의 투르바이 정권이 쿠바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면서사상적 이유로 그를 체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었다이후 그는 다시 멕시코로 돌아간다그는 이런 정치적 수난을 겪지만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진다그는 1983년 니카라과의 카스티요 콴트라는 정치가의 집을 주제로 다루는 실제 이야기를 허구화시킨 시나리오 유괴를 출판하며이 작품의 인세를 산디니스타 정권에 기증하기도 한다. 1986년에는 칠레에 잠입한 미겔 리틴의 모험이란 현장 취재를 책으로 출판한다이 작품은 칠레의 망명 영화감독인 미겔 리틴이 체포당할 위험을 무릅쓰고피노체트 군사 정권 하의 칠레에 잠입하여 독재 치하의 칠레 현실에 관한 영화를 비밀리에 촬영하며 생긴 일들을 정리한 것이었다.

물론 마르케스는 유명한 작가이고상업적으로도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작가이다그는 멕시코 시티의 교외에 부유한 별장을 가지고 있으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인터뷰료를 요구하기로 유명하다또한 그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해서 더할나위없이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미국 문화에 대한 열렬한 옹호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그의 이런 모순적인 행위에 대해 혹은 그가 쿠바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열렬한 옹호자라는 점 때문에 비판 당하기도 한다그러나 그는 역시 많은 돈을 박해받는 자를 위해 쾌척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고그 자신이 스스로 박해받는 자의 대열에 스스럼없이 함께 했다.

그가 미국이란 나라 자체는 비판하면서도 미국문화를 옹호하며 20세기 최고의 작가가 미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공언하는 이유에는 그 자신이 유럽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경험한 체험에서 근거하는 것이기도 하다내가 생각하는 문학이란 사회적 위기의 시점에 이르러 그 빛을 더욱더 발하게 되는 것이다그런 관점에서라면 20세기의 위대한 작가 혹은 21세기의 위대한 작가가 미국에서 나온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는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을 열렬히 옹호하면서도 동시에 문학이 도그마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작가이다그에게 있어 "모든 작가들의 가장 혁명적인 임무는 글을 잘 쓰는 데에 있고", 이상적인 소설이란 그 소설 속에 담긴 정치사회적 내용이 아니라 현실 속으로 독자들을 침투끌어들일 수 있는 힘을 통해서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데에 있다."라고 말한다그에게 있어 좋은 소설이란 형식이란 틀에 갇힌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그럼으로써 독자들에게 현실을 환기시키고 현실에 참여하게 만드는 데 있는 것이다따라서 그것이 효과적이라면 굳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고착된 형식에 안주해야 할 이유가 그에겐 없었다그에게 있어 문학이란 라틴 아메리카의 가혹한 현실에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무기였다그는 이렇게 말한다.

"비록 작가이기는 하지만 나 역시 유용한 사람이 되고 싶다나는 무기를 다룰 줄 모른다우리들은 지금 무기를 들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너무나도 많은 불필요한 희생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가혹한 현실이 만들어낸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하나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우리가 그의 문학을 환상적 리얼리즘이라고 말할 때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은 환상이 아니라 리얼리즘에 있다.

 

++++ 

 

<콜레라 시대의 사랑> --

 

***동우***

2015.02.04 16:12

 

결혼이라는 것.

그 타성적 관계에 깃든 상투성.

제도적 안정성 앞에 순복할수 밖에 없는.

근원적 인간본성은 불타 오를지라도.

플로렌티노 아리자의 분방한 욕정이 어지럽듯페르미나 다자 부부의 그 관계의 속박성 또한 진부하도다.

 

***동우***

2015.02.05 05:09

 

미국에서는 이 소설이 발렌타인 데이에 연인들의 선물로 가장 사랑받는 책이라고 합니다.

반세기토록 그토록 열망하다가 노년에 이르러서야 쟁취하는 사랑.

한 사나이의 순정한 그 순애보자신들의 사랑을 영원히 지속될 운명적 사랑의 절대성으로 대입하고자 하여 그러는 모양입니다만.

 

플로렌티노 아리자와 사랑을 나누는 사라 노리에가가 말합니다.

허리 위쪽은 영혼의 사랑이고 허리 아래쪽은 육체의 사랑이죠라고.

아무리 '페르미자 다나'가 끼친 사랑의 독기를 중화시킨다고 하지만저 플로렌티노 아리자의 저 분방한 에로스는 어찌하려는지.. ㅎㅎ

플로렌티노 아리자는 페르미나 다자를 위해서 언제까지라도 결혼하지 않은 자유의 몸으로 있어야 한다는 결심그것이 지순한 순애보였겠지만 말입니다.

 

플로렌티노 아리자가 선택한 저 사랑의 주관성에 어떤 신적 운명론이 개입될런지요.

초장예레미아 드 쌍아무르는 늙음이 두려워 자살합니다.

종장그러나 플로렌티노 아리자와 페르미나 다자는 여든 가까운 나이로 새로운 사랑을 얻습니다.

이 소설이 은유하는 바사랑보다는 '늙음'에다 방점을 찍어야 옳은게 아닌가하고도 생각합니다만.

 

***동우***

2015.02.06 04:34

 

마르케스의 풍자와 유모어가 묘한 패러독스와 모순(비현실적인 현실)을 담아 진행되는 이 러브스토리.

아무래도 번역인지라 마르케스 문체를 감득하는 재미에 있어서좀 장황스럽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을듯 싶습니다. (내가 하루치 읽을 호흡을 너무 길게 끊은 탓도 있을거예요)

 

영화 '콜레라 시대의 사랑'.

하비에르 바르템과 지오바나 메조기오르노(낯이 익지 않은 여배우)가 출연하였는데 컬럼비아의 시대적 배경과 풍광을 그려낸 미장센도 썩 괜찮고 분장도 훌륭합니다. (젊은 여배우가 연기한 노년의 페르미나 다자완벽한 늙은 육체였어요.)

소설의 긴 서사를 엑기스만을 연결하여 매우 함축적이고 인상적으로 만든 영화꼭 감상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우르비노 박사는 말합니다.

<'우리 남자들은 편견에 희생된 불쌍한 노예들이라오.'>

<'원만한 결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행복이 아니라 안정임을 늘 기억하구려.'>

 

그 안정이란 제도와 윤리와 체면과 부유함과 자존이라는 것들이 인간을 밀어내고 삶의 공간을 침범해오는 일종의 탐욕입니다.

페르미나 다자는 죽은 남편의 흔적들을 불태우고나자 비로소 자신이 늘 꿈꾸어 왔던 집안에서 깊은 숨을 들이마실 수 있습니다.

 

<“죽은 남편에 대한 기억을 매장시킨 기억의 공간이 조금씩하지만 확실하게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기억을 묻어 놓은 양귀비 꽃의 들판에 의해 점령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그래서 그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를 생각하였고그를 생각하면 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으며결국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미칠 것 같았다.”>

 

<"우리 나이 때의 사랑도 우스꽝스러운데그 나이에 사랑이라니역겨운 일이라구 !">

페르미나 다자의 딸은 어머니에게 소리지르지만이제 늙은 어머니는 자유롭습니다.

일흔 여섯의 플로렌티노 아리자와 일흔 둘의 페르미나 다자.

624명의 여자와 잠자리 경험을 가진 남자는 여자에게 진심을 담아 고백합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총각으로 있었던 거요.">

남자에게 늙은 여자는 여전히 자존심 강하고 드높은 명예를 왕관처럼 쓴 아름답고도 새끈한 연인입니다.

노인의 사랑은 짧지만그것은 마치 부부생활의 험한 수난을 뛰어넘어 곧장 사랑으로 연결된 듯한 관계입니다

두 사람은 인생 항로에 지친 늙은 부부처럼 묵묵히 함께 지냈으며열정의 구렁텅이나 무모한 회망이나 환상을 초월한 경지에 다다라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의 가장 나이 들었던 애인들에게서 느꼈던 인간이 발효한 냄새.

내게도 늙은 냄새가 나는걸까요?

악어가 나비를 잡으려고 입을 쩍쩍 벌리고매너티가 세이렌처럼 인간을 유혹하는 그 옛날의 풍요로운 강이 아니라 개발과 오염으로 죽은 기름 덩어리의 강으로 변해 버린 마그달레나 강...

 

페르미나 다자의 결혼생활이 그러하듯세상은 언제나 불안정한 것이고 우리에게 허여된 삶이란 불완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가 이런 빌어먹을 왕복을 지속하는데 얼마나 걸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선장이 물었다.

플로렌티노는 자신의 대답을 53 7개월과 11일간의 낮과 밤에 걸쳐 준비해 왔었다.

"영원히 !"

플로렌티노가 대답했다.

"영원히...">

 

늙음이 대수리까.

사랑은 <영원>을 항해합니다.

연인끼리 이 소설을 선물하는 까닭을 나는 좀 알듯도 싶습니다

 

***eunbee***

2015.02.07 02:11

 

동우님,

매일 아침 눈아프게 읽다가 다 못읽으면 틈틈이 읽느라 분주했어요.

오랜만에 분주한 독서.ㅎㅎㅎ

재미도 있으려니와언젠가 동우님께서 티팟님 댓글에서 짧게 이야기해 주신 적있어

읽고 싶던 소설이었거든요.

 

바람둥이바람둥이... 그런 바람둥이도 없을 듯싶게 어지간히도 여자를 섭렵했으나 그것 모두도 페르미나 다자 앞에선 없던 일처럼 사라질 수 있다니..

 

<"나는 당신을 위해 총각으로 있었던 거요."

페르미나 다자는 그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믿고 싶지가 않았다그의 연애 편지 역시 비슷한 문구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한 말 속에 담겨진 그 정신을 좋아했다.>

수긍을 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싶은,

얄궂은 심사가 되는 그 무엇...ㅋㅋㅋ

 

그리고 반백년 넘어 다시 만난 늙어버린 두 연인의 몸으로 나눈 사랑이 기대했던 것보다 좀... 못미치는

문장들(ㅎㅎㅎ)이라 자못 서운~~~ ㅋㅋㅋ

 

암튼 매우 부지런히 잘 따라 읽은 장편 소설이에요.

끝부분이 맘에 차지 않아서 그부분만 다시 훑어보기도 했답니다.ㅎㅎㅎ

 

<늙음이 대수리까.

사랑은 <영원>을 항해합니다.>

 

***동우***

2015.02.07 04:49

 

마르케스의 난숙함.

백년 동안의 고독에 비하여 이 소설 다소 미흡한 느낌 없지 않지만매회 마다 분주하게 완독해 주셨군요.

매회너무 긴 분량을 올려서 어떨까 싶었는데.

탱큐.

그래요은비님.

늙음이 대수리까.

 

이 영화 한번 보시구랴.

하비에르 바르템의 매부리코(라기 보다 이마의 높이 그대로 내리닫이 한 코)가 좀 그렇지만 늙은 남자와 늙은 여자의 연애가 자못 로맨틱하답니다.

구할수 없다면 내 단골 웹하드로부터 (G마켓 쿠폰으로)에서 다운받아 보내드리리다.

전송시간 오래 걸려왼종일 동글뱅이 맴돌더라도

 

***eunbee***

2015.02.08 23:40

 

[일흔 여섯의 플로렌티노 아리자와 일흔 둘의 페르미나 다자.

624명의 여자와 잠자리 경험을 가진 남자는 여자에게 진심을 담아 고백합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총각으로 있었던 거요."

남자에게 늙은 여자는 여전히 자존심 강하고 드높은 명예를 왕관처럼 쓴 아름답고도 새끈한 연인입니다.

노인의 사랑은 짧지만그것은 마치 부부생활의 험한 수난을 뛰어넘어 곧장 사랑으로 연결된 듯한 관계입니다

두 사람은 인생 항로에 지친 늙은 부부처럼 묵묵히 함께 지냈으며열정의 구렁텅이나 무모한 회망이나 환상을 초월한 경지에 다다라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의 가장 나이 들었던 애인들에게서 느꼈던 인간이 발효한 냄새.

내게도 늙은 냄새가 나는걸까요?

악어가 나비를 잡으려고 입을 쩍쩍 벌리고매너티가 세이렌처럼 인간을 유혹하는 그 옛날의 풍요로운 강이 아니라 개발과 오염으로 죽은 기름 덩어리의 강으로 변해 버린 마그달레나 강...

페르미나 다자의 결혼생활이 그러하듯세상은 언제나 불안정한 것이고 우리에게 허여된 삶이란 불완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가 이런 빌어먹을 왕복을 지속하는데 얼마나 걸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선장이 물었다.

플로렌티노는 자신의 대답을 53 7개월과 11일간의 낮과 밤에 걸쳐 준비해 왔었다.

"영원히 !"

플로렌티노가 대답했다.

"영원히..."]

 

동우님의 윗 글을 이제서야 거의 완전히 알아들었습니다.

특히

["나는 당신을 위해 총각으로 있었던 거요."

남자에게 늙은 여자는 여전히 자존심 강하고 드높은 명예를 왕관처럼 쓴 아름답고도 새끈한 연인입니다.

노인의 사랑은 짧지만그것은 마치 부부생활의 험한 수난을 뛰어넘어 곧장 사랑으로 연결된 듯한 관계입니다

두 사람은 인생 항로에 지친 늙은 부부처럼 묵묵히 함께 지냈으며열정의 구렁텅이나 무모한 회망이나 환상을 초월한 경지에 다다라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알아듣고 나니 이소설 한권을 다 이해한 것처럼 시원해요.

나는 왜 이렇게 둔할까요.ㅠㅠ 소설을 눈아프게 읽었으면서도...

동우님의 말씀을 나중에야 그 진의오의를 알아차리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답니다.ㅠㅠ

동우님은...!!!

 

점점 내가 슬퍼집니다허송세월하며 살아온 내가.

이래저래 의기소침해지는 나.

이렇게 늙어버린이 세월에서 이제 어쩐대요.

나도 똑똑해지고 싶어요.

 

***동우***

2015.02.09 04:36

 

한마디만 하리다은비님.

상위ـ.1%의 인간형이라오은비님은.

은비님 지니고 있는 감각과 감성 지성은 말할것 없거니와 은비님 세월에 은비님만큼만 영리하다면.

 

***eunbee***

2015.02.07 18:55

 

동우님,

이 영화 보내주실래요?

혹시나해서 어제 이미 찾아 보았으나

올레티비엔 없어요.

 

동우님 덕분에 소설도 잘 읽었으니

영화도 보게 됐으면 좋겠어요.

 

내일부터 추워진다지요?

감기 조심 하세요.

폰타라 짧게 드려요.^^

 

***동우***

2015.02.08 04:13

 

은비님.

메일로 전송은 했는데성공하였는지.

일단전송완료라는 메시지는 뜨던데.

 

***eunbee***

2015.02.08 12:15

 

보내주신 영화

이 아침에 앉아 즐감했어욤~

 

우선 자막이 없어 알아듣는것만 듣고...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영화인지라 그냥저냥 이해하였지요.

자막 도움을 받을 줄 몰라서리...ㅠㅠ

 

어디에서 찍은 것인지는 몰라도

라틴아메리카풍의 음악과 어우러지는 자연풍광과

생각보다 매력적인 페르미나를 비롯한 등장 여인들...

무엇보다 플로렌티노 아리자의 여인섭렵이소설을 읽을 적보다 한결 용서가 되어

좋았어요.ㅎㅎㅎ

 

내 취향의 영상 색채.

책에서 보다 아름답게 내게 새겨지는

스토리 전체의 이미지와 마지막 장면들.

 

고맙습니다동우님.

소설도... 영화도...

 

영화를 보실 때한글자막없는 것으로 보시나봐요.

동우님의 영어실력은 이미 짐작하고 있는바이지만.

 

***동우***

2015.02.09 04:46

 

자막없이 외국영화보기.

내 영어실력으로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어림반푼어치도 없어요.

마음은 원이로되.

 

보내드린 두개의 파일,

Love.in.the.Time.of.Cholera.2007.DVDRip.XviD.AC3-BKL.avi

Love.in.the.Time.of.Cholera.2007.DVDRip.XviD.AC3-BKL.smi

확장자 avi 파일이 영화 파일이고확장자 smi 파일이 자막파일이에요.

하나의 폴더(디렉토리)에다 다운 받으시고 영화 돌리면 자막이 뜬답니다.

확장자 이름만 다를뿐반드시 파일명은 동일해야 하지요.

자막 띄어서(은비님이야말로 자막없이 이해되시겠지만다시 한번 보시우.

원작의 대사가 많이 살아있지요.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가 이런 빌어먹을 왕복을 지속하는데 얼마나 걸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선장이 물었다.

플로렌티노는 자신의 대답을ه개월과일간의 낮과 밤에 걸쳐 준비해 왔었다.

"영원히 !"

플로렌티노가 대답했다.

"영원히..."

 

마지막 플로렌티노의 대사, '영원히'

영화에서는 선장에게 하는게 아니라 침대에 함께 누워 늙은 연인의 귓가에다 속삭이는 세리프지요.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함께 읽어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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