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마지막 편지> <어떤 휴머니스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作-
***동우***
2013.01.21 05:30
'새들 페루에서 죽다'를 쓴 '로맹 가리(Romain Gary)'는 '자기 앞의 생'을 쓴 바로 그 '에밀 아자르'다.
오지랖.
아래, 인터넷에서 줏어다 댓글로 단다.
++++
로맹가리는 191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1980년 12월 2일 프랑스 파리에서 권총으로 자살하였다.
14살 때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 니스에 정착하였고 이후 쭉 프랑스인으로서 살았다고 하는데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그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군인-외교관-대변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으며 파리에서 법학을 전공, 장교양성과정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을 때는 자유 프랑스 공군에서 복무 종전 후 레지옹 도뇌르 훈장(Ordre de la Legion d'honneur, 프랑스 최고의 훈장. 군공(軍功)이 있는 사람이나 문화적으로 공이 있는 사람에게 대통령이 직접 수여한다. 나폴레옹 1세가 제정하였다고 한다.)을 받기도 하였다.
단편소설 <소나기(L'orage)> (1935)를 그랭구아르(Gringoire)지에 발표, 그 이름을 알렸고─제2차 세계대전 중에 쓰고 1945년 발표한 <유럽식 교육(Education europe'enne)>으로 비평가상을 수상하면서부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 외교관이 되어 불가리아(Bulgaria)의 소피아(Sofia) 페루(Peru)의 라파스(LaPaz) 미국의 뉴욕과 로스엔젤레스 등에 체류하였으며 1956년 <하늘의 뿌리(Les racines du ciel)>로 프랑스에서는 노벨문학상보다도 훌륭하다 할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Le Prix de Goncourt)을 수상하였다.
이후 『에밀 아자르(Emile Ajar)』라는 필명으로 <대 아첨꾼>이라는 책을 출간, 당시 프랑스 문단을 또 한번 열광케 하였고 1975년─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La vie devant soi)>으로 프랑스 문단 사상 처음으로 같은 작가가 두번의 공쿠르 상을 받는 일종의 기적을 보였다.─원래 공쿠르 상은 같은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는데 당시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가 한 사람인 것은 물론 로맹 가리 본인 외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또한 그는 에밀 아자르 외 『포스코 시니발디』 라는 필명으로 소설 한 편을 발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주요 저서에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Les oiseauxvont mourir au Pe'rou)> (1962) <대 탈의실(Grand vestiaire)> (1949) <흰개(Cbien blanc)> (1970) <연(Les cerfs-volants)> (1980)이 있으며 영화 '네 멋대로 해라'의 여주인공인 아내 진 세버그(Jean Seberg)가 자살하고 1년 후인 1980년 12월 2일─결전의 날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권총으로 자살하였다.
++++
***eunbee***
2013.01.27 04:55
이 책은 2011년도 여름에 잠깐 한국에 와있는 동안에 읽은 책인데, (내 책장속 어딘가에 있지요) 읽을 때 집중이 잘 안되는 책이라서 읽은 페이지를 되읽고..그랬었지요.
읽어내려 가다가 번역을 어색하게 해서 이런가?라며 엉뚱하게 번역타령이나 하면서...
페루에서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서 새들이 까맣게 섬을 덮은 곳의 광경을 보던 생각도 하면서 읽었으나, 별로 마음에 새겨지지 않아, 참 이상하게 수선스런 분위기로 읽혀지는 책이네~했답니다.ㅋ
우리네 젊은 시절에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을 읽지 않으면 안된다는 듯이
모두들 읽느라 유행하는 패션을 걸치는 여자들의 기분으로
그 책을 손에 잡고 있었네요.ㅋ 뭐가 써있었는지 까마득~ 깜깜합니다.ㅠㅠ
***동우***
2013.01.27 06:47
정말 그랬지요, 한 때.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어쩌구하는 노래까지 나왔었지요.
지금도 흥얼거려 집니다.
월간 문학사상에서 이 소설을 접하였을적의 그 신선한 감동. <'자기 앞의 생'이 최초로 번역되어 실린게 아마 '문학사상'지 였을 겁니다.>
나도 그래요.
감동의 흔적은 뚜렷한데, 세세한 내용들은 가뭇하답니다.
모모가 아랍 영감님 (하밀?)에게 묻는 말 하나는 또렷이 기억납니다.
“사람은 사랑없이도 살수 있나요?”
그리고 로자 아줌마가 죽었을 때 지하실에서 시체의 얼굴에 화장하여주는 대목...
'새들 페루에서 죽다‘ 그리고 ’자기 앞의 생‘
로맹가리 (에밀 아자르)의 이 두 소설은 내 마음 속 영원한 명작입니다.
댓글 몇마디로 간단히 치부할게 아니라, 언젠가 필경은 다시 지껄이게 될겁니다.
<마지막 편지(어머니의 편지)>
-로맹 가리 作-
***동우***
2014.10.15 05:11
조종사, 외교관, 작가, 영화감독 그리고 영화배우 '진 세버그'(내가 사춘기 때 흠모하였던)의 남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쓴 '로맹 가리' 그리고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
<그들>은 1981년 권총 자살하였다.
그에게 저런 어머니가 있었구나.
<"무엇이든지 네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죽기 전 열흘 동안 250통의 편지를 써서 3년동안 아들에게 희망과 꿈과 용기를 준 어머니.
<"아들아, 내가 한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다면 좋겠구나.">
마지막 편지(로맹 가리의 '마지막 편지'와 혼돈될까봐 '어머니의 편지'를 괄호 속에 담습니다)의 의미를 깨닫고 나서 로맹 가리는 '어머니. 나의 어머니!' 를 오열합니다.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는 분열되지 않았습니다.
과잉된 자의식이 나누어준 나름 사랑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가 어머니로 부터 나누어 받았던.
++++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마약 같은 너절한 것을 즐기는 녀석들을 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생의 엉덩이를 핥아대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생을 미화할 생각, 생을 상대할 생각도 없다. 생과 나는 피차 상관이 없는 사이다.
나는 수차례 거울 앞에 서서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했다. 손가락을 입에 넣어 양쪽으로 입을 벌리고 잔뜩 찡그려가며 생각했다. 이런 모습일까?
누군가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과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이다.
-자기 앞의 생-
++++
<어떤 휴머니스트>
-로맹 가리 作-
***동우***
2016.01.13 08:40
직관(감각)으로 받아들이고 지성(오성)으로 사유하여 우리는 인식한다.
오성(悟性)은 아무것도 직관할 수 없으며, 감각은 아무것도 사유할 수 없다.
둘은 모순하고 갈등하지만, 그와 같은 감성적 인식과 오성적(悟性的)인식이 결합하여 이성(理性)을 이룬다.
그런데 우리의 내부에는 순수이성(純粹理性)이란게 있다고 한다.
순수이성은 경험적인 것이 아니라 선험적(先驗的)이고 초월론적(超越論的) 이성이다.
우리 마음 속에 어떤 도덕적 세계의 준거(準據)의 틀이 장치되어 있다는 말일 터이다.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 내 속에는 빛나는 도덕의식>
책갈피를 떠들다 말았을 뿐 순수이성비판을 내가 독파했을 리가 없는 칸트, 몇십년 동안 먼지를 뒤집어 쓰고 책장에 꽂혀있다.
'로맹 가리'의 '어떤 휴머니스트'
저 '칼 뢰비'라는 유태인.
히틀러의 등장으로 인하여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잔을 들어올려 '인간성'에 건배하면서 말한다.
“인간성을 감싸고 있는 것이 나치 군복이든 프러시아 군복이든 티롤 지방의 모자든 안전모든 간에 인간의 이성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고.
나치가 점점 기승을 부리자 그는 또 말한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잘못된 이성은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혼란과 오해 가운데서 방향을 잡고 극복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관용과 정의와 이성은 이번에도 승리를 거둘 것이다”라고.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라고. “인간성에 대한 믿음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나치의 광기가 극에 달하자 지하실에 숨어들어 충실하고 지성적인 하인 ‘슈츠’ 부부의 도움으로 생존을 이어간다.
그러면서도 그의 인간성에 대한 믿음과 낙관론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채, 바깥 세상에서 관용과 정의가 승리하기를 기다리며 꿋꿋하기만 하다.
오직 슈츠 부부와의 접촉만을 유지하고, 그 외 자신의 신념을 흔들리게 하는 바깥 세상의 소식(신문, 라디오등)이란 소식은 모두 끊은채.
지하실 서가에 꽂혀 있는 고매한 선구자들의 책들이 그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고 절망하지 말라고 간곡하게 말한다.
한결같이 인간의 편을 들고 인간을 변호하는 플라톤, 몽테뉴, 에라스무스, 데카르트, 하이네의 책들...
나치는 멸망하였지만 지하실에 갇힌 '칼 뢰비'의 바깥세계는 여전히 전쟁중이다. <그를 철저하게 기만하는 슈츠 부부에 의하여>
칼 뢰비의 장난감 공장은 슈츠에 의하여 더욱 번창하고 있다.
<매일 아침 슈츠 부인은 싱그러운 꽃을 한다발 들고 내려가 미스터 칼의 침대 머리맡에 놓는다. 그녀는 칼의 베개를 다독여주고, 그를 도와 자세를 바꿔주고, 이제 스스로 숟가락질 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그에게 음식을 먹여준다. 이제 칼은 겨우 말만 할 수 있을 정도다. 때때로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오르고, 두 부부와 인류 전체에게 품어온 자신의 믿음을 그토록 중실히 지켜준 선량한 이들의 얼굴을 감사에 찬 눈길로 바라본다. 자신의 신념이 옳았다는 만족감 속에서 그는 양손에 충직한 친구들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죽어가리라.>
칼 뢰비는 행복하게 죽을지 모르겠지만 작가 '로맹 가리'는 잔인하다.
묻노니 그대 내부에 순수이성이 있는가, 있다면 거듭 묻노니 그 순수이성이 실천으로 이어지던가.
-독서 리뷰-
[[로맹가리]]
<벽> <가짜>
<벽(壁) '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로맹 가리 作-
***동우***
2015.12.24 04:41
'로맹 가리' (Romain Gary, 1914~1980)의 '벽'
크리스마스 콩트라는 부제가 붙은 짧은 소설입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쓴 '로맹 가리'(Romain Gary, 1914~1980)는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이기도 합니다. (본명을 숨기고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두번째 콩쿠르 상을 받았고, 1980년 파리에서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지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마다 골목마다 시끌벅쩍 즐거움과 환락이 가득가득 넘실거릴겁니다.
흥청거리는 분위기에 남녀 쌍쌍들 마음 풀어져 예제서 '크리스마스 베이비'도 배태(胚胎)될 테지요. ㅎ
처녀들이 방송에 출연하여(유튜브에서 노모쇼인가하는 프로그램에서 보았는데) 예사로 '일단 함께 자보고 사귈지말지 결정한다'고 하는 세태이니만큼.
이제 남녀 사이 몸을 나누는 벽(壁)은 허물기 여반장인듯 합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느 삭막한 모퉁이에서는 이런 일도 일어나는가 봅니다.
얇다란 벽 하나를 허물지 못하고 어떤 남녀는 제가끔 무시무시한 '고독' 속에 갇힌채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로맹 가리가 성탄절을 맞아 이런 음울한 크리스마스 콩트를 들려주는 소이가 알듯모를듯 합니다마는 그러나 모쪼록 우울하지는 마십시오.
기쁘다 구주 오셨네.. 그냥 그 어름의 생각을 조금만 깊이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는 활력과 낙천적인 기분과 정신의 집중력을 자극시켜주는 약을 처방해 달라고 친구인 의사를 찾아갑니다.
성탄절 이야기를 써야할텐데 도무지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벽에 부딪친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벽이라...나는 당신에게 약 처방은 해주지 않겠습니다. 나는 부들즈 클럽에서 개업한 의사가 아니니까. 더욱이 그 돼먹지 못한 약이 필요하다면 병원으로 오세요. 값은 몇푼 되지 않아요. 그러나 당신에게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 수는 있어요. 그 주제가 바로 어떤 벽인데. 아니, 그 벽이라고 해야 마땅하겠지요. 직접적인 의미와 동시에 상징적인 의미를 다 가진 벽 말예요. 우정과 따뜻한 체온과 신기한 일에 대한 거의 견딜 수 없는 욕구로 사람들의 가슴이 죄어드는 크리스마스 어느 싸늘한 밤에 일어난 일이지요.>
옆방의 처녀를 사모하는 청년, 그러나 고백을 하지 못합니다.
고백을 했다가 거절 당하면 그 상처를 견디기 어렵기에 망서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성탄절날 옆방에서는 섹스의 환희에 들떠 신음하는 여자의 교성이 들립니다.
아, 사랑하는 그녀는 지금 어떤 남자와 찐한 사랑을 나누고 있구나... 여자에 대한 절망감, 외로움은 더욱 고통스럽게 남자를 휩싸고 삶에 대한 혐오감으로 남자는 목을 매 자살하고 맙니다.
그러나 사실은 벽너머 여자의 교성은 극약을 먹고 죽어가면서 고통에 겨운 단말마의 신음이었던 것입니다.
여자 역시 외로움의 극단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이었지요.
남자와 여자는 서로들 얇은 벽을 사이에 둔 바로 그 옆방에 자신들의 구원이 있는줄 모르고 말입니다.
속절없는 삶에 대한 자조와 짙은 허무주의, 인간에 대한 깊은 절망감이 읽힙니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 소통의 완벽한 단절, 철저한 개별적 소외,
삶의 부조리함, 그런 상황을 살아내는 인간의 실존.
알베르 카뮈의 작품 '오해'가 생각납니다.
'오해'는 카뮈의 '이방인'에 그 모티프가 나오지요. (감옥에 갇힌 '뫼르소'가 읽는 신문기사)
<짚을 넣은 매트와 침대 판자 사이에서 사실 나는 한 장의 옛 신문을 발견했던 것이다. 천에 들러붙어서 노랗게 빛이 바래고 앞뒤가 비쳐 보였다. 첫 대목은 없었으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듯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어떤 사나이가 체코의 어떤 마을에서 돈벌이를 떠났다가, 25년 후에 부자가 되어서 아내와 아이 하나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누이와 함께 고향에서 호텔을 경영하고 있었다. 그들을 놀라게 해주려고 사나이는 아내와 자식을 다른 여관에 남겨두고 어머니의 집으로 갔는데, 그가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장난을 할 셈으로 방을 하나 잡고 돈을 보여주었다. 밤중에 그의 어머니와 누이는 그를 망치로 때려죽이고 돈을 훔친 다음 시체를 강물 속에 던져버렸다. 아침이 되자, 사나이의 아내가 와서 그런 사실을 모르고 길손의 신분을 밝혔다. 어머니는 목을 매고, 누이는 우물 속에 빠져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아마 수천 번 읽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것은 사실 같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럴 법도 한 이야기였다. -카뮈 '이방인'중에서->
삶은 참 구질구질하여, 저 따우 소소한 소통불능과 오해로 인한 비극으로 인간은 절망합니다.
그리고 그 절망으로 인간은 죽습니다.
죽음은 필경 이 구질구질한 세상으로부터의 해방일런지요.
<그래요. 벽이지요. 하고 의사는 몽상에 잠긴 듯 중얼거렸다. 이만하면 성탄절 콩트로서 흥미를 끌 만한 주제이고 제목도 이미 다 정해진 셈입니다. 왜냐하면 이제 바야흐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신비의 계절이 오고 있으니까요.>
신비의 계절, 세밑의 크리스마스.
바야흐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신비함이 움트는 계절이랍니다.
우정과 따뜻한 체온과 신기한 일에 대한 거의 견딜 수 없는 욕구로 사람들의 가슴이 죄어드는 성탄절이랍니다.
관능적인 교성과 단말마의 비명소리.
오르가즘에는 리비도와 타나토스가 공존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찬란한 웃음 뒤에 감추어 숨겨진 고통스런 신음소리..
어쩌면 아기 예수의 탄생의 고고성은 고통에 겨운 비명소리였던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즐거운 성탄전야에다 초를 치는거 아니라는거, 아시지요?
벗들이여, 메리 크리스마스!!
<가짜>
-로맹 가리 作-
***동우***
2016.03.09 06:40
'로맹 가리' (Romain Gary, 1914~1980)의 '가짜'
가짜 그림과 가짜 얼굴의 조합, 절묘한 소설적 구성입니다.
로맹 가리의 다른 소설 '순수는 어디에'
그 소설에도 고갱 그림에 대한 절묘한 반전이 있지요.
가짜가 범람하는 세상입니다.
다운타운 즐비한 성형병원들.. 시장바닥 범람하는 짝퉁들...
뿐이리까, 따지고보면 사이버 버추얼의 세계도 결국 가짜겠습니다그려.
가짜가 진짜인척 속이고 이(利)를 취하면 사기(詐欺)라는 죄가 성립되겠습니다만, 성형한 용모가 사기결혼 사유는 안될테지요.
그런 소송의 기각은 당연합니다.
하등 탓할바 없사오니, 여성제위께서는 얼마든지 예뻐지시기를.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형의 가짜들입니다.
사이비 정의, 사이비 지식, 사이비 감성, 사이비 양심.. 곳곳에 포진한 사이비들...
옛날에 후줄근한 차림의 텁수룩한 외모로 가난에 찌든 모습이었지만 눈빛 하나만은 형형한 어떤 친구에게 매료되었었지요.
철학을 전공하고 있었던 '정GY' 씨.
당시 그가 이끄는 '메술떼'('산과 술과 무리' 를 조합한 우리말)라는 산악회는 부산서 유명하였습니다. (우 몰려가서는 산에 오를 놈은 오르고 산기슭에서 술마실 놈은 술마시고, 결국 모두들 잔뜩 취하는 것으로 마감하는)
정GY 씨가 노상 입에 달고 있는 어휘가 바로 '가짜배기' 였습니다.
그의 형안에 가짜배기 인간은 한눈에 간파되었던가 봅니다.
그가 '수에토 인텔리켄자' (pseudo Intelligentsia ,사이비 지식인) 라고 일갈하고 썰을 풀어놓으면 그 어떤 고매한 지식인도 주탁(酒卓)의 가짜배기로 전락하는 겁니다.
그런데 실은 그는 유명한 사학재단의 후계자였답니다. (나중 철학교수가 되었는데, 내 연극공연의 스폰서가 되어주기도 하였었지요.)
실은 굉장한 부르주아였지요.
그러니까 궁핍한 모습으로 세상에다 대고 '가짜배기!'라고 외치면서 호기로웠던 그 자신이 그때 가짜였던가 봅니다만.하
하하, 오해마시기를.
여적 가짜배기로 남아있는 나와는 종류가 다른, 그때 정GY 씨는 보기드문 진짜배기 인간이었습니다.
부산의 여명, 지금 밖에 비내립니다.
***eunbee***
2016.03.09 07:37
동우님
Reading Books, 1000번째 포스팅
축하드린다는 말보다 먼저 1000번의 감사의 비쥬를!!^^
그간의 내 독서
거의 매일 아침, 중독처럼 이곳에서, 공부하듯..
소설 읽는 재미 고맙습니다.
천번
천일의 포스팅
천일의 발걸음
1000 이라는 숫자가 가진 수많은 의미를
여기서도 새겨봅니다.
***eunbee***
2016.03.09 07:46
로그인 없이 오면 천번째예요.
동우님 아랫글 없던 시간에 들어와서
1000번째 포스팅된 소설 제목이 '가짜'라서...ㅎㅎㅎ했다우.
***동우***
2016.03.10 04:26
아하, 은비님.
난 생각지도 못했는데 Reading Books 어느새 1000번째.
은비님 있어 천번이랍니다.
진정으로.
은비님의 비쥬 기꺼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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