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채만식]]
<치숙> <미스터 방>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痴叔)>
-채만식 作-
***동우***
2014.02.17 04:37
채만식(1902~1950)의 치숙(痴叔).
바보아저씨(痴叔)는 '사회주의라더냐 막걸리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1인칭 화자(話者)인 청년의 오촌 고모부.
몽롱한 이상주의자 아저씨는 전혀 현실적 능력이 없을뿐 더러 첩질이나 하는 윤리적으로도 시원찮은 인물.
그리고 무교양하고 무지하지만 현실적 생활관으로 영악한 청년도 실은 일제(日帝)의 철저한 우민화(愚民化) 정책의 산물, 일본상인의 고스까이(下人)로 있다.
아저씨와 청년.
채만식은 두 사람 모두 싸잡아 비판하고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역사의 자리'보다 '삶의 자리'를 더 중요하고 엄숙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
그러므로 나는 청년보다 아저씨의 꼬라지가 훨씬 더 얄미웁다.
지극정성 남편을 받들면서 고생고생하는 조강지처를 두고 하는 이따우 생각이라니.
쯧쯧쯧, 절로 혀를 찬다.
<"고생을 낙으로, 그 쓰라린 맛을 씹고 씹고 하면서 그것에서 단맛을 알어내는 사람도 있느니라. 사람도 있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무슨 일에고 진정과 정신을 꼬박 거기다가만 쓰면 그렇게 되는 법이니라. 그러니까 그쯤 되면 그때는 고생이 낙이지. 너의 아주머니만 두고 보더래도 고생이 고생이면서 고생이 아니고 고생하는 게 낙이란다.">
이렇게 씨부리는 아저씨의 주둥이는 얄밉기는 한데, 허긴 그게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아름답게 슬픈 조선의 여인.
암담한 시대, 역사의 구원은 순종적 희생적 여인상, 거기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홍애(虹厓)***
2014.02.17 12:44
읽어야 할 게 너무나 많아요 ^^
오늘은 동우님 메모만...!
삶의 자리를 엄숙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신다는 말씀에, 마음이 더워집니다
내게 소중한 친구! 동우님 ^^
***동우***
2014.02.18 05:05
요즘 홍애님.
새내기 대학생의 부푼 마음 여실히 느껴지던데요.ㅎ
스마트폰에 뜨는 이름이 일본어 공부방-
정말 잘 하셨어요, 일본어학과 편입.
방통대는 홍애님 같은 분을 위하여 만들어 진 것.
다시 다니는 대학, 홍애님의 보람 반드시 이루실 거예요.
홍애님께 자극받는 나도 공부하고 싶은게 몇 있는데, 좀 젊어서 그랬더라면.ㅎ
기레이!
다이세츠나 도모다치, 미정상.
***eunbee***
2014.02.17 23:59
아침에 이 소설 읽고 어찌나 재미있던지요.
술술~ 읽히는 것이 우선 나를 재미롭게 했지만 (다른 것은 내머리로 읽기가 참 어려운 것도 많거든요)
전라도 사투리를 가볍게 구사하며, 가벼운 이야기처럼 술술 펼쳐나가니 '좀이나 읽기가 좋아~'ㅎㅎㅎ
그런데 동우님,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있어서 이 건 꼭 동우님께 물어봐야지 하는 게 있었답니다.
<소설 참 재미있어요. 그 중에도 기쿠지캉 소설……! 어쩌면 그렇게도 아기자기하고도 달콤하고도 재미가 있는지...>
기쿠지캉 소설이 뭐예요?
채만식, 고등학교 다닐 적에 우리 학생들에게 많이 회자되던 이름이에요.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 그런 책을 읽었었지요. 지금은 머릿속에 남겨 있지 않지만.
***동우***
2014.02.18 05:18
은비님의 재미는 리딩북의 보람이고 즐거움.
내가 자세히 알리가 있나요? 기쿠지캉.
나스메 소세키나 아쿠타카와와 얽혀 연상되는 일본 근대문학가라고 대충 알고 있을뿐 이 사람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하였습니다.
순수문학가로 생각하였는데, 무지한 편인 소설 속 저 청년이 좋아한다니 좀 뜻밖이었어요.
은비님 지엄하신 질문인지라 좀전 여기저기 검색해 보았지요.
일본근대문학을 개척한 사람이지만 '진주부인'등의 소설로 저 무렵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는군요.
기쿠지캉, 이 냥반이 아쿠다카와상과 나오키상을 제정한 사람이라는걸 처음 알았어요.
생각보다 일본문학계에 끼친 공로가 상당한가 봅니다.
채만식을 비롯한 우리나라 근대소설.
재미도 있거니와 우리 근세 선대의 의식과 당시 사회상을 들여다 보는 흥미도 없지 않습니다.
때로 어설픈 요즘 것보다 씹는 맛 넘기는 맛이 괜찮지요,,
혀와 목구멍을 배신하지 않는 오래 묵은 술맛처럼.... ㅎ
***eunbee***
2014.02.18 07:30
고맙습니다. 동우님. 기쿠지캉.^^
그분이 아쿠타카와상을 제정하셨다니...내겐 그 아쿠타카와상이란 어휘가 조금은
익숙했었지요. 내용과는 별개로 일본의 문학상이라는 것만.
우연한 기회로(예총에서 주최하는 예술제, 내가 참가하려는 부문은 무용이었고) 백일장에 참가했다가
상을 타게 되었는데, 그 부상이 <개천문학상 수상 작품집 >(책명 확실치 않으나) 이었어요. ㅋㅋㅋ.
동우님 때문에 '오래된 기억'을 꺼내보게 되었네요.ㅎ
리딩북, 모파상의 <미뉴에트> 좀 전에 읽었습니다. 미뉴에트를 추듯 매끄러운 스텝과 경쾌한 호흡으로 단숨에 읽히는 글이에요. 다시 한 번 읽을 거예요.^^ 뤽상부르 정원도 그립던 참에.
창 밖이 아침놀로 발그레합니다. 친구가 보낸 카톡소리에 깨어서 엷은 아침 놀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동우님도 맑은 하루.
***동우***
2014.02.19 05:17
맞을거예요, 은비님.
은비님 받으신 상품 '개천상 수상작품집'
개천상이나 직목상 수상 작품집 여러번 발간되어 나도 몇권 가지고 있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이승만 박정희 시절 거의 필사적으로 일본문화 유입을 막았었지요.
그런데 출판에 있어서는 일본책 번역본이 범람, 기술서적은 말할것 없고 서구문학까지도 일본책 중역이 대부분..
1980년대 초 일본 출장길에 접한 일본문화의 다양성에는 정말 황홀하였다는 기억.. ㅎ
<미스터 방>
-채만식 作-
***동우***
2014.06.09 04:34
채만식의 해학이 녹아있는 에피소드, 희화(戱畵)같은 소설 한편.
외세에 빌붙어 거들먹거렸던 친일파(親日派) 백주사와 해방후 영어 몇마디 할줄 아는거로 권세를 자랑하는 친미파(親美派) 방삼복.
그런데 백주사의 親日은 좀 근지(본문에 나오는 단어: 사물의 본바탕 또는 자라 온 환경과 경력)가 있어 보이지만 방삼복의 親美는 자못 허랑하다.
해방직후 미 군정(軍政)의 '소위'가 그렇게 대단한 권력이었나.
연갑(본문에 나오는 단어: 나이가 서로 비슷한 사람)도 아닌 젊은놈에게 보비위(본문에 나오는 단어: 남의 비위를 잘 맞추어 주는 것) 하는 백주사의 꼴 좀 보소.
그나마 미스터 방의 저 알량한 권세.
퀴퀴한 양칫물 한모금으로 홀라당 날라갔네그랴.
***홍애(虹厓)***
2014.06.10 14:38
동우님, 올리시는 리딩북 목록 보면서, 최근 독서가 저조한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렇더라도 확 책 속으로 빠지지는 않는 나날입니다
책은 손에 있긴 있되.. 그게 교재니까 재미가 없습니다
ㅎㅎ 그래도, 읽지 못하고 있다는 자극을 받고 있으니까
동우님의 리딩북은 제게 비타민입니다 ^^
***동우***
2014.06.11 04:33
홍애님.
일반 독서가 저조할지라도 여대생 전공 공부에 열내시는 거 알지요.
조교수님과 여기저기 데이트로 좀 농때이신것도 알구요. ㅎ
어쨌거나 우리 홍애님께서 리딩북이 비타민이시라니 입에 벌어집니다그려.
페이스북등 SNS에서 호호야님이랑 서민정님이랑 도치님이랑 모습들 마주치지만, 기척은 아니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여행중인 도치님 축하도 마음 속으로만.
SNS에 흔적남기지 않기, 고집이라기보다 거기까지 오지랖 넓혔다가는 그 재미에 헤어나기 힘들듯하여.
홍애님서껀 블로그 마실도 뜨아한 요즘입니다.
주로 스마트 폰으로 올리시는 포스팅은 읽고 있습니다만...
<레디메이드 인생>
-채만식 作-
***동우***
2014.06.28 04:35
으흠, 배운게 죄로다.
지식인, 고등실업자의 소외와 좌절.
현실적으로 아무런 실속도 없는 인텔리의 자조적 푸념이 비감스럽다.
1930년대, 시대가 양산한 레디 메이드(Ready Made: 기성품) 인생들.
채만식(蔡萬植,1902-1950)의 한때의 처지가 저러했을까.
그 액추어리티가 자전적(自傳的)으로 읽힌다.
식민지시대, 식자들(이광수나 소설속 K사장류)이 부르짖었던 계몽주의와 근대교육의 가치.
그에 대하여 이 소설은 '엿 먹어라'하는듯 하다.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구분.
시대를 건너 내 세대까지도 그런 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이제 젊은이들에게 그 따위 의식상의 경계 남아있을까.
작금, 넘쳐나는 레디 메이드 인생들.
대기업의 생산직 작업복 걸친다는 건 동경의 대상이거니와 환경미화직 공무원 채용에도 대졸자가 몰린다
-독서 리뷰-
[[채만식]]
<논 이야기> <민족의 죄인> <태평천하>
<논 이야기>
-채만식 作-
***동우***
2015.03.31 04:40
'채만식'의 풍자.
'논 이야기' (치숙, 미스터 방 等도..)
나태하고 허황된 농투산이 한생원.
그의 이재(理財)는 아둔한듯 교활하지만, 동학과 탐관(貪官)과 일제(日帝)를 몸으로 살아낸 백성이다.
반일이니 친일이니 독립이니 해방이니 수구꼴통이니 진보니 보수니 반독재니 개념이 있니 없니 시대정신이니 무어니.
그런 뜬구름 아랑곳없다.
논을 다오 밥을 다오.
역사는 지사(志士)만의 것이 아니다.
정치사 영웅사 경제사만이 역사가 아니다.
아날 학파(學派)가 그런다던가, 진정한 역사는 그 시대 '삶의 자리'를 들여다 보는 것이라고.
한생원을 욕하지 말라.
정치가들 '국민의 뜻'이라는걸 노상 코에다 건다.
그런데 논리적이고 통일된 국민의 뜻이라는게 도대체 어디 있나.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그 정체가 도무지 무어란 말가.
지향하는바 이념(뜻)이라는게 장삼이사 백성에게 있을리 없다.
각자 소시민적 이기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 국민 오천만개의 의견이 있을 뿐이다.
처자식 거느리고 꾸역꾸역 벌어먹고 사는데 대하여 말이다.
<민족의 죄인>
-채만식 作-
***동우***
2017.05.09 03:49
'채만식(蔡萬植, 1902~1950)'의 '민족의 죄인'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이 또한 자기합리화나 자기변명으로 들리실런지.
김동인과 비교하여 읽어보시면.
내일 마저 올리고.
***동우***
2017.05.10 04:09
채만식의 '민족의 죄인'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일제말(日帝末)의 광풍 속에서 살아내기.
자괴감 가득한 반성이며, 일종의 변설(辨說)인가요?
매우 운명론적입니다만, 생각건대 이만큼 진솔하기도 쉽지 않을것입니다.
이광수나 김동인에 비하면 더욱.
으흠, 나는 과거사 청산이라는, 그 모호한 상투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19대 대통령, 예상대로 문재인이 되었군요.
내 깐에는 전략적(?)인 이유로 5번을 찍었습니다만 문대통령 부디 잘 해주시기 바랍니다.
<태평천하>
-채만식 作-
***동우***
2019.05.08 05:17
'채만식(蔡萬植,1902~1950)'의 장편소설 '태평천하'
윤직원 영감님.
<얼굴도 좋습니다. 거금 삼십여 년 전에 몇 해를 두고 부안(扶安), 변산(邊山)을 드나들면서 많이 먹은 용(茸)이며 저혈(猪血) 장혈(獐血)이며, 또 요새도 장복을 하는 인삼 등속의 약효로 해서 얼굴은 불콰하니 동안(童顔)이요, 게다가 많지도 적지도 않게 꼬옥 알맞은 수염은 눈같이 희어, 과시 홍안백발의 좋은 풍신입니다. 초리가 길게 째져 올라간 봉의 눈, 준수하니 복이 들어 보이는 코, 부리가 추욱 처진 귀와 큼직한 입모, 다아 수부귀다남자(壽富貴多男子)의 상입니다. 나이? 올해 일흔두 살입니다. 그러나 시삐 여기진 마시오. 심장 비대증으로 천식(喘息)기가 좀 있어 망정이지, 정정한 품이 서른 살 먹은 장정 여대친답니다. 무얼 가지고 겨루든지 말이지요. 그 차림새가 또한 혼란스럽습니다. 옷은 안팎으로 윤이 지르르 흐르는 모시 진솔 것이요, 머리에는 탕건에 받쳐 죽영(竹纓) 달린 통영갓〔統營笠〕이 날아갈 듯 올라앉았습니다. 발에는 크막하니 솜을 한 근씩은 두었음직한 흰 버선에, 운두 새까만 마른신을 조그맣게 신고, 바른손에는 은으로 개대가리를 만들어 붙인 화류 개화장이요, 왼손에는 서른네 살배기 묵직한 합죽선입니다.>
<...이 풍신이야말로 옛날 세상이었더면 일도(一道) 방백(方伯)일시 분명합니다. 그런 것을 간혹 입이 비뚤어진 친구는 광대로 인식 착오를 일으키고 동경, 대판의 사탕장수들은 캐러멜 대장감으로 침을 삼키니 통탄할 일입니다...>
채만식의 태평천하...
판소리 가락, 경어체(敬語體)로 풀어놓는 질펀한 사설(辭說).
졸부 윤직원 영감님의 풍신 묘사도 그러하려니와 소설제목 '태평천하'도 그러니까 반어법(反語法)의 해학일시 분명하렷다. ㅎ
계동 안국동 총독부 부민관... 북촌을 비롯한 종로통 일원은 내게도 익숙한 곳.
그 시절에 버스가 있었고 버스껄이 있었다는 사실은 새롭습니다.
허긴, 나의 1960년대와 소설배경인 시대 1930년대, 그 상거(相距)한 세월은 불과 30여년에 불과하군요.
부민관으로부터 북촌 가파른 길을 죽을동살동 달려 데려다 준 인력거 삯이 고작 20전. 부민관 소리꾼 공연 관람료가 1원 50전이라...
채만식의 장편소설 '태평천하'
대략 예닐곱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함께 읽어요.
***동우***
2019.05.09 04:59
윤두꺼비가 윤직원(直員)이 된 사연.
갓쓴 놈의 가렴주구가 있는가하면 패랭이 쓴 화적놈들의 살인도적이 있습니다.
육혈포 든 양복쟁이도 있거니와....
사뭇 참혹한 세상올시다.
<윤두꺼비는 피에 물들어 참혹히 죽어 넘어진 부친의 시체를 안고 땅을 치면서, "이놈의 세상이 어느 날에 망하려느냐!"고 통곡을 했습니다. 그리고 울음을 진정하고도 불끈 일어서 이를 부드득 갈면서, "오―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고 부르짖었습니다. 이 또한 웅장한 절규이었습니다. 아울러, 위대한 선언이었고요.>
윤직원의 저와 같은 절규와 선언에는, 그러니까 시대적 당위로움으로서의 당당함이기도 할런지요...ㅎ
***동우***
2019.05.11 07:27
쇠(錢)가 쇠를 낳고.
무어니무어니 해도 장사중 돈장사(돈놀이)가 최고.
세상사 오로지 돈만이 장땡입니다.
저 세상 갈 적에 상평통보(常平通寶) 서 푼 입에 물고 갈 망정.
일제치하.
윤직원 영감네 태평천하, 점입가경올시다.ㅎ
참 재미있지요.
좋은 주말을.
***동우***
2019.05.13 21:18
<연애는 환장이니라(Love is Blind)란다더니 옛말이 미상불 옳아, 이다지도 야속스레 윤직원 영감 같은 노인에게까지 들어맞기를 하는군요. 그나마 골고루 골고루…>
연애는 맹목(blind)이라기 보다 우리 어휘 '환장'이 여실(如實)하렷다. ㅎ.
일흔 넘은 윤직원 영감, 열다섯 짜리 계집애를 어찌어찌하고자 저리 몸이 달았으니, 다섯번 실연(失戀) 끝에 이번에는 성공하려나.
저 노연(老戀)은 지나친 노추(老醜)가 아니런가. ㅎ
JODK(경성방송국)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풍악소리.
<청승스런 단소의 동근 청과, 의뭉한 거문고의 콧소리가 서로 얽혔다 풀렸다 하는 사이를, 가냘퍼도 양금이 야물치게 메기고 나갑니다.>
채만식의 이런 묘사, 얼마나 멋스러운지.
워너니(전라도 방언 '한결'), 서두리(일을 거들어 주는 사람), 여대치다(능가하다), 며리(까닭)...
지금은 쓰지 않는 우리 어휘들. 입에 착착 들어붙는 맛.
채만식의 '태평천하'
풍자와 해학.
생각건대, 이 소설의 값어치 다시 평가받아야 하리.
***동우***
2019.05.14 20:01
조손(증조부와 증손)이 연적(戀敵)이라...
어차피 콩가루 집안이로세.
세상의 반은 여자고 반은 남자라는데.
짚신도 젓가락도 짝이 있다는데.
체화(滯貨)와 품부족(品不足)이라는 슬픈 정상을 어이하랴. ㅎ
***동우***
2019.05.17 06:37
오로지 향락만을 삶의 가치로 삼고 허랑방탕하는 (윤직원 영감의) 아들 윤창식.
군서기 노릇을 하지만 허구헌날 술타령에 계집질에만 몰두하는 (윤직원 영감의) 맏손자 종수.
증조부의 어린 계집과 농탕치는, 애시당초 싹수가 노란 종수의 아들놈(윤직원 영감의 맏증손자) 경손.
친일지주이며 고리대금업자인 윤직원 영감.
열다섯 계집아이에게 침을 흘리는 추접한 일흔 둘의 영감쟁이지만, 그나마 그만이 시대인식과 삶의 지표를 뚜렷이 가지고 있습니다.
소작인을 착취하고 고리로 돈을 불릴수있는 일제 질서 아래의 시절이 바로 태평천하라는 인식과, 손자둘을 군수와 경찰서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소망에 불타고있는.
종수의 둘째 아들 종학(윤직원 영감의 둘째손자)만이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하려는가하였더니 글쎄, 그 녀석이 이런 태평천하에 불한당 같은 사회주읜가 뭔가로 피검되었다지 뭡니까?
<"착착 깎어 죽일 놈…! 그놈을 내가 핀지히여서, 백 년 지녁(징역)을 살리라구 헐걸! 백 년 지녁 살리라구 헐 테여… 오냐, 그놈을 삼천 석거리는 직분(分財)하여 줄라구 히였더니, 오―냐, 그놈 삼천 석거리를 톡톡 팔어서, 경찰서으다가 사회주의허는 놈 잡어 가두는 경찰서으다가 주어 버릴걸! 으응, 죽일 놈!" 마지막의 으응 죽일 놈 소리는 차라리 울음 소리에 가깝습니다.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천하에…." 쿵쿵 발을 구르면서 마루로 나가고, 꿇어앉았던 윤주사와 종수도 따라 일어섭니다. "…그놈이, 만석꾼의 집 자식이, 세상 망쳐 놀 사회주의 부랑당패에, 참섭을 히여. 으응, 죽일 놈! 죽일 놈!">
일제하 타락한 유한계급의 추악한 면모를, 가득 경멸을 담은 판소리 가락으로 반어적으로 풍자한 소설.
나로서는 되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
'채만식'의 '태평천하'
함께 읽어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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