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이윤기 1.2 (1,4,3,3,1)

카지모도 2019. 12. 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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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이윤기]]

<손님> <숨은 그림찾기> <나비 넥타이

 

 

<손님>

-이윤기 -

 

***동우***  

2013.01.14 06:12

 

'숨은 그림찾기'로 동인문학상 수상시 이윤기가 자선작(自選作)으로 내민 작품이 '손님'이라는 소설이다.

 

'손님'은 신화(神話연구가인 작가다운 상징성이 짙은 소설일듯.

 

산다는 건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삶의 지혜인가그리고 우리는 그 상실을 치유하는 방식을 나름대로들 터득해가면서 산다.

 

누나가 만들어 준 소중한 대님(대님은 누나라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연대감이고 죽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고...), 한 짝을 잃어 버리고 나머지 한짝을 바다에 버리는 아이... 소중한 것을 모두 지워버림으로써 아이는 상실을 스스로 치유하려 한다... 잃어버린 대님 한 짝을 찾은 것이 이제 아이는 기쁘지 아니하다.

 

아득한 옛날 아버지는 소중한 첫사랑을 잃었다... 그 첫사랑이 비단장수가 되어 나타났는데..그것은 상실의 회복이런가.

 

<그 날 그 집에 한 손님이 두 얼굴을 하고혹은 두 손님이 한 얼굴을 하고 찾아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손님의 두 얼굴.. 두 손님의 한 얼굴.

전자는 세월이 만들어준 변모이고 후자는 세월 속에 남아있는 앙금같은 반짝임인가.

 

동화 같은 톤으로 이윤기가 들려주는 삶에 과한 뭇 상징성이 아련하고 애틋하네 그랴..

 

***송현***

2013.01.14 19:06

 

요즘의 아이들은 모르는 단어들이 정겹습니다

대님... ... 대님의 정의... 첫사랑도...    

소설이라 흥미있게 읽어내렸습니다

 

***동우***  

2013.01.15 05:49

  

송현님.

옛 소설들 읽다보면 소설 속 등장하는 어휘나 말투또는 행간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의고적(擬古的정취가 나는 좋답니다.

이윤기의 이 소설은 그닥 옛 소설도 아닌데작가가 아무래도 시골서 성장한 사람인지라 송현님도 그런 맛을 좀 느꼈던가 봅니다.

 

***저녁산책***  

2013.01.14 23:11

 

동우님

구수하고 소탈한 듯 한 문체의 이야기이면서 구조적으로는 매우 정교한 소설인 것 같습니다.

흔히들 요즘 빈번이 거론되는 '평행이론'같은 장치도 느껴지고요.

 

그러니까 소년이 돌멩이를 매어 바다에 던져버린 '대님',

소년의 아버지가 첫사랑을 잃고 바다에 던진 '돌멩이'

그리고 누나가 다시 찾아온 '잃어버린 대님'

비단장수로 다시 찾아온 '지난 과거의 첫사랑'

시간을 두고 되풀이 되는 숙명.

 

소년이나소년의 아버지나 모두 상실감에 못이겨 바다에 던졌지만

마음으로는 결코 떨치지 못했던 그리움..

웬지 그 그리움이 얼마나 절절했으면 다시금 이렇게 '한얼굴'로 하고

나타날수 있었던 걸까..

제마음대로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멋진 소설을 접하게 해 주셔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동우***  

2013.01.15 05:59

 

저녁산책님.

작가 이윤기는 대채로 매끄러운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인데 이 소설은 어딘가 우화적인 작위의 느낌이 들지요?

저녁산책님의 '구수하고 소탈한듯한 문체의 이야기'라는 말씀에서 언뜻 나와 같은 생각을 읽습니다.

 

메타포의 뼈대가 너무 강하게 드러난 느낌...

 

저녁산책님 말씀하시는 평행이론 그런 느낌 없지 않지만 작가는 아마 그걸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아버지의 첫사랑의 무게는 대님에 비하면 너무나 무거운듯.

 

아버지의 그 그리움 얼마나 절절하였으면...

말씀 듣고보니죽은 아이의 어머니의 제사와 오버랩된 그 부분에서도 어떤 은유가 장치되어 있는듯 합니다.

 

저녁산책님의 정교한 독서력.

그렇게 읽어주시는 그것 또한 내게는 기쁨이랍니다.        

 

***eunbee***  

2013.01.16 11:12

 

파리 은비네 집에 있는 책 중에서 '손님'을 읽고는(나비넥타이 인가하는 단편소설집에서잔잔한 감동에 가슴 쓸어내리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의 혼백을 위해 빨랫줄을 걷어올린 마당으로 고개도 숙이지않고 들어서는

아버지의 첫사랑이 들어선다,라는 대목에서 아하고 한숨쉬던 내 감상도 떠오르네요.

 

***동우***  

2013.01.17 05:04

 

이윤기 나비넥타이오래 전 출판된 책인데.

작은 따님 댁책이 많은가 보아요.

파리 어느 집 서가에 꽂혀있을 한국 책들을 상상해 봅니다.

 

은비님도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던가 봅니다.

<사랑을 받지 못한 어머니의 혼백을 위해 딸이 초저녁에 빨랫줄을 걷은 그 마당으로아버지의 첫사랑이 고개도 숙이지 않고 들어선 것이다비단 장수가 아이와 누나에게 뱉어 내는 무신경한 사투리는 큼지막한 돌멩이가 되어 아버지의 추억 속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아버지메 다 지었어요곧 닭이 울 텐데요.”

누나는 문고리를 달그락거리며갈아입은 옷의 옷고름을 만지작 거렸다.

오냐닭 울리면 큰일이지.”

아버지가 일어나면서 중얼거렸다.

그 날 그 집에 한 손님이 두 얼굴을 하고혹은 두 손님이 한 얼굴을 하고 찾아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압축된 메타포가 이 대목에서 어렴풋 만져집니다.

흐음여성분들의 감성은 쉽게 만져지는 그것을...

이것 또한 함께 읽는 재미로군요

 

***teapot***  

2013.01.17 00:36

 

단숨에 읽어 내려 갔습니다.

스토리의 전개가 저 같은 사람에게도 실타래 풀리듯이 술술 풀려나가는 것을 느꼈읍니다.

좋은 글은 어렵지 않고 내가 직접 보는듯 하며 공감할 수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 해 봅니다잠시 스토리 속에 빠져 두사람의 다시 만남이 어찌 전개됄까 상상해 보다가 그냥 그대로 모르는채 끝이 나는게 좋을 것 같다고 결론이 났읍니다.

 

동우님접하지 못하고 지났던 한국문학을 소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우***  

2013.01.17 05:14

  

티팟님.

이 소설실타래 풀리듯 쉽게 읽히시지요,

생각건대그렇게 읽히는 소설이 잘 씌어진 소설이 아닐까요

 

우선 재미롭게 읽고서 느낌이야 그 다음에 따라 오는것.

위에서도 말했지만 우화나 동화처럼 심플한 플룻 속에 작가가 무척이나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던가 봅니다.

 

읽는 이에 따라서느낌에 따라서 그 메시지를 알아들으면 오케이.

이 짧은 소설에서도 내가 느끼지 못하는 부분 얼마나 많은 지요하하

소설읽기는 지극히 개별적인 행위라는 걸 새삼 느낍니다.

 

티팟님.

설날 이제 보름남짓 남았군요.

 

티팟님네 짜장면 얘기 언뜻 보았는데아무리 미국땅이라도 설날 짜장면은 아니실테고.

티팟님 댁에는 어떤 트래디셔널한 코리안 푸드가 미국식으로 연출되려나..

 

티팟님은 한국인이고 절기는 명절이고.

서울 계신 아드님 보고 무척이나 싶으실터...

 

***teapot***  

2013.01.17 06:44

 

사실 구정이 오는지도 몰랐네요.

가족이 모여야 명절 같은데 애들도 멀리 있고하니 그냥 지나치게 됄것 같습니다.

양력설에는 애들이 오고 또 떡국을 좋아하니 떡국을 꼭 먹습니다.

세배도 받고 한해 반성과 또 새 한해 계획을 듣는답니다.

다하고 나면 저보고도 새해 계획을 말하라해서 저도 계획을 이야기 해야 한답니다.

 

아들은 설날에 서울에서 지 고모네 집에 가겠구요.

아들 사는 것 보러 가고 싶지요.

딸들이랑 5월에 학교 방학하면 같이 서울나가자 했는데

지금 제가 놀고있는데 직장 다시 나가는 문제가 거론돼고 있어

어찌 됄지 모르겠네요일 풀리는데로 하려고요.

 

관심가져 주시니 감사합니다.

 

 

<숨은그림 찾기>

-이윤기 -

 

***동우***  

2013.06.12 05:34

 

나와 동갑내기 이윤기(1947~2010) '숨은 그림찾기' (1998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돈에 관한 한천민 졸부가 극성을 부리는 이 시대를 위하여 검박한 삶의 본을 보이는희귀한 미덕의 소유자하지만 정신의 경우어쩐지 단 하나의 잣대로만 세계의 모습을 해석하는 듯한 모노코드 난수표의 소유자인식의 지평 넓히기를 한사코 거절하는 사람자기의 인식 너머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용인하기를 끝까지 거절하는사람...당시의 내 메모에는하 사장에 대한 이런 인물평이 적혀 있다.>

 

하사장이 외통배기 대롱눈이라면 소설속 話者역시 외통수 대롱눈.

하사장 눈에는 ''역시 모순 투성이인 것이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인색한... 이것은 이미 진부한 얘기다.

 

<무서운 일이다잃어버린 물건이 내가 이미 뒷짐질해 본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자신이 평가하는 시각의 당위는 대부분 절대적이다.

특히 극명하게 좌우로 갈라진 이 시대 지식인의 경우.

김건모의 '입장 바꿔 생각 해봐' (핑계?의 노래 가사)를 노상 부를 일이다.

 

그렇지만 낫살 들수록 나는 싫은 사람은 싫다.

아무리 입장 바꿔 생각해 보더라도.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관념의 부분이 아니라 취향이나 정서의 문제로서.

 

***동아리***

2016.02.27 14:36

 

숨은그림찾기 전문이 필요해서 그러는데

위의 이메일로 보내주실수있으신가요?

부탁드립니다!

 

***동우***  

2016.02.28 06:59

 

메일 주소가?

 

***허클베리 핀***  

2016.03.03 18:38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직선과 곡선의 전문을 좀 보내주실 수 있으신지요

메일 주소는 uranus601@hanmail.net입니다.

 

***동우***  

2016.03.04 04:23

 

직선과 곡선이라 함은 숨은 그림찾기를 말씀하는 거겠지요.

좀 이따 보내드리지요.

 

***히히***

2016.04.23 01:14

 

숨은그림찾기 전문 파일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메일 주소는 yujin3481@hanmail.net 입니다.

유익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동우***  

2016.04.23 04:32

 

전에 보내드린것 같은데...

 

***히히***

2016.04.23 11:38

 

엥 아니예요 처음으로 부탁드리는건데..

 

***동우***  

2016.04.23 22:17

 

히히님.

젊으신 분 같은데 잔소리 몇 마디 드립니다.

나는 일흔 넘은 사람, '히히'라는 닉네임은 내게는 사뭇 희롱조로 들립니다.

'이라는 답글도 내 낫살의 블로그에는 불쾌합니다.

이러이러한 사람 정도의 인사치례는 대폿집 골목에서도 있는 거랍니다.

 

잔소리와 더불어 전문 보내드립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jinny_bang***

2016.05.11 19:11

 

안녕하세요 이 작품을 전문으로 꼭 한 번 읽고싶은데

혹시 보내주실 수 있나요

이메일은 jinny_bang@naver.com 입니다.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동우***

2016.05.12 06:32

 

좀 이따 보내드리지요.

 

***^^***

2016.05.15 20:10

 

안녕하세요 작품을 읽다가 마음에 들어서 전문도 읽어보고 싶은데 혹시 전문 보내주실 수 있으세요메일주소는 rjsrkddl54@hanmail.net 입니다.

 

 

<나비 넥타이>

-이윤기 作-

 

***<동우>***

2013. 08. 12

 

오늘 새벽, 이윤기의 '나비 넥타이'를 처음 읽었다.

내가 이렇다. 이윤기는 좋아하는 작가라면서 이처럼 과독(寡讀)이니 독서를 좋아한다는 명색이 부끄럽다.

'나비 넥타이' 

삶에 대한 하나의 현상학적 실체, 그 방법론을 들려주는 좋은 소설이다. 

 

[한 사람 안에는 넓게는 인류사가, 좁게는 일문(一門)의 가족사가 보편 무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족사적 상처, 지극히 내밀한 비밀이거나 꿈과 열망... 

적면증 말더듬이는 그런게 심리적 동인이 되어 나타나는 현상.

이 소설의 적면증 말더듬이는 세상살이 낯선 것들에 대한 공포를 포괄하는 하나의 메타포일 것이다. 

 

[사람이 시대와 홀로 맞설 때 교육은 들러리 노릇 밖에는 못하지 않나 싶다.] 

[사람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상대에게 <앰비벌런트-兩價的>한 감정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버릇 들인 세월과, 정보의 자유로운 양방 소통 때문에 만나면 평화를 느끼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 때문에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밀착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낯선 세상과 시대와 타인들. <익숙한 것들 역시 그 안에는 낯선 공포를 내포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으흠, 혐오로 위장하는 내면의 공포...

 

관념적 인식론으로서는 그 공포를 극복할수 없다.

자신의 어떤 징표를 타인에게 인식 시키기.

그건 낯 선 것들을 수렴하기 위한 하나의 기제, 몸부림인가.

 

나비 넥타이, 콧수염.

생각건대, 다른 이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라도 우리는 누구나 그런 걸 하나쯤 갖추고 있지 않을까.

외부를 향하여 내세우는 자신의 오기(傲氣)이거나 자신의 정체성으로 다짐하는 스스로의 결기.

고집, 습성, 혹은 자유로움의 표징으로써.

 

이브의사과, 아프로디테의 사과, 윌리엄 텔의 사과, 뉴턴의 사과로서는 사과를 체험할수 없다.

사과를 체험하라, 삶을 체험하라.

사과를 체험한다는 것은 우적우적 사과를 베어 먹는 것이다.

 

[현상이 어떠니 인식이 어떠니 따지지 말고 내 눈에 본질로 여겨지는 것, 그것과 바로 붙어버리자]

 

***<teapot>***

2013. 08. 14

 

'노수' 가 'North' 하고 발음이 비슷해 그리 영어 이름을 지었군 하며 한참을 깔깔 거리고 웃다 갑니다.

그 이름 괜찮네요 하기야 한국분들 미국이름이 필요해서 짖게 되면 대개 발음 비슷하게 짖곤 하지요.

'선희' 그러면 'Sunny' 'ㄷ'으로 시작하면 'D'로 시작하는 이름으로 한다든지.....등등

소설은 채 다 읽지도 못하고 깔깔 거리다가만 갑니다,  할 시간 이라서요다시 올께요

 

***<동우>***

2013. 08. 15

 

티팟님. 

미국식 이름짓기. 

티팟님 그림공부하시는 틈틈이 이 분야 한번 연구해 보심이 어떠한지? 

충분히 하나의 훌륭한 주제가 될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일단 다니시는 교회를 중심으로. 

차츰 범위를 넓혀가면서 아메리칸 코리언의 이름을 수집하여 분류 분석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듯 싶습니다만.

 

***<teapot>***

2013. 08. 17

 

나비넥티이, 콧수염이 소설에 주제 중에 하나네요, 단순히 나비넥티이를 맸다는걸로 

또는 그냥 콧수염을 길렀다는 것으로무슨 다른 뜻이 있는건가요

'나도 콧수염 하나 앞에다 척 앞세우고 다니니까 다른 걸로는 시비하는 놈이 없더라' 하는 부분에

무슨 깊은 뜻이 있을썽 싶기도 하고요 

저는 나비넥타이를 맸던 콧수염을 길렀던 그런거 그런가 보다 하니까요

제가 항상 어리석은 잘문 만 하는것도 같고요

 

'삶에 대한 하나의 현상학적 실체, 그 방법론을 들려주는 좋은 소설이다' 이라는 <동우>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글과 맞춰 보았답니다

 

 

 

 

 -독서 리뷰-

 

[[이윤기]]

<하얀헬리콥터><사람의성분>(떠난자리><요강타령><구멍><아름다운...>

 

 

<하얀 헬리콥터>

-이윤기 -

 

***동우***  

2013.08.14 05:59

 

이윤기(1947~2010) '하얀 헬리콥터' 1977년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그의 첫번째 소설이었는데그 후 그는 오랜동안 소설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윤기가 다시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였다고 한다.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아시다시피그동안 이윤기는 번역가로 명성을 날렸던 것이다.

우리는 많은 외국 소설들을 이윤기의 번역으로 읽었을 것이다. (그가 번역한 작품은 장미의 이름희랍인 조르바등등 150여편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번역서...이윤기의 제도권 학력이라고는 고등학교 중퇴이지만 그는 가공할 독서력과 천부적 어학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얀 헬리콥터'는 그의 월남전 참전의 경험으로 만든 소설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또 한사람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를 떠올리지 않을수 없다. (이윤기는 나와 동갑인 1947년생안정효는 한 연배 위인 1941년생)

안정효 역시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특히 그의 소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영화광 '임병석'에게서는 나의 '도플갱어'의 느낌으로 소름이 돋았다.)이자 일급의 번역가(나는 카잔차키스의 책들을 이윤기가 아니라 안정효의 번역본으로 읽었다.).

그 역시 월남전 참전의 경험으로 '하얀 전쟁(안성기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을 썼다.

 

딴 소리나 좀 지껄이자.

베트남 전쟁.

염전(厭戰)사상 짙은 올리버 스톤의 영화들포레스트 검프히피세계적으로 창궐한 학생 저항운동 같은 것들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고..

한반도 남녘 땅에서 1940년대 즈음 태어난 우리 또래(나는 1967년 입대)에게 월남전이란 미묘한 의미를 내포한현실속의 전쟁이었다.

 

씨 레이션국내 군바리의 봉급보다 엄청 많은 딸라로 받는 전투수당레이션 박스 속 가득한 일제 가전제품부산 5부두의 귀국장병 환영식의 팡파레...

또 한켠 정글화부비 트랩치누크, M16 (그때까지도 M1이나 칼빈소총이 개인화기였는데 나 제대후에 M16으로 바뀌었다그래서 나는 M16을 다룰줄 모른다그리고 긴장과 설레임으로 떠나가는 장병들 가득 실은 부산 5부두의 수송함앰블런스로 후송된 육군병원 두 병동에 가득한 팔다리 잘리고 눈멀고 귀먹은 부상병들...

희비가 복합된월남전은 군바리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선택적 현실이었다. (꼬심에 넘어갔던지 자원하였던지대부분 지원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고백한다.

나 또한 내 주특기로 십자성 부대 춘기를 노리고 지원(비둘기 부대나 십자성 부대 애들의 귀국 더블백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하였었다.

그런데 어마 뜨거라빽 구멍을 잘못 뚫었는지 그만 '맹호'의 춘기에 걸리고 말았다.

군대에서는 쉬쉬하고 있었더라도 백마 맹호 청룡 애들 당하는 얘기는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군복 화랑담배등 군수품(당시 내 직책은 2,4종계)을 빼돌려 사령부 인사계에 찔러주고, 4주간 강원도 오음리(월남 파병훈련장소)행을 면하였다.

제대하기 위하여 예비사단에 집결하였을때생각보다는 우리 소대 훈련소 동기중 많은 애들이 뵈지 않아 놀라웠다.

그 빈자리나는 좀이나마 미안하거나 부끄러웠을까.

그러나 실은조금도 미안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았다.

그때 우리 관념상 군대팔자란 북불복(福不福-우리는 '복끌복'이라고 발음하였었다)이었으니까.

뺵줄을 쓰건 뇌물을 쓰건 ‘군대는 요령이었으니까. (건구불통(乾口不通)-마른 입에 통할리가 있느냐는 속어는 군바리들 입에 달린 관용어였다.)

 

군대의 스노비즘이 그러하였더라도하얀 헬리콥터....

생사를 넘나드는 정글 속 집단의 전장(戰場)에서도 개별적 인간은 아름답다.

 

<도끼 소리 끝이 뭉툭했다이름을 알 수 없는 새가 울어 그 소리와 소리 사이에다 숨표를 찍었다.>

<이슬이 밀림을 떠난 지 오래여서 풀잎이 졸기 시작했다.>

 

도끼소리에는 귀를 닫고 이름없는 새의 지저귐을 듣자.

포연으로 말라버린 이슬을 생각하기보다 고즈넉히 조는 풀잎을 생각하자.

 

월남전의 현장을 들여다 보면서 옆길로 새는 사설이 길었다.

 

***저녁산책***  

2013.08.14 08:15

 

어제 입대하는 아들녀석을 입영지까지 데려다 주고 와서는

겨우 하루밤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사이..무엇을 먹었을까..어떤 사람들을 만났을까..

불안해 하지는 않고 있는지. ..등등 심란한 상태. (예전 동우님 아드님의 자세하고 친절한 동경 대학가의 정보들...그 인폼으로 많은 도움을 받아 동경대학생활을 하게 된 녀석...거듭 거듭 동우님 부자님께 감사한 마음...)

 

동우님 올려주신 단편을 읽으니..이런 생각조차 사치스럽고 여유만만한 생각이란걸 깨닫네요.

월남전 이야기는 디어헌터나 플라툰라이언 일병구하기..등의 외국영화에서나 들어보았지만

이렇게 소설도 읽어보기는 처음입니다.

 

동우님 말씀중생사를 넘나드는 정글속 집단의 전장에서도 개별적 인간은 아름답다'는 말씀이 강하게 인상에 남네요.

수많은 전장에서 꽃잎처럼 스러져 간 이들..하나하나 고결하고 고귀한 것임을.

 

오늘은 제게 오히려 약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슬플때 더 슬픈 음악을 들으면 치유되듯이요.

 

***동우***  

2013.08.15 05:20

 

와세다 다니는 그 외동 막내 아드님?

 

저녁산책님.

아들 군대보내고 난후의 어머니 심경은 언제나 누구나 똑같지요.

 

아들녀석 입대한 후 한동안 허둥지둥 경황없는 상태로 있었던 아내가 생각납니다.

입고 간 입성 도착했을 적에는 크게 소리내어 울더군요.

짐짓 남자라고 폼은 잡지만아비짜리라고 그 속은 별수 있겠어요?

 

전쟁 징후없고 옛날 군대환경이 아니라지만부모로서는 슬하의 어린애같은 자식.

낯선 곳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낯선 일과획일적 질서에 편입된...

 

저녁산책님.

힘 내세요.

아드님이국 생활처럼 잘 적응할거에요.

두어달 지나 늠름한 모습으로 어머니께 안도를 넘어 기쁨까지 드릴껄요

 

***teapot***  

2013.08.14 13:40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 중 가장 마음을 끄는 것은 끈끈한 전우 동료들의 우애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전쟁에 다녀온 군인들 중 Post War Syndrome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지요?

소설을 통해서 월남전의 한 편의 이야기를 듣네요~술술 읽어 가도록 쓴 작가의 글 솜씨가 좋은데요.!

그래서 동우님은 월남을 다녀 오신거예요아님 와이로 주고 빠졌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요~ㅎㅎㅎㅎㅎ

 

***동우***  

2013.08.15 05:28

 

띵똥땡티팟님.

하하와이로 주고 빠졌다는 얘깁니다.

티팟님 말씀 맞습니다 맞고요

 

나는 전우애라는게 정말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월남전은 커녕 주로 후방에서 복무하였던 나로서는 더욱.

 

어쩌면 전우애란 복수심으로 발현되는 건 아닐까...

얘기 들어보면 소대원 누군가 희생되면 눈이 뒤집힌다더군요.

복수심으로.

양민학살이 주로 그래서 일어난다는 얘기 들은 적 있습니다만.

 

어이구이런 얘기 그만.

 

 

<사람의 성분>

-이윤기 -

 

***동우***  

2013.08.16 05:05

 

예술에 있어서의 실험성 독창성이란 치열함에서 나온다.

自然실존을 우짜든둥 새롭게 인식하려는... 예술가의 품성이며 자세.

그것은 목숨에 대한 진지함이다.

그 치열함이 없으면 예술이 아니다.

 

시대의 트렌트만을 현혹하는 세련됨은 필경 누군가의 근원적인 치열함을 모방한 데포르마숑의 테크닉이다.

도무지 자신에게조차 진지하지 않은 그런 것들말랑말랑한 감성을 주물러 빚어낸 것들.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

그런것으로 예술가연 하는 자들은 죄 사이비다.

입만 열면 예술을 코에 거는 어떤 소설가처럼.

 

오베르의 고흐.

진짜배기는 인간의 성분이 달라 작품의 성분이 다르다.

그리고 그 성분은 반드시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진다.

사람을 이룬 근원은 진실이고 치열함이니까.

그러나 오호통재라!

당대(當代)가 스러지고 난 후이기 십상인바... 빈센트.

 

그러나 나는 예서도 섭리를 느낀다.

우리의 현세적 삶 너머에 있는 어떤 의미를.

아름다울 어떤... 우리에게 주어진 영원성...

 

소설가가 그림을 알면 얼마나 알랴마는작가가 쓴 서사적 회화 이야기는 우리에게 유익하다.

그 또한 작가로서의 치열함일 것이다.

 

서머셋 모옴의 '달과 육펜스'는 좀 그렇지만 이문열의 '금시조'라던가...

 

<같은 맥락으로내일은 화가이며 소설가인 '이제하' '대산'을 올리려 합니다.>

 

***teapot***  

2013.08.17 03:48

 

~ ~ 멋진 소설입니다.

진짜배기라는 단어를 쓰려했는데 그 단어를 이미 동우님이 쓰셨군요~동감합니다.

진짜배기는 타고 난다!!~ 이렇게요~ㅎㅎㅎㅎ

 

다음 소설 기대 합니다!!

 

***동우***  

2013.08.17 05:10

 

티팟님.

누가 먼저 쓰건 어때요?

진짜배기라는 어휘.

 

"진짜배기는 타고난다."

티핏님의 !!, good.

 

하나 더 덧붙이자면.

"진짜배기는 반드시 밝혀진다"

 

슬픈 것은밝혀지는 시점이 진짜배기의 당대가 아닐 경우도 많다는 것.

빈센트처럼.

은비님의 오베르 포스팅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상을 보고 내 마음에 슬픔이 밀려왔지요.

 

 

<떠난 자리>

-이윤기 -

 

***동우***

2014.10.19 04:55

 

찰나(刹那)에 잊혀지는 존재라면 좀 슬프지 않습니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나남없이.

'마음가짐의 빠른 변화'에 대한 무슨 강박들을 안고 살아가는것 같습니다.

 

방금 헤어져 돌아가는 이의 뒷모습에 머무는 눈길은 매우 짧습니다.

방문한 집을 나서 몇걸음 걷자 뒤에서 현관문 닫히는 소리 들립니다.

 

존재는 시간 속에 묻혀 사라지지만시간 속의 존재는 관계의 모습일겝니다.

소유의 삶을 살기 바빠우리는 존재의 삶을 망각하였습니다.

 

자식을 망각(치매)함을 공포스러워 하는 노모와 어머니에게서 잊혀짐을 두려워 하는 아들.

母子의 그윽한 눈길이 눈물로 마주 섞입니다.

 

가벼운 소설 하나 올려놓고객쩍은 소리였습니다.

좋은 휴일 보내십시오.

 

 

<요강타령>

-이윤기 -

 

***동우***

2016.09.28 04:18

 

요강은 자그마한 달항아리.

보면 볼수록 복스럽게 잘생긴 용모입니다.

왜소한 몸으로 커단 두짝 달덩이를 거뜬히 받아내는 그 구조역학적인 측면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요강.

코펠이 대수리까귀한 가양주를 담는 술항아리로 사용한들 무슨 손색이 있으리까.

 

그러나 문제는 이거지요.

()로서 명()을 닦을수 없다는.

 

기억의 재난이여선입견의 집요함이여()과 실()의 허구여...

 

랑그와 빠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데노타시옹과 코노타시옹...

구조주의 언어학을 그 어름이나마 내 알까마는언어에 고착되어 있는 이데올로기는 그리 쉽게 지워질수 있는게 아닌가 봅니다.

 

황금으로 무르익어가는 좋은 계절.

나는 배앓이로 배곯이를... 온몸에 힘이 없고 사흘째 컨디션 여~엉 파이입니다만.

아파서 늙은건지늙어서 아픈건지.ㅎㅎ

 

***eunbee***

2016.09.28 05:14

 

사기 요강스테인레스 요강거슬러오르면 놋쇠 요강...

이윤기님의 요강 타령은 웃으며 읽고

동우님의 사나흘을 넘기는 배앓이에 배곯이는

마음이 아픈일인줄 알았으나그냥 웃어드립니다 (요청에 의해 )

천고마비지절 기운받아

툭툭털고 일어나시어요.

 

뿌연 새벽입니다.

어제 종일 추적이던 가을비가 남긴 축축함이

오소소 한기를 뿌리네요.

 

***동우***

2016.09.29 04:37

 

한 나흘 굶었더니(아주 조금의 섭생몸무게가 글쎄!!

자그만치 4킬로가 빠졌어요.

운동으로도 요지부동인 것이.

 

그래서 얼마냐구요?

국가기밀이라 말씀은 못드림을 양해..

 

배곯이 덕에 배앓이는 말끔하게 나았어요.

근데 목소리가 허스키로 바뀌는건 또 무슨 조화인지.  

내 귀에는 제법 좋게 들리던데.. 그마저 제대로 돌아오는 중입니다.

 

그러하오니 내 배앓이 배곯이는이윤기님의 요강 타령처럼 웃어줍시사.

 

어제 여기도 주룩주룩 비 내렸어요.

지금새벽 대기 남겨진 축축함이 오소소 한기를 뿌립니다

 

***하늘의 소리***

2016.09.29 21:23

 

고정관념의 무서움

자네 얼굴보면 4킬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글쎄?

 

***동우***

2016.09.30 04:49

 

목사님요난 평소에도 1~2 킬로는 왔다리갔다리 합니다만 사나흘 사이에 4킬로는 대단한거 아입니꺼핫핫핫

 

 

<구멍>

-이윤기 -

 

***동우***

2016.10.10 04:25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는 일본은 적어도 우리나라보다는 열려있는 사회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독도가 한국땅이라거나 종군위안부에 대한 비판등도 얼마든지 용납됩니다.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했다가는 맞아죽기 십상인 우리나라에 비하면 말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한국여인 매춘.

몇년전 종군위안부 문제와 맞물린 이슈로 일본의 좌파까지도 이 문제에 대하여 일갈하였지요.

미국 L.A 에서도 한때 말썽이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부산역 건너편 텍사스 골목에서는 러시아인 호스테스를 심심찮게 볼수 있지요.

우리나라 사람이 러시아라는 나라를 시쁘게 보는 이유중 하나일겁니다.

 

<정신대의 피눈물을 매춘으로 더럽히는 이 한심한 세태매춘의 목적이 무엇인가호사를 위한 매춘이다. '브랜드스키'의 매춘이다.>

 

불편한 진실입니다.

 

 

<아름다운지나치게 아름다운>

-이윤기 -

 

***동우***

2018.03.02 04:19

 

이윤기(1947~2010) 의 수필 '아름다운지나치게 아름다운'

 

지나치게 아름다운건 지나치게 슬픕니다.

지나치게 슬픈건 또 지나치게 아름답습니다.

나 또한 아쿠다가와 다자이 가와바타 미시마에게서 핏빛 아름다움을 보았고 그들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더랬지요.

 

사의 찬미를 부른 윤심덕... 배호 차중락 김정호 김현식 유제하 장덕...

그들의 노래처럼 그들은 요절하였지요.

남겨진 슬픈 노래는 왜 사람들의 마음에 아름답게 담겨지는지요.

 

스스로의 글과 노래가 자신의 운명에 작용하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씨앗이 되어.?

말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인격을 만들고 인격이 운명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이 글을 쓴나와 동갑인 이윤기.

나는 살아있는데 그는 벌써 죽었습니다.

으흠나는 아름답지 아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