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홉]]
<귀여운 여인>
<사모님>
<<<귀여운 여인>>>
-체홉 作-
***멜라니아***
2010.07.05 12:38
전에 읽었던 소설인데 다시 읽을게요, 오늘은 잠시 나갔다가..
그런데 일요일 놀이로서 소설 옮겨쓰기를 하신 거에요?
***┗동우***
2010.07.07 01:35
하하, 멜라니아님.
이 많은 분량.
서툰 타이핑 솜씨.
그런 내가 무슨 할일없어 무슨 재주로 이걸 타이핑합니까?
'에밀리에게 장미를'처럼, 이문열이 추천한 단편집의 텍스트 파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인 에어의 대척점에 있는 여성상이라니까 대번 떠오른 귀여운 여인.
제인 에어와의 대비감을 느껴 보자고 올린 거랍니다. 하하
***┗멜라니아***
2010.07.07 12:59
저는 여성을 엑스축으로 두고 성향을 따져 볼 때에
저 스스로를 귀여운 여인, 애첩 쪽으로 둡니다
본처 또는 이성적 지적인 여성 쪽은, 본래부터 제 것이 아닌양하여
ㅎㅎㅎ
이 소설 처음 읽을 때부터 딱 맘에 들었던 것이
제인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은 아마 체질문제인 듯 하여요 ㅎㅎㅎ
***┗동우***
2010.07.09 00:11
답글이 등록되지 않아 답답.
daum이 가끔 이럴때는 다음부터는 하지만서두...
여성성의 발현이란 외모에 의존하는 바 매우 우 크다는 것 모를 사람 있을라구요.
미인박명이 있는가 하면 경국지색까지 나아가지 않습니까? 하하
멜라니아님 외모의 화려함 뒤에 숨은 제인 에어를 나는 보지요.
스스로의 엄격함, 반듯함 자존감...
때로 슬픈 표정의 제인 에어이긴 하여도. (하하, 내 실례가 지나칩니다그려.)
호옷. 우린 오년여지기 아닙니까?
요즘 여자아이들, 안젤리나 졸리다 캐머런 디아즈다 (섹시함 빼면 별거드만..)하듯이 쿨한 느낌으로 제인 에어라는 개성을 맞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세계 명작이 별거리까.
정서에 작은 충격으로 작용하여 주다면 그 이상 무얼 바라리요? 하하
문학 속에서.
***송현***
2010.07.05 17:58
예전에 읽은 책이지만 다시 새롭습니다
누군가 저를 보면 귀여운 여자 생각이 난다고 하였더랬죠 ㅎㅎ
그 말은 주관이 없는 저를 비웃거나 아니면 과찬이고...... 고집불통인 저에게는 말도 안되는 소리고요.
소설주인공은 남자들이 보기에 가장 여성스러운 여자가 아닐까요?
***┗동우***
2010.07.07 01:43
그래요, 올렌카가 사랑스럽다니까요.
송현님의 올렌카.
상대가 화를 내거나 어거지를 부릴적, 아마 송현님은 똑같이 화를 내기보다 동조를 하면서 다독거려 주실 듯. 하하
뵌 적 있으니 조금쯤 느낄수 있을 듯 하오이다.
제인 에어.
얼굴도 예쁘지 않고, 애교도 없으며... 좀 듣기좋게 각색도 하고 그러면 좋으련만 속느낌 그대로 어필하는 여자.
아마 현대 남자라면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여성상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올렌카는 이쁘고 바람직한 이 시대 대한민국적 여성상입니다만.
하하, 밤늦게 술 얼근하여 판소리투로 농을 합니다.
세상천지 이 잡눔들아.
이쁜 여자, 섹시한 여자, 애교있는 여자, 늬들 다 해 처먹어라.
나는 못생기고 돈없고 애교없는 제인 에어만 차지할지니, 강남 복부인이라면 우리 제인 에어 뉘 따를소냐. 우하하
'총합적 시스템' 속에서는 제인 에어 여사 복부인 될 소지도 많을지니. 하하하
***별과달***
2010.07.16 09:24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정갈하게 적어 놨을까
어쩜 이렇게도 담백한 맛으로 쟁반에 담아 두었을까
전 꿈속에서라도 한대 때리고 싶답니다.
***┗동우***
2010.07.20 06:25
그렇지요? 별달님.
체홉의 글맛이 그렇습니다.
깔끔하고 세련되고 담백한. 하하
과연 체홉이고 그러니까 체홉이고 그래서 체홉입니다.
***들꽃***
2010.07.25 11:44
사십년도 더 전에 읽었을때와는 다른 느낌이군요. ^^
***┗동우***
2010.07.30 12:20
소설은 여일한데, 사람의 나이가 만들어주는 프리즘이 그토록 다양하여..ㅎ
***eunbee***
2012.12.23 10:40
찾았다! 아주 옛날에 읽었는데, 이 겨울에 이 여인이 다시 생각나서....
이 책 처음 읽을 때 우리 작은 딸을 생각했는데, 지금은 누굴 떠올리려나?
우선 아침밥을 먹은 후에 정신 가다듬고 올게요. ^*^
***┗동우***
2012.12.24 05:24
한동안 책부족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바,
남성들에게는 ‘제인에어’와 ‘올렌카’중 어떤 여성이 바람직한 여성상일까하는 테마.. ㅎ
***┗eunbee***
2012.12.24 05:45
나라면 올렌카.ㅎ~
새벽 댓바람에 와서 읽었지롱요.
좋은 하루 되시기요.^^ 성탄절이라는데....
***┗동우***
2012.12.24 06:24
그러문요,
여성인 은비님도 그러할진대 나 또한 당연히 올렌카지요.ㅎ
제인 에어, 잔 다르크, 마거릿 대처,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 여성들에게서 어디 남성 호르몬 옥시토신이 솟아나겠어요? 하하하
크리스마스.
은비님댁의 사진.(2년전의...)
파리의 건물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조명 데코레이션을 그려봅니다.
심플하면서 엘레강스하고 스윗하고 해피해 보이는 디자인의 ...(ㅎ, 죄 우리말 아닐세)
메리크리스마스! 은비님.
P.S
참, 남성을 동하게(이를테면ㅎ)하는 옥시토신 운운 하려니 심수봉에 대한 어떤 이미저리가 확실하게 감이 잡히는 군요.
중동무이한 노래잡설 쓰고 싶은 동력을 얻었습니다.
***eunbee***
2012.12.24 22:19
동우님의 훼이 다나웨이가 갑자기....머릿속을 빙그르르~ ㅎㅋ!@@#$%&
노래잡설, 중동무이라도 좋으니 시작하세요.
이런 이야기하니, 어젠가 오늘 아침인가(이젠 없는 정신머리가 더 없어졌어유)한강이 얼었다는 뉴스를 듣는데, 내 머릿속을 휙 지나가는 '헐리웃 키드의 생애'.
한강에서 멱감던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아서.
내 어린날엔 한강이 없으니, '한강'하면 헐리웃 키드가 떠오르지요.
심수봉. 그 간질거리는 음색. 멜랑꼬리한 휘감김. 아휴~ 간장 녹아.
나는 또 동우님의 '노래잡설' 기대로 심심한 연말을 홍홍~대며 보낼까나?
동력에 박차를 보태면서.ㅋ
아니다! 또 보채면 피곤타 하시며.... 미리 접으실라. 그러니 맘대로 하세요.ㅎㅎㅎ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 &해피 크리스마스!! *^_^*
***┗동우***
2012.12.25 04:12
어제 밤.
북녘 은비님을 향하여 소취하 당취평 하였어요. ㅎ
은비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크리스마스.
***송현***
2012.12.25. 07:30
두분 나누시는 암호.
제게도 좀 알려주시와요.
소취하 당취평이 무어래유~~
***동우***
2012.12.26. 05“12
나도 요즘 들어 알았어요.
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즐겁고 당신에게 취하면 평생이 즐겁다. ㅎ
<사모님>
-체홉 作-
***동우***
2015.06.19. 05:13
세상살이에 있어서 예전, 배경(血,學,地)과 돈과 향응의 효과는 다른 어떤 것 보다 직빵이었지요.
취업이나 직장의 조직생활이나 대내외 업무의 효율성에 있어서도.
군대에서는 건구불통(乾口不通-마른입에 되겠나)이라는 조어(造語)가 늘 관용어처럼 구사되었어요.
심지어는 학교라는 영역에서조차.
나 또한 그러한 뒷거래 수수(授受)에 있어서 예외가 아니었음은 물론입니다.
송사리 수준에 불과하였지만 말입니다.
아직 OECD 국가중 우리나라 국가청렴도는 밑바닥을 기고 있다지만 그래도 요즘은 옛날에 비하면 엄청 좋아졌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이제 김영란법도 통과되고 하였으니 앞으로 더욱 나아지겠지요.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지배한다'
사회의 투명성에 있어서도 마르크스의 명제는 유효합니다.
풍요한 사회에 사는 사람들과 궁핍한 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가치세계는 아무래도 다르게 마련이니까요..
북한은 그야말로 뇌물공화국이라 하지 않습니까?
그곳에서는 무언가 고이지(갖다바치지) 않고서는 만사 되는 일이 없답니다.
체홉의 사모님.
동서고금, 치맛바람과 베갯머리 송사는 세상사를 헤쳐나가는 무엇보다 강력한 동력이었던가 봅니다. ㅎ
[[체홉]]
<주교>
<공포>
<주교>
-체홉 作-
***동우***
2015.06.19 07:59
주교(主敎, bishop)
옛날 무슨 드라마에선가 이런 대사가 유행한 적 있습니다. (김수현의 드라마였나..)
"아, 인생무상, 삶의 회의."
사람들은 조금 지루한 상황이면 곧잘 내뱉곤 하였지요.
낄낄거리면서.
아픈 몸처럼 유물론적 자기존재를 인식케 하는 것도 없을겁니다.
주교님은 몸이 아픕니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습니다.
세상이 아픕니다.
영혼은 외부로부터 스스로 소외됩니다.
<하얀 벽들, 묘지 위의 십자가들, 은빛의 자작나무들. 그리고 멀리 수도원을 내려비추는 하늘의 달. 이 모든 것들이 무언가 알지 못 할, 하지만 인간들 바로 곁에서 자신들만의 생명의 기운을 발하고 있는 듯했다.>
주교님께 영혼을 위로받고 삶을 축복받기 위하여 모인 양의 무리들...
그런데 주교님은 그들이 지루하고 예배당 안의 공기는 덥고 답답하고 기도는 지겹도록 길기만 합니다.
아마 주교님은 오히려 자신이 위로받고 축복받고 싶으실겁니다.
꿈결처럼 어머니가 보입니다.
눈물이 주교님의 뺨과 턱수염에 흘러내려 반짝입니다..
<그녀는, 혹은 어머니를 아주 흡사하게 닮은 여인은 그의 손에서 버드나무잎을 받아들고 사람들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아주 기쁨에 넘치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뒤돌아보며 걸음씩 발걸음을 움직였다. 무언가 알지 못할 감정에 사로잡혀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길고 어려운 도정을 거쳐서 이룬 고위성직자 표트르 주교님.
뭇사람들로부터 존경과 경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성직자.
지금 주교님은 파벨(주교의 兒名) 시절을 생각합니다..
<아. 얼마나 그는 어머니를 사랑했었는지! 아, 얼마나 값지고 달콤하고 잊을 수 없는 자신의 어린시절이었던지!
왜 지난 일들의 기억은 실제로 있었던 일보다 더 밝고 천진하고 정겹게만 느껴지는 건지!
어렸을 때나 소년시절에 그가 아팠을 때, 어머니는 얼마나 따뜻하고 살갑게 그를 대했던지!
그의 기도는 그의 가슴속에서 불꽃처럼 환하게 선명하게 불타오르는 기억들과 서로 뒤섞여버렸지만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기도를 마치고 자리에 눕자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고향 마을 레소폴레의 정경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삐걱이는 집마차 소리. 양들의 음메하고 우는 소리, 청명한 여름 날 아침 울려 퍼지던 교회 종소리.
아, 그 추억들을 회상하는 일이 얼마나 정겹게 느껴지는지! >
그러나 지금 자신은 주교님이고 아들을 지극한 공대로 대하는 어머니는 파벨시절의 어머니가 아닙니다.
<왜 어머니는 시소이 신부와 얘기할 때는 아주 자연스럽게 대하면서 정작 당신의 아들인 주교와 말할 때는 항상 안절부절 못하시는 것인지.>
주교님은 자기의 마음을 거침없이 토해내는 시소이 신부가 부럽기만 합니다.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이 어떻게 이루어냈던가에 관해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명예에 누가 될 일을 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그 무엇인가가 여전히 미진하게 느껴져 지금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그는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을 찾아내지 못하고 떠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거에 그가 막연히 꿈꾸었던 것을 어린아이 적에, 학생 시절에, 그리고 외국에서 여행자로 머물 적에 그의 가슴을 뜨겁게 하던 그 모든 희망들이 아직도 그의 마음을 휘저었다.>
삶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의 삶 속에 어떤 영원한 가치가 깃들어 있을까요.
일생을 걸고 목표한 성취를 이룬 사람은 자신의 삶을 만족해 할까요.
모든 관계는 삐걱이지 않고 인생의 모습에 허망한 구석은 없을까요.
그러나 그렇게 살아내는게 인생이겠지요.
그 모자람이 곧 삶의 무게일겁니다.
죽음이 임박하여 주교님은 이제 그 무게를 내려놓고 싶은겁니다.
<내 아들. 파블루샤야,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었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냐? 말을 좀 해 보거라!”
카차는 창백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그들 곁에 서 있었다.
그 아이(주교의 조카)는 외삼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할머니가 왜 고통스런 얼굴로 가슴이 저린 말들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교는 아무 말이 없는 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 손에 잡은 지팡이로 대지를 두들기며 이리저리 넓은 자연을 마음껏 거닐거나 눈 위로 햇살을 가득 받아 빛나고 있는, 끝없이 펼쳐진 넓은 하늘을 바라보며 새처럼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날아다니는 꿈을 꾸고 있었다.>
주교님은 죽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여일하게 모자람의 무게와 모자람의 에너지로 시글벅쩍합니다.
죽음이야말로 죽음으로 확연한 것.
삶속에 있는 죽음은 무겁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교로 봉직했던 사랑하는 아들에 관해 얘기할 때면, 그녀는 사람들이 자기의 말을 안 믿어줄까봐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리고, 사실을 말하자면, 그들은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 소설은 체홉 말년의 걸작이라고 합니다.
깊은 곳 어딘가 아릿하고 얕은 곳 어딘가 쓸쓸합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체홉의 초기작 '우수'도 생각납니다.
불가해한 삶의 모습을 끊임없이 지껄이고 싶은 마차꾼 요나..
<그는 옷을 걸치고 자기 말이 매여 있는 마구간으로 간다. 그는 귀리며, 건초며, 날씨에 대해서 생각한다…… 혼자 있을 때는 아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가 없다. 누구든지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몰라도 혼자서 외로이 생각에 잠겨 아들의 모습을 상기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이 괴로운 것이다…….
"먹느냐?"
요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말의 눈을 바라보며 물어 본다.
"자, 먹어, 먹어…… 귀리 값을 못 벌면 건초라도 먹어야지…… 그래…… 마차를 끌자니 이미 몸은 늙어 버렸고…… 아들놈이 끌어야 해, 내가 아니라…… 그 앤 참 훌륭한 마부였어. 그놈만 살아 있다면……."
요나는 잠시 가만있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그렇다, 얘야…… 꾸지마 요느이치는 이 세상에 없다…… 먼 곳으로 떠나갔어. 아무 산 보람도 없이 죽고 말았다…… 자, 네게 새끼 말이 있고, 넌 그 새끼 말의 엄마라고 하자…… 그런데 갑자기 그 새끼 말이 어딘지 먼 곳으로 가 버렸단 말이다…… 그런데도 넌 슬프지 않니?"
말은 먹이를 씹으며,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주인의 손에 입김을 불기도 한다…… 요나는 흥분한 어조로 자기의 자초지종을 말에게 이야기한다.>
***eunbee***
2015.06.19 21:22
-삭제-
***동우***
2015.06.20. 04:52
은비님.
두 손의 자유로움 뿐이리까.
모바일 비좁은 자판으로부터 해방된 광활한 P/C 자판에서의 은비님 자유로운 마음도 여실하게 느껴집니다. ㅎㅎ
몽마르뜨의 해질녘, 무겁게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물랭 드 갸레뜨의 풍차.
르누와르의 복사빛 뺨의 분위기는 아니었던가 봐요.
분홍집 메종 호제-
쉬잔 발라동과 위트릴로
맥주 한잔의 애상...
얼마전 몽빠르나스의 묘지를 거니셨던 기분과는 또 달랐겠지요. ㅎ
이웃의 생 뱅생묘지는 다음으로 미루셨으니.
말씀처럼 대한민국은 요즘 어수선합니다.
여의도 쪽 동네야 늘 그런가보다하지만, 왠 메르스 땀시..
메르스, 이상한 나라의 메르스가 되었습니다그려. ㅎㅎ
***mayblue***
2015.06.20 09:27
메르스녀석 어서 떠나야 할텐데요.
동우님 이렇게 건재하심 뵈오니 정말 반갑고 좋습니다.
이 공간의 은은한 문학의 향기가 오랫동안 우리곁에 머물기를 바라구요^^*
***┗동우***
2015.06.21 04:27
메이블루님댁 창밖의 바다는 이제 초록의 유월..
베란다의 꽃이랑 눈팅만 하면서 흔적 남기지 않고 메이블루님의 근황은 엿보아 알지요.
메르스.
글쎄 말입니다.
어쩌면 좀 수그러든듯도 합니다만.
메이블루님과 아드님 따님, 손 자주 씻고 비타민 C 꼭 복용하도록 하십시오.
모처럼 흔적 뵈니 기쁩니다.
좋은 휴일을.
<공포>
-체홉 作-
***동우***
2015.06.13. 05:25
낫살 든다는 것이 무엇을 잃어가는건지 보태지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거품이 거두어지는 느낌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장식과 허세같은 것들이.
이 소설, 예전에 그리 시시하게 읽혀서 기억마저 아슴한데 이제 낫살들어 다시 읽으니 걸작이란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무대예술(드라마)의 천재 체홉의 극작술이 단편소설에서도 여일합니다.
선명한 캐릭터, 성격과 심리, 대립과 갈등, 섬세하게 배치된 극적구조와 소도구까지.
무엇보다 체홉은 인간성과 삶의 모순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의 모습을 연민하는 사람입니다.
인간성의 어두움과 밝음, 삶의 아이러니와 헛됨, 영원과 순간, 관계라는 것에 대하여....
공포.
한편의 섬세한 심리극을 보는듯도 합니다.
회의주의자이며 우울증 환자인 드미트리 페트로비치 실린.
그는 삶의 현실성을 도무지 이해할수 없어 두렵습니다.
절망적인 사랑, 인간관계가 불가사의하여 두렵습니다.
드려움은 곧 공포입니다.
<내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에요.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바보가 되어가는데, 그녀는 마치 약을 올리기라도 하듯 날이 갈수록 예뻐지고 우아해진단 말이죠…. 그녀의 머릿결은 눈부시고 그 미소로 치면 어떤 여자도 못 따라오지요. 나는 그녀를 사랑합니다. 또한 내가 절망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벌써 두 명의 자식을 낳아준 여자를 절망적으로 사랑하다니! 그러니 이해가 가겠습니까? 무서운 일 아닌가요? 그래, 이것이 유령보다 덜 무서운가요?”>
그는 필경 '나'와 '아내'와의 찰나적인 정염을 예견했을듯 싶습니다.
그래서 회의주의자인 '실린'은 '나'와의 진정한 우정을 그토록 강조하지 않았을까요?
'나'는 '실린'의 아내 '마리야 세르게예브나'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녀의 여성적 매력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을 뿐입니다.
여자도 그러했던가 보지요.
'나'와 '마샤'는 서로의 정념을 '실린'을 매개삼아 짐짓 눙치고 있었겠지요만.
<그녀와 정말로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과 눈, 목소리와 걸음걸이를 좋아했으며 한동안 못 보면 그녀가 그리워졌다.
당시에 나의 공상 속에서 이 젊고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만큼 생생하게 떠오르는 얼굴은 없었다.
그녀에 대해서 나는 어떤 흑심도 기대도 품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왠지 우리가 단 둘이 있을 때면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던 그 남편의 말이 항상 떠올랐고, 그러다 보면 거북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어느날 밤, 드디어 '나'와 '마샤'는 몸을 섞습니다.
<나는 언덕을 내려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삶이 무섭다고 말했지.’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삶에 대해 격식을 차리지 말라고. 삶이 나를 짓누르기 전에 네가 먼저 삶을 부숴버려. 삶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하란 말이야.’
테라스에는 마리야 세르게예브나가 서 있었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껴안고 탐욕스럽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썹에, 볼에 목에….>
그러나 '나'에 대한 사랑을 맹세하며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간청한 그녀의 사랑은 진실한 것이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그녀 또한 순간의 정념이었을테지요.
그런데 '실린'은 나와 자신의 아내의 간통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상한 미소를 짓더니 기침을 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어제 깜빡 잊고 당신 방에 모자를 놔두고 가서…….”
그는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는 모자를 찾아서 두 손으로 머리에 쓴 다음, 내 당황한 얼굴과 구두를 보더니 평소의 그답지 않은 뭔가 묘하고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마 태어나면서부터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놈이었던 모양입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이해한다면… 그렇다면 당신에게 축하를 드리지요. 내 눈에는 사방이 컴컴해 보여요.”>
'실린'의 '모자'
체홉이 그 소품을 배치한 상징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남편이라는 우월적 위엄? 어떤 윤리의식의 환기?
어쩌면 인생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조롱하려는 소도구가 아닌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공포는 나에게도 옮겨졌다.
오늘 벌어진 일을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갈까마귀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들이 날아다닌다는 사실이 이상하고 두렵게 느껴졌다.
“나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나는 자괴감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째서 꼭 이런 식으로 끝나게 되었을까? 다른 방식은 없었나? 그녀는 무엇 때문에 나를 심각하게 사랑해야만 했고 그는 왜 모자를 가지러 내 방에 나타나야만 했을까? 그런데 모자가 여기서 무슨 상관이 있는가?”>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대척점에 '40 인의 순교자'가 있습니다.
불행하고 고달픈 인생이지만 어쩌면 그야말로 삶을 살아내는 능력을 부여받은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실린'처럼 삶의 진부함과 불가해함의 공포의 질린 햄릿이 아닙니다.
'40인의 순교자'의 삶의 액추어리티는 며칠간의 일자리와 한잔 슬이 있으므로 진부하지 않습니다.
<벌써 어디선가 한잔 걸친 '40명의 순교자' 가 마부석에 앉아서 주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야!”
그는 말들에게 소리쳤다.
“어이, 이 친구들아! 나는 번듯한 가문 출신이라고, 알기나 하나!”>
'40인의 순교자'의 끔찍하게 고달픈 인생에 비하면 '나'는 행운일까요?
그러나 '나'는 '40인의 순교자'의 거칠게 코를 고는 소리를 들으며 그런 자신의 행운이 끔찍하고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이해할수 없는 죽음이 공포이듯, 이해할수 없는 삶도 공포인가 봅니다.
체홉의 공포.
낫살들어 그런지, 공포라기보다 따뜻하고 아련한 체념에 젖어드는 느낌올시다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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