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바냐 아저씨>
-체홉 作-
***동우***
2014.03.24 05:29
체홉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4회로 나누어 올립니다.
바냐 아저씨가 낭비해 버린 인생처럼, 내 인생에 오버랩되어 헛헛한 감회를 느끼기도 합니다만, 차츰..
겨울 나이에도 해마다 봄은 찾아 옵니다.
부산의 봄은 스산하지만 해풍 결에 봄의 내음은 조금씩 섞여 있습니다.
봄 처녀 싱그러운 냄새.
늙은 코 끝에 감돌기도 하지요.
월요일.
좋은 시작을.
***동우***
2014.03.24 06:04
조금 전 인터넷 검색하다가 업어온 글입니다.
공연을 위한 것이겠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도움될듯 싶어 옮겨 옵니다.
인물분석으로 등장인물과 무대에 관하여 나름 어떤 선입견을 형성하여 읽으면 희곡읽는 재미가 배가(倍加) 되지요.
이름 : 이반 페트로비치 보이니트스키
나이 : 47살
직장 : 세레브랴코프의 영지에서 농사를 하여 식물성 기름, 완두콩, 요구르트, 밀가루를 시장에서 판매. 25년동안 영지관리인으로 일을 함.
연봉 : 1년에 500루블.
외형적 특징 : 옷차림은 세련된 넥타이를 사용하여 입는 것을 좋아한다.
부모님 : 원로원이셨으며, 재산도 어느정도 있었음.
생활패턴 : 오로지 일에만 매달렸으나 요즘에 교수부부가 오면서 나태해 짐.
개인공간 : 침실이면서 영지관리실로 사용. 창가에 출납부와 여러 종류의 서류가 놓인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있고, 사무용탁자, 장롱, 저울 등이 있다. 아스뜨로프의 작은 탁자, 그 위에는 그림도구들과 물감이 있고, 옆에는 화판이 있다. 찌르레기가 있는 새장, 벽에는 아프리카 지도가 걸려있다. 큰 소파에는 유포가 덮여있으며. 왼쪽은 거실로 통하는 문이, 오른쪽은 현관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 오른쪽 문에는 농부들이 진흙발로 더럽하지 않게 매트가 깔려 있다.
보이니트스키가 생각하는 세레브랴코프 : 젊었을 때 세레브랴코프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그의 작품에 대해 어머니와 얘기하며, 밤이면 잡지와 책을 읽음. 밤이면 세레브랴코프의 책들을 번역하고, 논문을 정서했음. 하지만 그가 퇴임하고 나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그동안 자신은 속았다고 생각한다. 그후 그를 대하는 태도가 전과 확실하게 달라진다.
보이니트스키가 생각하는 옐레나 : 그녀를 처음 만난 건 10년전, 옐레나의 나이 17살. 그때는 그녀를 그저 어린애로만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날 세레브랴코프의 아내인 그녀의 모습을 보자 나는 그동안 나의 감정에 대해 알게되고, 그때는 늦었음을 알게 된다.
이름 : 미하일 리보비치 아스뜨로프
직업 : 의사
나이 : 36~37살
외형적 특징 : 긴수염이 있으며. 모자를 썼음.
패션관 : 편한 사람과 있을땐, 조끼, 넥타이없이 그냥 프록코트만 입고 있기도 하지만, 예의를 차리거나 여자분들이 계시면 바로 예의를 차려서 입음.
세레브랴코프네와 인연 : 11년 알고 지낸 사이.
취미 : 그림그리기(아직 초급자 수준)
소지품 : 항상 가방안에는 휴대용 약품가방이 들어있음.
주량 : 매일 보드카 섭취.
습관 : 한달에 한번은 실컷 마심. 취하면 철면피가 되고, 뻔뻔해짐.
재산 : 영지 30제샤찌나(1,092헥타르) 소유, 훌륭한 정원과 양묘장이 있으며, 영지옆에는 국유림이 있음.
근무시간 : 아침부터 밤까지 내내 서서 휴식시간 챙길 시간도 없이 일을 함. 그동안 자유로운 시간적 여유가 없었음.
관심분야 : 자연과 관련된 것 (오랜된 숲이 파괴되지 못하게 애쓰고 있음)
수상경력 : 숲 관련 동메달과 상장.
입버릇 : “숲은 땅을 가꾸고,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이해하는걸 가르치고, 위대한 감정을 불어 넣어 굉장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아스뜨로프가 생각하는 농부 : 아주 단순하고 지적으로 성숙하지 못한데다 지저분하게 생활한다. 편협하게 느끼고 사고하는 앞일을 내다보지 못하는 바보들.
아스뜨로프가 생각하는 옐레나 : 단지 먹고 잠자고 산책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우리 모두를 매혹시킬 뿐. 그 외는 아무것도 할줄을 모른다. 자신의 감정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새침떠는 것을 보면 순수하지만은 않은 여자.
이름 :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
습관 : 밤에 먹는 걸 좋아함.
재산 : 세레브랴코프의 영지의 소유권자이다. (이반 페트로비치 보이니트스키의 아버지가 자신의 딸에게 주었으나 사망하자 소피야에게 소유권을 넘김, 당시가격이 9만5천이었는데 7만만 지불하고 2만 5천은 이반 페트로비치 보이니트스키와 소냐가 10년 간 일해서 다 갚음)
생각 : 자신이 못생겼다는 생각에 너무 괴롭다.
평판 : “착하고 마음이 넓지만, 저렇게 못생겼으니 안됐어”
소냐가 생각하는 이반 페트로비치 보이니트스키 : 바냐아저씨(애칭) 곁에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를 빈자리를 채워주었으며,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일해왔다. 요즘의 바냐아저씨를 보면 불안감도 들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소냐가 생각하는 아스뜨로프 : 6년전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을 키워왔지만, 쉽게 말할 수 없었다. 그에게 자신은 언제나 귀여운 동생일 뿐이었고, 자신도 외모에 대해 자신이 없었기에 편한 동생으로서 만족함을 느끼려 한다.
소냐가 생각하는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 자신의 아버지와 결혼하는 그녀를 보며, 이쁜 얼굴로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라 생각했다. 새엄마로서 인정하지 않고 언제나 모든 행동에 불만이며,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자신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서서히 누그러진다.
***동우***
2014.03.24 06:07
이름 :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나이 : 27세
성격 :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자신의 주장보다는 남의 생각을 존중하는 쪽이며, 온화한 성품을 지녔다. 그것이 가끔은 답답해 보이기도 하며, 소심해 보이기도 한다.
고향 : 뻬쩨르부르그
학력 : 음악원을 졸업.
특기 : 피아노 연주
외형적 특징 : 누가봐도 아름답다고 생각할 정도로 빼어난 미모와 몸매를 가졌다.
심리적 상태 : 자신의 결혼에 대해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 “불행한 여자, 늙은 남편이라니!” 자신의 행복이 다른 사람들의 말로서 비참해진다는 것에 슬프면서 괴롭다.
옐레나가 생각하는 이반 페트로비치 보이니트스키 : 예전에는 술도 못마시고, 말도 많이 없던 분이, 요즘은 술도 잘 마시고, 말도 거칠게 하는 것을보며, 안타깝고 측은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반 페트로비치 보이니트스키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에대해 부담스럽다. 대한 좋은관계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옐레나가 생각하는 아스뜨로프 : 처음엔 그저 의사선생님으로서 대했지만, 어느날부턴가 그가 집에 올때 자신도 모르게 기쁜 마음이 들고, 그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쓴다.
이름 : 알렉산드르 블라지미로비치 세레브랴코프
전직 : 예술학과 교수 (25년간 근무)
전 아내 : 베라 뻬뜨로브나 (아름답고 얌전한 성품을 지녔음)
외형적 특징 : 외투, 덧신, 장갑, 우산을 산책할 때 항시 착용. 삐쩍 말랐음.
청년시절 : 복사(천주교에서 사제의 미사 집전을 보조하는 평신도)이며 신학생이었음.
생활리듬 : 12시에 일어나, 6시에 식사. 새벽1시에 갑자기 차를 찾는 경우도 있음. 하루종일 자신의 서재에서 송시를 씀.
건강상태 : 류머티즘 관절염, 신경통이 협심증이 되었음.
심리적 상태 : 늙은 자신이 혐오스럽고, 틀림없이 모두가 자신을 혐오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중 특히 옐레나가 제일 혐오스럽다고 생각한다고 생각. 자신의 남은 생이 아무도 없는 이런 볼모지같은 곳이라는 사실이 참을 수가 없음.
세레브랴코프가 생각하는 이반 페트로비치 보이니트스키 : 전과 다르게 요즘은 자주 말을 시켜서 자신을 녹초로 만듬. 전과 달리 자신을 적대시하는 것이 느껴지는것도 같음. 이 인물에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음.
세레브랴코프가 생각하는 아스뜨로프 : 뚜르게네프(애칭). 멍청이, 의사중에서도 돌팔이로 취급을 한다.
세레브랴코프가 생각하는 옐레나 : 레노치까(애칭)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자. 그녀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 이제는 자신에게 독이 되는듯 하다. 그녀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지만 내가 변했다.
이름 : 마리야 바실리예브나
말버릇 : 여성 해방론에 대해 부르짖음.
철학 : 스콜라 철학.
마리야가 생각하는 이반 페트로비치 보이니트스키 : 죠르쥐(애칭) 1년새 너무나 변함. 예전에는 신념도 확고하고 성격도 밝았지만 사위가 퇴임하고 나서는 무엇인가 변한듯 하다.
마리야가 생각하는 세레브랴코프 : 자랑스런 사위. 자신의 딸이 사망하고 나서는 더 이상의 인연은 없지만, 그의 집에 있으며 일을 도움.
이름 : 일리야 일리이치 텔레진
가족관계 : 형(그리고리 일리이치)
외형적 특징 : 외모가 볼품없음.
별명 : 와플(얼굴이 얽었다고)
특기 : 기타를 칠수 있음
결혼여부 : 결혼식 다음날 부인이 애인과 도망감.
이름 : 마리나
직업 : 유모
외형적 특징 : 비대하고 동작이 둔함.
마리나가 생각하는 소냐 : 소뉴쉬까(애칭) 어렸을 때부터 함께해서 자신의 딸과 같음.
항상 챙겨주며, 자상하게 대한다.
***동우***
2014.03.25 04:55
사는 건 마음인가 몸인가.
아프고 외롭고 힘들고 억울하고 슬픈 한살이.
모쪼록 너그러워라.
너 마음이여.
++++
<세레브랴코프>
늙는다는 건 원망스럽고 싫증이 나오. 귀신이라도 가지고 갔으면 좋겠소. 나이를 먹으니 내 자신이 싫어지오. 당신들도 모두 내 꼴을 보는 것이 틀림없이 싫을 거요..,그러나 과연 나는 이 노령이 되어서도 에고이즘을 부릴 얼마만큼의 권리마저 없단 말인가? 과연 나는 그만한 가치도 없단 말인가? 한 마디 묻고 싶은데 과연 난 편안한 노년을 보내고,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갖도록 요청할 권리도 없단 말인가?..
<엘레나- 바냐 아저씨>
세계는 강도나 화재 때문에 망해 가는 것이 아니고 미움과 적의와 이런 모든 사소한 성가신 일 때문에 망하는 거에요.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넋두리를 뇌까리는 것이 아니고 모두를 화해시키는 것이예요.... 나를 나 자신과 화해시켜 주시지요! 당신이여...곧 비가 그치면 자연 속의 만물은 생기를 띄우고 가벼운 숨결을 내뱉을 것이나 다만 나 혼자만이 소낙비도 생기있게 해 주지 못하오. 나의 인생은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마치 집귀신처럼 밤이나 낮이나 나를 사로잡아 괴롭히고 있어요. 과거는 없으며 과거는 쓸데없는 일에 어리석게 낭비되어 버렸고 현재는 그것 때문에 무섭소. 바로 나의 인생과 사랑, 그것을 난 어디에 두어야 하겠소? 그것을 어떻게 처분하란 말이요? 내 감정은 굴 속에 떨어지는 햇빛과 마찬가지로 헛되게 소멸되고 그리고 또 내 자신도 파멸해 가고 있어요...
<의사-엘레나>
그러나. 다만 먹고, 잠자고, 산보하고, 자기의 아름다움으로써 우리들 전부를 매혹시키고만 있을 뿐이거든요.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분에게는 의무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분을 위해서 일하고 있습니다...내게는 먼데서 반짝이는 등불이 없습니다. 난 이제 내 자신을 위해서 기대하는 것도 없습니다. 사람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사랑 하지 않은 지가 이미 오래 됐습니다...혹 저 엘레나 안드레예프나가 생각만 있다면 날 하루 만에 정신을 못 차리게 할 수 있을 줄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건 사랑이 아닙니다. 애착이 아닙니다...
<엘레나-의사>
재주가 있는 사람은 러시아에서는 순결할수 가 없단다. 이 의사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너 스스로 생각해 보렴! 지나다닐 수도 없는 진흙 바닥의 길. 뼈에 사무치는 추위, 눈보라. 멀리 떨어진 거리, 거칠고 야생적인 민중, 온 주위에는 가난과 병, 이런 환경 속에서 매일같이 일하며 투쟁하고 있는 분이 근 사십년 동안이나 순결하고 말뚱말뚱한 본정신을 간직한 채로 있기는 어려운 일이야...
<엘레나>
난 지루하고 삽화적(揷畵的)인 여자야. 음악을 하든 남편 집에 있든, 어떤 소설 속에 나오든. 어디서나 난 한 마디로 삽화적인 여자에 지나지 않았어..
***동우***
2014.03.26 04:50
가을의 장미꽃 루살르까 엘레나의 감정밭, 못난이 소오냐의 연정...
그리고 한 인간에 대한 보이니트스키의 저 절망감..
한 인간에게 매료되어 일생을 헌신 봉사하였는데, 신화는 깨어졌습니다.
늙어 돌아온 그는 이기심과 엄살과 고집과 노추함 가득한 범속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와서 자신의 생존 기반인 토지마저 처분하여 도시로 내빼려 합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여적 그 미망(迷妄)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기다리게. 할 말이 또 있다! 자네 덕택으로 난 내 생애의 가장 좋은 시대를 허송하고 망쳐버렸다. 자넨 나의 가장 흉악한 적이다! 일생을 망쳐버렸어! 난 재주가 있고 영리하고 용감했다. 내가 정상적인 생할을 했더라면 난 쑈펜하우에르나 도스또예프스끼이가 되었을는지도 모른다. 내가 쓸데없는 말을 했나보다! 난 미치겠어. 어머니 난 절망이예요! 어머니."
이 번역본은 좀 매끄럽지 않습니다.
격렬한 갈등과 섬세한 감정의 표출로 연결되는 디테일한 극흐름이 어색한 바 없지 않습니다. (번역한 대사의 우리말도 세련되지 못하고.)
나는 아직 이 연극의 공연무대를 보지 못하였는데, 그 시대 러시아적인 감성이 서려있는 대사들과 리액션의 슬라브적인 분위기를 어딘가 우랄 알타이적(?) 감성에 맞도록 치환 의역하여 연출한 무대가 보고싶습니다. ㅎ
***동우***
2014.03.27 04:50
자신의 세계에 파묻혀서 나름대로 안정과 평화로운 질서로 일상을 영위하였던 시골 영지의 사람들.
그런데 늙은 교수와 젊은 아내가 옴으로써 외형적 질서는 파괴되고 내면적 안정은 흔들린다.
그들 부부의 무위로움에 오염된 일상은 혼돈스럽고, 한 인간(교수)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은 쓰라리다.
더불어 늙은 교수의 젊은 부인을 향한 에로스의 발호는 달콤하지만 어지럽다.
그 파토스의 절정에서 바냐 아저씨는 이성을 잃고 교수에게 권총을 발사한다.
그리고나서 엄습한 것은 지독한 자기모멸감과 극도의 열패감.
극한의 부끄러움으로 그는 죽고자 한다.
"나한테 뭘 좀 주어! 오 정말. 난 나이가 마흔 일곱이야. 가령 내가 예순까지 산다고 하면 아직도 십 삼년이 남아 있다. 기나긴 세월이로구나! 이 십 삼년을 어떻게 살아가나? 뭣을 한담. 뭣으로 그걸 채운단 말인가. 오 알아 주겠나. 만일 여생을 어떻게 해서 새로운 형식으로 살 수 있다면 말이다. 맑고 고요한 아침에 잠이 깨서 인생을 새출발한 것을 느끼고 모든 과거가 잊혀져서 연기처럼 흩어진 것을 느낄수 있다면. (운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귀뜸 해 주게. 무엇으로부터 시작하는지."
긴박한 격정..통렬한 회한.. 암울함.
다아나믹한 극적장치를 마련하여 폭풍우 속에서 부르짖는 리어왕의 포효(咆哮)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껄.
느끼건대 체홉이 전개하는 무대와 드라마적 당위는 너무나 정적(靜的)이다. (나는 아직 이 희곡의 깊은 맛을 모르고 있을런지..)
"(야경이 딱딱이 소리를 낸다. 텔레진은 나직이 악기를 켠다. 마리아 바실예프나는 팜풀레트 공난에 글을 써 넣고 있다. 마리나는 양말을 짜고 있다.) [소오냐] 우린 쉬게 될거예요! (막이 천천히 내린다)"
이렇게 연극은 끝났다.
아프리카는 러시아로부터 멀고 먼 피안.
아무도 문을 박차고 그 낯설고 먼곳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
막이 내린 후, 무대에는 예전처럼 시골 영지의 평화와 질서가 다시 전개되려는가.
체념과 순복의 삶과는 다른 모습일까. 흐음, 아니라면 어쩔 것인가.
삶이 어차피 어두운 것이라면 체념이 어쩌면 희망이고 살아가는 다른 힘이기도 할터이지...
-독서 리뷰-
[[체홉]]
<청혼> <결투>
<청혼>
-체홉 作-
***동우***
2014.03.28 04:37
‘불금'이라네요.
진지하지만 지루한듯한(?) 체홉의 4막극은 뒤로 미루고 체홉의 단막극 한편 올립니다. ('곰'에 이어)
옛날 우리나라 극장무대에서는 쑈우가 유행하였더랬습니다.
노래와 춤과 막간극이 어우러진 바라이어티 쑈우.
한때 파리 브로드웨이 모스꼬바등에서도 가벼운 익살극 (가무가 어우러진 막간극)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그 중 한 형식이 '보드빌'이고 보드빌이야말로 돈이 되는 연극이었다고 하지요. (돈이 필요하였던 체홉..)
보드빌은 재치있는 극작술과 배우의 노련한 기량이 있어야 합니다 (보드빌 연기는 어렵답니다)
무엇보다 보드빌의 생명은 유모어니까요. (사람을 웃긴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지요)
보드빌에서는 쉴새없이 객석에서 폭소가 터져나와야 합니다.
체홉의 '청혼'은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유명한 단막극입니다.
쫌팽이 노총각 로모프의 결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의심많고 흥분 잘하는 과민한 성격, 한여름철에 연미복을 꼭꼭 여며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헐떡이는 모습, ㅎ 기절까지 하네요...
버럭영감 아버지는 감정의 기복이 심합니다,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노처녀 딸을 치워야 하는 안타까움과 비굴함과 자존심..
시집 못가 초조한 노처녀의 설레임과 히스테리..
좌충우돌의 상황극, 주제는 물론 웃음입니다.
이 희곡 읽으시면서.
무대를 상상하면 홍소(哄笑)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소(微笑) 정도는 지을수 있으리다. ㅎ
러시아의 시골지주의 우스꽝스러운 시추에이션과 러시아적 유모어를 잘 모르는 우리니까.
***eunbee***
2014.03.28 22:18
아침에 눈 뜨면 동우님 방에 와서 글을 읽는 것이 습관처럼 된지가 1년이 넘고 있네요.
파리에서 벙어리 스마트폰으로 읽다가 새기기인 그것을 절명시킨 것으로 시작해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줄곧 그렇게 해온 것이니까요.
참으로 고마운 일이에요. 동우님의 Reading Books.
본문을 못 읽을 때도 자주 있지만, 동우님 댓글을 읽는 일이 본문 읽는 일 못지 않으니,(내겐 더 좋으니.ㅎ)
어느때는 댓글만 되 읽는 적도 있지요.
'바냐 아저씨' 같은 경우요.ㅎ 괜시리 바쁜 것 같은 마음에 요즘 그러고 있었어요.
이곳에 있는 동안 동우님께 많이 의지했고, 동우님의 아름다운 말씀에 감사했어요.
파리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보기를 할 수 없으니, 산책할 시간이 더 많아질거예요.
걸으면서 꾸는 꿈. 그 또한 영화보기만큼 아름답고 멋지답니다.
소식 자주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포스팅할 수 있는 여건이 어찌 되려는지....
떠나기 전, 이렇게 인사 드립니다.
오늘, 떠나기 전 해야할 일을 모두 마쳤더니, 내일 당장 떠나는 기분이네요.ㅎ
화사한 봄 만드세요. 동우님.
늘 건강하시구요.^^
***동우***
2014.03.29 05:29
은비님께서 리딩북 애독 1년이 넘었으니, 은비님 읽어주신다는 내 그 기쁨도 1년이 넘었군요.
참으로 고마운 일이예요, 은비님.
요즘 분주하신 은비님 마음밭, 내 눈에도 훤히 보이는듯.
은비아씨서껀 두 따님, 파리의 거리거리 다리들과 공원과 대기의 숨결까지, 이미 은비님 오감 안에 가득하오리다.
당근, 포스팅하셔야지요.
은비님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의 눈들 쓸쓸하게 만들지 마시고.
스마트 폰도 깨워 놓으시기요.
정확하게 언제 떠나시나요?
가신다니, 해삼의 마음 왠지 허전해지려 하네그랴. ㅎ
***eunbee***
2014.03.29 21:10
오후에 영화 <다이애나>봤어요.
다이애나의 마지막 사랑, 파키스탄의 욋과의사 하스낫은
파리에서의 비보를 접하고 그리로 달려가 파리 어느 병원앞 추모의 꽃무더기 속에서
웃고 있는 다이애나의 사진 앞에 백합을 놓고, 그곁에 루미의 시 한구절을 바치지요.
From the poet Romi
"Somewhere beyond right and wrong is a garden.
I will meet you there."
시인 루미로부터
옳고 그름 너머 어딘가에 정원 하나 있소.
거기서 그댈 만나리다.
영화 전반부에서 그들이 처음 만나 사랑이 싹틀 무렵에도 이런 말을 하지요.
'사랑은 정원이다. 향기를 맡지 못하면, 정원에 들어오지 말라.'(이 또한 싯구겠지..)
사랑의 향기가 밤낮으로 몰려오는 파리라는 나의 정원에서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동우***
2014.03.30 05:14
"Somewhere beyond right and wrong is a garden. I will meet you there."
지상의 정원에는 옳고 그름이 있을터이지만, 지상이 아니면 어떠리오.
다이아나의 사랑.
사라진 뤽상부르의 옛 정원.
미뉴엣.
은비님.
이제 짐 다 꾸려놓고 내일 낮을 기다리실...
파리 통신 기다립니다.
<결투>
-체홉 作-
***동우***
2014.03.31 05:47
체홉의 작품중 가장 긴 소설, '결투'를 4회로 나누어 올립니다.
성격이 뚜렷한 등장인물들...
차츰 지껄이기로 하고.
오늘은 월요일이고 내일이면 4월입니다.
오늘 파리로 향발하시는 은비님을 비롯한 벗님들.
건강하게, 밝게.
***eunbee***
2014.03.31 06:38
건강하게 밝게.
그리고 이러한 아침은 그곳 파리에서도 여전하게.
동우님
동녘이 발그레합니다
동우님의 창밖 해원의 아침은 오늘도 붉은지요
동우님도
건강하게 멋들어지게!!
***동우***
2014.04.01 04:50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루마니아, 그루지야, 터키..카프카즈...
흑해연안의 풍광.
지금쯤 은비아씨 곁에 여장 풀었을 은비님의 흑해를 들여다 본다.
"나는 시시껄렁하고 하찮은 타락한 인간이야! 내가 숨쉬고 있는 이 공기, 이 술, 사랑, 요컨대 생활 자체를 나는 이제까지 허위와 안일과 무기력에 의해서 꾸려 왔어. 이제까지 나는 남이나 나 자신도 속이고, 그리고 그 때문에 괴로워해 왔는데, 그와 같은 나의 괴로움은 실은 값싸고 흔해 빠진 것에 지나지 않았어. 폰 코렌의 미움 앞에서, 나는 얌전히 머리를 숙이네. 왜냐하면 나 자신이 이따금 스스로를 미워하고, 경멸하고 싶을 정도이니까."
자기회의적이고 우유부단한 감성적 몽상가 '라에프스키'
그런 라에프스키를 혐오하고 미워하는, 뚜렷한 신념의 자기중심적인 사나이 '폰 코렌'
기질적으로 전혀 다른 두 사람은 내가 겪은 인물들, 익숙한 두 모습이다.
아니다, 정직하게 말하자.
라에프스키와 폰 코렌은 타인에게 비추이는 모순된 내 두 얼굴의 페르소나이다.
어느 것이 내 위선일까.
아마 폰 코렌의 얼굴이 거짓일 것이다. ㅎ
***eunbee***
2014.04.02 12:13
티티새가 이새벽에도 울어요
어제 화창한 봄볕 아래 눈부신 체리꽃 속에서 작은새가 꽃잎을 쪼아 한닢씩 떨어트리는걸 보며
새가 없는 분당 내집 앞의 꽃들은 심심하구나 했답니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 창문을 여니
티티새와 이름 모를 온갖 새들이 이렇게 재잘거리더라구요
"얘들아, 왔어 왔어 은비메메가 왔어~.""
나는 멀게 가깝게 들려오는 그 많은 새들의 환영 인사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어제 아침 쏘공원에 들어서자 입은 벙긋벙긋
마음은 풍선을 탄듯
이렇게 시차적응 완벽합니다. ㅎ
***동우***
2014.04.03 04:48
떠나신지 이틀만에 접하는 은비님의 파리통신.
인터넷의 기쁨입니다.
해삼의 진부한 일상과 날렵한 상어가 도약하여 유영하는, 바다의 색감은 이리 다르더라도.
얘들아, 왔어 왔어 은비메메가 왔어~
은비님의 즐겁고 행복한 아침, 덩달아 행복합니다. 은비님.
영화 '다이애나' 보았어요.
다이애나와 하스낫의 사랑, 그게 팩트인지는 몰라도 다이애나가 참 가엾습디다.
하스낫 역의 남주인공은 좀 그랬지만 다아애나의 진짜모습을 엿보이게 하는 나오미 와츠는 좋았어요.
무엇보다 은비님 들려주신 로미의 시.
하스낫의 마음으로 몇번이나 음미해 보았지요.
아, 다이애너의 대사로 치환하여도 얼마든지 무방한.
옳고 그름 너머에 있는 정원.
"Somewhere beyond right and wrong is a garden. I will meet you there."
"옳고 그름 너머 어딘가에 정원 하나 있소. 거기서 그댈 만나리다."
은비님의 쏘 공원.
차츰 은비님으로부터 그 정원의 향기 끼쳐 내 코도 맡을수 있으리다.
내 가난함을 언제나 호사스럽게 하는 은비님.ㅎ
***동우***
2014.04.02 05:07
감각적이고 허영에 찬 나데지다, 사랑이 식어버려 도망칠 궁리를 하는 라에프스키, 활달하고 순박한 호인 사모이렌코, 자기확신의 사나이 폰 코렌, 선한 마음씨의 신부...
나데지다와 라에프스키에게서는 니힐리즘의 냄새가 난다.
우리 인생의 색조가 그러하듯 그들 사랑이 딱하다.
폰 코렌은 죽이고 싶을만큼 라에프스키가 미웠던가.
내게 있는 폰 코렌도 내게 있는 라에프스키가 그토록 미울 것이다.
***동우***
2014.04.03 04:29
결투,
두사람이 마주 겨루어서 들증 한 사람의 죽음을 결(決)한다...
신사의 명예와 사나이다운 용기가 현현(顯顯)된듯 결투의 겉모습은 그럴듯하여 자못 멋지다.
그러나 명예에 대한 모독감에서 비롯되었을터이나 결투와 모욕 사이에는 인관관계가 없다.
명예란 자기기만의 허영이고 용기란 허망함을 오도하는 자기도취이다.
오로지 감정과 기분의 문제이다.
명예와 용기를 빙자하여 마초이즘을 내세운 일종의 위선적 도락일 뿐이다.
승자와 패자, 둘 다 즤 인생에서 성취되는 바는 없다.
결투에는 아무런 인생의 진실이 담겨져 있지 아니하다.
그렇지만 몽상가 라에프스키에게 결투는 어떤 계기로서 유익하였다.
그의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이포크 포인트(epoch point)였을 것이다.
내치고자 하였던 음란한 여인과의 사랑에 눈을 떠 그녀와 결혼을 하였고, 빈궁한 환경과 현실을 자기의 것으로 수렴하여 성실한 생활인이 되었다.
몽롱한 니힐리스트에서 현실에 뿌리내린 리얼리스트로 변모한 것이다.
무위로운 죽음의 순간을 겪고서, 그는 인생의 깊은 맛을 깨우쳤다.
그리고 폰 코렌.
그의 단순명징한 세계관의 눈길은 이제 인간성의 깊이를 들여다 볼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무익하고 혐오스러운 삶의 외피에서 파악되는 한 인간의 모습, 그것만이 한 사람이 지닌 고착된 인간성의 진실이 아니라는.
<보트는 밀려 되돌아오고 있어.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거야. 그러나 노잡이들은 까딱도 안 해. 한결같이 노를 젓고 높은 물결도 겁내지 않아. 보트는 끊임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이제는 보이지도 않게 되었군. 앞으로 반 시간만 있으면 노잡이들을 배의 등불을 똑똑히 볼 수 있겠지. 인생도 이것과 마찬가지야. 진실을 추구하며 사람들은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가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지. 고뇌나 과실이나 삶의 권태가 그들을 도로 뒤로 밀어 낸다. 그러나 진실에 대한 갈망과 굽히지 않는 의지가 앞으로 앞으로 그들을 몰아 낸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참된 진실에 가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진실에 대한 갈망과 굽히지 않는 의지.
내게 그런게 있는가, 자신을 더듬어 본다.
그러나 만져지지 않는다.
그냥 살아내고자 하는 어떤 마음 덩어리 하나는 만져지는데, 그나마 그것이 내 갈망이고 의지일테지...
***jamie***
2014.04.03 22:52
동우님 블로그에 검색창 하나 열어주시겠어요?
제 블로그에 해봐서 그 기능 있는 것을 알거든요...
이문구의 장천리 소태나무를 찾고 있는데 그때마다 목록을 몽창 뒤져야 해서리...
그렇게 해주시면 이곳에서의 독서생홯에 큰 도움 될 것 같습니다.
꾸벅 인사 드리며.^^
***동우***
2014.04.06 05:18
제이미님.
블로그 검색창.
난 여태 그런 기능이 있는줄 몰랐어요.
블로그 연조 꽤 되었는데도 태그 기능이 있다는 것도 한참 있다가 알게 되었지요.
내가 이렇게 실(實)없답니다.
블로그 검색창 어떻게 다는 건지, 이따가 관리창 여기저기 찾아보겠습니다.
이 어줍잖은 리딩북이 미국 제이미님의 독서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 나를 고무한답니다.
탱큐, 제이미님.
***jamie***
2014.04.06 09:15
꾸미기, 레이아웃, 사이드바...이 순서로 누르신 뒤
검색에 체크하시면 돼요.
***동우***
2014.04.07 04:12
고맙습니다.
제이미님 안내대로 하였습니다.
태그로만 검색하는줄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편리한 검색기능이 있는걸 모르고.
쯧쯧, 한심이..
***베로니카***
2014.04.04 22:01
안녕하세요, 동우님
아 접때 부산에 갔었답니다
아직도 고등학교 미술선생으로 남아있는 친구를 만났어요
그 블로그에서 본 그녀는 만나지 않았답니다
둘이서 해운대를 거닐었고 참 그 베스타란 찜질방에 갔었답니다
아유, 바닷가가 한눈에 보여 참 좋았고 돈 만원이면 찜질목욕도 하니 기분이 좋았답니다
물이 참 좋더군요
친구와 수다도 떨고 좋은 시간이었어요. 우리가 볼려고 한 영화가 아직 미상영중이라 못보고요
참 그 베스타에서 중동인가 전철역까지 걸어오는데 너무 멋졌어요
벗꽃이 흐드러진 거리가 참이뻤고 해운대도 이쁘고 럭셔리한 건물 지저분한 뒤편으로 어느집 주인인가 파 마늘 상추가 가지런히 심겨있던 그 이쁜 모습도 생각나네요
***동우***
2014.04.06 05:23
베로니카님.
부산여행 좋으셨어요?
바다가 가깝지 않은 일상의 베로니카님께 부산의 바다는 좀 각별하셨을듯.
목소리만 뵙고 만나뵙지 못하여 죄송하고 아쉽고 그랬습니다.
모종의 사안때문에 요즘 내가 좀 바쁜척하는 와중이라..
그래도 함께 미술공부한 친구를 만나셔 찜질방도 가시고 해운대를 걸으셨다니.
모쪼록 부산이 좋은 인상으로 담기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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