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성석제]]
<해설자들>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새가 되었네>
<해설자들>
-성석제 作-
***동우***
2016.02.22 04:44
400 여년전 열녀각(烈女閣)의 주인공인 정씨부인.
졸지에 그 연일 정씨부인이 얼토당토 않는 포은 정몽주(영일 정씨)의 후손으로 둔갑하였습니다.
전혀 다른 사람의 사연이 그 열녀의 남편 김수인의 얘기꺼리로 바뀌었고.
엉터리 유적 해설자, 김문일.
여기저기서 얻어듣고 훔쳐들은 내용들을 조합하여 엉터리 역사적 서사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이야기에 모순이 있느냐 없느냐, 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그에게 하등 중요한게 아닙니다.
자신이 조작하여 씨부리는 허구(虛構)에 대하여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습니다.
자기도취적 흥취에 겨워 그냥 엄숙하고 근엄한 폼을 잡고 지껄여대면 그만이지요.
허구의 유포와 그로 부터 횡행하는 오도(誤導)된 진실.
사이비 종교라거나 정치계나 연예계, 작금 우리 세상에서도 낯설지 않은 거짓사실.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그런 행태는 실로 사회적 해악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김문일이란 위인의 행태는 무언가 좀 다릅니다.
그에게는 독학으로 공부하여 무언가 성취하였다는 자의 자부심이 있습니다.
기승하는 지적 허영심.
오류(誤謬)일지라도 흥미로운 맛소금을 섞어 역사적 사실을 재미있게 꾸미는것에 하등 죄의식같은건 없습니다.
비정규적 독학의 위험성과 오도된 자부심...
어쨌거나 김문일이라는 작자, 순발력 하나는 대단하군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셨는지요.
‘캐빈 스페이시’, 취조실 주위의 사물의 이름을 차용하여 기가 막히게 조작된 이야기를 만들어 진술하지요. (코바야시인가하는 가공의 인물은 눈에 띠는 재떨이(인가?)에 인쇄된 상표에서 따오는둥...
순간적으로 이미지의 사물의 단편을 연결하여 장대한 범죄 사건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상상력과 순발력과 구성력.
그렇게 꾸며댄 정교하게 조작된 진술로 자신을 억울한 피해자로 만들어 혐의에서 벗어나지요.
김문일 또한 성석제가 풍자적으로 유형화하여 보여주는 캐릭터. (문체에 있어서 그다지 풍자적 무드는 아니지만)
이런 캐릭터 우리 주위 현실 속에 없지 아니합니다.
장르는 다르더라도.
언필칭 지식인이라는 자들의 궤변은 사람들을 현혹합니다.
이 소설로 하나의 경계적 인물에 대한 독감백신 맞읍시다.
김문일이라는 작자. 경계적 경계인물에 관한 데이터베이스에 이런 인물을 첨가하기를. ㅎ
***벌침이야기 저자***
2016.05.27 18:30
미세먼지가 넘치는 불금날 오후에 다녀갑니다.
수고하신 소중한 자료 고맙습니다.
멋진 주말 맞으시기 바랍니다.
***동우***
2016.05.28 00:34
네, 벌침이야기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성석제 作-
***동우***
2016.02.23 04:44
나처럼 꿈이 많은 사람도 드물겁니다.
꿈(理想)말고 꿈(夢) 말입니다. (대부분 개꿈이지요.)
입면시간(入眠時間)이 상당히 긴 편인데 책을 읽다가 가끔 졸음이 밀어닥쳐 한 5~10 분여 깜빡 잠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그 순간에도 꿈을 꿉니다.
그것도 5,10분여의 물리적 시간으로는 도저히 담아내지 못할 장편의 꿈을.
꿈이라는 것도 마음 부분에 속한 것일진대, 그렇다면 사람의 생각(念)이라는 것은 광년의 속도가 아닐까..
무식한 나는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시간의 비밀이 혹여 거기서도 유추할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곤 합니다. ㅎㅎ
그러므로 마지막 4.5초간 주인공 사내의 머리 속에서 펼쳐지는 일생의 파노라마가 마냥 허황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이 소설에 자주 나오는 '일념'(一念)의 뜻을 찾아보았더니, 일념은 75분의 1초에 해당하는 찰나(刹那)의 시간이라고 합니다. (그 75분의 1초에 한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건달세계의 매커니즘, 나같은 쫌팽이가 그 세계를 경험해서가 아니라 조폭이나 갱스터 영화와 소설따위를 좋아하여서 좀 압니다만, 건달은 싸움실력도 중요하겠지만 일단은 '깡' (배짱)이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나서 전설(legend)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소문이 쌓여 전설을 만들고 그 전설이 보스를 만듭니다.
보스가 되고나면 아우라가 생기고, 눈빛 하나 표정 하나 몸짓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적이나 부하들을 압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 사내.
싸움에 있어서도 깡에 있어서도 전설에 있어서도 보스 깜냥은 못되는 재목입니다.
칼이나 좀 다룰줄 알았지 싸움실력은 마사오는 물론이고 레미콘이나 청카바에 미치지 못합니다.
저 보세요, 깡에 있어서는 레미콘에 비하면 어림도 없습니다.
모종의 술수를 써서 레미콘을 죽였고, 교활한 수법으로 청카바를 수하로 만들었고, 비열한 방법으로 마사오의 한쪽 팔을 도끼로 제거하였습니다.
허구의 신화를 만들어 승승장구하려 했지만, 청카바에 의하여 추문이 떠돕니다.
신화 만들기에 실패한 것입니다.
배짱도 그렇거니와 아무래도 보스감에 이르기는 턱도 없는 사내입니다.
결국 외팔이 마사오의 텅빈 눈빛에 쫓겨 (고작 텅빈 눈빛에) 도망치다가 다리 난간을 들이 받고 추락합니다.
<그가 부르자 청카바를 입은 비대한 사내, 마사오가 돌아보았다. 텅빈 눈이었다. 바람에 빈 소매가 흔들렸다. 그 소매가 그를 향했다. 그는 생애 최초로 등을 보이며 도망쳤다. 그 속에 총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가만, 무서운 것은 총이 아니었다. 팔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총을 쏘지? 무서워한 게 아니지. 그럼? 그 눈이 바로 등위에 붙어 있는 것 같아서 내내 좌석에 등을 비볐다. 길은 굽어 있었다.>
그리하여 사내는 지금 일념의 시간 단위로 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떨어지다가 종장에는 “엄마, 무서워.” 하고 소리지르면서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천길 낭떠러지에 선 소나무 가지에 한 손으로 대롱대롱 매달렸을 때 사내대장부라면 마땅히 그 손을 놓아야 한다.>
得樹攀枝不足奇 懸崖撤手丈夫兒. (득수반지부족기. 현애철수장부아)
오래전 백범일지로부터, 나의 우유부단에 대한 경구로 마음에 담아 두고있었던 말인데 저 사내도 써먹는군요.
단호함 아쉬운 나의 기질이나 사내답지 못한 저의 기질이나 도낀개낀인지라.. ㅎㅎ.
1995년에 발표한 이 소설의 풍자에서 작금 세태를 향한 무슨 교훈 한줌 찾으시려우?
그러시구랴마는, 일단은 재미있으십시다. ㅎㅎ
<새가 되었네>
-성석제 作-
***동우***
2016.02.24 01:41
1997년도에 몇십년 비비적거리던 월급쟁이를 그만두었다.
네식구 그런대로 먹고살기만 바랐을 뿐 깜냥에 내로라 하는 사업 꿈꿀수 있었으랴만..
나남없이 IMF였고 덩달아 암담한 가장이었다.
그 즈음 오랜동안 격조하였던 중학동창 녀석 어떻게 전화로 연결되어 목소리 들었다.
부산 내려와 있다고 만나자는걸 만나지 않았는데, 그 다음 다음 날 제주도 아무개호텔 일실에서 약먹고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잠시 아연하였고 한동안 죄스러웠고 길게 암담하였다.
돈과 시절과 친구와 가족과 상황이 얼키고 설킨.. 누구 탓이었을까...
뒤늦게 따져 어쩔것인가, 사람은 죽고 없는데.
자본주의에 기반한 우리 생존이란 매우 허약한 것이다.
오늘(아, 어제다) 둘째 손주 유치원 졸업식 다녀왔다.
말할 것도 없다.
할비짜리, 미니 녀석의 이쁘고 이쁘게 자란 모습에 허허거림은...
할미 어미 새끼들 함께 유치원 복새통 잔치 마치고 탕수육 짜장면들 먹고 헤어져 돌아왔다.
나는 술 한잔 하고서리...
대견하게 이쁜 즤 새끼들 축하하려고 구름처럼 몰려든 젊은 아빠 엄마들...
꽃같은 어미 아비 자식들의 부산스럽게 행복한 포즈에서 혹여... 아슬아슬한 슬픔 한조각 읽는다.
기원한다.
줄타기 실패하지 말라.
모쪼록들 잘들 관리하여 느네 그 이쁜 새끼들 성장에 한 점이라도 어두움 없게 하라...
무어하라고 만든 국가냐.
나라야 나라야 우리나라 좋은나라야.
우짜든둥 너는, 저 부모자식들 '매우' 슬픈 것들만은 있게 하지 말아야 한다.
***eunbee***
2016.02.24 09:18
망해서 헤어지는 마당에도 한 개의 우산앞에 서로를 걱정하는...
"우산 가져가."
"당신은요?"
이 대목 슬프지 않았나요? 난 그들 부부에게 깃든 사랑이 슬퍼요.
새가 된 서른일곱 살 저 남자만큼이나 낙천적일 성석제를 읽는 요즘,
재미있네요. 고맙습니다.
정민양이 유치원을 졸업하였네요.
축하 해요.
어여쁜 손주의 이런저런 행사를 함께하시고
그 즐거움을 만끽하시는 할부지 할머니가 부럽습니다.
마냥 부럽습니다.
너무 너무 너무, 많이 많이 많이 부럽습니다.(성석제 버전 ㅋㅋ)
어여쁜 정민양,
이제 초등학생이 되시겠네?
축하합니다.
***동우***
2016.02.25 07:47
미니, 유치원 졸업하고 3월2일 날 초등학교 입학식입니다.
3학년 올라가는 제 언니와 손잡고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지요.
고맙습니다, 은비님 축하.
은비님의 부러움, 며칠 남았는가요? ㅎㅎ
그림으로 달래시는 할머니의 그리움 (그리고 부러움, ㅎ) 애틋하게 담겨있는 손주 얼굴 스케치...
닷새 후면 '은비야!' '할머니!' 얼싸 안을 조손의 상봉, 그리움이고 부러움이고 무엇이고 눈 녹듯 녹아버리리다.
유치원 졸업무대, 제 새끼들 재롱잔치에 환호하는 젊은 부모들.
저들, 새끼들 기쁨이 모쪼록 부실해 빠진 자본주의에 기반한 기쁨이 아니기를.. 하면서 주책맞은 늙은이는 이상하게 슬프더이다.
나이 먹으면 시근(영남 사투리, 철)이 든다는게 왜 이런 생뚱맞은 주책인가 모르겠습니다. ㅎㅎ
-독서 리뷰-
[[성석제]]
<천애윤락> <유희>
<천애윤락>
-성석제 作-
***동우***
2016.02.25 07:32
성석제의 천애윤락,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天涯淪落...
소설의 말미에 작가가 그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천애윤락(天涯淪落) : 중국의 시인 백낙천(白樂天, 772~ 846)의 「비파행(琵琶行)」에 나오는 구절 “同是天涯淪落人”에서 인용. 다음 구절은 “相逢何必曾相識”인데 대략 번역하면,“모두 다 아득히 먼 곳을 떠도는 외로운 사람 어쩌자고 서로 만나 알게 되었는가”이다.>
인연이라거나 관계는...
유전자로 되어지거나 인문(人文)으로 만들어집니다.
숙명이거나 선택이거나, 생각건대 그것은 운명론적인 것입니다.
어쩌면 수렴하여 견뎌야 하는 인내(忍耐)이고 어쩌면 자아의 일방적 투척(投擲)이고 어쩌면 도박적 투기(投機)이기도 할듯 싶습니다.
그리하여 그것들은 대체로... 슬픔을 견디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하***
2016.02.25 13:24
선생님
클릭 몇 번으로 귀한 글을 읽을 수 있고
자판 몇 번 투닥이면 쌍방향 담론까지 가능한
소중한 공간을 열어 제공하고 계신 점
늘 감사의 마음으로 '수혜'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 주제가 '인연'인 것 같은데
마침 생각나서 한자락 외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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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촉망받는 젊은 여배우 한 사람과 묘한 인연이 닿아
카톡 주고받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토막 먼저 보여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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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힐 것 같은 베프에게 간단리뷰를 먼저...
좀 더 들어간 디테일리뷰는 베프가 면도날 평론가와 같이 관람하고 난 다음 (기왕이면 ‘동주’까지 보고난 다음 묶어서), 편한 자리에서 주전부리라도 먹으면서, 서로 교환형식으로 해보도록 하자. (일정수준에 이른다면 다음 학기 학점 중 일부로 대체됨!)
인간이 하는 일의 성격을 1. 해야하는 일, 2. 하고싶은 일, 3 할수있는 일, 이라는 세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면, 영화제작이라는 일은 대체로 2번의 성격이 우선하는 카테고리의 일이다. 그러나 <귀향>이라는 영화를 만드는 일은 1번의 성격이 이례적으로 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복해 있던 3번 성격을 어둡게 하는 외부요소가 불거지면서 우선순위가 밀린 2번 성격의 완성도(작품성) 논란은 상당부분 면제받기 쉽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대략적인 시의성(時宜性) 등 현재 환경과 상황을 종합해서 미뤄보건대, 흥행만큼은 매우 낙관적이다. 기댓값의 최대치가 얼마인가를 결정짓는 동력은 3번 성격을 어둡게 하는 외부요인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1번 성격과 겨루며 얼마나 극적으로 극복되는가에 달려있다는 판단이다. 뜻밖의 증폭과정을 겪는다면 <검사외전>까지 넘보는 희망 섞인 흥행성적도 불가능한 넘사벽은 아닌듯... 내가 긍정적 펀견이 좀 심하긴 하지만, 일단 지켜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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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베프란 여배우고 평론가는 아들입니다.
(아들의 직업은 사업가지 진짜 평론가는 아닙니다. 웃자고 붙여준 거지요)
가끔 만나기는 하지만 어디서 사는지도 모른지가 어언 십년이 되는 아들이 얼마전 찾아왔는데, 지금 베프가 된 이 젊은 처자를 대동하고 왔지요.
딱 봐도 여.배.우 써있는 처자와 나눈 첫 인사 멘트가
"반갑다, 친구야"
"뵙게되서 영광입니다, 아버님."
그 뒤 매일 받는 카톡 문안인사.
오랜동안 낌깜이였던 아들의 행적에 대한 실시간보고 등등.
도서벽지간 초고속 광케이블이 연결된 느낌.
아무래도 오래 볼 인연인 것 같아
꼰대들 상투적인 질문 한 번 했지요.
"원래 집은 어디?"
"부산입니다."
(이 때 '혹시 동우 선생님이라고 아나? 영화에 관해서도 대단한 분이라고 들었는데.'라고 물어볼 뻔했습니다. ^..^)
태어나서 고등학교 졸업까지 줄곧 부산에서 자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한 표준어를 구사함에 놀라 살짝 아부성 독백 흘렸지요.
"크게 될 배우 자질이 다분하군..."
순간 침묵의 면도날 평론가 왈,
"살림만 시킬거예요."
그러자 꼰대 비정상적 순발력을 발휘하여 돌연 말바꿉니다.
이어지는 십분 넘는 <이 시대 전업주부의 가치와 보람, 진정 선택받은 여성만이 도달하는 귀족적 클래스와 그 위대성>에 대한 침튀기는 토설...
갈대같은 무중력 언사의 뻔함과 뻔뻔함.
그래도 굳어지는 서로에 대한 원초적 호감의 기류!
참 묘한 만남과 인연인 듯하여, 푼수같아 보임을 알고도 얘기해 봤습니다.
이번 학기엔 3D업종 과목이 많아 꿀같던 방학기간 소진이 더욱 아쉽습니다.
이 공간 들어오는 '수혜'의 빈도와 시간도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공간과 선생님 여실하시리라 믿습니다. ...
-----------
ps
아, 학점 운운한 대목은
제가 뜻한바 투철한 세계시민의 정신에 입각하여 설립한 버츄얼리얼리티 성격인 <우주대학> 학점을 말합니다.
총잠 겸 수위까지 모든 패큘티 임무는 제가 맏고있고 학생은 아들이 유일, 했었습니다만,
신입생으로 여학생 한 명이 더 들어온 상황입니다.
참 단출했었는데, 졸지에 정원이 두 배 되고보니, 업무량이 엄청 폭주할 것 같습니다.
***동우***
2016.02.26 06:07
보잘것 없는 글쪼가리들 (소설 본문이 아니라)
도하님 수준의 인사(人士)께서 '수혜'라고 하시니, 립서비스인줄 아오나 부쩍 힘이 납니다. ㅎ
가끔 만나기는 하지만 어디서 사는지도 모른지가 어언 십년이 되는 아들...
이런 아버지.
도서관 서가의 책날개에서 뵌 구렛나루 찬연한(ㅎㅎ) 도하님 모습에서 읽혀진 어떤 괴짜의 면모.. 라면 실례일 터. ㅎㅎ
전전긍긍 암중모색 포즈의 아들녀석을 늘 곁에서 접하는 나로서는 부러운 모습의 父子그림입니다. (아들놈 일본서 3년여 콧빼기도 뵈이지 않은 적도 있었는데)
아드님의 짝이 그 아버지에게도 스스럼없는 베프가 될수있는, 그 그림 또한.
행간에서 읽히는 은근짜한 오교수님의 예비 며느님 자랑
나는 부쩍 유쾌해졌습니다. ㅎㅎ
귀향..동주..
누구일까...
영화 사이트에서 여배우 필모그라피를 더듬는 재미를 좀 아는데..이제 알게 되겠지요.
영화는 꼭 보겠습니다
그리고 말바꾸기, 갈대같은 무중력 언사의 뻔함과 뻔뻔함이라고 하시는데...
그건 아버지짜리의 속성이 발휘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순발력입니다.
그래도 굳어지는 서로에 대한 원초적 호감의 기류...
이 대목 읽는 나도 기분이 좋습니다.
얼마나 멋있는 父와 子와 嫁인지...
근데 스크린에서 보던 얼굴을 실제로 접하게 되면 나는 가슴이 고동처서 어쩔줄 모를것 같습니다만, 도하님께는 스타 며느님 감에 대한 부담은 없으실랑가..
천하의 움베르토 에코, (며칠전 세상을 떴지요. 과연 이 바보들의 골짜기를 떠날수 있어 그 순간이 행복했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만)도 뉴욕의 길가에서 앤서니 퀸을 보고서는 이렇게 말했다니까요. ㅎ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 한번 맞혀 봐! 바로 앤서니 퀸이야. 그런데, 이자는 영화 속에서 어떻게 걸어나왔는지, 꼭 진짜 사람 같아."
좀 수다를..
나도 간접적으로 스타를 한사람 알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신 '검사외전'에 나온 '강동원'
나는 그가 굉장한 미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 배우를 보면서 매우 친숙한 인상이구나 하였었습니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거의 보는 편이구요.
근데 영화 ‘전우치’가 나온 다음일겁니다.
어느날 우연히 daum 메인화면에서 그의 가족에 대한 기사를 보게되었어요.
그 기사에 강동원이 제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있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아버지는 나와 잘 아는 사람, 강*우 였거든요.
함께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친구였습니다.
업무적으로도 매우 가까워 그가 영업과장이고 내가 검사과장일 적에는 룸살롱같은데서 함께 어울리기도 하였고. (당시 흔하였던 업자의 접대성 자리)
어쩐지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낯이 익더라니.(그 친구 가족 함께 태림아파트 우리집에 들렀던 적 있으니, 어렸을적 안아 준 적도 있었을겁니다..) ㅎ
그 기사에서 강*우가 모 조선소 부사장으로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계속 그 계통으로 정진했던가 보아요.
어느 기사에서는 강동원의 집안이 재벌이라고 나왔던데 강*우가 절대 재벌일리가 없어요. (그저 그런 봉급쟁이였습니다)
잘 생기고(아버지도 무척 잘 생겼답니다) 능력있는 엔지니어였지요.
그걸 보고나서 나는, 무비스타의 아버지와 왕년에 가까운 사이였노라 하고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였답니다.ㅎ
저 내 희미한 인연이 그럴 정도이니, 도하님.
우주대학의 신입생으로, 아드님의 짝으로, 어쩌면 며느님이 될지도 모를 그 사람이 영화 배우라니.
스크린 속에서 꼭 '진짜' 사람같이 걸어나온 여배우라니.
우주대학.
청건대 도하님.
어떻게 나도 우주대학 편입이 좀 아니될까요?
똑 그 여배우 때문이 아니더라도. ㅎ
***동우***
2016.02.26 03:32
<나, 나 말야.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어. 동환은 울기 시작했다. 자유? 자유롭게? 잘해주고 싶었던 게 아니고? 그는 의혹과 경이에 찬 눈으로 동환을 보고 있었다. 동환은 제 무릎을 끌어안고 비죽비죽 울었다. 울음소리 역시 들릴락말락했다.>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다구?
뭔 말인지..
인연에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말일까.
착해빠진 그에게 있어서 관계라는건 그토록 완강하고 무거웠던 것일까.
자유롭게 해주면 가뿐하여 아름다운 인연이 된다는겐가.
으흠, 동환이야말로 '내 여자의 열매'(한강의 소설) 처럼 식물이 되어야 할 사람 같습니다. ㅎㅎ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어...
중학교 중퇴자 동환이가 농(弄)하기에는 사뭇 철학적 언사(言辭)입니다.
그러나 의미를 모른채 나는 비죽비죽 감동합니다.
인연의 부자유.. 인연의 무거움이거나 인연의 가벼움이거나 인연의 슬픔이거나...
(은비님도 마음 어딘가 꽂힌듯한) 백낙천의 칠언절구에 어렴풋 단서가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同是天涯淪落人 相逢何必曾相識” -모두 다 아득히 먼 곳을 떠도는 외로운 사람 어쩌자고 서로 만나 알게 되었는가 -
옷깃 한번 스치는 것도 몇백 겁(劫, 아득하게 오랜 기간)의 인연이라더군요.
그 중에는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도 있고 받는 것 없이 고마운 사람도 있고 (동환이 처럼) 끔찍하게 지겹지만 연민하지 않을수 없는 사람도 있고.. 죽이고 싶은 사람이라고 왜 없겠어요.
나처럼 평범쟁이들이 일생 동안 관계를 이루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려는지..
그러나 우리가 일생동안 겪는 것보다 인간과 삶의 양상(樣相)은 얼마나 다양하고 세상은 얼마나 잡다한 것입니까.
소설이 그런 것들을 보여주어 나와 다른 인간을 겪게하고 나와 다른 삶을 겪게 하여 나와 다른 세상을 이해하게 합니다.
그 또한 소설이 가지는 매우 중요한 기능일 터입니다.
또레랑스를 위하여, 민주주의를 위하여. ㅎ
이 소설 읽으려니 다른 소설의 인물이 떠올랐습니다.
'토마스 만'의 단편 '묘지 가는 길'에 나오는 '피프삼'과 (얼마전 꼬비에뚜님 댁에서 읽었던) '토스토예프스키'의 단편 '정직한 도둑'에 나오는 '에멜랴'라는 인물.
(재고는 많지만) 성석제는 일단 쉬고 그를 포스팅하겠습니다.
<유희>
-성석제 作-
***동우***
2016.03.10 04:24
성석제의 '유희(有喜)'
우리나라에 有씨라는 姓이 있는지(있었는지)요?
기원, 형선, 수, 유부, 입, 일, 여물, 준신, 해, 국필, 길, 종무, 섭, 봉...
소설 속 등장인물들 모두 성씨는 제(除)하고 이름만 표기하였으니 '有喜'는 이름이지 싶습니다.
작가는 혹여 악역으로 등장하는 姓씨의 후손들의 어필이 있을까 염려되어 일부러 姓을 제(除)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姓씨를 잘 못 건드려 성가신 성화를 당한 작가들 여럿 있었거든요. ㅎ
왜군과 단 한번도 싸우지 못하는 복수군 (임진왜란때 復讐軍 이라는 군대 편제도 있었군요)의 수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은 '기원'에게 억울하게 참살(慘殺)을 당한 '유희'의 아야기.
성석제의 말입니다.
<“이 얘기를 접한지는 꽤 오래됐어요. 한 20년 전이었나 지금은 돌아가신 외삼촌 댁에 갔다가 들은 이야기에요. 그 지역에 있었던 인물이라고 하더라고요. 듣고 정말 어이가 없었죠. ‘정말 그런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흔히 우리가 역사라고 생각하는 사실 중에는 거짓말 같은 일들이 참 많아요. 실록이 거짓말 같고 야사가 더 진실 같은 그런 사건들이요. 진실과는 상대가 안 되는 거짓말 같은 소재를 찾은 거죠.”>
의로운 사람 유희를 때려죽인 기원은 그 후로도 승승장구합니다.
실록(實錄)등에 그의 어두운 성품을 폄하는 기록은 남겨졌지만.
유희가 죽고나서 일년 반뒤 유희의 아들 덕일 소년은 임금에게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오 년 뒤에는 영남의 유생들이 유희의 억울함에 대한 상소를 올립니다.
유희가 맞아죽은 뒤 백여 년 만에 그에게 장례원 판결사의 벼슬이 증직됩니다.
그때마다 작가는 후렴처럼 토를 다는군요.
유희는 이미 죽었다.. 그로부터 오 년 전에 유희는 이미 죽었다... 유희는 죽은 지 벌써 오래되었다...유희, 백골이 진토가 되었으리니 떠도는 넋이라도 있었는가..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유희. 有喜.
작가가 역사적 허무주의를 담아 깊게 내쉬는 한숨소리 같습니다.
우리나라 의병(義兵)에 대하여 일본은 무척 놀라워 하였다지요.
충의(忠義)의 기치를 높이 들고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일반백성들이 그들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았던가 봅니다.
수십개의 쿠니(國)으로 나누어진 봉건사회를 살았던 일본인들, 그들에게 義란 사적의리(私的義理)일 뿐이었지 공의(公義)란 없었습니다.
생각건대 메이지 유신은 사의(私義)를 공의(公義)로 확장시키는데 성공한 혁명이었지 않나 생각합니만.
그 공의(公義)라는 것도 지극히 변태적 퍼스낼리티에 기반한 것.
그런 따위 생각들, '아베일족' 독후감에서 마무리할 생각이었는데 언제 긁적이려는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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