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성석제 7.8 (1,4,3,3,1)

카지모도 2020. 1. 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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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성석제]]

<굴러온돌..> <행복의방편> <잃어버린인간> <이른봄> <피서지..>

 

 

<굴러온 돌 박힌 돌>

-성석제 作-

 

***동우***

2016.04.30 04:47

성석제.

주말, 가벼운 몇 읽거리.

'강변야화' 라는 시리즈物인 모양인데 이것만 눈에 띄어 주어왔습니다.

저 동네에는 충청도 필(?)이 가득하지요?

그 유장하고 으뭉하고 은근짜하게 적셔드는 속깊은 유모어...

부녀자가 지나다니는.. 양반동네의 미풍양속..

무더운 날 웃통 벗고하는 노동은 좀 봐주었나본데 우물가에서 벗고하는 등목은 못봐 주겠다네요. ㅎㅎ

등물은 런닝셔츠라도 걸치고 하라는 말인가본데, 뭐라 했더니 까불지말랍니다.

우리 동네 할배들 죄 해병대 공수부대 출신이라고.

요즘 말썽많은 어어비연합이나 해병전우회 같은 무리들이 떠오르지만, 트집이 아니라 사람끼리 친해보려고 하는 수작거린데 한켠 귀여운(?) 면도 없지 않아요. ㅎ

전문가 전씨.

저런 능글능글한 배짱으로 눙치는 힘, 미웁지 않게 세상살아가는 재주인데 죽었다 깨나도 내게는 없으니 요모양인가 봅니다.

노래판에 저런 사람도 꼭 하나쯤은 있지요.

옛날 내 기억.

젊은 직원들과 어울렸던 자리, 고고다 디스코다 홍건한 분위기에다가 목소리깔고 선구자를 불러재껴 찬물을 끼얹었던 나. 그 때 내게로 몰렸던 술잔이 노래칭찬인줄 알았더니 그게 바로 야지 놓았던거네그랴. ㅎㅎ

좋은 주말을.

 

 

<행복의 방편>

-성석제 作-

 

***동우***

2016.10.06 03:43

서글픈 패러독스 '행복의 방편'

교통사고 공갈단, 바가지 삐끼 술집, 탈주자, 지하철 성추행자, 주폭 노인, 오토바이 털치기, 호스트바, 서리꾼, 삥땅 종업원, 도박꾼....

옴니버스의 이 에피소드들은 성석제가 저자거리에서 엿들은 도청도설(道聽塗說)이 아니라 사회면에서 쉽게 접하는 우리사회의 흔한 액추어리틱한 모습들입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공서양속(公序良俗)이나 공의(公義) 따위..

우리 사는 세상, 옳고 그름의 명확한 대립구도가 모호해진지 오래되었고, 노골적인 이기주의와 욕망의 적나라함이 어쩌면 삶의 덕목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하늘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일찌니, 차카게들 삽시다. ㅎ

 

 

<잃어버린 인간>

-성석제 作-

 

***동우***

2016.11.08 22:07

<“사람이 옳기 살고도 올바른 대접을 못 받으이 올바른 세상은 아이지.”>

그런가요?

신산스러운 옛 세월이야 말할 것 없지만, 작금에 이르러서는 올바른 세상이 되었는가요?

아, 올바른 사람 대접 못받는 따위는 차치하고 올바르지 않은 사람이 떵떵거리는... 실로 올바르지 않은 세상입니다.

박아무개 대통령, 무언가 올곧은게 들어 있는줄 알고 찍은 손가락이 부끄럽습니다.

오로지 인상비평(印象批評)에 소구(訴求)하는 정치 캠페인... 그 따위에 넘어가는 나와 같은 소인배를 경각시킬만한 제도적 장치는 없을까요.

끝장토론이 그럴듯한데 그건 또 말잘하는 놈이 장땡일터이니, 객관적 과학적으로 검증할수 있는 무엇...

순수한 좌익, 재당숙.

부작위적 독립 운동가, 대지주로 물려받은 땅을 문중에 넘겼고, 보도연맹으로 총살당할 뻔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났고, 살아도 살아 있지 않은 인간으로 살다가 혹독한 가난 속에서 잊혀진 존재로 세상을 떠난 인간.

재당숙은 잃어버린 인간입니다.

쌍둥이 형제를 혹대한 유년시절의 부채의식으로 재당숙모의 상청에 쫓아간 그.

그리고 문중 사람들 역시 재당숙네의 은혜에 대하여 냉정했던 지난 세월을 후회하는듯 넋두리합니다.

<"어이구, 이 어른을 우째 보내드리나. 이 어른을, 이 어른을, 이 억울하게 살다 돌아가신 어른을, 우리가, 니가, 우리가 우예 보내드리야 되겠나. 우예, 우예, 이놈의 나라가, 우리가 이 불쌍한, 불쌍한, 불쌍한 우리 아제, 아지미를, 아제를, 아지미를……” 먼저 사실과 사례를 충분히 열거하고 나서, 어떤 동기를 맞아 상승하기 시작하는 재종형의 넋두리를 어깨 너머로 들으며 그는 울컥 하고 눈에서 무엇인가 솟구치려는 것을 느꼈다. 웃긴다. 이건 너무 상투적이다. 그는 어금니를 사리물었다. 그러나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쌍둥이들, 사나운 개에 쫓기는 거지아이들처럼 때로 뒤를 돌아보며 어두워가는 저녁에 손을 맞잡고 타박타박 걸어가던 쌍둥이, 그들의 눈, 그 크고 겁먹은 눈들.>

노인들이 몸을 숙인 채 나지막이 박자를 맞추듯 아이고, 어이고 하는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영정 속의 큰 눈은 그런 그들을 ‘이제 와서 왜’ 하고 의아하게 바라보는 듯 합니다...

성석제의 '잃어버린 인간'

서늘하고 아릿하게... 서글픈 소설입니다.

 

***아네스***

2016.11.17 21:58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하며 읽어내렸어요.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소문난 성석제 소설가 작품 읽으며 슬프고 참담했던 역사의 현장을 눈앞에 보는듯 몰입했네요.

이봉한이라는 인물은 제 아버지보다 5년 먼저 태어났군요, 그 시절 비운에 간 두 형제로 독자가 되어버린 아버지의 삶도 지난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역사 속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모순, 사실과 진실 사이의 괴리감이 느껴져 착찹하기도 하구요

참담하고 혼란스러운 요즈음 시국이 걱정스럽고 심란합니다.

그래도 어둠속 한줄기 빛을 기다리며 뜻깊은 소설 감상했습니다.

가끔 들를때마다 건재하신 모습 기뻐요.

늘 건강하세요, 내 오랜 친구여. ^^

 

***┗동우***

2016.11.18 04:47

아네스님.

지난 역사뿐 아니라, 작금의 나라 꼬라지 정말 참담합니다.

이제 겨울의 문턱.

전번 몽골여행관련 집필하시는 작품은 탈고하셨는지요?

구상하셨던 장편, 집필에 착수하셨는지?

오채환 교수님과는 요즘도 만나 회포를 푸시고?

세상 어지럽더라도, 작가 아네스님의 건필을 늘 기원합니다.

내 오랜 친구여~~

 

 

<이른 봄>

-성석제 作-

 

***동우***

2017.03.16 04:18

'성석제'의 '이른 봄'

처음 읽는 소설인데 이게 全文이겠지요?

게절은 벌써 입춘 경칩 지나.

3월도 중순을 넘어섰는데 봄은 어디 숨어있는겐지.

해마다 뇌까리는 바이지만 港都 부산, 특히 나 사는 영도의 봄은 더욱 스산하기만 합니다.

바람만 설쳐대다가 봄이라는 게절은 가뭇 자취를 감추고 어느 틈에 초여름이 등을 두드립니다.

이른 봄.

여덟번째 겨울을 난 늙은 장끼가 읊조리는 사설.

그 배후에도 허무하게 스러져버리는 봄이 있습니다.

젊어서는 친구나 식구나 자아도취같은 것들이 존재론적 허무를 잊게하여 줍니다.

그러나 늙어갈수록 천지간 오로지 홀로 한세상 살다가는 섭리를 터득하여 고독 속으로 잠겨드는 것인가 봅니다.

젊은 것들은 언제나 청춘의 봄인지라 겁이 없지요.

사냥꾼의 총에 맞거나 살괭이의 밥이 된다는 건 도무지 자신의 것이 아닌줄 압니다.

'내게는 해당사항 無'라는, 일종의 운명론적 특혜의식에 젖어있습니다.

그렇지만 산 목슴들은 반드시, 필경에는 운명론자가 될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 순간, 누구나 그러지 않겠어요?

"죽어야지요 뭐, 운명인걸요." 라고.

 

 

<피서지에서 생긴 일>

-성석제 作-

 

***동우***

2017.10.30 00:10

성석제(1960~ )의 풍자와 익살,

그의 주인공들은 대개 '못난이' 쪽입니다.

그래서 나와 같은 못난이는 동병상련의 슬픔과 정다움을 느낍니다.

청춘 적, 나의 여름이 대체로 저러하였을겁니다. ㅎ

성석제의 '피서지에서 생긴 일'

두 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7.10.31 07:35

작열하는 여름 태양.

강가나 바닷가의 카니발.

청춘은 청춘.

일류대학의 세련된 청춘이나, 따라지 비루한 청춘이라도.

호시탐탐 노려왔던 세희와의 입맞춤.

고작 이런 비극으로 마무리되는군요.

<왜 남의 입에 냄새나는 주디를 쭉쭉 맞추고 지랄이가? 니 호모니야? 내가 그래 좋으니야? 난 싫다. 니 혼자 너 좋아해라.>

근데 세희 아가씨의 저 포즈는 또 무어랍니까?

피서지에서 펴들고 있는 '고고학개론'이라니.

하하, 어쩄거나.

저들처럼 내 청춘의 여름 역시 근거있는 열등감과 근거없는 죄의식으로 끈적이는 못생긴 여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한켠, 김승옥의 '내가 훔친 여름'을 보십시오.

그 시절 서울대학생이라고 별수 없습디다.

<이것이 여름일까? 그래 이것은 여름이다. 비치 파라솔, 눈부신 백사장, 검푸르고 부드러운 파도, 빨간 수영복, 풍만한 아가씨의 웃는 얼굴, 하얗고 가지런한 이빨, 짧기 때문에 유쾌한 자유, 그것들은 남의 여름이다. 나의 여름은, 차표 없이 불안한 기차 여행, 신분을 속여 맡는 일거리, 땀내음에 찌든 아가씨, 겁탈 같은 유혹, 비린내 나는 여인숙에서의 정사, 그러고 나면 기다리고 있는 괴로운 휴식과의 만남일 뿐이다.>

트로이 도나휴와 산드라 디가 주연한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 (A Summer Place)'

어두컴컴한 극장에 들어앉아 남의 나라 청춘의 여름이나 훔칠 뿐이지요. ㅎ

 

 

 

 

-독서 리뷰-

 

[[성석제]]

<당부말씀..> <용궁대펭귄外> <저녁의눈..> <약소의약초> <욕탕의..> <황금의나날>

 

 

<꽁트 2편 (당부말씀. 번호>

-성석제 作-

 

***동우***

2018.04.22 23:49

이제 한 10여분 지나면 다시 월요일.

봄비.

내리려면 좀 후줄근하게 내릴 내기지 감칠맛만 내다가 만 일요일이었습니다.

성석제의 꽁트 두편.

'당부말씀'

옥산면이라는 갱상도 어느 시골마을.

음주운전 단속, 음주측정기를 들이대면서 더! 더! 더! 다그치는 도회의 살벌한 긴장과는 너무나 다른 농촌 모습.

질펀한 사투리와 더불어 참 느긋하고 정다운 풍경입니다.

'번호'

어떤 상황의 우스꽝스러움으로 인하여 심어진 웃음 암귀(暗鬼).

그것을 유발한 동기(動機)의 대상만 접해도 웃음을 참을수 없습니다.

삼엄하기 짝이 없는 군대라도 말입니다.

그런 암시에 걸리면 웃음은 재앙이 되지요. ㅎㅎ

餘談 몇소절.

예전 어느 問喪의 현장.

내 앞의 문상객, 2拜하려고 엎드리는 순간 투두둑 바지의 엉덩이부분의 솔기가 튿어져 버렸네요.

모처럼 찾아입은 검정 양복이 살 오른 몸에 솔았던가 봅니다.

쫙 벌어진 틈새로 고스란히 드러난 하얀 빤스와 검은 바지의 선연한 컨트라스트...

그는 황황히 퇴장하고 내 차례가 되어 상주와 맞절하려 서로 엎드렸는데, 나의 입에서도 상주의 입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킥킥거리는 웃음소리.

그 해프닝은 슬픈 상주를 위무(慰撫)하는 최선의 문상이 아니었겠는지...ㅎㅎ

성석제의 군대얘기 나온 김에 내 에피소드 하나 더.

신병 훈련소 입소하자마자의 대기병 시절.

한밤중 변소는 반드시 짝을 지어 가야했지요.

나와 짝이 된 송 아무개 훈병(그 시점은 훈련병 신분도 아닌 장정신분이었지만).

송훈병, 팬티를 내리고 쪼그리고 앉는 순간 그만 목숨같은 돈을 빠뜨리고 말았네요. (빤스에다 속주머니를 만들어 비상금 몇푼을 꼬불처 가지고 입소... 나도 그랬고...)

내게 사정사정하는 송.

내일이 어떤건지 도무지 불안한 훈련병 생활에 돈 몇푼은 든든한 빽줄인데 어쩌겠습니까?

나는 성냥불을 켜 비추어주고 송은 엎드려 오물 속을 손으로 더듬어 돈을 건져냈습니다.

물이 어디 있습니까? 나를 비롯한 몇 사람의 오줌을 짜내어 송훈병의 손과 돈을 대충 세척하고 내무반으로 돌아올 밖에요.

밤새 진동하는 냄새.....

그날 우리는 진정한 전우애를 나누었답니다.

진짜배기 군인도 되기 전에 말입니다. 하하하하

 

 

<용궁 대 펭귄 外>

-성석제 作-

 

***동우***

2018.06.10 23:15

성석제의 유쾌한 수필 2편.

맛집 소문.

더러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 없더라는 경우도 없는건 아니지만 대체로 소문난 집의 먹거리 맛은 괜찮더이다.

그러니, 부동산 할 적에 이런 경우도 봤습니다.

이를테면 떠르르한 맛집 '참새 방앗간'이 생겼다 하면 그 골목 임대료는 상승...

그 앞 가게 옥호(屋號)가 뭔지 압니까?

'참새 방앗간 앞집'이라고 붙였다던가... ㅎㅎ

1970년도 제대하자마자 예비군에 편입된 나는 아마 향토예비군 창설 가장 초창기 멤버였을 겁니다.

그 때 동원훈련이란 것이 있었지요.

군부대 들어가서 몇날 며칠 훈련 받고 나오는.

그 때 내 어머니에게는 호리도 저런 국가관은 없었을터...핫핫핫.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이번주 맞닥뜨릴 거시적 세계관으로서 대한민국, 모쪼록 조짐이 좋았으면.

內外的으루다...

 

***최미경***

2018.06.11 09:17

저와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시던 엄마가 지난 25일 입원하셨습니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감사하게도 의식이 돌아왔지만 나을 수 없는 병이기에 마음이 아픕니다. 길어질 병상에서의 생활, 최선을 다해 보살펴 드리렵니다.

한동안 글도 음악도 가까이 하지 못 했는데 한숨 돌렸으니 짬짬이 올려주신 글을 읽으며 엄마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아름답게 꾸려갈 생각입니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건강 잘 살피시길 바랍니다.

 

***┗동우***

2018.06.11 23:40

최미경님.

어머님의 입원, 연배가 어떻게 되시는지 모르겠으나 행간에서 최미경님의 어두운 마음이 읽힙니다.

그래도 어머님의 병상 곁에서 최선을 다해 보살펴 드리겠다는 최미경님의 강인하고 따순 효심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쾌유하셨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나도 기원하겠습니다.

힘내세요! 최미경님.

 

***아네스***

2018.06.16 12:17

밥이 하늘이라는 닉을 가진 누군가 떠오르네요.

어머니의 자식사랑은 못말리죠^^

미소가 지어지는 글입니다.

 

 

<저녁의 눈이신>

-성석제 作-

 

***동우***

2018.07.07 10:37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

우루과이, 프랑스, 브라질, 벨기에, 러시아, 크로아티아,스웨덴, 잉글랜드...

1972년 한반도하고도 구석진 시골구석, 국민학교 운동장.

전국소년체육대회 선발을 위한 축구시합.

맨발로 한골을 넣고 요상한 패널티킥 승부차기에서 패배한 소년의 서럽고 억울한 저녁.

서녘하늘 샛별은 맑고 고왔습니다.

성석제의 '저녁의 눈이신'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좋은 주말을.

 

***동우***

2018.07.08 00:23

성석제의 '저녁의 눈이신'

성석제는 1970년대의 세태를 사뭇 풍자적인 입담으로 들려줍니다.

완장 찬 엿장수 맘대로 재단(裁斷)되는 스포츠 룰, 대충대충 편의주의와 적당주의, 끼리끼리 노니는 패거리주의,

그로부터 40여년 넘어 지난 작금은 어떠한지요.

올 초 치뤄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 엘리트 스포츠라거나 성과 지상주의, 또는 파벌주의의 폐해.

<세비 역시 집으로 돌아갔다.

만장산 모퉁이를 도는 세비의 눈앞에 문득 샛별이 떠올랐다.

세비는 샛별이 하늘의 눈처럼 빛난다고 느꼈다. 그날 하늘의 눈과 그 눈빛은 유난히 맑고 고왔다.

샛별을 바라보던 세비는 문득자신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깨달았다. 세비는 목이 메어 고개를 숙였다. 공에 부딪친 가슴이 뻐근해지면서 뭔지 모르게 서럽고 분했다.

심판의 음성이 귀를 쟁쟁 울리면서 왜인지는 모르지만 억울했다.

꺽꺽, 하는 울음소리가 북받쳤다. 세비는 야윈 어깨를 들먹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울면서 중앙의 아이들로부터 울음의 더러운, 나쁜 균이 자신에게 옮아왔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울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만장산을 돌아온 5월의 바람이 세상 모든 소년의 친구처럼 부드럽고 정답게 불어왔을 때까지.

세비가 고개를 들었다.

세비는 눈물을 그렁거리며 저 별빛을 평생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세비 자신이 넣었던 그 골처럼 샛별도 하나였다.>

해 진 뒤에 서녘 하늘에 반짝이는 개밥바라기 별..금성.

슬픈 현실을 버텨내는 힘, 그건 희망이겠지요.

그리하여 세비는 칠십 평생 동안 무언가 세상 속에 있는게 서럽고 억울할 때에는 그렇게 샛별을 바라보았군요.

저물어가는 어스름 속에서, 세상에 공정한 빛으로 반짝이는 저녁의 눈이신 개밥바리기 별을,

<그로부터 그의 칠십 평생 동안 언제나 샛별은 맑고 고왔다. 그가 뭔지 모르게 세상 속에 있는 게 서럽고 억울한 저녁,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언제나.>

좋은 휴일을.

 

 

<약소의 약초>

-성석제 作-

 

***동우***

2018.12.24 07:04

세밑이 되면 관계는 무엔가 초조해한다.

늙어갈수록 그 초조감은 두께를 더한다.

이런저런 연줄들 찾아 얼굴 마주하고자 예제 고깃집이 붐비고 술집이 붐빈다.

명이와 한우등심의 조합이 입안에서 저리 황홀한 것일까.

언젠가 어디선가 먹어보았을 터이지만 내 입맛은 기억하지 못하는데...

세밑.

모쪼록들 살림 형편 좀 나아졌는가.

망년(忘年)의 주탁 예년보다 풍성해졌는가.

++++

<12월의 저녁 거리는

돌아가는 사람들을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무릇 가계부는 家産 탕진이다

아내여, 12월이 오면

삶은 지하도에 엎드리고

내민 손처럼

불결하고, 가슴 아프고

신경질나게 한다

희망은 유혹일 뿐

쇼윈도 앞 12월의 나무는

빚더미같이, 비듬같이

바겐세일품 위에 나뭇잎을 털고

청소부는 가로수 밑의 生을 하염없이 쓸고 있다

12월 거리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들여보내고

힘센 차가 고장난 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12월 '황지우'-

++++

 

 

<욕탕의 여인들>

-성석제 作-

 

***동우***

2019.02.18 07:37

성석제의 '욕탕의 여인들'

돈많은 과부, 부잣집 딸...

어떤(?) 총각들, 아니 대부분 청각들의 로망. ㅎ

세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9.02.20 08:17

'성석제'의 '욕탕의 여인들'

<스무살 무렵 내 꿈은 그당시 유행하던 농담처럼 '돈많은 과부하고 결혼해서 평생 놀고 먹는것'이었다. 그러다 그 과부가 대자연의 순리에 따라 나보다 일찍 죽으면 젊고 예쁜 여자를 새로 만나서 남은 인생을 구가하자는 아름다운 계획이다.>

나이 스무 살 즈음 저 따위 생각이나 하는 총각놈은 마냥 한심한 인간인가.

타고난 난봉꾼이 아니더라도, 구제불능의 게으름뱅이가 아니더라도.

돈도 많고 미모도 빼어난 여자.

낮에는 숙녀 밤에는 요부가 되는 여자.

까놓고 말해보자.

수컷이라는 존재가 은연중 품고있는 로망이 아닌가.

수컷 뿐일런가, 그 반대로 생각해보아도 마찬가지... 암컷 역시 오십보백보.

저 주인공녀석.

예술가연 폼을 잡고 진실인듯 폼인듯 자신을 후까시하여 여자를 후리는 솜씨, 구체적 묘사는 없지만 십분 짐작할수 있으렷다. ㅎ

<결혼은 집안끼리 하는 거야. 신랑 신부는 집안, 그러니까 유전자의 집합체간의 유전자 교환의 매개체에 불과한 거지. 사랑하네 뭐네 착각을 많이들 하는데 그런 건 장식품에 지나지 않아. 어떻게 하면 우수한 조합을 통해 우수한 형질의 개체를 번식하느냐가 문제여.>

<그날따라 수십번이 넘는 질투의 공습에 시달릴 대로 시달리던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고 그 자리에서 집안에서 추천하는 우수한 유전자 보유자를 만나기로 결정하고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자식인이 많은 그쪽의 유전자집합과 자유분방하고 예술적인 우리 집안의 유전자집합이 만나면 인류가 거대한 진보의 걸음을 내딛게 될지도 모른다. 갑자기 멀게만 느껴지던 인류가 이웃처럼 생각되었고 인류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다이아몬드를 예물로 준비하는 데 월급의 두 배가 날아가도 아깝지 않았다. 아, 공연히 여관비를 낭비하지 않았더라면 더 크고 더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 후손의 어머니가 될 사랑스러운 그 여인의 손가락마다 끼워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녀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너는 네 몸을 꾸미는 데 네 노동, 비굴함의 댓가를 모두 바친다. 너는 그 결과를 찬양할 사람이 필요하며 그에게 최소한의 은전을 내림으로써 영원히 너의 노예로 붙들어두려고 한다. 너는 인간의 우미함, 지식, 교육, 가치관이 유전자와 관련된 비즈니스라는 명명백백하고도 영원한 주제를 모르고 너 혼자만의 한시적인 아름다움, 멍청하고 우스꽝스러운 가치를 추구한다. 너는 청춘은 짧고 유전자는 영원함을 모른다.>

그런데 사랑은 어디 있는가.

그 사랑이란 놈은...

<그러나 때는 늦었다. 갑자기 더럽고 차가운 눈물이 내 눈에서 질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수돗물처럼 차고 맛없는 눈물이었다. 나는 한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러고 보니 눈이 두 개였고 손도 둘이었다. 나는 왼손으로 왼눈을, 오른손으로 오른눈을 번갈아가며 닦았다. 눈물이, 손이 잠시 쉬는 동안 그녀를 향해 번갈아가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종내 나를 보지 않았다. 택시가 오더니 고양이처럼 가볍게 경적을 울렸다. 택시를 타고 돌아보니 버스의 몸체가 엷어지고 그녀 역시 희미해졌다. 다리를 건넜을 때 그녀도, 버스도 윤곽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 윤곽도 곧 투명해졌다, 새벽의 별자리처럼.>

사장비서, 저 마지막 여자에게 그 사랑이란 놈이 었었던가 본데.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으흠, 그렇게 총각은 나이먹어 아저씨가 되고 할배가 되고...

 

 

<황금의 나날>

-성석제 作-

 

***동우***

2019.04.27 04:25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다섯살 적 어느 여름날 공중에 떠도는 냄새를 기억하는가.

노래 잘 부르고 눈물많았던 시계포 착한 아주머니의 내음.

마치 영혼의 비늘을 거스르는 것 같은 그것, 가볍게 스치는 그것을.

사랑은 왜 슬픔을 안고 있는 것인지.

슬픔은 왜 언제나 그리움으로 마음을 적시는 것인지.

그때 머리 위로 흩어져내리는 햇빛 알갱이들의 반짝임을 기억하는가.

그것이 황금가루였던 것을, 서른 넘을 즈음에는 알았을까.

<서른 살이 되면 그녀를 찾겠네. 내 품안에 그녀를 느끼려 하네. 내가 그녀의 품안에 있어도 좋으리. 그 순간 세상이 사진처럼 얇고 팽팽해지며 고요해지네. 시간이 멈추네. 뻐꾸기가 울지 않네. 종쳐 주문을 외울 때까지 마법은 풀리지 않을 것이네. 그녀는 나를 안고 노래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