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박상우 <샤갈의마을..사하라. 말무리 반도. 에메랄드 궁전의 추억> (1,4,3,3)

카지모도 2020. 1. 28. 20:45
728x90

 

-독서 리뷰-

 

[[박상우]]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하라> <말무리 반도> <에메랄드 궁전의 추억>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박상우 作-

 

***eunbee***

2012.12.16 10:04

 

잘 읽었어요. 그냥...읽었어요. 글씨를 따라...그리고 다 읽고 피식 웃었어요.

왜 웃음이 나왔는지. ㅎ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사람의 인생은 고달프다, 그런말도 쓰여있네요.

그럴까?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인생은 아닐까? 그러면서 또 웃었어요.

동우님은 아실 그 웃음...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일욜아침, 전 좀 우울해요.

우리 큰애 시아버지께서 이승 하직하셨어요.

이 세상엔 내가 구체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또 한분 사라지신 거예요.

그 사돈어른은 참으로 다정했던 분이었어요. 내게는 세 집 사돈댁이 있지만

그중 가장 정겹고 다정하고 예의차리시던 분이세요.

여섯이었다가 둘이가 되고.. 모두 사라져가는 세상.

이 세밑에 그런 슬픈 소식이라니...

 

***┗동우***

2012.12.17 05:18

 

아, 은비님.

은비님 댁에서 엿본바, 풍부하고 두터운 인간성과 반듯한 감성을 지니셨던 프랑스인.

은비님이 그리도 사랑하셨던 사돈어른.

그예 가셨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래도 은비님.

會者定離일지니 어쩌겠어요.

세밑의 새로운 시작 월요일입니다.

힘내세요.

 

***저녁산책***

2013.01.03 10:23

 

동우님 바꾸신 프로필 그림을 따라 연상되었는지..

이 단편을 읽어보았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내리는 눈과 끝도 결론도 없는 사내들의 이야기들..

그냥 좀 허무해요..

허무와 인간적인 소외, 음울함..등이 폭설이 내리는 밤, 묘령의 여인,그리고 샤갈의 그림 등으로 읽은 이를 몰입시키는 저자의 필력이 멋진 소설이네요.

감사합니다. 동우님, 잘 읽었습니다

 

***┗동우***

2013.01.04 06:23

 

아하, 프로필 사진 때문에 여기를 찾아 읽으셨구나.

박상우의 이 소설.

끝없이 내리는 눈.

끝도 결론도 없는 사내들의 이야기들.

허무. 소외. 음울함.

나 역시 저녁산책님의 느낌과 동일한 느낌.

아마 작가도 그러한 이미지를 독자에게 소구하는 것일겝니다.

샤갈의 그림과 이 소설의 분위기와 어딘가 배리되는 듯... 어떤 몽롱함에 있어서는 어울리는 듯 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는 이중적인 은유가 있을 법.

'샤갈의 그림'

 

시인 김춘수, 동명(同名)의 詩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3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三月)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

 

 

<사하라>

-박상우 作-

 

***동우***

2013.08.21 05:13

 

박상우(1958~ )의 단편소설 '사하라'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폭설(전에 포스팅한 박상우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끊임없이 내리는 눈..결론도 없이 주절거리는 사내들 이야기.. 허무와 소외와 우울...)도 그러하더니 박상우의 이 소설 '사하라' 또한 몽몽(夢夢)하게 암담하구나.

세속적 욕망과 열정으로 잘들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숙주로 하는 기생(寄生)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저 두 사람, 정훈과 은애.

 

["그래서 난 곧잘 혼돈을 일으키곤 해. 미래에서 과거로 잘못 와 있거나, 과거에서 미래로 잘못 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내가 뜬 구름을 밟고 다니는 유령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 거야. 그런게 안타까워서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씩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어떻게든 현실감을 회복하고 싶어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잘 되지 않는 거야. 현실에 던져져 있으면서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다는 느낌…" "도태되었다는 데서 오는 괴리감인가요?"]

 

옛날 꿈틀거렸던, 부정의한 권력에 항거하는 운동권 대학생 열정과 시대적 고민들, 그때의 자아는 어디에 방기(放棄)되어 가뭇 사라져버렸을까.

체념인가, 깨달음인가.

저 두사람이 갖고 있는 막막함과 우울감.. 그것은 도무지 혁명을 모르고 진화를 꿈꾸지 않는다.

저들이 조망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저들의 시대는 그저 암울할 뿐이다.

 

["시대를 통해 제대로 진화된 사람들도 나는 별로 본 적이 없어. 그냥 누적된 시대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다소 기형이 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야."

 

그런데, 저 동병상련의 한 쌍 남녀가 서로를 구원할수도 있지 않았을까.

상처받은 한 쌍 짐승들처럼, 암컷과 숫컷의 교접에 그칠 일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핥아 주면서 비관적 현실인식을 힐링할 꿈은 꿀수 없었을까.

서로 사랑하는 감정 있는듯 한데도, 저 비관주의에 사랑따위 넘볼수 없다는겔까.

 

["행운도 아니고 기대감도 아니고... 내가 분명하게 알고 있는 소망 한 가지가 있어요. 밥을 먹다가 문득, 길을 걷다가 문득... 그리고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 문득... 그렇게 문득문득 가슴을 파고 드는 소망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말을 내가 끝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려 했던 건... 그건 도피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소망이 값싸게 치부당하는 걸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내 소망은 자꾸만 속으로 점점 더 깊이 숨어들어가고 있어요. 그게 뭔지 아세요? "떠나고 싶다는 거예요. 아주 멀어서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런 곳으로 영원히 떠나고 싶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건 죽음에 대한 열망도 아니고 현실에 대한 도피도 아니에요. 그냥 떠나고 싶다는... 그런 소망일 뿐이에요. 이해할 수 있겠어요?"]

 

[남극, 북극, 아프리카... 처음엔 그런 곳을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그런 공간을 정신적으로 거치고 난 뒤에 난 마지막 목적지를 정했어요. 현실에서 밀려드는 열독이 온몸으로 퍼져나갈 때... 그럴 때마다 난 가슴을 쥐어뜯으며 미치도록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려요. 태양이 이글거리고, 한낮 내내 불기둥 같은 복사열이 피어오르는... 그곳이 어디인지 알겠어요?" 묵묵한 표정으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하라..." 심호흡을 하고 나서 그녀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그곳이 바로 사하라예요." 그녀가 입 밖으로 꺼낸 지명을 듣고 나서 나는 힘없이 눈을 감았다. 그녀가 사하라를 꿈꾸고 있다는 게 소망과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그녀의 심리적인 상태가 사하라에 이르러 있다는 게 너무나도 기막히게 여겨진 때문이었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서로 다른 상태로 7년을 살아왔는데, 그런데도 그녀와 나의 의식이 동일한 지점에 이르러 있다는 게 어찌 기막히게 여겨지지 않겠는가.]

 

그들의 의식이 공(共)히 도달한 곳.

그곳은 불모의 땅, 사하라 사막이다.

태양만이 작렬하는 망망한 허무의 바다.

 

아, 사막.

텅빈 허무 속에는 불꽃같은 치열함이나 아름다운 힐링의 손길도 숨겨져 있을지니. (사막의 밤하늘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 어딘가 숨겨진 우물의 방울소리...)

 

현실을 대하는 비관주의적 인식, 나 또한 어떤 측면(소외감과 자괴감이라는)에서 저들과 동류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느낌 스스로 아름다울 때도 없지 않도다.ㅎ

암울하고 처연하지만 기막히게 아름다운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노래(파두)처럼...

 

***eunbee***

2013.08.22 06:27

 

사하라.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내게 특별한 감상을 가져다 주는, 내가 좋아하는 어휘들.

.........

파리,

이제 떠나야한답니다.

한국 가서 인사 나눠요.

 

***동우***

2013.08.22 08:20

 

은비님의 파리.

댓글도 달지 않고 훔쳐 보기만 합니다.

이상하게 슬퍼지기도 하여..(은비님 파리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지. 나까지도. ㅎ)

그 대신 분당과 아드님 내외, 얼마나 은비님이 기쁘실까.

여름이도 꼬리 칠거고.

 

그때 뵈어요, 은비님.

 

 

<말무리 반도>

-박상우 作-

 

***동우***

2015.02.24 04:37

 

박상우 (1958 ~ )의 중편소설 '말무리 반도' 3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그의 소설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과 '사하라'에 이은 세번째 포스팅입니다.

 

태초의 지구는 바다만이 넘실대고 있었던가요..

그리하여 산맥은 꿈을 꾸는가요, 자신의 원형질 바다를.

 

코끼리가 넌즈시 바다에 코를 담그고 있는 노르망디 에트르타의 단애.

말무리 반도.

푸른 해원을 향하여 갈기를 휘날리며 내닫는 말의 무리, 세찬 파도소리와 말발굽소리, 해면을 짓이기는 우렁찬 말발굽과 거기서 튀어오르는 희디흰 포말.

 

<누군가 북쪽 바다 앞에 서서 말무리반도를 보게 되거든 세상을 살며 잃어버린 꿈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것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의 눈에는 말무리반도가 보일 것이고, 그것을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말무리반도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생각하랍니다. 잃어버린 꿈에 대하여.

 

***동우***

2015.02.25 04:42

 

<그러니 잡초가 아니라 가슴에 응어리진 자기 혐오를 뽑아 내기 위해 나는 정신없이 땅을 파헤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 스스로 뿌리를 내렸으나 내 스스로 거두지 못한 끈질긴 비관과 절망의 뿌리, 그것들은 지금 내 영혼의 어느 암층에까지 뻗어나가 있을까>

 

모든 회화(繪畵)의 적은 회색이다...윤곽선이 지워진 세계의 비극....

운운하면서 저 유약하고 어정쩡한 예술성 현실가(藝術性 現實家, 이런 말이 있을까마는 나 또한..)는 ‘나’처럼 투덜거리누나.

꿈과 현실이 혼재되어 갈피없었던 세월, 자기혐오와 절망의 뿌리...

 

극도로 불투명한 인생이라는 어두운 자의식을 안고 찾은 말무리반도.

해원을 향하여 질주하는 말무리...

그 광경 선연한가.

 

***동우***

2015.02.26 04:35

 

말무리반도에 대한 작가의 강렬한 인상.

통일전망대에 가본 적 있지만 말무리 반도는 내 기억 속 그림에는 없다.

잃어버린 꿈에 대해 생각할줄 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럴 것이다.

 

<이게 얼마 만인가, 그제서야 비로소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꿈을 갈망하면서도 그것을 증오하고, 어둠에 젖어 살면서도 그것을 혐오하고, 눈부신 빛의 세계를 그리워하면서도 그것을 두려워하는 이율배반적인 은거의 시간- 예림기획의 작업실에서 내가 갈망하고 두려워하던 것들의 실체가 비로소 확연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먹고사니즘에 매몰된채 허덕였던 10년의 삶, 지난날 예술의 갈망으로 반짝였던 지점으로의 회귀.

우물에 빠져죽은 언니에 대한 지긋지긋한 강박, 신선한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

현실을 벗어나 지난 날이거나 미래의 꿈을 향하여 치닫고자하는 열망,

 

누가 이 말무리를 멈출 수 있으랴.

확연하게 드러나는 그 원점의 메타포. 말무리 반도.

 

<원점. 그래, 거기가 바로 원점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차에 올랐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전조등을 밝히며 아주 먼 밤길을 떠날 준비를 했다. 다시 한 번 나를 찾아가는 길, 그것이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고 해도 이제 더 이상 빛에 대한 갈망으로 중심을 잃을 필요는 없을 터였다. 길을 헤쳐 나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선가 어둠과 안개가 걷히고, 어느 지점에선가 다시금 돋을 볕을 볼 수 있게 될 터였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내가 경험했던 모든 것, 그것들에 뚜렷한 윤곽선이 생겨 붓을 쥔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갈 터였다. 그러면 그때 그리리라, 빛 속에서 찬란하게 명멸하던 꿈의 뉘앙스!-짙은 농무 속으로 힘차게 떠오르는 무엇인가에 초점을 고정시키고, 그것이 마치 길라잡이라도 되는 양 나는 조심스럽게 바다윗말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오, 아름다운 말무리반도!>

 

꿈과 현실의 모습은 이율배반적인듯 하지만, 뉘라 그 둘을 확연하게 구분할수 있으랴.

그것은 빛과 어둠이 아니다.

언제나 그 윤곽선은 몽롱하게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인생이 극도로 불투명하게 느껴질 때가 있죠. 내가 살아온 이유와 살아갈 이유, 그런 것에 아무런 확신도 가질 수 없을 때......그러니까 혼자인 게 당연하고 혼자일 수밖에 없는 시간 같은 거요. 아마 나는 지금 그런 시간을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종장에 삶의 이유를 찾고 확신을 얻었단 얘긴가.

여자는 어쩌고?

 

훗날 그리려는가.

빛 속에서 찬란하게 명멸하던 꿈의 뉘앙스..

 

이 소설, 작가의 주관이 객관적 구성으로서 몹시 난삽하다.

작가는 훗날 퇴고(推敲)하여 다시 썼으면 좋겠다. ㅎ

 

 

<에메랄드 궁전의 추억>

-박상우 作-

 

***동우***

2017.07.26 04:23

 

박상우(1958~)의 장편소설 '에메랄드 궁전의 추억'

1997년 중앙일보에 실렸던 신문연재소설입니다.

간헐적으로 신문에서 본 적 있습니다만 나 역시 全篇은 처음 읽습니다.

신문에 연재되는 소설은 무엇보다 대중에게 소구하는바, 흥미를 끌지않으면 아니되겠지요.

재미있을거에요.

 

에메랄드 궁전...

앞부분을 보아하니, 첫사랑 이야기인듯 합니다.

 

카피하여 아래한글에다 옮겨보니 120페이지 쯤 되는군요.

20페이지씩 나누어 6회쯤 될 터입니다.

 

첫사랑.

에메랄드 초록의 궁전, 아련한 추억 속 나름 잠겨 보렵니다.

 

함께 읽어요.

 

***동우***

2017.07.27 04:39

 

작가는 1999년에 이 소설을 쓰면서, 2005년을 현재로 하여 1970년대의 첫사랑을 회억합니다.

그러면서 그때 벌써 사랑이 사랑의 이름으로 분리 수거되는 시대라고 합니다그려..

요즘에사, 원나잇 스탠딩이라나 무어라나.

부담없이 버려지는 무수한 사랑.

빈 패트 병처럼, 일회용 인스턴트 식품 용기처럼. 후줄그레 널부러진 쓰레기통의 콘돔처럼.

 

예전에 에메랄드 궁전은 내게도 있었을터.

 

유튜브에서 노모쇼라는 동영상(지상열이 사회보는)을 보고서 아연하였던 나는 어차피 늙은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최백호의 노래나 흥얼거립니다.

 

***동우***

2017.07.28 04:16

 

<원초적 경험으로서의 첫번째 두레박질 이후에 되풀이 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숙련된 기술이거나 요령일 수 밖에 없다는 판단. 하영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섣불리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은 내 마음의 불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되풀이 되는 두레박질의 경험 같은 것. 지상에 만연한 사랑이 단지 그런 것일 뿐이라고, 첫사랑 이후의 경험에 대해 나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왔다....에메랄드 궁전으로 사라진 여자. 문제는 사랑의 원형처럼 내 가슴에 남겨진 그녀가 아니라 그녀에게 행해진 내 두레박질의 원초적 경험이었다. 그 때, 열여덟의 나이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안간힘을 다해 내 마음의 우물물을 퍼올렸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상에서 경험하는 최초이자 최후의 두레박질이 되기를 밤낮으로 갈망했었다....그래서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인간이 진실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한번뿐이라는 생각을 굳힌 것이었다....>

 

거의 신앙화된, 열여덟살 무렵의 첫사랑.

어떤 절절한 연사(戀事)가 서려있는지 모르겠는데, 마흔 넘은 사나이치고는 지나치게 나이브하고 좀 관념적인 의고적(擬古的) 감성으로 느껴집니다만.

 

에메랄드 궁전으로 사라진 여자, 누구일런지

 

***동우***

2017.07.29 04:18

 

첫사랑의 추억.

추억이라기 보다 절대적으로 자리잡은 하나의 관념.

 

에메랄드 궁전.

순수..이데아..일루전...

액추어리티와의 간극.

마음의 불구.

불구의 마음이 도피하는 판타지의 세계.

 

문득 내 스노비즘의 궁금함.

저 술집에서의 계산은 이본오, 오기옥중 누가 하였는지? ㅎ

 

***동우***

2017.08.01 04:02

 

스물 넷 여선생님을 향한 열여덟 소년의 사랑의 감정.

어쩌면 나르시시즘적인 자기함몰입니다.

 

지극히 일방적인 것이었지만 소년에게는 완벽하고 고귀하고 순결한 이데아적 경험이었겠지요.

나이 먹도록 그 추억으로부터 벗어나려하지 않습니다.

관념화 신앙화 된 그 순결한 감정의 영역에 다른 사랑의 틈입을 허락할수 없습니다.

마음의 불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어떤 영화에서 헤어진 윤계상을 만난 정유미가 그러더군요.

"너 때문에 난 연애불구가 되어버렸어"

 

그 마음의 불구는 뜻밖의 결말로 출구를 찾습니다.

일루전으로부터 비로소 현실의 땅을 밟게 된 것일테지요.

 

여선생과 육체적 교접이 없었음에도 자신을 아버지라고 여기고 있는, 이미랑의 딸 이예린과의 조우.

자신을 끔찍하게 연모하였던 이본오, 이미랑은 딸에게 묵시적으로 이본오에 대한 그런 암시를 준 것이지요.

 

<프로그램 작업 과정을 통해 이예린이 절로 알게 될 에메랄드 궁전의 진실, 그리고 이예린의 정체를 통해 내가 깨닫게 될 에메랄드 궁전의 환상과 실체…그것은 실로 놀라운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 환상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 다시말해 에메랄드 궁전의 경계 지점에서 이예린과 나는 비로소 진실의 언어를 교환할 수 있도록 결말 처리가 되어 진 것이었다. 그래서 아득하지만 뚜렷한 현실의 불빛, 그것을 향해 나는 총총히 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사랑이 나에게 남긴 것을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을 사랑하고자 했던 어리석음의 공간 - 에메랄드 궁전이여, 이제는 안녕! 푸른 빛이 열리는 곳, 에메랄드 궁전의 출구를 향하여.>

 

이미랑의 암시를 어떤 현실적인 기대의 것으로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역시 에메랄드 궁전의 추억 때문이었을런지는 모르겠으되.

 

<자신이 키운 이예린과 내가 키워온 에메랄드 궁전, 그것의 조우를 통해 그녀가 우리에게 일깨우고자 한 게 과연 무엇이었을까.>

 

지상에 없는 에메랄드 궁전(오즈의 마법사)을 상정하여 꿈꾸는 순결한 판타지...

 

첫사랑의 분절(分節)된 추억.

작가는 오탁예토(汚濁濊土)에 오염된 시대의 사랑이 슬펐겠지요만. 느끼건대 저와 같은 개연성은 매우 작위적입니다.

 

그렇지만 둘러보면 갈수록 가벼워지는 사랑의 의미.

요즘 청춘의 사랑에 대한 意識은 일흔 늙은이에게는 실로 아연합니다. (노모쇼라는 프로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몸친'이 따로 있으면 '맘친'은 무거워야 할터인데, 마음도 몸따라 너무나 가비얍게 움직이는 세태.

 

옛날에는 사랑을 잃고 양잿물을 마셨던 청춘도 있었답니다.

 

뱃고동 울리는 옛날식 다방.

항구의 마도로스 사랑에도 풋정이 가득하였지요.

 

첫사랑의 추억.

'에메랄드 궁전의 추억'보다 키치적 정서에 그 리얼리즘은 아련하게 담겨있습니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