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12 1988. 10. 1 (토)
꿈-
카라얀이 무대 중앙에서 지휘하는 안네 소피 무터의 연주회, 그 녀는 어린 소녀인데도 에로틱하기 그지없다. 관중석 제일 앞자리에 앉아있는 J와 나, 안네 소피 무터에게 악수를 청하니까 내 손끝을 잇빨로 자근자근 깨문다. JN영 과 무슨 가게, 많은 옛친구들, 떠들석함 속에 술마시고...
어떤 낭만이 녹아있는가, 성욕이 녹아있는가. 또는 허무가 넘치는것도 같은 이상한 분위기의 꿈.
깨어난 시각은 7시에 가까웁다.
어제 탁구여자복식 또 금메달, 소주마시며 열광하여 본다.
회사나가다.
SB-342 FLOATING DOCK에 入渠 확인하고 거리로 나간다.
인파.
그 인파들은 모두 즐거운가.
책방에서 노닥거리고 몇권의 책 구입.
강원용 목사의 크리스찬 아카데미가 편찬한 신학적 논의집.
'죽음과 목회'와 '한국 신학의 뿌리'
좋은 책인거 같다.
그리고 음악동아 지난호 몇권. 불과 두어달 지난 잡지는 정가의 반의반도 안되니까.
화방에 들러 조그만 액자산다.
돌아와서 俊이와 루오의 그림을 잘라 액자에 넣는다.
그리고 루오를 내 방 선반에 세워 놓는다.
예수님.
'교외의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얼굴'
또한 내게는 몇십년째 고흐가 늘 내 책상 정면의 윗쪽에 걸려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아마 이것은 내 무덤 속까지 묻힐 것 같다.
루오는 또 얼마나 깊은가. 그 어둡고 심오한 톤의 경건함은 아주 단순하게 나를 감동시켜 버리고 만다. 고흐처럼.
15213 1988. 10. 2 (일)
일요일.
교회는 바로 코 앞에 있다.
그러나 가지는 않는다.
J를 교회 나가자고 충동질하기에는 내 신앙의 외피적 열망은 지극히 미약하다.
자유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홀로서기에 익숙치 못하여, 아니 노예근성이 몸에 배여 내게는 엄격한 율법주의가 제격일 터인데..
이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이것은 되지도 못한 자긍심, 일종의 지독한 허영일진데...
황량함..
한낮 오늘 음주치 않기로 한다.
푸른 바다 조망되는 내 방에 앉아서 성경도 들썩거려보고, 기도의 말씀도 중얼거려 보고.
올림픽 오늘로서 막을 내린다.
우리나라는 선전하여 금메달이 벌써 10개가 넘어섰다.
양정모가 금메달 땄다고 환호작약하던 때가 언제였더라.
이따가 저녁 폐회식을 기대하며 한낮 시간을 죽이는가.
15214 1988. 10. 3 (월)
어제 24회 서울 올림픽 끝나다.
금메달 12개, 세계 4위.
폐회식의 CEREMONY의 해프닝은 얼마나 기발하고 역동적이며 웅장했는지.
텔레비젼으로 보는 그림이 그러한데 현장에서 보았더라면 정말 일생일대의 멋진 쑈를 관람한 것일게다.
4년전 LA올림픽때의 폐회식을 기억하는데 나는 그것을 평컨데 '절제된 빛의 홍수'라고 평하였었다. 현대의 기술이 창조한 그 핓의 카오스를 제어 통제하여 아름다움을 연출하였었다. 그만큼 장중하다거나 철학적이라거나 인간적인 맛은 덜하였었는데 어제의 폐회식은 어떠하였는가.
이미 발상자체가 다른 연출, 인간, 정신, 스토리, 역사가 있었다. 선이 굵은 서사시.
나는 감동했고 또한 자랑스럽다.
올림픽은 대성공이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과거 어두운 것들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밝은 쪽을 바라보며 미래지향적으로 거짓과 위선과 불평등이 없는 그런 세상을 만들었으면.
나와 같이 지극히 사적이고 이기적인 의식체가 이런 맘이 들진데 다른 사람들 의식 속에 숨어 있던 어떤 위대성을 자극하기에 이번 올림픽은 참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15215 1988. 10. 4 (화)
어제 두알의 아티반.
그 덕에 편한 잠 이루다.
4시 기상.
일전에 산 책 읽다.
죽음과 목회에 수록된 논문 '신학적 측면에서 본 죽음의 이해' -김광식-
흥미롭고 유익한 책을 구입한 것이다.
에베소서 4,5장.
불꺼 기도.
어두운 밖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 비가 오나보다.
15216 1988. 10. 5 (수)
극소수의 승진자.
그 중 나는 없다. 또 누락이다.
과장 8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닌가?
이 씁쓰람은 참 지독한 것이다. 눈치 살피며 위로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도 곤혹스럽다.
이번 달까지 생각해보자.
J와는 천천히 상의하기로 하고... 오히려 홀가분하기도 하다.
해방감- 이 놈의 조선소를 이제야 벗어난다는.
15217 1988. 10. 6 (목)
어제 대취.
위악의 몸짓도 피곤하다.
사뭇 괴롭다.
직장 그리고 어머니.
두가지의 커다란 명제가 나를 짓누른다.
한달 한달만 더 참아보자.
15218 1988. 10. 7 (금)
새벽.
본 회퍼를 읽고.
나를 어찌 할거나. 마음을 어찌 할거나.
동편 하늘 초생달이 서늘하다.
정녕 마음을 다스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대가 자유를 찾아 떠나려 하거든,
욕망과 그대의 지체가 그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않도록 먼저 그대의 감각과 영혼을 훈련하는 것을 배우라.
정신과 육체를 정셜케 하고 그대에게 정해진 목표를 찾아 거기에 복종하고 또 순종하라.
자유의 비결을 맛본 자는 없다.
다만 그것은 훈련에 의할 뿐이다." -본 회퍼-
감각과 영혼의 훈련-
정신과 육체의 정결-
목표를 위한 복종과 순종-
아, 나는 내 운명에 승복하느냐? 내 상황에 복종하느냐?
발뒷꿈치처럼 굳어져 버린 내 오만의 감각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15220 1988. 10. 9 (일)
일요일 한낮.
지금 울려 저 바다에 번지는 소프라노는 얼마나한 행복이냐.
어제도 난삽한 꿈은 숙면을 방해한다.
정신분석의에게는 나는 좋은 재료의 환자일 것이다. 어쩌면 아주 거북한 종류의 환자일까?
내 꿈의 유형은 명백하게 분류되어질수 있을 듯.
근저에 깔린 심층심리의 현실은 열등의식, 애정결핍,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그래서 청결예배등의 보상심리가 나타나기도..
독작의 술도 아마 뚜렷한 심층심리의 현실이 시키는 하수인일게고..
그러나 한낮의 소프라노는 행복한걸.
내 원초적 품성은 아마도 선량하고 어리석음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 품성이 내게 있다면 그것은 어디서 온 걸까? 내 선조에게서 유전적으로 물려 받은 품성인가? 그러나 나를 제외한 같은 유전인자를 받은 주위 친척들은 선량하지도 어리석지도 않을 거라는 망상 하나 내게 있으니.
아, 아니 아니다. 그들 역시 상처받아 데포르마숑되어 그렇지 그 원형질은 선량하고 어리석을 것인데.
참 나는 완고하기도 하구나.
내 깊고 깊은 심층의 에너지, 나도 어찌해 볼 수 없는 그 에너지는 너무나 고독하여 완고하구나.저 깊고 깊은 바다의 심장은, 그 하수인으로 흰 포말을 보내어 산자락에 산산조각 부숴지게 하는데.
일요일 한낮.
소프라노는 행복하다.
15222 1988. 10. 11 (화)
썸머타임 원위치.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 풀잎같은 영혼에 왼 근심 걱정 그리 많은지 원.
꿈, 꿈을 꾸면서도 이건 소설감이다하고 느끼면서 꿈을 꾼다.
회사 본관 건물과도 같은 커다랗고 우중충한 건물. 그 미로의 구석, 어느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나의 일상. 명절 전날인데, 모두 나가버려 텅 빈 그 건물, 음침하지만 고요하고 안온하다. 나는 그 고적함을 사랑하는데. 꿈처럼 어여쁜 여자아이는 누구였을까?
꿈- 내 심상의 풍경화, 곧지 못하고 굳세지 못하고 여리디 여린 민감한 영혼에 가해지는 상처. 그 상처는 허영과 과장스런 거짓의 의식에 눌리어 떠오르지 못하고, 그냥 심층심리의 창고 속에 갇혀 있다가 변형된 모습으로 불면의 수면 속을 떠돌고 있다.
15223 1988. 10. 12 (수)
형에게서 회사로 전화.
서울가신 어머니. 媛이가 억지로 모시고 다니며 내시경 검사, 위벽에 종양이 있는듯하다고.
철썩 가슴이 내려 앉는다.
媛이에게 전화. 내주 회요일쯤 조직검사 결과 나올테지만 99%는 걱정할 것 없다고, 위궤양이 오래 되면 그런 경우가 태반이라고 하여 가슴을 쓸어내린다.
어머니.. 媛이...
15224 1988. 10. 13 (목)
기억도 못할 꿈, 몇 편의 영화를 감상하였는데 하나도 기억할수 없다.
어머니가 주연이 된 꿈도 있었는데 그 분위기는 전혀 색다르다는 어렴풋한 기억.
나는 얼마나 이기적이고,자기중심적인지.
모든 사물을 좁고 못나빠진 나의 척도로서만 재려한다.
나의 사랑이라는 것도 그렇다. 내가 가지고 있는 편협한 사랑의 부피만큼만 타인을 사랑할 뿐이다.
내 작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분량만큼으로써 어머니의 나에 대한 사랑을 받아 들이려 할 뿐이다.
새벽.
기도.
어둔 먼 바다의 그림자.
그 수평선 너머 낮게 드리운 구름.
그 위로 번진 파스텔의 붉음.
그 위로는 짙은 주황.
그 위로는 노랑.
그 위로는 푸르게 동터오는 하늘 자락.
그 가운데 새벽 별 하나.
<밤>
sb-342 공시운전.
오후, 이호한의 난리, 자해하여 배에 피를 흘리면서 이른바 땡깽을 부리는데, 그 불쌍한 영혼은 매스컴에서 삼청교육대운운하고 떠들자, 옛 기억의 상처가 도진 것이다.
얼마 전 알게 된 것이지만 녀석은 환각제와 술을 섞어 마시고, 마취를 시켜버리고 싶은 아주 큰 상처가 있은 것이다. 전무앞에서도 땡깡을 부리는데, 순진한 땡깡, 땡깡.
그 영혼은 얼마나 가엾은 것인지.
혹은 녀석의 무의식 세께는 온통 허무주의로 가득 차 있을런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녀석의 땡깡은 "나는 허무자입니다. 세상에 뜻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나는 바람입니다."하고 주기적으로 확인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녀석을 쓸어안고 울고 싶을 때가 불현 듯 있다.
15227 1988. 10. 16 (일)
英이, 俊이와 담소 나누는데 이런 대화는 얼마나 유익한지 모른다.
내 딸, 내 아들.
나이 사십넘으면 불혹이라는데, 혹하지 않을수 있다는 건 자기세계를 갖는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 자기세계라는 것은 일종의 더러운 때가 낀다는 것일수 있다. 불혹은 더럽혀저서 이제는 지울수없다는 말이다. 나의 억설인가.
나방이나 가을벌레들, 어둔 밤에 내 방 스탠드 불을 향해 날아든다.
밝음을 향해 곧장 지향하여 돌진하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그러나 이것들은 태양이나 달을 향하여 돌진할 염은 품지 못한다.
하등 생물의 인지감각의 한계 때문일까?
인간만이 태양과 별과 달을 동경한다.
이것은 자연과학의 차원이 아닌 그 무엇이다.
서울의 어머니, 위장의 조그만 흠집 하나.
15228 1988. 10. 17 (월)
'명정 사십년' 수주 변영로.
그 호쾌한 술마시기, 그 여유로움의 술마시기, 그 유모어의 술마시기.
가히 그 분은 주선일시 분명하다.
현대인의, 아니 나의 그 쫌팽이 술마시기와는 당초 그 격이 다르다.
나약한 술마시기, 음란의 술마시기, 교활한 술마시기....
15229 1988. 10. 18 (화)
어제 현장에 숨어있던 훌륭한 인격을 만나다.
30톤 집 크레인 운전사 '표순주'.
나보다 훨씬 어린 그는 나보다 훨씬 웃길의 인격을 갖고 있다.
자신에게 그지없이 엄격한 인생관은 스스로를 용서할수 없어 사표를 제출한다.
내게 보낸 고심하여 쓴 흔적 뚜렷한 명문의 편지.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가 약여한 내용이다.
자신을 그토록 방기하는 이호한과 자신에게 그토록 엄격한 표순주는 극도의 대비이다.
오늘 저녁 만나 술을 마시며 대화하기로 하였는데, 그 사직서 반려는 어려울 것이다. 대선조선에 썪기는 아까운 인격.
어머니 위장의 그것은 양성 종양, 간단한 약물 복용으로 쉽게 고칠수 있는 것이라고. 감사합니다.
15230 1988. 10. 19 (수)
어제 표순주와 청학동 고기집 마주 앉아 대화.
그는 순진하고 순결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엄격하고자하는 고집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자기현시가 되는 경향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 현시라는 형식이 말이 되고, 더욱 다변이 될 때는 혹자에게는 역겨울수 있고, 혹자에게는 설득일수 있고, 혹자에게는 감동까지도 바랄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혹자에게는 축적된 지식,경험,연구되어 사상으로 굳지 않은, 하나의 의견, 자기암시에 의한 하나의 자기도취일수도 있을 것이다.
정신적인걸 지향한다고 모든게 고상한 것도 아닐게다.
필부필부의 무지막지한 쌍소리 속에서도 진정한 고상함이 내포되어 있을수가 있다.
표순주, 너무나 스스로의 틀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을 코에 걸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이 산업사회,자본사회에서 보기드문 인격임에는 틀림없다.
어제 서울 어머니와 통화.
그 목소리에서 자신감과 즐거움을 읽고. 안심... 기쁨을...
까뮈의 '페스트'
조금씩 조금씩 진행하여 결국 회사의 화장실에서 완독.
이제 이해하다.
루를, 타루루, 랑베에르를, 코타아르를, 판네루 신부.
15231 1988. 10. 20 (목)
5시 기상.
서늘한 날씨.
새벽 俊의 조그만 육체를 안으니 얼마나 따뜻한지.
우리 막내, 내 아들.
기도.
15232 1988. 10. 21 (금)
어제 SB-345 진수.
조선의 백미는 역시 FAT진수.
진수비 나온걸로 과원들과 술마시다.
다소 늦은 기상.
수묵화에 생기를 불어넣은 듯, 바다는 새벽의 이 바다는, 그리고 하늘은 새벽의 이 하늘은 너무나 아름답게 살아있다.
바다의 심장은 어느 해저, 지구의 어느 깊고깊은 몸속일까.
엠덴 해구? 버뮤다 어디?
그곳에서 끊임없이 생명의 메시지를 보내, 흰 포말이 되어 해변에 전달되는 것인가.
그 메시지는 해변으로부터 저 능선을 질주하고 산맥을 종주하여 대지를 고동치게 하는 것인가.
그리하여 대지는 바다의 자유를 알아차리고 붙박혀 있는 허무를 이겨내는 것인가.
아, 바다의 심장은 어디 쯤일까?
아침, 저 바다 저 하늘은 진정한 생명이다. 자유이다.
15233 1988. 10. 22 (토)
어제 일찍 돌아 온 집.
대낮의 고즈넉함에 잠겨서 한낮 바다의 졸음을 본다.
자연의 그 넉넉한 여유에 비하여 내 정신은 얼마나 촐싹대며 살고 있는지.
그러나 내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촐싹댐이 타인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촐싹댐은 스스로에 대한 것이니까, 자기세계로의 도피... 진짜 이기주의의 촐싹댐.
까뮈의 페스트가 강변하는 세계와는 너무도 다른 곳의 작은 벌레의 정신.
타루루- 성자가 되려는 사람,
진정한 실존은 느끼는 것, 깨닫는 것.
실존인으로서 최선의 행위는, 그렇다.
살아내는 것이다.
15234 1988. 10. 23 (일)
일요일의 회사.
일요일 현장도 오늘처럼 조용하다면 나올만한 곳이다.
P이사와 얘기나누다.
미안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집에는 장모님과 T기 ,J기 그리고 T기 어머니 왔다고.
서울서 성규 내려와 KH근 집에 있은 모양인데 필경 그들과 또 술잔 기울여야 할 듯.
15235 1988. 10. 24 (월)
어제 집으로 성규,PS곤 ,PS곤 처,KH근 ,KH근 처,KH근 아이들(수지와 수하나)오다.
마시다.
오늘 회사 쉬기로.
성규와 길고도 긴 얘기들.
철학과 열정과 방법론까지 갖추었으니 성규는 성공할 것이다.
하나의 자기사업을 벌인다는 것은 대단한 자기주장이다.
확고한 신념과 미래에 대한 의지로서 세상에 대고 자기를 주장하는 것이다.
느낀 바가 많은데, 나 역시 이런 진창의 봉급쟁이 노예에서 허우적거릴수만 없지 않은가.
자기주장.
어머니 오시다.
호들갑스런 즐거움으로 어머니 오시다.
媛이는 아들들이 하지 못하는 것, 며느리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한다.
경제가 닿지 못하는 그것.
15238 1988. 10. 27 (목)
새벽 2시.
화장실에서 테드 휴즈 '시작법'읽다.
전도서 소리내어 읽다.
기도.
....................................................................................................................................................................................오랫만에 뜨거운 눈물 무릎을 적신다.
이윽고 6시.
여명.
저 밖은, 내 오염된 내부의 밖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리고 작용하고 계시는 순수의 세계.
15240 1988. 10. 29 (토)
어제 과우회.
기장 대변까지 차를 달려 생선회와 소주.
그러나 고참과장은 그 자리가 즐겁지 아니하다.
12시 훨씬 넘어 귀가.
아침, 英이의 낙서. 충격이다.
英이의 나이 15살. 사춘기이고 반항기이다.
다만 그 뿐이다. 제 엄마를 미워하는게 아니다.
화목한 가정이 최우선이다.
밝고 따뜻한 가정.
그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15242 1988. 10. 31 (월)
꿈,꿈,꿈.
어머니,형,媛이,작은어머니,애순이,함안댁,김선생님...
출연진도 다채롭고.
3시 기상.
기도.
英이를 생각하며 한참을...
쓰고 싶었던 주제의 소설을 줄곧 생각한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헤어진 누이의 기억, 부자집 외아들로 입양되어 순조로운 성장, 상류인으로서 출세, 새롭게 맺어진 고급문화의 관계들이 전부 그의 것이지만...
그는 의도적인 기억상실을 기도하고, 현재의 모든 상황을 부정코자한다. 누이를 찾아서, 누이를 찾아서... 그는 의도적인 기억상실을 의도한 바에 성공했는가?... 결코 아니다. 종장에 나는 그를 어디 미국으로 유학을 보낼까? 아니면 목사로 만들어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