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먼 길을 걸어오느라고 완전히 지쳐버린 마슬로바가 호송병들과 같이 지방 재판소 건물 가까이 이르렀을 무렵, 때마침 그녀를 유혹하여 타락의 길로 몰아넣은 장본인이자 대모의 조카인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네플류도프 공작은 아직도 자기 집에서 보료가 깔린 폭신폭신하고 두툼한 스프링이 아주 좋고 높직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는 앞가슴에다 주름이 잘 잡힌 깨끗한 흰 리넨 잠옷 깃을 펼친 채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고 있었다. 그는 무심히 허공을 바라보면서 오늘 해야 할 일과 전날에 있었던 일들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부호이고 사회적 명망이 높은 코르차긴 일가의 딸과 결혼하리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일과, 그 집에서 지낸 간밤의 일을 곰곰 생각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 탄 담배 꽁초를 내던졌다. 그리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