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양주는 다 같이 어색한 대로 반색을 하면서 승재를 맞는다. 그래 싸움하던 것은 어느덧 싹 씻은 듯이 어디로 가고 이렇게 천연을 부리니 싱거운 건 승재다. 그냥 말로만 주거니 받거니 하는 틀거리가 아니고, 철그덕 따악 살림까지 쳐부수는 게, 이 싸움 졸연찮은가 보다고 그만 엉겁결에 툭 튀어들었던 것인데, 이건 요술을 부렸는지 싹 씻은 듯이 하나도 그런 내색은 없고 둘이 다 흔연하게 인사를 하니 다뿍 긴장해서 납뛴 이편이 점직할 지경이다. “거 어째 그리 볼 수가 없나? 이리 좀 앉게그려…… 거 원…….” 정주사는 연방 흠선을 피운다는 양이나 끙끙거리고 쩔맨다. “좋습니다. 곧 가야 하겠어서…… 형주랑 병주랑 그새 학교엔 잘 다니나요” 승재는 이런 인사엣말을 하면서 정주사네 양주와 가게 안을 둘러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