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원이 혀를 찻다. 그러나 그네는 어느새 일어서 버리고 말았다."저런 버르쟁이."다시 진의원이 무어라 하려는데, 방문이 열렸다. 비오리어미가 술상을 개다리 소반에 보아 막 들고 들어오는 것이다. "야가, 야가, 야, 너 멋 허고 섰냐? 절 헐라고 그리여?"방안의 수작을 다 엿들어 알고 있는 그네가 오똑 서 있는 비오리를 나무라며, 딸년의 어깨를 눌러 주질러 앉혔다. 할 수 없이 술상 머리에 앉은 비오리한테 오리 모가지 술병을 안기고는 어미가 눈치 빠르게 제 이부자리를 붇움어 안고 저 방으로 건너가 버리자, 진의원은 술잔을 들었다. 그는 비오리어미의 반색이나 비오리의 앵돌아짐조차도 잊어 버린 듯 아까처럼 무표정으로 무겁게 잔을 들고만 있었다. 비오리가 얼른 술을 따르지 않은 까닭에 얼마 동안이나 그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