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응은 양 주먹으로 방바닥을 받치고 앉은 채 고개를 떨구어 꺾으며 울부짖음 같은 한숨을 토한다. 답답한 것은 기표가 아니라 기응이었다. 기표는 이미 그 민첩하고 놀라운 찰지로 이번 사단의 내막을 꿰뚫어본 것이 분명한데, 다만 그의 심증을 당사자 기응의 실토로 확인하려 조이는 것일 케고, 기응은 필사적으로 버팅기며 거기 걸리지 않으려고 마지막 뒷걸음을 쳐 보는 형국이었다. "누구는 속이 없고 짐작이 없어? 진작부터 강실이 행태가 여늬 사람같지 않아 괴이쩍게 여겼지만, 내, 말을 안했지, 어젯밤에 마당에서 벌린 괴이쩍은 무슨 말 들었을 것이야. 오늘 아침 동트기 전 아무 사람 이목 없을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소문 없이 수습해 보려고 이리로 오던 길에 내가 또 그 꼴을 봤으니, 여기 무슨 변명이 먹혀?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