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발각 궤털 허옇게 곤두선 박달이 두 귀가 바싹 질린 두려움을 가까스로 견디느라고 쭝긋쭝긋 움죽거린다. 꿇고 앉은 무릎 위에 얹힌 그의 힘줄 불거진 손이 후들후들 떨린다. 그 떨리는 것을 가누려고 저도 모르게 무릎을 움켜쥐니, 무릎까지 사시나무마냥 떨리었다. 놀란 머리터럭이 불불불 갈기처럼 일어선 박달이의 낯빛은 노랗게 질리다 못해 흙빛으로 잦아들었다. 고개를 푹 꺾어 떨어뜨린 그의 목덜미에 이기채의 대침 같은 시선이 날카롭게 꽂힌다. "무슨 일이냐?" 큰사랑 목외 장지 위칸에 고꾸라지며 엎드린 박달이를, 이기채와 함께 쏘아보던 기표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는 본디 성품도 그러했지만, 특히 아랫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와 음성을 얼음을 씻어내리듯 냉엄하였다. "저어... 저, 저." 바로 보고 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