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기표는 "뺨맞고 잘못했단 말 들으면 무엇합니까. 당헌 다음에 덕석말이 한다해도, 한 번 당해 버린 일은 물린 수 없는 것. 저런 놈한테 무단히 방심했다 허 찔리지 말고 미리 단속하셔야 헐 겁니다."하고 했었는데, 이렇게 당할 줄이야. 이기채는 분노로 와들와들 온몸이 떨리면서 자꾸만 속에서 식은 땀이 났다. 화기가 치솟아 불길이 뻗치는 것이 아니라 웬일인지 겉으로는 뇌성을 치게 호령 소리를 지르지만, 추운 사람처럼 오한이 들었던 것이다. "아니, 무슨 일이 있는게야?" 동계어른 문장 이헌의가 흰 수염이 성성하게 일어선 채로 들어온다. 노복의 전갈을 받고 급히 나선 걸음이라 숨이 차는데도, 고를 겨를이 없는 물음이다. 이헌의의 뒤를 좇아 기응이 핼쓱한 얼굴로 나타났다. 누렇게 뜨다 못해 질린 자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