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에미 애비 진의원이 마치 붙잡힐까 두려운 사람처럼 황황히 두루마기 자락을 걷으며 도망치듯 일어서 나가 버리다, 방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쩍, 소리가 나게 졸아들었다. 졸아드는 침묵이 소주를 내린다. 거꾸로 뒤집어서 전을 봉하여 덮은 가마솥 뚜껑 꼭지에서 증류로 한 방울식 떨어지는 소주같이, 침묵은 오류골댁과 기응의 정수리로 떨어진다. 그것은 검은 아교였다. 아교는 떨어진 자리에 돌처럼 굳는다. 굳어 버린 아교가 바위 덩어리보다 무겁다. 무거워 고개를 떨어뜨린 강실이의 어미와 아비는 목에다 천근 돌로 만든 큰칼 둘러 쓴 죄인들마냥, 짓눌린 어깨를 웅크린 채, 눈썹 하나,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손 발끝 머리카락 끝까지도 거멓게 굳어 버린 것 같기도 하였다. 숨조차 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