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서 허락이 내려, 청암부인을 모시어 배행하고 온 것이 바로 부인의 청암 친정댁에 누대로 세습되어 내려오는 씨종의 씨, 사노 순구, 안서방이었다. 그의 어미는 평생에 아들 셋과 딸 일곱을 낳아 상전에게 바쳤는데, 안서방은 그네의 아홉번째 소생으로, 무엇보다 그 성품이 정직하여 지푸라기 하나라도 남의 눈을 기이는 일이 없었다.그리고 부지런하였다. "내, 가장 믿을 만한 종을 너한테 주노니, 부모의 정 한 점을 떼어 다숩게 지니고 가거라. 너도 잘 알겠지만, 종이란 종모법에 의해서 그 신분이 어미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 허니, 네가 순구를 잘 눈여겨 보고 있다가 너한테 공이 많거든, 노비 아닌 양민의 처자를 애써 구해서 짝을 지어 주면, 그 자식 대에는 면천을 할 수 있으리라." "명심하겠습니다." 청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