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 눈을 구멍에 들이대고 유심히 유심히 방안을 더듬어 보자니까, 어두워서 무엇이 보여야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사람 형상 분명헌 것이 나란히 누워는 있지만, 자세히는 안 보여. 방안에 자던 사람이 무심코 눈을 뜨고 보았더라면 놀라서 소리를 지르드레, 먹장 같은 어둠 속 문짝에서 시어머니 눈알만 번들번들, 용을 쓰고 기어이 이 비밀 실마리를 캐내고 말겠다는 눈빛이니 그랬겄지, 그 눈에 불을 쓰고 살펴보았더니만, 이건 참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네. 이게 웬일이라냐. 며느리는 자기 품에 전실자식을 안고 자고, 제 자식을 내팽개쳐 문간에서 꼬부린 잠을 자고 있지 않는가. 그걸 누가 믿어? "내가 잘못 봤을 테지. 바꿔 봤을 테지." 허나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절대로 잘못 본 것이 아니었어. 몇 번이나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