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584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6- (1,4,3,3)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6- 15 인문(人文)은 관습과 제도와 종교, 그리고 사고(思考)의 틀과 기질을 만든다. 세월 따라 본질은 후패(朽敗)하지만, 세월에 의하여 그에서 파생된 더께는 인류의 집단무의식 속에 더욱 강고히 고착(固着)된다. 우리의 자아를 지배하고 있는 도그마(dogma)는 ‘과거의 마른 뼈’, 그것이다. 도그마는 순수(自然)에 대하여 오만하고 타(他)에 대하여 완고하다. 개별의 삶에다가 자꾸 능동(能動)과 적극(積極)을 부추긴다. 그건 자연과 조화로운 삶의 방식이 아니다. 자연과의 본원적 관계에 있어서 존재란 본시 수동성(受動性)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과 영화 ‘안경’의 온유함과 평화로움. 생각건대, 삶을 대하는 수동성(受動性)은 인간이 지닌 보편적 성정(性情)..

내 것/잡설들 2019.09.25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5- (1,4,3,3)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5- 13. 예전에, 다자이 오사무를 읽다보면 흠칫흠칫 놀랄 때가 많았다. 이른바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은 어떤 식으로든 읽는이의 감정밭에 소구(訴求)하는바 있게 마련이지만,오사무의 경우에는 똑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서 꼬집는듯 하였던 것이다. 지독한 열등의식, 무언가 부끄러움..무엇에겐가 미안함, 남 앞에서의 낯섬, 교유(交遊)의 서툶.. 그리하여 필사적인 광대짓..자폐성 나르시즘.. 지금은 낫살 들어 많이 나아졌지만, 한때 내 자의식은 다른 사람보다는 상당히 과잉하였을 것이다. 한때 나 또한, 타인과의 교유(交遊)라는 것이 왜 그렇게 어색하고 싫었을까. 남과의 접촉이 두려웠고 대화가 두려웠다. ‘오바 요조’처럼. 내 딴에는 필사적으로 맥을 이어가던 대..

내 것/잡설들 2019.09.25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4- (1,4,3,3)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4- 11. 몇 번이나 기도한 자살. 죽음은 어린 시절부터 오사무의 곁을 서성이며 유혹하고 있었다. 1936년, 27살 때 오사무는 ‘만년(晩年)’이라는 책이름 (15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인데 '만년'이라는 제목의 소설은 없다)으로 첫 창작집을 세상에 내어 놓았다. 새파란 젊은이의 처녀출판물의 제목이 ‘만년’이라니. 오사무는 자살을 전제로 유서를 남기듯 첫 소설을 썼다고 한다. 어느 폐허(廢墟)의 쓸쓸하고 고즈넉한 풍경화. 오사무가 꿈꾸었던 멸망의 그림이었을까. 그러나 오사무의 죽음에 미학(美學) 한줌 있지 아니하였다. 자살의 진정성, 절망으로 죽었던 것이다. 그의 자살. ‘미시마 유키오’처럼 유치한 작위적 미학 따위는 없었다. 앞에서 나는 ‘인간실격’의 ‘오바 요조..

내 것/잡설들 2019.09.25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3- (1,4,3,3)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3- 8. ‘인간실격’은 자서전이 아니라 하나의 ‘문학작품’이다. '자기주장'이나 '자기변명'의 기록이 아니다. 주인공 ‘오바 요조’는 분명히 ‘다자이 오사무’의 한 페르소나임을 부정할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사무가 자신의 자의식을 극단적으로 변용시켜서 창조한 기괴한 퍼스널리티 일 뿐이다. 오사무는 자신의 내면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데포르마숑된 인간의 실존적 본질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인간실격’에서. '오바 요조'의 불안과 공포. 어릿광대짓, 현실착시, 남자첩등으로의 여자편력, 현실부적응, 자살충동, 마약, 술.... ‘오바 요조’를 텍스트로 하여 정신분석한 논문을 읽은적이 있는데 대충 이런 얘기였다. 다자이 오사무의 여자들. 그에게는 언제나 여자가 있었..

내 것/잡설들 2019.09.25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2- (1,4,3,3)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2- 6. ‘루오’의 그림, ‘교외의 그리스도’. 달빛에 그림자 길게 떨군 예수 그리스도와 두 어린아이를 그린 그림. 쓸쓸한 그림이지만 노란 달빛의 은은한 밝음에는 어떤 구원(救援)의 따뜻함이 어려있다. 여명(黎明)은 희망의 이미지. 사양(斜陽). 서산 넘어 지는 해. 붉게 드리운 노을은 꺼져 가는 생명의 마지막 안간힘. 사위(四圍)로 스며드는 어둠은 사위어 가는 목숨의 슬픔. 사양은 멸망의 이미지다. 어머니와 가즈코와 나오지와 우에하라. (내게는 ‘나오지’에게서 오사무의 체취가 너무 짙었지만, 사양은 가즈코의 일인칭 서술구조의 소설로서 당연히 가즈코가 주인공이다.) ‘어머니’는 참으로 아름다운 허무(虛無)였다. 귀부인의 우아한 기품을 지닌채 아름답게 소멸하였다. 그리고 ..

내 것/잡설들 2019.09.25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1- (1,4,3,3)

-독서 리뷰-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1- ‘사양’ ‘인간실격’을 중심으로 ***동우*** 2012.09.07. 소설 : 사양 (斜陽) 소설 : 인간실격 (人間失格) 저자 : 다자이 오사무 (太宰 治,1909~1948) 1. 스물서넛 무렵. (1960년대말~1970년대초) 우리에게는 건배송(乾杯頌)이 있었다. 쐬주잔 부딪칠 적에는 “살루트” 막걸리 사발 나눌 적에는 “킬로친 킬로친 슈루슈루슈”. 전자(前者)는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소설 ‘사양(斜陽)’, 후자는 ‘레마르크’의 소설 ‘개선문’에서 훔쳐온 주문(呪文)이었다. 암울한 색채 자욱한 전후(戰後)의 토쿄, 소설가 ‘우에하라’ 패거리들은 허무와 데까당의 폼을 잡고서 “킬로친 킬로친 슈루슈루슈”(나는 이게 어느 나라 말인지, 무슨 뜻인지..

내 것/잡설들 2019.09.25

김약국의 딸들 (1,4,3,3)

-독서 리뷰- -박경리 作- ***동우*** 2013년 11월 29일 1962년 발표된 박경리 (朴景利, 1926~2008)의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 1963년 이듬해 유현목 감독에 의하여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김동원, 황정순, 이민자, 엄앵란, 최지희, 박노식, 주선태, 신성일등이 출연) 그 영화를 유튜브로 다시 보았다. 물론 공짜로. (화질이 썩 좋을리없는 흑백영상, 그래도 얼마나 놀라운 세상인가) 아슴한 기억 속의 인물들이 되살아나 내 옛 감성을 자극하였고, 간밤에 책장에서 박경리의 소설을 꺼내, 밤을 새면서 다시 읽었다. 좀전 책장의 대미(大尾)를 덮으면서 눈꼬리에 번지는 눈물을 훔쳤다. 아, 박경리가 내게 주는 여실한 감동. 소설의 재미와 감동은 이러해야 하느니. 이 소설의 모두(冒頭)를 ..

내 것/잡설들 2019.09.25

안나 카레니나 前,後 (1,4,3,3)

-독서 리뷰- -前- -톨스토이 作- 2012년 12월 31일 포스팅 1. 한해의 단락(段落). 겉사람은 후패할지라도 안사람, 내일 더욱 찬연하기를. 젊어 한때 나는 책 욕심이 승(勝)하였다. 월부 책장사(당시 흔한 직업)로부터 전집류(全集類)를 사들였다. (主로 어머니를 충동하여) 낱권마다 상자곽에 담겨있는 두꺼운 표지의 ‘호화 양장본(그때 전집류의 선전문구가 대개 그러하였다)' 아직 내 책장에는 헤밍웨이, 까뮈, 니체, 세익스피어, 토스토예프스키, 임어당, 톨스토이, 세계사상대계, 한국여류작가전집, 세계단편소설대계‘ 등등의 전집들이 먼지 뒤집어쓴채 꽂혀 있다. 반쯤이나 읽었을랑가, '언젠가는 숙독(熟讀)하리라'를 뇌이다가 삼사십년 세월만 흘렀다. 그러니까 승하였다는 책욕심이란 말하자면 ‘책껍데기 욕심..

내 것/잡설들 2019.09.25

안경 (1,4,3,3)

-영화 리뷰- 2012년 7월 21일 포스팅 영화 : 안경(Megane, めがね) 개봉년도 : 2007년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 코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아들아. 그저께 네가 동경에서 전송하여 준 일본영화 ‘안경’, 어젯밤에 감상하였다. 참 좋은 영화였다. 배경도 서사도 대사도 그지없이 아늑하고 심플하고 한가한. 시나브로 마음이 나른하게 편해지는 영화. 말로만 들었던 ‘슬로우 라이프’의 깊은 맛을 간접적으로너머 경험한 듯한 느낌이었다. 일상의 바이오그라프를 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사는 사람들. 인위적 인공적으로 가공하지 않는 삶. 등장인물 그 누구도 시간을 묻지 않더라. 동이 트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마냥 한가롭고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고 날이 저물면 잠자리에 드는 생활. 어디서 왔는지 어..

내 것/잡설들 2019.09.25

은교 (1,4,3,3)

-잡설- 2012년 6월 8일 소설 : 은교 저자 : 박범신(朴範信, 1946~ ) 발표년도 : 2010년 영화 : 은교 감독 : 정지우 출연 : 박해일 김고은 김무열 제작년도 : 2012년 1. 정지우 감독, 박해일 김고은 김무열 출연한 '은교', 며칠전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박범신의 소설 '은교', 조금전 책장을 덮었다. 예순아홉 늙은 시인과 열일곱 소녀와 마흔줄 장년의 작가를 등장시켜서 ‘꾸민’ 이야기, '은교'. 영화에서 김고은이 연기한 '은교'의 캐릭터는 선명했다. 반면 이적요 시인 역을 맡은 박해일은 좀 흐릿했다. (박해일의 늙은이 분장은 그럴듯 했지만 나이에 걸맞는 배우를 캐스팅하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다) 이 소설을 강추하였던 친구. 가파도에서 이 소설을 읽었을 적, 무척 감상적이었던가 보..

내 것/잡설들 2019.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