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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9권 (34)

꺽정이 외 여러 사람이 놀란 얼굴로 서로 돌아보는 중에 황천왕동이의 이야기 가 끝이 났다. 이봉학이가 꺽정이를 보고 “서림이 초사에서 일이 난 모양이오.” 하고 말하 니 꺽정이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떡이었다. 황천왕동이는 서림이 잡힌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라 “서종사 초사라니 웬 말씀이오!” 하고 물어서 이봉학 이의 이야기로 김선달에게서 기별 온 것을 알고 “그런 줄 모르구 나는 공연히 이 집 주인을 의심했구려.” 하고 말한 뒤 곧 이춘동이를 돌아보며 “용서하게. ” 하고 치의한 것을 사과하였다. “그까지 한담설화는 고만두구 관군이 지금 대체 어디쯤 오나, 뒤에 곧 오나?” “나 온 뒤에 곧 진이 풀려서 풍우같이 몰 려오더라두 늦은 아침 때 전엔 여기 못 올 겔세.” 황천왕동이가 이춘동이와 수작하는..

임꺽정 9권 (33)

이봉학이의 실없은 말 아닌 발명을 듣고 박연중이는 비로소 “그 신랑감이 어 디 있소?” 하고 물었다. “신랑감은 내 조칸데 나이는 올해 스무 살이구 인물 은 사내답게 생겼습니다.” “함씨를 지금 데리구 기시우?” 이봉학이가 꺽정이 를 가리키며 “이 형님이 데리구 기시지요. 당신 아들이니까.” 하고 말하니 박 연중이는 꺽정이를 돌아보며 “자네가 그런 장남한 아들이 있든가?” 하고 말한 뒤 다시 이봉학이를 보고 “좋긴 좋으나 겹혼인이 재미없소.” 하고 고개를 가 로 흔들었다. “겹혼인이 왜 재미없습니까?” 하고 이봉학이가 재미없는 까닭을 다그칠 뿐 아니라 “오뉘 바꿈이 혼인 중의 가장 재미있는 혼인인데 재미없다는 건 모를 말씀인걸요.” 하고 배돌석이가 재미없단 말을 책까지 잡아도 박연중이 는 아무소리 않고 ..

임꺽정 9권 (32)

“온천에 그런 도깨비가 있단 말은 전에두 있었소?” “전부터 일러 내려오는 말이 온 천의 주인 도깨비가 있어서 온천 효험을 내주기두 하구 안 내주기두 한답니다. 사오 년 전에 한번 온동네가 떠든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두 지금 같은 겨울인데 새벽에 자욱눈이 온 뒤 동네 사람 하나가 일찍 온천 앞을 지나다가 탕으루 들어 간 발자국을 보구 누가 이렇게 새벽 목욕을 하러 왔나하구 탕안을 들여다보니까 아무두 없더랍니다. 그런데 눈 위의 발자국은 들어간 것 뿐이구 나온 것이 없어 서 다들 도깨비의 장난으루 믿었습니다. 나중에 알구 보니 그때 동네서 머슴살 이하던 장난꾼 하나가 탕 안에 들어가서 세수하구 나오는데 남을 속일라고 짚신 을 꺼구루 신구 들어갈 때 발자국을 다시 밟구 나왔었답니다.” “신발을 꺼꾸 루 신으..

임꺽정 9권 (31)

곽오주 생각에는 서림이의 떨거지를 얼른 다 보내서 서림이의 관계를 단결에 끊어버리는 것이 아주 시원하여 오가의 편을 들게 된 것인데, 한온이는 미련한 곽오주가 생각이 미처 잘 돌지 못한 줄로 짐작하고 “ 이 사람아, 서가놈이 우리 도중을 배반하구 나가면 처자를 볼모루 잡아두구 애 를 태워 줄 텐데 그걸 왜 보내준단 말인가?”하고 깨우쳐 주듯 말한즉, 곽오주 가 눈을 부릅뜨고 “그놈이 배반하구 나가서 우리게 해를 부치면 그놈은 우리 도중의 역적놈이니까 그놈을 어디 가서든지 잡아죽이지, 그까짓 기집 자식을 잡 아두었다가 대신 죽일 텐가?”하고 도리어 한온이를 핀잔주러 들었다. 서림이를 미워하는 곽오주가 서림이에게 두남두는 오가와 합세하는데, 한온이는 독불장군 이 되어서 속이 버쩍 더 상하여 박유복이를 보고 ..

임꺽정 9권 (30)

“긴 말쌈 줄이노라. 오두령이 지금 도중일을 주장 알음할 듯 오두령에게 게서 모녀분을 치송하여 달라 부탁하였노라. 수남 남매는 부탁하지 아니 하였으나 만일 떼어놓고 오시면 큰일이니 게서 오두령을 보시고 미거한 것들을 두고 갈 수 없다든지 그것들이 같이 가고자 한다든지 잘 꾸며 말쌈하면 오두령 은 이곳과 정분이 두텁고 또 마음이 서그러져서 공연히 까다로이 굴지 아니할 듯 수남 남매 다 데리고 수이 좋이 오시기 믿고 바라노라. 이 글월 보고 곧 불 에 넣어 태우시라.” 한온이가 이 편지를 보고는 서림이를 의심 안할 수 없었다. ‘타처루 도망할 준비가 아니면 조정에 귀순한 모양이다. 귀순을 조정에서 그렇 게 쉽사리 받아줄까. 자현두 아니구 잡혔다는데. 옳지 옳지, 자현하면 무사하게 될 길을 뒤루 뚫어놓구 남의..

임꺽정 9권 (29)

“서울서 전인이 왔다갔습니다.” “서울 전인이 언제 왔다 언제 갔어?” “어 젯밤에 와서 자구 오늘 새벽에 갔습니다.” “편지 답장두 해야겠구 온 사람에 게 물어볼 말두 있는데 왜 여기까지 데리구 오지 않구 그대루 보냈단 말인가.” “그러지 않아두 저이 주인이 편지 답장을 맡으러 저하구 같이 가라구 말하니까 그 사람 말이 답장 맡으러 다른 데까지 갈 것두 없구 또 서울 볼일이 있어서 곧 가야 한다구 합디다. 그래서 그 사람은 서울루 바루 가구 저만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이 혹시 무슨 다른 말이 없든가?” “다른 말씀은 별루 듣지 못했습니 다.” 꺽정이가 그 심부름꾼에게는 더 캐어물을 말이 없어서 신불출이더러 데리 고 나가서 행하를 주어서 보내라고 이르고 옆에 앉은 이봉학이를 돌아보고 “천 왕동이나 있..

임꺽정 9권 (28)

3 청석골 꺽정이는 스물나흗날 저녁때부터 밤중까지 서림이 오기를 헛기다리다 가 오지 않는 데 홧증이 나서 “요런 사람이 있나. 내가 떠먹듯이 일렀는데 오 늘 아니 오니 무얼 믿구 내 말을 어기나. 나중에 어디 보자.” 서림이가 오기 곧 하면 무슨 거조를 낼 것같이 별렀다. 꺽정이를 뫼시고 앉았던 여러 두령 중의 박유복이가 서림이 두둔보다도 꺽정이 위로로 “내일 아침 떠나시기 전엔 오겠 지요.”하고 말 한마디 하였더니 “내일 아침에 꼭 올 것은 네가 다짐할 테냐? ” 꺽정이가 큰 눈을 흰자투성이로 뜨고 불호령조로 말을 하는 것이 애매하게 화풀이를 받을 것 같아서 “남의 일을 제가 다짐이야 어떻게 합니까?”하고 박 유복이는 뒤를 뺐다. 다른 두령들은 물계를 보고 잠자코 있는데 눈치 없는 곽오 주가 비꼬아 하..

임꺽정 9권 (27)

이튿날 아침에 좌변 포도대장 김순고가 예궐하여 도적 잡는 일로 탑전정탈을 받자올 일이 있다고 폐현을 청하였더니, 상후가 마침 미감으로 미령하여 승전색 이 포장의 말을 물어들이란 어명을 받들고 정원으로 나왔다. 내시라도 어명을 받은 사람이라 김순고가 승전색에게 절을 한 뒤 “해서대적 임꺽정이의 도당 서 림이란 자가 엄개라고 변성명하고 숭례문 밖에 와서 있는 것을 탐지하옵고 체포 하여다가 죄상을 대개 추문하온즉, 지난 구월 초오일에는 장수원에서 모여서 전 옥서를 타파하려고 이러이러하게 획책하였다고 말하옵고 오는 이십육일에는 평 산 남면 마산리에 모여서 신임 봉산군수 이흠례를 살해하려고 준비할 터인데 대 개 이러이러한 까닭이라고 말하오니, 그 말을 다 준신할 수는 없사오나 부장 하 나, 군관 하나를 속히 역마..

임꺽정 9권 (26)

좌변 포도대장 김순고의 집은 잿골 초입이라 파자교에서 돈화문을 바라보고 올라오다가 대궐 앞에서 왼편으로 꺾이어 관상감 재를 넘어와서 계산골 다음 북 쪽으로 뚫린 골목을 들어서니 고만이었다. 서림이가 포도대장을 뵈워지라고 청 할 때는 보지 못할까 은근히 근심까지 되더니 대장집에 불려오게 되어 포청문 밖을 나서며부터 포도대장을 보고 싶은 생각이 천리만리 달아났다. 꺽정이의 반 의 반만한 힘만 있어도 포교 서너 놈 한 주먹에 때려눕히고 들고 뛸 수 있을 것 을 생각하니 꺽정이의 힘이 새삼스럽게 부러웠다. 하늘 끝 닿은 데까지 훨훨 가 고 싶은 생각도 나고 밤새도록 거리로 바장이고 싶은 생각도 나서 자꾸만 갔으 면 좋겠는데, 고만 다 와서 솟을대문 앞에 걸음을 멈출 때 포교 하나가 “아이 추워.”하고 몸을 흔드..

임꺽정 9권 (25)

서림이가 와서 묵던 객주의 안팎 사람들은 모두 엄오위장으로 알고 객주 주인이나 잡히면 물어볼 텐데, 주인은 몸을 피하여 아직 잡지 못하고 그뒤 에는 밀고한 최가밖에 서림이의 얼굴을 알만한 사람이 없어서 서림이 입에서 직 토를 받으려고 서두르던 판에 제 붙이가 서울 안에 있단 말이 귀에 뜨이기도 하 거니와 그보다도 윤영부사댁 도차지의 이종되는 사람을 대적으로 잘못알고 잡았 으면 잡아온 포교들과 문초받는 부장은 말할 여지 없고 대장까지도 추고쯤을 당 하게 될는지 모르므로 부장이 뒤가 나서 서원과 수군수군 공론한뒤 서림이를 내 려다보며“네 이름은 무어야?”하고 물었다.“외자이름은 개올시다.”“엄개야? 오냐, 내 말루 네 이종이 영부사댁 도차지라니 그 사람에게 물어봐서 이종이 아 니라기만 하면 너는 죽구 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