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1권 (1) 1. 청사 초롱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 거기다가 대숲에서는 제법 소리까지 일었다. 하기야 대숲에서 바람 소리가 일고 있는 것이 굳이 날씨 때문이랄 수는 없었다. 청명하고 볕발이 고른 날에도 대숲에서는 늘 그렇게 소소한 바람이 술렁이었다. 그것은 사르락 사르락 댓잎을 갈며 들릴 듯 말 듯 사운거리다가도, 솨아 한쪽으 로 몰리면서 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잔잔해졌는가 하면 푸른 잎의 날을 세워 우우우 누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그래서 울타리 삼아 뒤안에 우거져 있 는 대밭이나, 고샅에 저절로 커오르는 시누대, 그리고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왕 댓잎의 대바람 소리는 그저 언제나 물결처럼 이 대실을 적시고 있었다. 근년에 는 이상하게, 대가 시름거리며 마르기도 하고, 예전처럼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