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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5권 (43)

카지모도 2023. 2. 28.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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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말씀이오? 장계를 하는데 일이 중대치 않게 되도록 어떻게 하오? 장

계를 하자면 자연 이봉학과 계향에게 문초를 받아서 전후사 사실대로 주달하지

별수 있고. 장계학 때 내 처지로는 자열소까지 아니할 수 없소.” “이러고 저러

고 하관이 소지 놓고 가면 고만 아닙니까. ” “영감이 소지를 놓고 가면 소지

놓고 가게 된 사실을 위에 장계할 수 밖에 없단 말이오.” “그러면 어떻게 해

야 좋겠습니까?” “나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질정한 생각이 없으니 도사를 불

러서 같이 상의해 봅시다.”도사가 불려들어와서 감사와 부윤의 말을 들은 뒤에

일을 버르집으면 감사 말씀과 같이 의외에 중대하게 될는지 모르고, 또

그렇게 까지 가지 않더라도 부대윤으로 감영 비장과 기생 다툼하다가

소조를 당하였다는 소문이 세상에 나면 부윤의 체면이 손상될 터인즉

감사가 옹용 조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역설하여 벼슬 버리고 간다던 부윤도

마침내 감사에게 잘 결처하여 달라고 청하게 되었다. 감사는 곧

좌기할 기구를 차리게 하고 이봉학이를 잡아다가 계하에 꿇리고 관정 야료한 것

을 중책한 뒤에 기과로 일을 결처하였다. 부윤 생각에는 감사가 톡톡히 분풀이

를 해주려고 들면 일을 굉장히 버르집지 않더라도 벼슬도 갈 수 있고 녹도 깎을

수 있는 것을 종시 사정을 두어서 기과쯤 시키고 말았거니 하여 불만한 마음을

속에 품었다. 부윤은 영중추부사 윤원형의 문하 사람이라 혼천동지하는 윤원형

의 세력을 빌어서 감사를 찍어누르고 분풀이를 쾌히 해볼 생각이 들었다.

비장 이봉학은 위인이 방자하여 수청 기생을 치죄한다고 관정에 와서 야료까지

하고 감사는 그 비장을 편애하여 일을 옹용조처한다고 흐지부지하여 결말을

지었다고 부윤이 감사와 봉학이를 함께 엮어서 서울로 기별하였다.

다른 감사만 같았더면 윤원형의 서슬 퍼런 호령 편지쯤 안 받지 못하였을

것인데, 이윤경의 신망이 워낙 높기도 하려니와 그 아우 이준경이 당시

벼슬이 의정부 우찬성 겸 병조판서로 원형에게 견중하는 재상이라 부윤

의 기별이 신통한 보람을 내지 못하였다. 수십일 후에 감사가 그 아우의 편지

한장을 받았는데 간지 원폭 속에 쪽지 별폭이 들어 있었다. "일전에 공사로 영중

추 말씀이 전주부윤이 감영비장 이봉학이란 자에게 욕을 본 일이 있는데 백씨

영감이 그 비장을 편애 하여 부윤의 설분을 해주지 않은 모양이라고 하기에 내

가 대답하기를, 비장 이봉학은 무예가 절등하고 전공이 특수하여 사백이 장발한

사람이라 혹시 편애할는지 모르나 편애한다손 잡더라도 사백의 성질이 잘못한

일을 두둔할 리는 만무할 중 믿는다고 하였더니, 영중추가 웃으면서 무예 있는

자면 장발하는 것은 좋으나 부윤을 욕보였다면 부윤 대접으로라도 비장을 갈아

버리는 것이 옳지 않으랴하고 말합디다. 이봉학이를 영하에 두어서 말썽이 도

날것 같으면 속히 달리 옮겨주는 것이 좋을 듯하나 형님 의향에는 어떠합니까."

별폭 사연 뜻이 대강 이와 같았다. 감사가 이 편지를 받아본 위로 봉학이의 벼

슬을 옮겨줄까 생각하는 중에 마침 제주목사 관하의 정의현감이 신병으로 소지

를 놓아서 감사가 위에 장계하는데 작년에 영암서 도망한 왜적들이 제주를 엄습

한 사실과 사년전에 한라산에서 사로잡힌 왜적 ‘망고사부로’의 무리가 정의에

침입한 사실을 열거하고 왜적을 방비할 만한 재감 있는 무변을 정의 현감으로

택차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한 뒤 비장 이봉학이 무예와 재간이 이에 합당하다고

주장한 뒤 비장 이봉학이 무예와 재간이 이에 합당하다고 천하였다. 도신이 밖

에서 천하고 병판이 안에서 품하여 거미구에 이봉학을 정의현감 제수하고 편도

부임케 하란 특지가 내리게 되었다. 봉학이는 비장으로 전주 있지 못하고 현감

으로 정의 가는 것이 마음에 좋지 않았다. 감사 밑을 떠나게 되는 것도 여간 섭

섭하지 않거니와 계향이 옆을 떠나게 되는 것이 진정 싫어서 치하인사를 받을때

눈살까지 찌푸렸다. 감사가 이 눈치를 알고 어느 날 조용한 틈에 봉학이를 불러

서 말을 이렀다. ”너 정의 가는 것이 맘에 싫으냐?”“황송하온 말씀이오나 정

의 가옵는 것이 소원이 아니외다.” “어째서 소원이 아니야?” “소인은 일평

생 사또 막하에 있기가 소원이외다.” “그것은 내가 네게 바라는 바가 아니다.

정의 가서 치적을 나타내서 나의 천한 보람이 있게 해라.”“녜.” “내가 선비

하나를 너의 책방감으로 골라놓았다.” “황감하오이다.” “너의 가권을 교하서

데려올 터이냐?”“아니올시다. 혼자 가 있겠소이다.” 봉학이는 계향이를 떼어

놓고 차마 혼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혼자 가 있겠다고 말할 때 풀기가 없었

다. 감사도 봉학이의 속을 짐작하는지 봉학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적이 웃었다

. 감사가 전최고과법을 봉학이에게 들려주었다. 공변되고 밝고 청렴하고 부지런

하면 이는 선치수령이요, 탐하고 포학하고 게으르고 용렬하면 이는 악치수령이

니 그 고을의 전야가 개착되고 호구가 증가되고 부역이 고르고 학교가 폐해지고

송사가 정체되느냐, 이로써 선치의 최와 악치의 전이 서로 다른데 다섯 번 고과

에 오상이요, 열 번 고과에 십상이면 선치수령으로 뽑히어 관직이 오르는 법이

었다. 이외에도 수령 노릇하는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을 말해 주느라고 말

이 길어서 봉학이는 선화당에 오래 있었다. 봉학이가 처소에 내려오니 계향이가

맞아들여 웃옷을 벗기고 부채질해 주며 “사또를 뫼시고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하셨소?” 하고 물었다. “사또께 여러 가지 말씀을 들었다.” “정의를 가

기 싫다고 말씀 여쭈셨소?” “가기 싫은 걸 싫다구 여쭙지 좋다구 여쭐까.”

“사또께서 꾸중 안하십디까?” “너를 못잊어 한다구 꾸중하시더라.” “나으

리가 나를 못잊어 하시던가요? 나는 몰랐지.” 하고 계향이가 방그레 웃었다.“

웃지 마라. 속상한다.”“내가 웃어서 될 일이 안됩니까?”“나하고 떨어지는게

좋아서 웃음이 나오느냐?”“왜 떨어져요? 나는 따라갈 텐데.”“네 맘대루 따

라오구 내 맘대루 끌구 가면 걱정이 없겠다.” “내가 따라갈 테니 걱정 마세요.

” “기적은 누가 없애 준다더냐?” “형방 나으리가 없애 준다구 장담하십디

다.” “형방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만 필경 나를 놀릴라구 하는게니

속지 말구 가만 있거라.” “나도 형방 나으리 거짓말에 속아서 놀 사람이 아니

에요.” “열흘 동안에 무얼 어떻게 한단 말이냐?” “내일부터 병탈하고 있다

가 반신불수 되었다고 소지를 올리면 기적을 없애준다고 하셨어요.” “기적에

있는 기생을 형방 맘대루 떼구 달구 한단 말이냐. 참말 반신불수가 되었더라두

기적을 없애는 것은 사또 처분에 달렸다.” “누가 그걸 모르나요?” “그 따위

얕은 꾀에 사또가 속으실 양반이냐?” “사또께서 형방 나으리에게 말씀이 계셨

답니다.” “그게 형방의 거짓말이다.” "그렇게 의심 말고 두고 보세요." "사또

께서 너희들이 이렇게 이렇게 해서 나를 속여라 하고 말씀하실 듯하냐?" "이렇

게 이렇게 하는 것은 형방 나으리와 내가 생각한 것이지 사또 말씀이 아니에요."

"그럼 사또께서는 무어라구 말씀하셨다더냐?" "나를 나으리 주어 보냈으면 좋을

듯한 어운이 기시더래요." 감사의 자상함으로 자기의 정곡을 통촉하고 그런 말

씀을 하였을는지 모르거니 봉학이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형방이 언제 그렇 말을

하더냐?" "아까 여기 오셔서 한참 기시다 가셨세요." "나보구 이야기하려구 기다

렸단 말이냐? 그럼 내가 가서 좀 자세히 물어보까." “ 나리더러는 말씀 말고 참

말 병이 난 체하고 집으로 나가라고 말씀합디다. 나으리는 모르는 체해 두시오.

” “무슨 도깨비 놀음인지 모르겠다. 너더러 나를 속이래?” “귀신방도 차차

작별한 테니까 도깨비 놀음도 좋지요.” 하고 계향이가 또 방그레 웃는데 아까

웃지 말라고 핀잔주던 봉학이도 이번에는 계향이를 따라 빙그레 웃었다. 이튿날

아침때 계향이가 몸이 아프다고 하고 집으로 나가더니 저녁때 뒤보러 가다가 평

지에서 낙상하여 통히 운신을 못한다고 통기가 감영 안에 들어왔다. 봉학이가

계향이를 나와 보니 겉으로 상한 데는 별반 없으나 앓는 모양이 아무리 보아도

속으로 다친것 같아서 “참말 아프냐?” 하고 묻기까지 하였다. 계향이의 집에

의원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며 늙은이와 계집아이는 하루 종일 상약을 만들고 첩

약을 달이느라고 밥들도 제때에 먹지 못하였다. 계향이가 약 재촉은 뻔찔 하면

서도 약 먹기는 죽기보다 싫어하고 약을 먹으면 도르는지 먹지 않고 쏟아버리는

지 약 같은 검은 물이 하루 한두 번 놋요강에 그들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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