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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5권 (44)

카지모도 2023. 3.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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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향이가 몸져 누운지 육칠 일 만에 머리 들고 일어나기는 하였으나 한편 다리

팔을 조금도 쓰지 못하였다. 의원들의 말이 영영 반신불수가 될 것 같다고 하여

계향이는 문병오는 사람을 보면 한숨을 쉬고 눈물까지 흘리었다.

계향이가 병신이 되엇 기생 거행을 못하겠다고 소지를 바치니 감사가 행수기생을

불러서 물어보고 또 수노를 내보내서 알아보았다. 반신불수 병신 된 것이 확실하단

말을 듣고 감사는 계향이의 이름을 기적에서 빼고 다른 계집으로 대까지

들여세우게 하였다.

정의 현감 교지가 서울서 내려온 뒤 벌써 여러날이 지나서 신연 하인이 올때도 되었으

나 풍랑에 뱃길이 늦었는지 아직 오지 아니하였다. 이때 마침 감사의 과만이 다

차서 내직으로 옮길지 잉임이 될지 모르는 중이라 봉학이는 아주 알고 갈 마음

이 있었는데, 신연 하인 오기 전에 감사의 벼슬이 동지중추부사로 옮았단 기별

이 먼저 내려왔다. 갈린 감사가 내행은 먼저 치송하고 자기는 새 감사

가 와서 겨대하여 주기까지 있을 작정으로 뒤를 수습하는 중에 벼슬이 다시 옮

아서 경기감사로 가게 되었다. 경기에 감사가 궐이 났는데 조정에서 동지 이윤

경이 가장 적당하다고 공론이 돌아서 특지로 제수되었다. 내행 갈 때 배행으로

떠난 예방비장은 말할 것도 없고 형방 이외 다른 비장들도 많이 감사를 따라서

경기로 가게 되는데 봉학은 혼자 전라도에 떨어져 있게 되니 심정이 상하였다.

봉학이가 정의서 온 신연 하인을 묵혀가며 문칫문칫하고 떠나지 아니하여 감사

가 독 떠나라고 이르니 봉학이는 “행차 또 납신 뒤에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

였다. “나는 교부해 주구 가자면 얼마 동안 더 있어야겠으니 너 먼저 가거라. 편

도 부임하라시는 특지를 물어가지고 오래 지체하는 법이 아니다.” “소인이 사

또 그늘을 떠나옵는 것이 진정 어린아이 젖 떨어지는 것 같소이다. 소인을 경기

작은 골루 옮겨 주실수 없습니까?” “그건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내지

수령은 변지와 달라서 사오십 년 전까지도 무변은 하지 못하는 법이 있었다.”

“그런 줄은 모랐소이다.” “그런 생각 말고 정의 가서 선치수령이 되어라. .선

치 수령으로 이름이 나면 혹 내지로도 옮길 수 있을 것이다.” 감사 말끝에 봉

학이는 허리를 굽신하고 한동안 주저주저하다가 “계향이를 데리구 가두 좋습니

까?” 하고 품하니 감사가 웃으며 “데리구 가서 치료해 주려느냐?” 하고 물었

다. 봉학이가 감사 분부를 어기기 어려워서 감사보다 먼저 도임길을 떠나는데

봉학이 자기는 보교를 타고 책방은 말을 태우고 계향이는 승교바탕을 태웠다.

해남 관두량에 와서 배를 타고 수로로 구백칠십 리 제주를 무사히 득달하여 목

사를 뵈온뒤에 다시 육로로 일백삼십 리 정의에 와서 도임하였다. 일개 사수 이

봉학이는 천여 호 골의 원님이 되고 일개 기생 계향이는 원님의 안으서님이 되

었는데 이봉학이의 직함은 정육품 돈용교위 정의현감 겸 제주진병마절제도위요,

계향이의 호강은 곧 실내마님과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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