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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5권 (46)

카지모도 2023. 3. 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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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꺽정이에게 편지할 때 한번 유복이를 데리고 와서 몇 달 놀다 가라고

말하였더니 꺽정이에게서 육로 천 리, 수로 천 리에 놀러가기가 쉽지도 않거니와

자기나 유복이나 원님의 손님 노룻할 주제가 못 된다고 거절하는 회답이 왔었다.

봉학이가 한번 서울을 올라갔다 오려고 생각하고 먼저 계향이에게 의논하니

계향이는 “수이 내적으로 옮기실 테라면 먼 길에 왔다갔다 하실 것 무어있소.”

하고 그만두면 좋을 뜻을 말하였다. “그렇게 쉽게 내직으루 옮기게 될지 누가

아나.” “지난번 구사또 서간에 그런 말씀이 기셨다고 하셨지요.” “차차 주선해

보자는 허락은 기셨지만 그것두 한번 가서 보입구 말씀으루 품해 두는 것이

좋을 거야.” “상서로 사뢰어도 구사또께서 어련히 나으리 일을 생각해 주시리까.”

“여러 가지 볼일이 있으니까 겸두겸두 가볼까 하는 말이야. 부모 산소에 소분두

한번 해야지 남의 자식된 보람이 있지.” “외조모님은 산소에 소분해 달라고

유언까지 하셨다지요?” “외할머니 덕으루 잔뼈가 굵어진 사람이 그만 유언을

이때까지 한번 시행 못한 것두 도리에 틀리는 일이지.”“전주서부터 별러 오시는

일이니 조금 더 미루어 두시구려.”

“꼭 수이 서울루 가게 된다면 모르지만 여기서 육 년 과만을 채우게 될지 누가

아나.”“올안에 내직으로 승탁되실 테니 염려 마시고 기다리세요.”“염려 말구

기다리란 품이 바루 승탁을 시켜줄 사람의 말 같네그려.”“내 말이 맞을 테니

두고 보셔요.”“만나보구 싶은 사람두 있구 아무래두 맘 내키는 김에 한번 가

야겠어.”“만나보구 싶으신 사람은 누군가요?”“내직으루 승탁될 것을 미리

아는 사람이 그건 어째 모르나?”“알아내라시면 알아내지요. 교하 기신 마나님.

”“잘 알았네.”“양주 사는 장사는 어떱니까?”“그래두 다는 못 알았어.”“

그외에 또 누가 보고 싶으시까. 옳지, 알았어요. 양주 장사더러 다리고 오라셨단

사람이지요. 그렇지요?”“그렇게 자꾸 주어대서 알라면이야 누가 모르까.”“그

래 정말 가신다면 나는 어떻게 하실 테요?”“여기 있지 어떻게 해?”“나는 싫

어요. 나으리하고 같이 갈 테요.”“같이 가면 둘이 다 비편할 테니 쓸데없는 소

리 말게.”하고 봉학이는 계향이의 같이 가겠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봉학이

는 혼자 계향이를 달래고 계향이는 혼자 떨어지지 않으려고 봉학이를 조르던 끝

에 봉학이가 서울을 갔다 오는 동안 계향이는 전주 가서 있기로 의논이 작정되

었다. 봉학이가 목사에게 수유를 받으러 제주에 올라갔을 때 마침 대정현감에게

서 목사에게 급한 보장이 올라왔는데 보장 사연은 대정 서편에 있는 죽도에 왜

적선 삼사 척이 와서 닿았다는 것이었다. 죽도서 북으로 돌면 제주요, 남으로 돌

면 정의라 대정은 말할 것 없고 제주와 정의도 미리 방비를 아니할 수 없어서

봉학이는 수유도 얻지 못하고 급히 환관하였다. 죽도에 닿았던 적선이 대정 본

토도 침노하지 않고 어디로 가버리어서 십여 일 후에 적선 소동이 가라앉았다.

봉학이가 제주를 다시 가기가 번폐스러워서 목사에게 서간으로 수유를 청하였다

가 적선 출몰하는 즈음에 공관이 부질없으니 아직 중지하란 목사의 회답을 받았

다. 봉학이는 여러 가지로 서울을 가려고 벼르다가 못 가게 되어서 괴탄하였으

나, 계향이는 늙은이와 계집아이에게 맡겨둔 전주집을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지마는 단 한 달 동안이라도 봉학이와 떨어지기가 싫은 까닭에 되레 해

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달포뒤에 서울 인편이 있어서 봉학이가 이우윤께 상서하

는데 올에는 꼭 한번 가서 뵈오려고 하다가 적선 소동에 수유를 못 얻고 말았다

고 말씀하였더니, 그 다음 이우윤의 답장에 조금 더 참으면 자연 서울 와서 보

게 될는지 모르니 구태여 수유 얻어가지고 오지 말란 뜻의 사연이 있어서 봉학

이는 서울 갈 생각을 접어놓고 내직으로 옮길 날을 기다리고 지내었다. 이우윤

의 주선으로 봉학이의 벼슬이 오위부장으로 옮아서 이봉학이가 정의서 떠날 준

비를 차릴 때 정의 백성들이 관가에 원류 들어오는 것은 고사하고 제주목사에게

등장들까지 올라갔다. 봉학이가 계향이를 데리고 제주로 떠나는 날 읍촌 백성

남녀노소 천여 명이 말머리에 결진하고 길을 터주지 아니하여 봉학이는 할 일

없이 관가로 다시 들어와서 서간으로 목사께 행지를 취품하였더니 목사가 새 현

감 내려오기까지 있으라고 회답하여 봉학이는 구관으로 골 일을 보고 있게 되었

다. 봉학이가 모든 일을 전과 같이 보되 오직 전에 없이 계향이를 데리고 각처

로 구경을 많이 나다녔다. 어느 날 조연에 나가서 게를 잡고 놀다가 그날 묵고

이튿날 읍으로 들어오는데 마중나온 사령이 서울서 하인이 왔다고 말하여 어디

서 하인이 왔을까 의심하며 관가로 들어왔다. “그 하인이 어디 있느냐? 불러들

여라.”하고 사령에게 분부하였더니 얼마 만에 사령만 들어와서 “그 하인이 객

사 앞 술집에 가서 술을 먹구 있습니다.”하고 아뢰었다. “술을 먹는다구 부르

지 않았단 말이냐?”“안전께서 부릅신다구 말씀을 했드니 술을 좀더 먹구

들어온다구 일어나지 않습디다.”“변변치 않은 놈두 다 많다. 내가 기다리구 있

다구 얼른 들어가잔 말을 못했단 말이냐!” 봉학이가 그 하인을 곧 불러오라고

다른 사령들을 다시 내보냈다. 한동안 뒤에 몸을 가누지 못하도록 술이 취한 사

람을 사령들이 좌우 부축하고 들어오는데 봉학이가 ‘대체 어디서 온 완만한 하

인인가.’하고 생각하며 들어오는 하인을 내다보다가 별안간 “아, 이게 누구요?

”하고 소리치며 곧 뜰 아래로 쫓아내려갔다.

제주목사나 점마별성이 노문 놓고 행차할 때 원님이 나가서 지경에 등대하거

나 중간에 마중하는 일은 있지마는 예사 손님이 관가에 들어올 때 원님이 방에

서 대청으로 나오는 일도 별로 없는데 손님도 아니고 하인이요, 하인도 하인 나

름이지 갓도 못 쓰고 패랭이 쓴 하인을 원님이 뜰 아래까지 쫓아내려와서 맞아

올리니 좌우에 있는 관속들이 모두 놀라서 눈들이 휘둥그래졌다. 관속들이 어이

없이 보고 있는 중에 봉학이가 패랭이 쓴 사람을 붙들고 동헌방으로 들어와서

좌정한 뒤에 “형님, 어째 소문두 없이 오셨소?”하고 물으니 그 사람이 “내가

소문 놓구 다닐 주제가 되나.”하고 껄껄 웃었다. “유복이하구 같이 오셨소?”

“아니.” “그럼 혼자 오셨소?” “천왕동이하구 같이 왔네.” “천왕동이는 어

디 있소?” “제주 있네.” “같이 오시지 않구 왜 제주다 두구 오셨소?” “천

왕동이가 제주루 귀양을 오는데 내가 따라왔네.” “무슨 일루 귀양을 왔단 말

이오?” “차차 이야기함세.” “오실 때 유복이를 보구 오셨소?” “보구말구.

같이 오구 싶은데 못 와서 말을 조만히 하데.” “무슨 못 올 일이 있던가요?”

“좀 그런 일이 있어.” “유복이가 지내기는 과히 어렵지 않습디까?” “잘 지

내지.” “농사하나요?” “아니.” “장사하나요?” “아니.” “농사두 안 하

구 장사두 안 하구 어떻게 잘 지낸단 말이오?” “농사하구 장사해서 잘 지낸

수 있나.” “그럼 생화가 무어란 말이오?” “놀구 먹는다네.” “무슨 수가 생

겨서 놀구 먹을까.”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듣게.” “사람은 아직 적같이 진

실하지요?” “그럼 진실하구말구.” “장가는 잘 들었소?” “잘 들었지.” “

유복이 안해를 보셨겠지.” “보다뿐인가. 친수숙같이 지내네.” “자녀간 무얼

낳소?” “혼인한 지는 벌써 삼 년인데 아직 생산은 못했어.” “참말 친환은

좀 나으시우?” “나실 리가 있나. 점점 더하시지. 올 여름에는 꼭 일을 당하는

줄 알았더니 생량한 뒤부터 다시 좀 그만하셔서 내가 떠나왔네.” “누님 아주

머니 다 무고하구 백손이 잘 있소?” “아직 별고들 없네.” “칠장사 선생님

문안 자주 들으셨소?” “올 봄에 내가 잠깐 가서 보입구 왔네.” “근력이 전

과 같으십디까?” “근력 좋으신 품은 아직두 몇십 년 더 사실 것 같데.” “올

에 여든 몇이시던가?” “여든넷이시지.” “나두 이번에 서울 올라갈 때 선생

님을 보입구 가려구 생각하우.” “참말 내직으루 올라가게 되었다지. 나는 제주

와서 들었네.” “내가 요전 떠나려구 작정한 때 떠났더면 이렇게 못 만나구 길

에서 교위될 뻔했소.” “제주서두 들었지만 아까 술집에서 여러 사람의 말을

들어 보니 전에 없는 명관이라구들 하데. 나두 듣기 좋데.” “백성이 아직 우매

하니까 원노릇하기가 과히 힘들지 않습디다. 그렇지만 명관 값에야 갈 수 있소.

단지 내 전에 여러 등내 명관이 없었던갑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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