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권커니잣커니 먹느라고 술을 네 번이나 더 내왔다. 술기운이 팔구 분 오 른 뒤에 꺽정이가 봉학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자네는 대체 이 세상이 어떻 다구 생각하나?”하고 물었다. “어떻다니 무슨 말이오?” “좋은 세상이냐 망 한 세상이냐 묻는 말이야.” “글쎄 좋은 세상이라군 할 수 없겠지.” “내가 다 른 건 모르네만 이 세상이 망한 세상인 것은 남버덤 잘 아네. 여보게 내 말 듣 게. 임금이 영의정감으루까지 치든 우리 선생님이 중놈 노릇을 하구 진실하기가 짝이 없는 우리 유복이가 도둑눔 노릇을 하는 것이 모두 다 세상을 못 만난 탓 이지 무엇인가. 자네는 그렇게 생각 않나?”하고 꺽정이가 흰자 많은 눈으로 봉 학이를 바라보았다. 꺽정이의 입에서 말이 부프게 나올 때 눈동자 위로 흰자가 많이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