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띄우지 않고 행차를 기다리던 사공이 배에 오르는 양반을 보고는 공연히 입을 삐쭉하였다. 배가 물 깊은 중간에 와서 사공이 삿대를 놓고 노를 저으려고 하는데 뱃고물에 앉은 농군 한 사람이 가로 거칠 것을 보고 "비켜 나우. " 하고 불쾌스럽게 말하니 농부가 일어나서 배 안을 둘러보며 "어디 가 설 데가 있어야지. " 하고 대답하였다. 배에 사람과 짐승을 가뜩 태워서 선창 중간에 앉았는 옷 잘 입는 양반의 앞과 옆 외에는 설 틈이 별로 없었다. "저리 못 가우! " 하고 사공 이 양반 앉았는 곳을 가리키며 소리를 왝 지르니 농군은 "양반님네 옆댕이루 어 떻게 가라우? " 하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가라거든 어서 가, 잔말 말구. " " 양반님네 꾸중하면 나는 모르우. " "아따 못두 생겼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