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해도 죽인다는 말은 마시오. 부모 말이 문서라는데.""문서 아니면 저년이 살어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만 알고 나만 알고 감쪽같이 숨겨질 일이라면 나도 귀신을 꾀어서라도 감추어 보고 싶지마는, 그렇게 될 일이 아니잖은가 말이오. 벌서 우리말고도 진의원이 아는데다, 그 입은 또 어떻게든지 막어 본다 허드라도 저 배를 어쩔 것인가. 저 배를"거기까지 말하던 기응이, 다시 속에서 치미는 울화를 가누지 못하고 주먹을 부르쥐었다. 갑자기 아까보다 더 견딜 수 없는 분노와 처참한 배신감에 휩사인 그의 턱이 덜덜 떨린다. 그의 전신을 뒤집으며 어오르는 것이 증오인지. 억울함인지, 원통함인지, 그는 가릴 수가 없었다. 그 뒤범벅을 모조리 뒤집어쓰고도 다른 말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은 오욕스러움이 기응을 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