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실이를 눕히며 오류골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일이야 물론 그 끔찍 참변의 "태맥."이란 소리 들었을 때 이미 다 글러 버린 것이었지만, 새끼 낳은 어미의짐승 같은 본능으로, 어떻게든, 이 다 떨어진 치맛자락으로 가리고 감추어서 아무도 눈치 못 채게 무마해 볼 수는 없을까, 가련한 방책을 찾아보려 한 것이 사실이었다. 반가의 부녀로 이러한 일 당하여서 더러운 목숨 부지해 보겠다고 눈알 굴리는 것이, 능욕보다 더 욕된 일인 것을 그네가 모를 리 있으리야. 비록 반가의 여인 아니라 할지라도, 조선의 강토가 난 아녀자, 노류장화 창기라면 모르겠거니와 그 어느 누구라서 몸을 더럽히고 살기를 꿈꾸리오. 더욱이나 이처럼 서릿발 돋는 가문에서 아직 시집도 안 간 규방의 처녀로, 종조모 상중에 아이를 배었다니. 아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