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7권 1. 검은 너울 "무릇 남자가 여자 같은 기질이 많으면 혹은 간사하고 혹은 연약해서 요사스러운 짓을 많이 하고, 여자가 남자 같은 기질이 많으면 혹은 사납고 혹은 잔인해서 일찍 과부가 되는 사람이 많아, 본디의 음양 풍수가 서로 뒤집히고, 명수가 각각 어그러지기 쉽다고 했느니." 그것이 어느 해 정초였던가, 청암부인은 큰방에 그득히 모여 않은 문중의 부인들과 담소하며 그렇게 말했었다. 며느리 율촌댁이 담옥색 명주 저고리에 물 고운 남빛 끝동을 달아 자주 고름 길게 늘인데다 농남색 치마를 전아하게 부풀리고 단정히 앉아 시어머니 청암부인을 가까이 모신 좌우에 담황색 저고리, 등록색 치마, 진자주 깃 고름에 삼회장 저고리, 짙고 푸른 치마에 담청색 은은한 저고리며 북청색 치마에 녹두 저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