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직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 청암부인이 손바닥에 옹이가 박이도록 쌀을 씻어 죽을 쑤며, 여러 해 시병 봉양하였으니, 이제 죽이라면 웬만한 것은 어지간히 가늠할 만큼, 맛에서나 솜씨에서나 남다르게 되었는데, 죽은 재료를 준비하고 손질 갈무리하는 데서부터도 손이 많이 가고, 쑤는 과정 또한 아주 정성스러워야만 했다. 거가대족 집안의 가주 종손이 상용 음식으로, 다른 것은 밀어내어 마다하고 다만 죽을 찾을 뿐이지라, 그것은 이미 '죽'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었고, 그 마련을 결코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우선 무슨 죽 무슨 죽, 하여도 흰죽 쑤기가 제일 어려웠다. "쌀만 싯쳐서 물 많이 붓고 폭폭 오래 끓이먼 되제, 흰죽이 머이 그리 에럽다요?" 킨녜는 그렇게 말했다가 안서방네한테 한 소리를 들었..